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금메달 10개를 건져 올려 종합 10위를 수성하려는 태극전사들의 눈빛이 이글거린다. 아테네올림픽에서 금 9, 은 12, 동메달 9개로 종합 9위에 올랐던 한국이 4년만에 다시 내건 '10(금)-10(위)' 목표 달성을 향한 베이징올림픽 시나리오는 행운이라는 변수가 더해지면 목표치를 훌쩍 뛰어넘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릴 수도 있다.
금메달 행진은 일종의 바람몰이다. 메달레이스 초반에 손쉽게 금맥을 터뜨리면 순풍에 돛단 쾌속행진이 계속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기상도는 쾌청, 그 자체다. 금메달 낭보를 기대할 수 있는 종목들이 상대적으로 레이스 초반에 대거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날짜별로 꼽아본 한국의 금메달 예상 캘린더를 통해 기쁨과 환희로 수놓아질 2008 베이징올림픽을 가늠해 보자.
9(토)=16년만의 대회 1호 금 총성을 향하여
302개 금메달 중 1호 금메달은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에 걸려 있다. 김찬미(기업은행)가 다크호스로 오전 10시30분(한국시간) 결선사대에 나선다.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무명의 여고생 총잡이 여갑순이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레체바를 꺾고 1호 골드 총성을 울렸듯이 16년만에 다시 '이변의 역사'를 기대하고 있다. 김찬미의 잠재력은 충분하다. 고교 3학년이던 지난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뒤 그해 12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 따냈다.
유도 남자 60㎏급 최민호(KRA)는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4년전 한국에 첫 메달(동)을 안긴 주인공. 김찬미가 첫 금 총성을 울리지 못하면 주말 골든타임에 매트 위에서 첫 금맥을 뚫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히라오카가 최대 라이벌이지만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10(일)=골든 선데이! 수영의 신화와 양궁의 전설을 쓴다
수영의 박태환(단국대)이 오전 10시20분 자신의 핵심종목인 남자 자유형 400m에서 한국 올림픽 수영사상 첫 우승에 도전한다. 2005년 말부터 세계선수권 제패를 포함해 5개 국제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더욱이 올림픽 최대의 라이벌인 그랜트 해켓(호주)을 두 차례나 잇따라 꺾은 게 고무적이다. 한국의 가장 확실한 금메달밭인 양궁도 여자 단체전에서 골드과녁을 조준한다. 2회 연속 올림픽 2관왕을 노리는 박성현(전북도청)을 필두로 윤옥희(예천군청) 주현정(현대모비스)의 안정된 기량은 이변을 허락하지 않을 전망.
11(월)=유도의 자존심을 걸다
유도 남자 73㎏급 왕기춘(용인대)의 금메치기에 눈길이 모아진다. 2007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 왕기춘은 눈부신 성장세와 그랜드슬래머 이원희를 꺾고 올림픽 무대에 나선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다. 가나마루 유스케(일본)가 호적수지만 그리 걱정할 게 없다. 펜싱 여자 플뢰레의 남현희(서울시청)와 임동현(한국체대) 이창환(두산중공업) 박경모(인천 계양구청)으로 짜여진 양궁 남자 단체도 골드 사냥을 가속화한다.
12(화)=레슬링 8회 연속 금메달 이어간다
전통의 메달밭 레슬링이 8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남자 그레코로만형 60㎏급 정지현(삼성생명)이 올림픽 2연패에 도전장을 던졌다. 체중감량이라는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다면 레슬링 첫 금 물꼬를 시원스레 틀 수 있을 전망. 유도 남자 82㎏급의 김재범(KRA) 역시 4년을 기다린 승부사. 지난 2월 독일오픈에서 세계선수권 챔피언 카밀로(브라질)를 꺾고 우승한 게 큰 힘이다.
13(수)=남자 역도 동시 출전으로 가능성 높인다
금메달 레이스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날이지만 남자 역도 77㎏에 눈길이 쏠린다. 사재혁(강원도청)과 김광훈(상무)이 같은 체급에 나서기는 이례적이지만 둘 다 세계적인 기량을 뽐내고 있어 동시 출전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14(목)=한풀이의 날!
