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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 대게의 고장 - 영덕 강구항을 찾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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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 겨울바람. 여름동안 몰렸던 인파가 사라진, 황량하게 펼쳐진 백사장과 그 위를 ‘휘이익’ 소리를 내며 스쳐가는 매서운 바람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한 겨울에 찾은 강구항은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오히려 더 부산스럽고 따스함이 넘쳐난다. 경북 영덕군 강구면 강구항. 7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 보면 흔히 만날 수 있는 작은 어촌 마을이다. | 하지만 그 이름이 낯설지 않다고 여기는 이도 많을 터. 몇 년 전 방영됐던 MBC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극중 선장 박재천(최불암 분)의 꿈과 희망이 담긴 삶의 터전으로 꽤나 유명해진 곳이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아직 강구항은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고, 주인공들은 잊혀졌어도 이 곳 사람들은 여전히 강구항에서 배를 타고 그물질을 하며 희망을 낚는다. 강구교를 지나면서부터 풍기는 비릿한 생선 내음이 친근하게 느껴지고 마을 군데군데 남겨진 적산가옥(일제시대 때 지어진 목조 기와집)들에게선 묘한 감정도 인다. 강구항은 욕심을 내어서라도 이른 아침에 찾는 것이 좋다. 해 뜨기 전부터 시작해서 오전 9시까지 ‘탕 탕 탕’ 활기찬 엔진 소리를 내며 귀항하는 고깃배의 행렬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징어 배를 선두로 하여, 고등어, 청어배가 따라 들어오면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전국에서 활어차들이 몰려온다. 강구항의 하루는 시작부터 분주하다. 내일의 출어를 위해 배들이 잠시 정박한 사이 동네 갈매기들이 뱃머리를 차지하고, 포구 주변 어시장과 풍물거리의 횟집들도 손님 맞을 차비에 바빠진다. 오징어, 광어, 도다리 등 풍부한 해산물의 집산지로 각양각색의 입맛을 가진 관광객들을 만족시켜주는 강구항. 매년 11월부터 다음해 5월 사이엔 강구항의 유명세에 대적할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하니 바로 ‘대게’란 놈이다. 미인 뺨칠 만한 길고 늘씬한 다리를 가진 대게.
저마다 원조마을임을 내세우고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열을 올리건만, 어쨌든 강구를 대표할 만한 유명인사가 대게임은 틀림없다. 요즘 한창 제철인 대게 맛을 보기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강구항은 평일에도 발 디딜 틈이 없다. 털게, 북한산 게, 러시아산 게, 홍게. 많고 많은 게 중에서도 대게를 으뜸으로 치는 건 그 쫄깃쫄깃하고 꽉 찬 속살 때문일까. |
| 좌판 위에 올려진 대게를 장난스럽게 들어올리는 아이, 무섭다고 울어대는 아이, 값을 흥정하며 좀더 알찬 놈으로 고르는 어른. 모두모두 재미있는 구경거리이다. “대게는 배가 하얗고요, 홍게는 빨간 기라요. 대게가 크다고 붙여진 이름이 아이다아닌교. 대나무처럼 다리가 곧다고 해서 그래 부른다 아닌교. 요쪽 놈은 털게인데, 생긴 게 좀 못생겼지요?” 워낙 많은 매체에서 취재를 해 가는 터라 이 곳 사람 모두가 게 전문가가 다 됐다. 4백m정도 되는 풍물거리에 쭈욱 늘어선 80여군데의 대게 전문식당에서는 쉴 새 없이 대게를 쪄 내고, 찜통에서 올라오는 짭조름한 냄새를 담은 연기는 거리를 온통 하얗게 덮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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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시끌한 어시장에서 조금 벗어나 본다. 바닷가를 따라 난 구불구불한 해안도로에 서면 이내 가슴이 탁 트인다. 조금만 더 가다보면 여러 가지 눈요기 거리가 있어 즐겁다. 쪽빛 바다에서 고기를 낚는 사람들. 바다 바람을 맞으며 잘 말라가는 오징어피데기, 사랑하는 젊은 남녀들처럼 마주선 두 개의 등대. | 눈이 어지럽도록 머리 위를 맴도는 갈매기 떼.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 모두가 강구항을 잊지 못하게 만든다. 여느 항구, 여느 바닷가와 별반 차이 없는 풍경이라 말하는 이도 있겠지만 사시사철 찾을 때마다 새로운 눈요기 거리와 먹을거리를 주는 강구항은 배낭하나에 간단한 짐을 꾸려 쉬이 나설 수 있는 부담 없는 여행지이다. 바다가 있어 좋고, 맘에 담아 올 추억이 있어 더욱 좋은 길. 강구로 향하는 길이다. 글·사진 최지연
들러보세요
● 영덕 해맞이 공원 강구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높은 바닷가 절벽 위의 해맞이 공원을 만난다. 등대도 만들어 놓았고, 도로에서 바다까지 내려가는 산책길도 마련되어 있다. 간이 포장마차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일도 잊지 말자. |
| ● 경보화석박물관 우리나라 최초의 화석박물관. 제1전시관에는 세계 20여 개국에서 모은 시대별, 지역별 화석 약 2천여 점, 제2전시관에는 1백30여 점의 식물화석 그리고 특별전시관에는 세계 24개국 지폐가 전시되어 있다. 위치 | 경북 영덕군 남정면 원척리 경보휴게소 2, 3층 전화 | 054-732-8655
월간 여행스케치(www.ktsketch.com) 제공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