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에게

[世明 黃영기]

햇살에게

산 아래 비스듬히 들어선 길옆 골목 끝 집

작은방에 창문 하나, 문 한 짝, 그리고 너 하나

찾아온다 소리 없이 들어와 구석구석을 더듬고 지나가네

짝 찾다 지친 매미 울 때면 창가에 머물다 말없이 가고

혼자 외로이 누워 깊은 이불 속에 감길 때 깊숙이

발걸음하여 찾아주던 얼굴 없는 친구

움직임 없던 빈방 숨 쉬는 꽃이 있어 좋더니

시들어 사라지고 빈 화분에 바람기 많은 누군가 스쳤는지

푸릇한 괭이밥이 올라오네

너만 보면 좋아라 손 내밀 듯 잎 벌리고

너의 빛 사라지면 재잘대던 입이 닫히듯 잎을 오므리며

친구 없는 밤엔 소리 없이 잠을 자네

달곰한 빛에 새소리 들으며

적어 내려간 한 구절 이력서에 빠져

너를 혼자 둔 적 한두 번도 아닌데

매번 찾아와 환하게 웃어 주고 따스함 남겨 놓고

서서히 자리를 뜨던 그림자도 없는 친구

창문가 골목 가로등 켜지듯

괭이밥 꽃이 피어 작은방 가득 너의 향기가

밤 야근 나가는 저녁상 차리는 소리에

퇴근길 사 온 소주 따르는 소리에

혼자 쉼 없이 떠드는 텔레비전 화면에

막 들어와 문 여닫는 틈에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에

샤워장 물 흐르는 바닥에

꽃피듯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