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약>, 이지성, 2011
내가 만난 아이는 수업 시간에 발표자의 의견이 자신의 의견과 다르면 발광을 하는 행동을 보이곤 했는데, 선생님이 있든 없든 개의치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제 의견을 십 분이고 이십 분이고 따발총처럼 쏘아댔다. 나는 처음에는 '녀석 좀 과격한 면이 있군.' 이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겨울 방학 동안에 ADHD 연수를 받고 오신 교과 담당 선생님이 하는 얘기가, 그 아이의 모든 행동을 종합해볼 때 상당히 심한 수준의 ADHD 증세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말씀을 덧붙이셨다.
"자네 앞으로 그런 아이를 데리고 어떻게 수업을 진행할 건가? 그 아이의 부모님은 아이가 ADHD라는 걸 아는가? 빨리 알려서 치료를 받도록 하게. 나는 앞으로 1년 동안 그런 아이를 데리고 수업할 자네가 걱정되네."
하지만 난 걱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아이의 부모님께도 알리지 않았다. '그래 봤자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기밖에 더하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이면에 "엄마, 아빠 날 좀 사랑해 주세요. 나에게 관심 좀 써주세요."라는 간절한 부탁이 있다. 그런데 많은 부모님들은 아이의 행동 뒤에 숨겨진 마음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대신 어떤 책이나 자료를 통해 얻은 작은 기술적인 지식을 동원해보다가 생각처럼 안 되면 '나도 할 만큼 했어!'라고 하며 간단하게 아이를 병원에 맡겨버리기 일쑤다.
..요즘에는 병원 치료가 아닌 가정 치료를 받아야 할 아이들까지 너무나 쉽게 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그렇게 병원으로 향하는 아이의 마음 깊은 곳에 무엇이 새겨지겠는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116~117쪽
이번 '복지요결 강독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ADHD 교육 받고 온 지역아동센터 선생님께서 센터 아이를 이런 눈으로 바라보자,
그 센터가 속한 교회 목사님이 그러셨다지요?
"배웠다는 사람의 문제가 뭔지 아나? 멀쩡한 아이를 문제 아이로 만드는 걸세!"
이 책에서도 이런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겨울 방학 동안에 ADHD 연수를 받고 오신 교과 담당 선생님이 하는 얘기가, 그 아이의 모든 행동을 종합해볼 때 상당히 심한 수준의 ADHD 증세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저자의 걱정,
"요즘에는 병원 치료가 아닌 가정 치료를 받아야 할 아이들까지 너무나 쉽게 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그렇게 병원으로 향하는 아이의 마음 깊은 곳에 무엇이 새겨지겠는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아가 되기는 쉽지만 보통아이가 되는 건 어렵다'는 노랫말이 생각납니다.
조금만 다르게 행동해도 ADHA, 그리고 전문기관에 서비스 의뢰, 연계..
그러면 이제 그 아이는 더욱 문제 있는 아이, 특별한 아이가 되어버리잖아요.
또 그 아이도 그 시선처럼 더욱 더 특별하게 행동하기 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