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을 지루하게 내리던 가을비도
그 새벽엔 멈추었고
조금은 쌀랑할꺼라~
예견되어
잠바하나 베낭밑에 넣고나니
오늘은 들어줄 남성대원 대장밖에 없을텐데
제법 베낭이 묵직하네.
짐을 줄여야 되.
사과도 하나 더 빼고
삶은밤도 빼내고....
단촐하게 넷이서
스물여덟번째 대간길을 떠나며
가을이 오고있는
강원도의 산야들이
이번에는 또 무엇으로 우리를 감동시킬 것인가?
잔뜩 기대에 부풀어 산행길을 나섰다.
모처럼 고속도로를
벗어나
양수리 양평길 들어서니
새벽녘 남한강은
물안개 뽀오얗게 산을 가리고
길게 뻗은 가로등 노오란 불빛이
가을새벽 찬공기를 따스하게 녹이는데
연휴에 나드리 떠나는 차들은
바쁜 중에도 즐겁기만 하더라.
홍천도 지나고
인제를 들어서니
내린천 계곡의 힘쎈 물결,
활력소 되어 우리에게 힘을 주고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는
가지각색 꽃 피우며 길가에 늘어서서
이곳 지나는 객들을 기분좋게 해주며
신선한 감탄까지 자아내게 하니...
들어갈수록 깊어지는 첩첩산중은
강원도 오지가 바로 이런 곳이로구나.
자연이 주는 순수한 아름다움은 끝이 없었는데
진동리의 설피밭을
지나고
단목령 가는 입구 찾아가니..
초소하나 덩그랗게 길막고 서서
아담하게 생긴 아저씨 입산허가서
내놓으라네...
아뿔싸!!
입산금지인줄 몰랐는디요. ?
소문으로도 그런말은 없었었지라~
새벽 4시간을 달리고 달려 예까지
찾아서 왔는데
이러카면 김 새지요~
대장님 정중하게 미리 준비못했음을 사과드리고
임시 입산 허가서
즉선에서 발부 받아
들어갔는데 그것도
단목령~ 점봉산은 통제구역이라며 곰배령까지만 허가한다니..
조금 실망은 하였지만 우리대장님이
누구신가?
다아~ 가는 방법이 있지요. 돌아서 가기로~
단목령 입구에는
그 오지에 어울리지 않는 멋드러진 갤러리가
,
신기루처럼 서있고 앞개울 늘어선 나무들은
재빠르게 곱디고운 가을옷 갈아입고
올가을 단풍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라네.
.
단목령 입구에서 통제구역 팻말 선명한데
차마 들어서지 못하고 아쉬운 마음 속은
상했지만
발길돌려 곰배령으로~~
단목령~ 전봉산~ 작은전봉산~ 곰배령을
우선 곰배령으로 올르기로 합의보고
산행을 시작 10시30분!
입구서 부터 가을기운 완연하고
어제 내린 비는 곳곳에 게곡물 불려놓아
콸콸대며
바쁜듯 흘러가는데
완만한 산길은 중반까지 별로 힘이 들지 않았고
상큼한 초가을의 황록색 잎들은
성급하게 떨어져 등산로를
덮고있었다.
너덜지대 지나 한참을 오르니
서서히 나무들 키를 낮추고 키작은 산죽들 팔랑대는데
보인다 거대한 산등성이가~
곰배령!!
12시 17분 곰배령 도착
해발 1178m 지점에
이런 완만한 평원이 ~
사방으로
뻗어있는 산맥들 첩첩이 내려다보이고
가을은 벌써 이 산의 주인되어
곧 있을 화려한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데
밀려오는 감동
안고
바람과 동무하며 하늘을 걸어간다~
몸도~ 마음도~ 백두대간 종주의 꿈을 안고~
바로 앞 쳐다보이는 작은 점봉산
곰배령 끝닿는 곳에 멀쭘하게 서있는 두개의 장성이
용기주며 하는말, 귀 기우려 들었더니
예까지 어렵게 올랐는데 계속
오르라네.
미리 간 산꾼들 기척에는 용기가 솟고
눈 잠깐 감고 작은 점봉산으로 오르기 시작 했지.
명희가 입이 닳도록 부르짖던 점봉산!
백두대간 제27구간안에
들어있는
한계령 남쪽에 있어 남설악이라고도 불리운다는 이 산은
1,424 m 정상의 조화로운 암봉에 오르면
설악의 만물상을
포함한 외설악의 모든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는데
이 기막힌 보너스를 놓칠순 없지.
작은 점봉산 정상을 향하며
눈안에 들어오는
점봉산의 거대한
자락은 깊은 가을에 들어앉은듯
울긋불굿 가슴 설레게 하고
정상에 올라서 굽어 보이는
어마어마한 설악의 자락들이 벌써부터 가슴을
뛰게 만들었는데
작은 점봉산정상에서 부터 점봉산 정상까지는
설악의 영봉 준령들을 건너다보며
구룡령 조침령에서부터
오는 대간길을 친구삼아
하늘에 머리를 들이밀고
계속 하늘길을 훨~훨~ 바람에 밀려 걸어가고있었다.
