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몽골 여행을 처음으로 생각했던 건, 2003년이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8월 한 달간 러시아어 연수를 마치고 난 후 중국으로 점프했었고, 길림과 북경을 거쳐 후후헛을 여행한 후 일본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다음에는 외몽골에 가자'고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정작 2009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몽골 비자를 받고, 이윽고 외몽골땅을 향해 출발할 수 있었다.
2008년에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우고도 비자를 받지 못해서 외몽골 여행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경비가 마련되지 못 했던 것도, 외몽골 여행계획을 실현하지 못 한 한가지 이유였다.
아무튼, 2009년 여름, 별러왔던 외몽골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외몽골 여행의 목적은 학술답사를 겸한 훕스굴지역 유목민생활체험이었다.
울란바타르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그래서 되도록 빨리 훕스굴로 이동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훕스굴로 가려면 반드시 훕스굴까지 안내해 주는 이가 필요하고, 훕스굴에 사는 유목민을 알고 있어야 했다.
다행히, 2007년도에 내몽골대학에서 같이 중국어를 공부했던 몽골인 친구 한 명이 훕스굴출신이었고,
이 번 여름 훕스굴 고향집으로 돌아가 여름을 보내기로 했다는 그 친구의 안내를 받아 훕스굴까지 가기로 했다.
후후헛에서 외몽골로 국경을 넘을 수 있는 몇가지 방법 중, 가장 일반적인 루트는
내몽골의 얼렌하오터와 외몽골의 쟈민우드사이의 국경을 자동차로 넘는 루트다.
북경에서 국제열차를 타고 울란바타르로 가는 루트가 있지만, 편리하긴 해도 기차삯만 중국돈으로 800원이다.
시간은 대략 하루 정도 걸린다고 한다.
후후헛에서 얼렌하오터까지는 버스로 6시간이 조금 안 걸린다. 버스요금은 인민폐 100원 정도,
아래는, 얼렌하오터 버스정류장에 내려서 찍은 사진이다.

여기서, 몽골쪽으로 국경을 넘으려면 국경통과 버스를 타거나, 국경을 점프시켜주는 일을 하는 자가용 운전자들을 찾으면 된다. 버스는 40원 정도, 자가용영업차는 50원 정도 요금이 든다. 7월 9일 오후 한 시 반쯤 얼렌하오터 버스정류장에 내려서, 짚차 한대를 열 명이 넘는 사람들과 함께 고용했다. 마악 방학이 시작되는 무렵이었기 때문에, 중국에 유학중인 몽골유학생들이 몽골의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얼렌하오터에 물려들고 있었다. 그 때문에 짚차 한 대에 열 명이 타야 할 만큼, 차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아무튼, 이 밑 사진에 담긴 짚차를 타고 얼렌하오터에서 국경을 넘어 쟈민우드에 도착했다.

쟈민우드는 국경도시라서 그런지, 또 중국에서 몽골로 육로를 이용해 점프하는 가장 일반적인 루트이기도 해서 그런지
외국인들이 많았다. 때마침 몽골의 가장 큰 국경일인 '나담축제일'을 앞둔 시점이었기 때문에, 나담을 보려는 수많은 외국인들이 쟈민우드를 지나 울란바타르로 가는 길 위에 있었지 싶다. 물론, 나도 그 중 하나였다.

쟈민우드는 중국과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도시긴 해도, 건물의 색깔이나 사람들의 옷차림 등이 중국쪽 내몽골하고는 많이 달라 보였다. 맥주 한 병에 1달러 쯤 하는 게 조금 놀라웠다. 중국 맥주 한 병 값이 보통 인민폐 2.5원(30센트쯤)쯤 하는 걸 생각하면, 물가 차이가 꽤 컸다. 내몽골 대학에 유학중인 투기라는 몽골인 유학생과 함께 국경을 넘었는데, 투기는 나를 위해서 후후헛/얼렌하오터간의 버스표 및 쟈민우드/울란바타르 간의 기차료를 내 대신 미리 예약해 주었다. 투기 덕분에 표를 직접 사는 수고를 덜기도 했고, 아마도 투기가 없었더라면 침대차칸의 표는 구할 수 없었을 듯 하다.
국경을 넘어 쟈민우드에 도착한 건 오후 3시 반쯤, 기차는 여섯시 조금 전에 출발한다. 울란바타르에 도착하는 것은 다음 날 아침 열시 가까운 시각...... 이 정도의 시간이나 거리를 달리는 여행에는 익숙해져 있지만, 아무튼 결코 짧은 여행이라고 할 수는 없다.


쟈민우드 역사 근처에 서 있던 소. 길을 잃은 건지, 역 앞 광장 한가운데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런데, 조금 배경하고 안 어울리는 모습이었던 까닭에 나는 이 소가 실제 소가 아니라 조형물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가까이 가서 보니 침도 흘리고 고개를 두리번거리기도 하는 진짜 소였다.
첫댓글 여행은 언제나 계획을 세우면서도 즐겁고 떠나는 것에 대한 기대가 크죠. 막상 현지에 가서는 어려운 일에 부닥치는 일도 있지만 그 마저도 지나고 나면 멋진 기억으로 남지요. 결코 후회스럽진 않죠? 혼자이기에 어디든 마음먹은 대로 갈 수 있겠지요? 자유~!를 만끽하면서요. 좋아보입니다.
저 짚차에 사람 10명과 짐까지?? 와우~? 상상을 초월하는걸요. 쟈민우드 역 앞에 서있는 소는 탈을 쓴 것 같네요. 여행자와 마찬가지로 왠지 쓸쓸해 보이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