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28일, 일요일, Pedro Juan Caballero, Peralta Hotel (오늘의 경비 US $10: 숙박료 20,000, 저녁 13,000, 버스표 20,000, 기타 5,000, 환율 US $1 = 6,000 guarani) 아침 7시경 호텔을 나와서 짐을 지고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이른 아침이라 날씨도 선선해서 걷기 좋았다. 버스 터미널까지는 2km 정도 거리인데 25분 만에 도착했다. 걸어가는 동안 하루를 시작하려고 부산을 떠는 도시 풍경을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어디를 가는지 마차 수십 대가 줄을 지어서 시내 쪽으로 들어간다. 날씨만 괜찮고 안전만 하면 30분 정도는 짐을 지고 버스 터미널과 호텔 사이를 걷는 것은 아무 문제없다. 오히려 택시나 버스를 타는 것보다 더 재미있다. 아침에는 어느 도시나 거리를 청소하느라고 빗질을 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중국에서 특히 그랬지만 아침에 길을 걸어가자면 빗질로 생기는 먼지 때문에 고생한 적이 많다. 보통 성가신 것이 아니다. 집 앞의 먼지를 길로 내치지만 길의 먼지는 나중에 다시 집 앞으로 날라 오고 하는 아주 비생산적이 청소방법이다. 아침 7시 45분에 Pedro Juan Caballero행 버스에 올랐다. Concepcion에 올 때 탔던 버스와 마찬가지로 창문 열고 달리는 고물 버스다. Pedro Juan Caballero는 내가 가려고 하는 브라질의 첫 도시 Ponta Pora와는 길 하나 사이인 국경도시다. Pedro Juan Caballero까지 보이는 경치는 Concepcion 올 때 본 경치와 다를 바 없다. 널려진 땅, 풀을 뜯고 있는 소, 말, 양떼, 그늘 밑에서 마테 차 마시며 쉬는 사람들, 가끔 보이는 판잣집 같은 농가 등이다. 때때로 차도 있고 위성 TV도 있는 농가도 있다. 이 지역도 땅이 붉은 색깔이라 푸른 정글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버스가 어느 도시의 버스 터미널에 당도하면 어느 도시인지 알아보는 것이 귀찮은 일 꺼리다. 버스 터미널에는 어디나 "버스 터미널" 하고 표지판 꼭 있지만 어느 도시라는 표시는 없다. 예를 들면 "Terminal de Omnibus" 하고 마는데 버스 터미널이라는 뜻 외엔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누가 봐도 한 눈에 버스 터미널인 것을 다 알 텐데 "버스 터미널" 하는 표지판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한 도시에 버스 터미널이 여럿 있으면 예를 들면 "남부 버스 터미널" 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하나밖에 없는 버스 터미널에 "대전 버스 터미널" 하고 쓰여 있으면 의미도 있고 나 같은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 텐데 그냥 "버스 터미널" 이다. 도시 초입에 "Bienvenidos a Encarnacion (엔카나시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하고 환영 표지판이 있는 도시들이 많다. 이런 표지판은 운전하는 사람은 쉽게 볼 수 있지만 버스에 탄 승객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눈 여겨 보려고 해도 "Bienvenidos ..." 표지판을 인식하는 순간 표지판은 멀리 지나간 후다. 그래서 떠나기 전에 도착시간을 미리 알아놓았다가 그 시간 때쯤 어느 도시에 도착하면 "Donde estamos? (어디입니까?)" 혹은 "Es este Encarnacion? (이곳이 엔카나시온입니까?)" 하고 승객이나 버스 기사에게 물어서 도시를 확인한다. 버스 탈 때는 좌석을 햇빛 방향을 고려해서 그늘 쪽으로 정하는데 가끔 실수를 한다. 이번에도 실수를 해서 도중에 자리를 옮겼다. 대낮에 해가 남쪽에 있는 게 아니라 북쪽에 있다는 걸 자주 잊어버린다. 남반구에는 왜 대낮에 해가 남쪽에 있지 않고 북쪽에 있는지 이유를 정확히 알았으면 좋겠다. 