여자 양궁의 태극낭자들이 개인전 메달색깔을 놓고 라이벌전을 치른다. 남자 유도 100㎏급의 장성호(수원시청)는 4년 전 은메달의 한을 풀기 위해 독을 품었다. 필살기인 허리 후리기는 한결 예리해졌고 한국 유도사상 첫 3회 연속 올림픽 출전의 관록이 빛난다. 남자 체조 개인종합도 한풀이 무대. 양태영(포스코건설)은 아테네올림픽에서 오심으로 도둑맞은 금메달을 되찾기 위해 입술을 앙 다물었다.
15(금)=셔틀콕도 시동
양궁 남자 개인이 금메달 바통을 넘겨받는다. 에이스 임동현이 금메달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 경쟁력이 있는 배드민턴도 시동을 거는데 여자 복식 이경원-이효정(이상 삼성전기) 조가 선두주자다. 지난 5월 세계팀선수권대회에서 중국의 양웨이-장지웬(세계랭킹 1위)조를 2-1로 꺾은 적이 있다.
16(토)=금빛 바벨쇼 보라!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고양시청)의 금빛 바벨 쇼가 펼쳐진다. 여자 최중량급인 75㎏이상급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에 빛나는 장미란에 견줄 선수는 무솽솽(중국)밖에 없다. 여자 역도의 최강 중국이 확실한 금메달 획득을 위해 이 체급을 피해갈 가능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장미란의 우승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남자 배드민턴 복식의 이용대-정재성(이상 삼성전기) 조도 싹쓸이 금메달을 노리는 중국 배드민턴의 경계대상 1호로 떠오를 만큼 경쟁력을 갖췄다.
19(수)=남자 체조 개인기 승부수
이틀간 휴지기를 거친 뒤 체조 남자 개인종목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평행봉은 전략종목. 김대은(전남도청)과 유원철(포스코건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김대은은 지난해 세계선수권 평행봉에서 우승했고, 유원철은 대표팀 내에서 '평행봉의 달인'으로 불린다. 중국의 양웨이와 금메달을 놓고 다툴 전망.
2122(목·금)=태권도 종주국의 명예를 살린다
4체급에 출전하는 태권도가 절반 이상의 금빛 발차기로 효자종목으로 연착륙할 지가 관심사. 21일 남자 68㎏급 손태진(삼성에스원)과 여자 57㎏급 임수정(경희대)이 나란히 미국의 '로페즈 가문'을 상대로 우승에 도전한다. 이튿날엔 여자 67㎏급 황경선(한체대)과 남자 80㎏이상급 차동민(한체대)이 나선다. 황경선의 금메달은 떼논 당상. 그러나 차동민은 이 체급 세계 최강 다바 모디보 케이타(말리)의 산이 높다.
23(토)=투혼, '우생순' 신화를 금빛으로
젖먹던 힘을 다 쏟아내야 한다. 폐막 하루 전 복싱 51㎏급 이옥성(보은군청)과 남자 탁구 단식 유승민(삼성생명)에게 이목이 집중된다. 2005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 이옥성은 신혼여행을 마다하고 땀을 흘렸다. 유승민은 올림픽 2연패에 도전장을 던졌다. 왕하오 마린 등 중국의 이면타법 고수들에 대한 적응력이 변수지만 큰 경기에 강한 무대체질에 희망을 건다. 이밖에 4년 전 준우승이었지만 가슴벅찬 감동을 안겨준 여자 핸드볼도 순항을 거듭해 결승에 진출한다면 '우생순'의 감동 스토리를 올림픽 통산 3회 우승의 화려한 피날레로 장식할 가능성이 높다.
24(일)=마지막을 달린다, 베이징의 전설을 위해
피날레의 감동이 메인스타디움에 울려 퍼질 수 있을까.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삼성전자)가 생애 마지막인 4번째 올림픽 마라톤에 출전해 승부수를 던진다. 스피드는 다소 처지지만 풍부한 레이스 경험과 살인적인 베이징의 더위를 등에 업고 특유의 지구력을 발휘한다면 의외의 낭보를 전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첫댓글 좋은 정보 잘보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