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12일, 월요일, Cochrane, Hospedaje Anna Luz (오늘의 경비 US $30: 숙박료 7,000, 식료품 10,000, 인터넷 800, 환율 US $1 = 600 peso) 오늘은 Villa O'Higgins로 히치하이크를 시도해보는 날이다. 오늘부터 수요일까지 3일 동안만 해보고 실패하면 목요일 버스로 Puerto Rio Tranquilo로 돌아가서 아르헨티나로 넘어 갈 생각이다. 오늘은 히치하이크를 시도하기에는 안성맞춤의 날씨다. 청명하고 바람도 거의 없고 온도도 적당하다. 아침에 짐을 싸서 8시 반경 숙소를 나왔다. 민박집 주인 Anna에게 히치하이크에 실패하면 오후 1시경 돌아오겠다고 했다. 그래도 일단 나가니 결산을 하는데 우리가 내야할 돈이 40,000 peso란다. 우리 계산은 35,000 peso이어서 Anna와 같이 다시 계산을 해보니 우리 계산이 맞았다. Villa O'Higgins로 가는 길목에 자리를 잡고 차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1960년도에 미국에서 공부할 때 히치하이크를 하던 생각이 났다. 여름방학 때 학비를 벌기 위해서 California 주와 Nevada 주 경계에 위치한 Lake Tahoe 호수 도박장에서 3년 여름일을 할 때 도박장 규정상 차로 두어 시간 걸리는 Nevada 주 수도 Reno에 있는 경찰서에 가서 지문을 찍고 도박장 취업 허가증을 받아와야 하는데 대중교통이 신통치 않아서 항상 히치하이크를 해서 다녀왔었다. 지금 생각하면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인데 그때는 아무 것도 모를 때라 남의 차를 겁도 없이 잘 타고 다녔다. Reno까지 다니는 차들이 많아서 10여분 정도만 기다리면 차를 얻어 탈수 있었다. 당시 유학생들도 가끔 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모두 고물 중고차들이었는데 히치하이크를 하면 당시 미국의 최고급 차로 치던 캐딜락 차도 가끔 얻어 타보는 호강도 했다. 아침 8시 반부터 오후 1시까지 기다렸는데 실패했다. 4시간 반 기다리는 동안 불과 차 8대가 지나갔는데 모두 근처에 가는 차거나 멀리 가는 차는 짐으로 꽉 차서 우리를 태울 자리가 없었다. 지나간 8대 중에 우리가 가려는 Villa O'Higgins까지 가는 차는 한 대도 없었다. 아침 9시경에 버스표가 다 팔려서 우리가 탈 수 없었던 Villa O'Higgins로 가는 버스가 우리 앞을 지나갈 때는 버스에 타고 있는 승객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아침 10시가 되니 우리가 어제 타고 Caleta Tortel에 갔던 버스가 지나갔다. 어제 그 버스의 기사와 흥정이 되었더라면 우리가 저 버스 안에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히치하이크에 실패하고 오후 1시경 숙소로 돌아오니 Anna가 우리 방을 말끔히 치워놓고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어제 Caleta Tortel에서 Cochrane으로 돌아올 때 어느 커브에서 정면충돌한 차 두 대를 보았다. 원체 느린 속도로 다니는 곳이라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하루 종일 차 10여대 지나가는 곳에서 차 두 대가 정면충돌을 하다니 참 기이한 일이다. 이곳 민박집 손녀 딸 마리아나는 5살 짜리 귀염둥이다. 매일 옆집 친구 다니엘라가 찾아와서 하루 종일 같이 논다. 마리아나는 할머니를 할머니라 부르지 않고 할머니 이름을 부른다. 미국에서도 할머니 할아버지 뿐 아니라 부모까지도 이름을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곳도 그런 것 같다. 여행지도 저 길로 220km를 가면 Villa O'Higgins가 나온다 길가에 앉아 있다가 차가 오면 집사람과 내가 번갈아 가면서 이렇게 손짓을 했다 2004년 1월 13일, 화요일, Cochrane, Hospedaje Anna Luz (오늘의 경비 US $34: 숙박료 7,000, 식료품 2,500, Puerto Rio Tranquilo 버스표 10,000, 인터넷 600, 환율 US $1 = 600 peso) 오늘도 히치하이크에 실패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기다렸는데 어제와 비슷하게 차 10여대가 지나갔는데 Villa O'Higgins에 가는 차는 없던 것 같았다. 운이 안 닿는 모양이다. Cochrane에서 첫 날에 맛났던 이스라엘 청년들은 다시 못 보았는데 아마 차를 얻어 타고 Villa O'Higgins로 간 모양이다. 오늘 오후에 인터넷 하러 갔다가 Chaiten으로 가는 배 안에서 만났던 New York University 법대를 다니는 자전거 여행객을 다시 만났다. 다리가 좀 불편하다면서 어쩌면 자전거 여행을 Cochrane에서 끝내야 할 것 같다고 한다. 다른 자전거 여행객에 비해서 경험이 부족한 것 같더니 무언가 탈이 난 모양이다. 목요일에 Chile Chico로 떠나는 버스회사에 가보니 목요일 버스는 수리 관계로 취소되고 다음 버스는 일요일에 있다한다. 왜 이렇게 일이 꼬이는지 모르겠다. 간신히 이곳에 오기 전에 하루 밤 묵었던 Puerto Rio Tranquilo로 내일 아침 10시에 떠나는 버스표를 샀다. Puerto Rio Tranquilo에 가서 Chile Chico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으면 다행이고 안 되면 Coyhaique까지 되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Villa O'Higgins로 가는 것은 포기한 셈이다. Carretera Austral 국도를 완주 못 한 것이 아쉽다. 그러나 Caleta Tortel까지는 같으니 거의 끝까지 간 셈이다. 오늘 히치하이크를 하면서 혼자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는 미국 청년을 만났다. 알래스카 최북단 도시 Prudhoe Bay에서 시작해서 19개월 째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는데 약 1개월 후에 남미 최남단 도시 Ushuaia에서 여행을 끝낼 생각이라 한다. 미국 미네소타 출신인데 내가 살고 일하던 "실리콘 밸리" San Jose 지역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을 했는데 이번 여행이 끝나면 다시 그곳에 돌아가서 일을 해서 돈을 모은 다음에 이번엔 아시아 쪽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날 생각이라 한다. 부럽다. (후기. 이 청년은 1주일 후에 아르헨티나 El Chalten에서 다시 만났다. ) 표지판 제일 밑에 내가 가려는 Villa O'Higgins가 보인다 알래스카에서 시작해서 19개월 째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다는 미국 청년, 부러워라 한적한 Cochrane 아침 풍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