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를 먹습니다 / 윤이산
또록또록 야무지게도 영근 것을 삶아놓으니
해토解土처럼 팍신해, 촉감으로 먹습니다
서로 관련 있는 것끼리 선으로 연결하듯
내 몸과 맞대어 보고 비교 분석하며 먹습니다
감자는 배꼽이 여럿이구나, 관찰하며 먹습니다
그 배꼽이 눈이기도 하구나, 신기해하며 먹습니다
호미에 쪼일 때마다 눈이 더 많아야겠다고
땅 속에서 캄캄하게 울었을,
길을 찾느라 여럿으로 발달한 눈들을 짚어가며 먹습니다
용불용설도 감자가 낳은 학설일 거라, 억측하며 먹습니다
나 혼자의 생각이니 다 동의할 필요는 없겠지만
옹심이 속에 깡다구가 들었다는 건
반죽해 본 손들은 다 알겠지요
오직 당신을 따르겠다*는 그 일념만으로
안데스 산맥에서 이 식탁까지 달려왔을 감자의
줄기를 당기고 당기고 끝까지 당겨보면
열세 남매의 골병 든 바우 엄마, 내 탯줄을 만날 것도 같아
보라 감자꽃이 슬퍼 보인 건 그 때문이었구나,
쓸쓸에 간 맞추느라 타박타박 떨어지는
눈물을 먹습니다
*감자꽃의 꽃말
첫댓글 감자 캐는 맛은 캐 본 사람만이 압니다.
여름날 갓 캔 타박감자 삶아 먹는 그 맛이란....
감자의 꽃말이 궁금해지네요.ㅎ
감자의 꽃말이 "오직 당신을 따르겠다"라 합니다.
요즘 밥 대신 감자 자주 삶아 먹는데 "타박타박" 이란 말을 먹는 재미가 참 좋습니다.
즐거운 주말 만드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