오늘은 파라과이 마지막 날이다. 11박에 5개 도시에 (Encarnacion, San Ignacio, Asuncion, Filadelfia, Concepcion) 묵다 가는데 Asuncion만 빼놓고는 괜찮았다. 파라과이에는 Rio Paraguay 강 외에는 자연경치도 없고 (산이 전혀 없다) Uruguay의 Colonia같은 old town 경치도 없다. Rio Paraguay 강을 배타고 여행을 못한 것이 좀 아쉽다. 강 여행을 했더라면 통일교에서 몇 년 전에 땅을 샀다는 곳도 가볼 수 있었을 텐데. Mennonites 교도들처럼 정착에 성공을 했는지 궁금하다. 어쩌면 정착 외의 다른 목적이 있는지도 모른다. 여행지도 널려진 땅, 땅 많은 나라 파라과이 가끔 보이는 대규모 농장 농가 풍경 브라질 국경으로 가는 쭉 뻗은 길 2004년 3월 29일, 월요일, 파라과이 Pedro Juan Caballero - 브라질 Ponta Pora (오늘의 경비 US $12: 숙박료 10,000, 버스 8,000, 인터넷 2,000, 식료품 15,000, 환율 US $1 = 6,000 guarani) 오늘은 하루 종일 일만 보았다. 아침에 나가서 우선 돈을 바꿨다. 쓰다 남은 파라과이 돈을 브라질 돈으로 바꾸니 약 260 real이 되었다. 브라질 돈은 real이라 불리는데 스페인어 발음은 “레알” 포르투갈어 발음은 “헤아”로 들린다. 미화와의 환율은 대강 $1에 3 real인 것 같다. 오후에는 은행 ATM에서 1,000 real을 인출했다. 하루에 100 real 정도 쓴다면 다음 Citibank가 있는 도시 Curitiba까지 쓸 수 있겠다. 내 계정이 있는 미국 Citibank는 남미의 큰 도시에는 대부분 있어서 Citibank 에 있는 ATM을 쓰면 수수료 없이 현금을 인출할 수 있다. 수수료는 보통 한 번에 $1.50 내지 $3인데 최대로 인출할 수 있는 금액은 도시마다 조금 씩 다른 것 같다. 다음에는 파라과이 출입국 관리사무소에 가서 출국수속을 했다. 길 하나만 건너면 브라질인데 출국수속을 생략했으면 나에겐 편하겠는데 그렇게 되면 나는 파라과이에 계속 머물고 있는 것으로 되니 나중에 문제가 될 것이다. 출국수속을 아주 힘들게 했다. Lonely Planet에 의하면 숙소에서 2km 정도 떨어진 곳에 출입국 관리사무소가 있다고 해서 (지도가 없었다) 아침시간이라 별로 덥지 않아서 운동 삼아서 30분 정도 걸으면 될 것 같아서 걷기 시작했는데 고생을 자초한 실수였다. 결국 한 시간 정도 걸려서 도착했는데 4km는 되는 거리 같고 열대지역이라 그런지 해가 뜨자마자 금방 더워져서 가는 동안 땀을 많이 흘렸다. 파라과이 출국수속을 끝내고 브라질 쪽의 Ponta Pora 버스 터미널을 찾아가는데 또 애를 먹었다. 역시 지도가 없어서 물어가면서 버스를 두 번씩이나 갈아타고 힘들게 찾아갔다.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브라질에서 첫 번째로 가려는 도시인 Bonito가는 버스에 관해서 물어보려 하니 말이 잘 안 통한다. 어제까지 스페인어로 잘 통했는데 오늘은 안 통한다. 브라질은 포르투갈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국경도시라 스페인어가 통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결국 오후 2시에 와서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말을 짐작으로 알아듣고 버스 터미널을 떠났다. 허탕 친 기분으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돌아가서 브라질 입국수속을 하기 위해서 브라질 연방 경찰서를 찾아갔다. 경찰서 입구에 경찰 네 다섯 명이 앉아서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다. 일할 시간에 왜 카드놀이를 하고 있나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나를 보더니 저쪽으로 가보라고 어느 방을 가리킨다. 그 방에 들어가서 직원에게 여권을 내밀었더니 여권을 받을 생각도 안 하고 포르투갈어로 뭐라고 한다.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몰라서 스페인어로 내일 오라고 하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또 한참 무어라고 설명하는데 표정이 심상치 않다. 