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출판사 대표가 자신의 소소한 취향이
반영된 여행지를 꼽았다. 여행지 거기서
읽을 만한 책도 추천했다. 책과 함께하고
(혹은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바로 이곳
이다.
'남해의 봄날' 대표인 '정은영'은 여행지로
'경남 통영시 봉수골' 과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를, 거기서 읽을 책으로 《디자이너
마음으로 걷다 _ 나가오카 겐메이 지음,
서하나 옮김 / 안그라픽스 펴냄》를(을)
추천해 주셨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드는 곳은 일부러 피했지만 보고픈 이들을
찾아가는 것은 여행의 큰 즐거움이었다.
다양한 지역에 사는 작가들을 만나거나
안부가 궁금한 책방들을 찾아 나서가나,
혹은 손맛 좋은 식당 사장님이 그리워
불쑥 찾아갈 때도 있었다. 내가 '통영
봉수골'이라는 마을에서 겁도 없이
출판사 열고 13년을 꽉 채워 살게 된
것도 부족한 내게 곁을 넉넉한 품으로
내어준 따뜻한 마을 사람들 덕분이었다.
서울 떠나 지역 이주를 생각할 때
제주와 통영 사이에서 오랫동안 고민
했었다. 만약 내가 통영이 아닌, 제주로
갔었더라면 터 잡고 살았을지도 모를
작은 마을이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일
것 같다. 나는 그 마을이 좋아서 두어 달
그 마을에서 살기로 했다.
아늑하게 마을 감싸안은 바닷가를
걸어 가면 저멀리 빨간 등대 뒤로 점점
이 보이는 갈치잡이 배의 불빛이 또렷해
진다. 이때쯤 이 마을의 명물, 토박이
삼촌이 왜 평생 평대리를 떠나지 못하고,
왜 그토록 열심히 이 마을 이야기를 전하
는지 알 것 같았다.
내가 10년 넘게 살아온, 아래로는
바닷길이 펼쳐지고 위로는 산길로 이
어지는 아늑한 마을, 통영 봉수골도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처럼 아름답다.
다양한 사람들이 여기서 그림 그리고
기타 치고 사진 찍으면서 자기만의
삶을 만들고 마을도 나그네를 마음을
담아 환대하는 곳이다. 그런데 오해는
하지 마시라. 마을살이가 즐겁다고
해서, 지역의 삶이 낭만적인 것만 있
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다가 지금에야 보이는 것도
있고 다소 위태로운 것도 있다. 그리고
종종 고립감을 느낄 때도 있다. 그럴 때
마다 전열을 다시 가다듬게 도와준 것이
'나가오카 겐메이' 선생이 쓴 《디자이너
마음으로 걷다》라는 책이다.
'나카오카 겐메이' 선생은 일본의 유명한
디자인 활동가로서 '디앤디파트먼트'를
창업하셨고 현장의 경험을 최고의 스승
으로 삼고 '롱 라이프 디자인'을 직접
실천하신 분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지역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를 더
궁리하는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