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柳나무
김종상(金鍾祥)
둑길에 나란히 선 美柳나무 두 그루
한 그루는 물에 비쳐 피라미를 후리면
강물은 눈이 부시게 은빛으로 빛나고
한 그루는 키를 높여 하늘을 쓸면은
달나라 옥토끼네 떡가루가 휘날려서
그것이 오색 찬란한 무지개로 뜬다네
이름까지 아름다운 美柳로 되고 보니
강물도 하늘빛도 그렇게 청정하도록
세상을 깨끗이 쓰는 두 그루의 빗자루.
*美柳나무 : 버들의 한 종류로 미루나무, 양버들이고도 한다. 지금은 미루나무와 양버들의 잡종인 이탈리아포플러가 장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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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투어 아이들
김종상(金鍾祥)
학자가 반투어 아이들 달리기를 시켰다
잘 달리는 차례로 상품을 준다고 했다
일등은 상이 많으니 있는 힘껏 뛰어라
그런데 아이들은 손을 잡고 함께 왔다
학자는 손을 놓고 각자가 뛰라고 해도
그들은 어깨를 겯고 가지런히 걸었다
이건 뭐야 달리기는 경기야 뛰어야지
그러자 아이들은 ‘이분투’라고 외쳤다
그들은 평등하기에 차별이란 없단다.
*우분투 : 사하라 남쪽 아프리카 반투어에서 유래된 말로 사람들 간의 평등 관계와 헌신을 중시하는 아프리카 전통 윤리 사상이자 평화운동의 사상적 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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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행나무는 없애자고
김종상(金鍾祥)
가로수로 좋아서 많이 심는 은행나무
은행알이 익으면 구린내가 난다고
열매를 맺지 못하는 수나무만 심잔다
참으로 장한 생각을 누구가 했었는지
그 사람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여자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남자가 혼자라도 안팎 일을 다하고
아기도 혼자 낳아 젖 먹여 길러내어
후대를 이어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일까?
나무는 삽목으로도 종족을 잇겠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그런 짓을 한다면
인류를 멸종시켜줄 천재적인 발상이다.
*銀杏나무 : 은행나무는 병충해에 강하고 잘 자라서 가로수로 좋다. 公孫樹, 杏子木, 鴨脚樹라고도 하는데, 암수가 달라 암나무만 열매를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