영어를 하는 사람이 없느냐고 물으니 한 사람을 불러준다. 그 사람도 영어가 시원치 않았지만 설명을 하는데 현재 경찰이 파업 중이라 입국수속을 못해준다는 것이다. 입국수속을 못해준다면 입국을 못한다는 얘기인데 딱 그런 눈치는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그러면서 하는 얘기가 입국수속을 안하고 입국하면 나중에 출국할 때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인데 입국수속은 못 해줘도 입국하는 것은 막지 않겠다는 얘기 같았다. 사실 막는 것은 쉽지 않다. 도시 한 가운데 있는 길 하나가 국경이고 나는 벌써 입국해서 버스 터미널까지 다녀온 처지다. 난처해져서 어쩔 줄 몰라 했더니 동정이 갔는지 컴퓨터 앞에 앉더니 간단히 입국수속을 해주었다. 겁주지 말고 일찌감치 그렇게 해 줄 것이지. 어쨌든 고마웠다. 어렵게나마 입국수속이 해결된 셈이다. 싼 뷔페 음식점을 찾아가서 점심을 배불리 잘 먹었다. 벌써 포르투갈 말 몇 마디를 배웠다. Obrigado (오브리가도, 감사합니다), rodoviaria (호도비아리아, 버스 터미널), bom dia (봄 디아, 안녕하십니까) 등이다. 그리고 엄지손가락을 올리는 손짓을 많이 쓰는데 오케이라는 뜻이다. 오후에 Ponta Pora 버스 터미널에 다시 가서 버스회사 직원과 얘기를 해보니 Bonito으로 가는 직행버스는 없고 Jardim이라는 도시에 가서 갈아타야 하는데 자기네 버스는 Jardim까지만 간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가면 오후 7시 정도에는 Bonita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Lonely Planet에 의하면 Ponta Pora에서 Corumba로 가는 버스가 Bonita를 지나가고 그 버스를 타고 Bonita에서 내리면 된다고 쓰여 있어서 버스회사 직원에게 물어보니 틀린 정보란다. 내가 가지고 있는 Lonely Planet이 2002년에 발간된 최신판이지만 벌써 2년이나 묵은 정보라서 그 동안에 버스 노선이 바뀐 모양이다. Lonely Planet에는 Jardim에 관한 정보는 전혀 없다. 그러나 우선 Jardim으로 가보기로하고 내일 아침 6시에 Jardim으로 가는 버스표를 사고 버스 터미널 밖에 정차해있는 택시 기사에게 내일 아침 5시 반 내 숙소로 오도록 예약을 해놓았다. Ponta Pora 버스 터미널은 시내에서 6km 정도 떨어진 것 같다. 크지도 않은 도시인데 왜 그렇게 멀리 떨어져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공항보다도 더 멀리 떨어져있으니 말이 안 된다. 이곳은 버스 여행자가 정말 여행하기 힘든 곳이다. 출입국 수속도 힘들고 버스 터미널도 너무 멀다. 파라과이의 Pedro Juan Caballero와 브라질의 Ponta Pora는 한 도시나 다름없다. 중간에 있는 길 하나가 국경이다. 사람들은 한 도시인 것 같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파라과이 쪽에는 의복, 전자제품, 잡화 등을 파는 동대문 시장 규모의 큰 시장이 있는데 손님은 모두 브라질 사람들이다. 파라과이가 브라질보다 물건 값이 싸서 브라질 사람들이 이곳에 많이 온다고 한다. 숙소 근처에 "Seoul" 이란 간판을 건 상점이 있었는데 폐점 상태였다. 한국 사람이 주인이었던 모양인데 장사가 잘 안되어서 문을 닫은 모양이다. 오늘 출입국 수속을 마쳤으니 공식적으로는 브라질에 들어온 것이지만 숙소는 아직도 파라과이 쪽에 있다. 파라과이의 Pedro Juan Caballero와 브라질의 Ponta Pora만 보면 브라질이 파라과이보다 훨씬 잘 사는 것 같다. 파라과이의 Pedro Juan Caballero는 국경도시라 그런지 좀 혼란스러워 보이는데 Ponta Pora는 국경도시인데도 깨끗하고 조용하다. 버스 터미널이 멀어서 좀 불편했고 연방경찰이 파업 중이라 입국수속 하는데 좀 애를 먹었지만 브라질 첫 인상은 좋은 편이다. 국경에 걸려있는 초대형 브라질 국기 시내 한복판 길거리에서 말이 풀을 뜯고 있다니 신기해 보인다 길거리에 만발해 있는 꽃나무, Ponta Pora는 국경도시 같지 않게 깨끗하고 아름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