수필 입문기
최 주 원
작년 여름 문사원과 인연이 되었다. 오십이 넘은 나이에 “시”를 쓰기 시작하였다. 노트에 수 놓여진 글자들의 자태, 글로 표현 되어진 내 마음 풍경에 스스로 도취되어갔다.
첫 수업시간 교수님께서 숙제로 “수필5편 시조10편”을 내어 주셨다. 수필 숙제는 선뜻 행하지 않았다. 시조나 시에 비해서 긴 문장에 낱말 맞추어 봐야지, 읽어 본 후 문장정리를 또 해 주어야지 등등이 거추장스러웠다. 시나 시조에 비해서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수필 숙제를 모르쇠 하고 있던 어느 날 수업시간이었다. “최주원 씨 수필 안 썼지요.” 라는 교수님이 말씀, 그 순간 학창시절 방학숙제 제출하지 못하여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싶은 아이처럼 부끄러웠다.
집으로 돌아와 “한번 써 보지 뭐”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책상에 앉았다.
내 마음속에는 많은 그리움들 살고 있다. 그중 가장 깊은 그리움으로 자리하고 있는 고향의 풍경을 적어보리라, 마음을 먹고 생에 처음으로 수필을 써 보았다. 일주일 뒤 “고향”이라는 수필을 가지고 문사원 가는 길, 마음에는 고향들판을 너울거렸던 노랑나비와 함께 하였다. 나폴 나폴 나비의 날개 짓 마냥 가벼웠던 발걸음, 나도 수필숙제를 했다. 라는 뿌듯함에 길가 개의 왈왈 짖어댐 조차 정겨웠다.
수업시간 눈 지그시 감으시고 나의 수필낭독을 다 들어내신 교수님의 한마디 “잘 썼어요.” 라는 칭찬은 나의 마음에 행복이 되어 주었다.
마음을 담아 수필을 써 보니 글자 수 많아 적어내는 수고로움은 있지만 수필을 쓰는 시간이 재미있어지려했다. 잘 쓰고도 싶어졌다.
다른 사람들은 수필을 어떻게 서술하나 싶어 도서관에 가서 수필집을 읽어 보았다. 지난주에는 판교 현대백화점에 갔었다. 지하에 있는 교보문고에도 들러 베스트셀러 코너, 수필집을 집어 들고 빈 의자에 앉아 읽었다. 나름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내고 왔다. 돌아오는 길에는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집 “인연”을 사 들고 왔다. 목차 중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려 있었던 “인연”을 찾아 읽어 보았다. 쉰이 넘은 중년 여인네가 읽어내는 수필 “인연”은 사춘기 소녀 적 감성은 느껴지지 않았다. 학창시절 “인연”의 어느 글귀가 나에게 감동을 주었을까? 싶어 찬찬히 다시 읽어보았다. 그리고 인연 수필집을 뒤적여 다른 목차의 글도 읽어보았다. 피천득 선생님께서 아버지의 마음을 담아 쓰신 “서영이”라는 목차를 읽으면서 공감의 마음이 느껴져 나도 부모구나 싶었다. 주말에 읽었던 수필집 “인연”을 덮으며 ,나도 수필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겼다. 마음을 실행 하고자 소연이 노트북을 이용하여 수필쓰기를 시작 하였다.
그런데 이번 구정명절에 핸드폰으로 작가들의 글을 모아놓은 포털 사이트인 브런치를 들여다 보다 유창선 씨의 “내면의 힘을 키워주는 열두 권의 책”에 대한 글을 보게 되었다. 유창선 씨 본인이 읽은 책의 내용을 서술하면서 작가가 지향 하였던 삶의 자세를 통하여 본인도 성장 하였다는 내용이었다. 유창선 씨가 브런치에 소개한 책은 나도 읽어본 책이 다수였던지라, 같이 읽어본 사람으로 책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낸
이 분의 글을 보니 “이 사람 글 참 잘 쓴다.”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오늘 아침 주연이 독서실 데려다 주는 차 안에서 “주연아 어제 브런치 작가 글을 읽고 나니까 엄마 수필 쓰는 거 자신감이 사라졌다.” 라고 말을 하였다. 풀죽은 엄마의 말에 “엄마 기술적으로 글 잘 쓰는 사람들은 많아 그건 배우면 다 할 수 있어 그런데 난 진심이 느껴지는 글이 좋더라.” 라며 엄마 글은 진심도 느껴지고 글의 내용이 그림처럼 그려져서 좋다고 칭찬을 하여 주었다. 딸의 칭찬에 마음이 금세 헤벌쭉 하여 졌다. 딸의 칭찬은 누구의 격려보다 힘이 된다. 문사헌 다녀온 날이면 수업 내용을 궁금해 하는 주연이다. 딸의 관심과 격려는 나로 하여금 책을 펼쳐 들게 만들며 노트북 앞에도 자주 앉게 하여준다.
나에게 있어 수필을 쓴다는 건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내 마음 들어다
보고 머리로 생각 정리한 다음, 마음과 생각을 통합하여 글로 적어내는 시간은 적잖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요즘 수필을 쓰다 보니 은근 재미가 있다. 재미를 느낀 나의 마음이 수필쓰기를 하고 싶어 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숙제를 떠나 문사원 수업시간에 수필을 종종 써가는 학생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