하늘의 구름은
거대한 그림자 만들어
이산 저산 옮겨 다니며 숨바꼭질 하니
신비스럽기까지 한 하늘의 조화를
예 아니면 어디서 또
볼꼬?
바로 눈 앞인거 같은데
오르락 내리락 길은 마디고
배는 고프니 점심을 먹자
~
1시17분!
17분만에 점심을 해결하라네, 글쎄...
" 범 본 할마이 창구녕 막듯" 먹어도
그리 빨리는
못먹겄소.
대장님~ 좀 봐주이소~
먹을것 다아 먹었는데도 인제는 속도가 빨라져서
다 치우고 일어서니 1시47분!
정상으로 오르는 마지막 길
암봉이 나타나며 급격한 경사
금방 먹은 점심에 힘은
들었지만
천지사방에 이런 비경들을 앞에 놓고
무슨 불만을 하리~
바람에 날라가는 모자를 허리에 차고
봐도봐도 감격스러운
하늘길을
날아서 걸어가는데
앞에서 오는 산꾼들 구면처럼 반기며
모두들 얼굴에 감동이 흐른다. 그들도
우리도....
2시5분!
드디어 점봉산 정상이다~~~
설악의 장쾌한
능선과 암봉들이 한눈에 요동치며 들어온다.
아~ 이럴수가???
소청 중청 대청봉이 나란히 줄 서있고
한계령을 비롯 외설악줄기들
사이
신비스럽기까지한 만물상의 기기묘묘한 암봉들이
손에 닿을듯이 그 곳에 있었다.
그 앞 사알짝 들어앉은 다소곳한
망대암산!
아 ~이런 축복이!!!
해발 1,424 m 점봉산 꼭대기에서
점 하나에 불과한 인간이
거대한 자연의
신비함에 넋이 나가
가슴이 터질것 같은 벅참을
이렇게 밖에 표현못함이 못내 안타깝지만
그래도
그곳에서
살아있음을 감사했고
건강하게 걸을수 있음에 감사했고
산을 오를
수 있어 감사 했고
산을 찾을 수 있는 시간됨에 감사했고
함께 오를 수있는 동지 있어 감사했고
지금 이곳에 이렇게 서 있을수
있는
감격스러움이
주님의 한없는 축복임을~ ~~
감사하고 감사하고 또 감사하였으니....
발걸음 떼기싫은 정상에서
단목령으로 하산~
나무사이로 간간히 보이는 설악으로
마음을 달래며 내려오는데
하늘을 막으며 선 나무들의
고운색깔 단풍이 햇볕아래 눈이 부시니
남보다 먼저 고운소식까지
전해주는
점봉산의 가을이 마음을 설레게하며
행복스럽게 했다.
단목령으로 가는 하산길은
길은 잘 나 있었는데 가파른 내리막길에
조금은 지루한 변함없는 길이
정상대로 아침에 만약 이 길로 올랐더라면
지루하고 힘든길 이었을꺼라며
오히려 타의에 의해
산행코스 바꾸어진 것이
다행하기까지 하였으니
이런것을 전화위복이라 한다지 아마.
중간에 길 잃고 헤메는 준비없는
부부팀 만나
물한병 달랑 들고 점심도 굶었는데
길 까지 헤멨으니 우리가 얼마나 반가웠을까?
먹을것 나눠주고 길까지
안내하여
하산길 동행하며 내려왔는데
우리 못만났다면 큰일 날뻔했다며 고맙다는 인사
몇번이고 하고 간 그 부부
사전
준비없는 경솔한 행동이
얼마나 무모한 객기인지를 가슴 깊히 느꼈을꺼라.
우리도 그들 덕분에 다시 한번
다졌고....
하산예정시각 5시보다
3분 빠른 4시 57분!
하산지점
도착하니
대장님의 정확성 다시한번 입증되고
해거름 개울가 단풍은
아침보다 더 고운색깔로 눈길을 끄니
가을은 그렇게
빠르게 빠르게 우리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50대 후반에 "자동차운전면허" 단번에 따낸 명희!
홍천에서 합격턱으로
쏜 삼겹살로
무사한 산행 자축에
운전면허취득 축하까지하고 귀경길로 ~
나드리 귀경차에 발목 잡혀
12시가
넘어서 귀가하긴 했지만
무사한 산행에 방글방글 웃기까지 하고 들어갔더니
조금 더 늦게 와도 괜잖다네.
고맙기도
하셔라~~~
친구들아~
연휴동안 모두들 잘~지냈겠지?
본지 얼마 됬다고 또
보고싶네, 너그들이....
2005년 10월2일
백두대간 스물여덟번째 산행 보고드렸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