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놀이
-동래한량 춤
-풍물교육연수
풍물놀이
최 병 영
신록이 타래로 차오르는 들녘
영롱한 이슬 또르르 구르는 길섶에서
소리의 은실을 뽑아낸다
뜨거운 심장에서 격동 치며
혈맥으로 차오르는 소리의 진액
때로는 오솔길 꽃바람 되고
때로는 벼랑바위 폭포수 되는
두드림의 숭고한 미학들
민중이 치열한 숨결로 숙성시킨
웅려한 사물(四物)의 연둣빛 함성
달빛 환한 뜨락
뼈마디 깎는 인고의 시간
해일 같은 수액이 가락 되고
화산 같은 용암이 장단 되어
새 날 환희로 분출하는 불기둥
개체로 분화하여 독창적이고
전체로 통합하여 창대한 소리여라
동트는 태양의 빛살
마디마디 전율로 격동치는
검붉은 타악(打樂)의 소용돌이
티 없는 숫돌로 결을 갈아
얼어붙은 대지 쓸어가며
부상(浮上)하는 신명이 생을 분출한다
오롯이 장구와 북이 소리길 트고
꽹과리와 징이 파장으로 물결쳐
공명 깊은 해원으로 굽이치는
저토록 뜨거운 원초 생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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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한량 춤
최 병 영
세월 묵은 기와 골에 이끼 돋아
고색창연한 서원
봄이 물컹이는 마당에서
삼현육각 신바람일세
곧추 죽어도
기생집 울타리 밑에서 죽는다는
동래 한량
호방하고 선 굵은 허튼춤 한 장단에
노랑나비 한 쌍도 팔랑팔랑 춤을 추네
간지러운 봄바람에 실린
염정에 취하여
즉흥적으로 내놓는 흥겨운 춤사위
접었다 펴는 부채 선 따라
굿거리는 나긋나긋 봄꽃으로 한들거리고
세마치는 낭창낭창 능수버들로 살랑거리고
벼슬도 마다하고
바람처럼 물결처럼 흘러 사는 인생
기생 후리듯 봄날 후리며
한량이 덩실거리니 나도 덩실거리네.
풍물교육연수
최 병 영
강원도 골짝 깊은 연수원, 거기서
새벽별 보고 시작하여
저녁별 돋을 때까지
일주일간 죽어라고 두들기는 일정
교사 대상 풍물연수 하는데,
고등학교 남교사와 초등학교 여교사
설장구반에서 장구가락 맞추다가
눈도 맞고 마음까지 맞아버렸네
종래는 그게 탈이 나서
장구 깨지고 가락 깨지고
가정 깨지고 학교까지 깨지고 말았네
이왕 그리 깨진 거, 이젠 마구 타올라라
장구만큼 타오르고 가락만큼 타올라라
그래야 세상 손가락질에도 조금은 당당하고
자신에게도 한결 떳떳하리니
무조건, 무조건 그렇게 타올라라
그저 불꽃처럼 뜨겁게 타올라라
그저 가락처럼 신나게 타올라라.
<최병영 약력>
▪1947년 전북 익산 출생. 1994년 월간 문예사조 등단. 경희대 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우도농악 무형문화재 전수자, 풍물교육연구소장. 월간 「문학 세계」상임편집위원 및 교육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 금 수혜, 서울 선유중학교 교장 역임
▪한국신문학 대상, 강서문학 대상, 인산기행 수필문학상, 월간 「문학세계」문학대상, 대한민국 공무원문학상, 농민문학 작가상
▪시 수필집 「바람처럼 풀꽃처럼」외 시집과 수필집 7권 간행
-수필집 7권 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