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순서>
청소년사목 현장의 목소리 ① 주일학교, 변해야 산다 ② 청소년사목을 위한 극약처방
애들이 모이는 곳엔 이유가 있다 ① 문을 열어라! ‘아델의 청소년 문화공간 청청청’ ② 청소년과 교사들의 에어백, 사목코디네이터 |
“30년 후에 과연 몇 명이 교회에 남아 신앙을 고백할 수 있을까요?” A교구에서 청소년사목을 담당하고 있는 한 사제는 전화기 너머로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현재 한국 천주교회가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교회의 어린이 · 청소년 계층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사목의 위기는 주교회의와 교구에서 발표한 통계에서도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주교회의 산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발표한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12>에서 어린이 · 청소년 신자 수는 전년도 통계에 비해 초등부 6.1%, 중등부 3.2%, 고등부 3.6% 줄어들었다. 심각한 것은 대상자 중 주일학교에 나오는 비율이 초등부 59.5%, 중등부 29.6%에 불과하다는 거다. 주교회의는 “2002년 이래 주일학교 참여 학생 수는 지속적인 감소 추세”라고 분석했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이 지난주 청소년주일을 맞아 발표한 <2013 서울대교구 청소년 사목 현황>에 드러난 주일학교 참여율은 전국 통계보다 훨씬 낮았다. 교적에 등록된 학생 중 주일학교에 참여하는 학생의 비율은 초등부 31.5%, 중등부 10.3%였다. 서울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도 확연히 낮은 수치다.
국가 전체적인 인구 감소에 따라 교회의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레 받아들여야 할 현상이지만, 왜 해가 갈수록 교회를 찾는 어린이 · 청소년 신자 수는 줄어드는 걸까? 청소년사목에 애정을 갖고 고민하는 이들에게, 교회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외면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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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 기자 |
“학교 교육 복제한 주일학교, 매력적이지 않아”
우선 청소년사목에 참여하고 있는 주일학교 교사와 수도자, 사제들은 제도교육과 마찬가지인 주입식 교리교육의 한계를 지적했다. 중 · 고등부 주일학교를 맡고 있는 이민우 교사(서울대교구 광장동성당)는 “교리 시간을 매력적으로 느끼게 해줄 방법이 무엇인지가 큰 고민이지만, 교구에서 만든 교재와 월례교육의 내용은 청소년들의 취향을 반영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대교구 각 본당 중 · 고등부 주일학교에서 교구 청소년국이 제작한 교재를 사용하는 비율은 32.6%에 불과하다.
조대현 신부(서울대교구 장한평성당)도 “학교 교육 시스템을 복제한 주일학교는 요즘 아이들에게 어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신부는 주입식 교리교육 대신 생활에서 신앙을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2011년 교구에서 운영하는 가톨릭 스카우트 제도를 본당에 도입했다. 교실에서 일주일에 30분 하느님을 배우기보다 자연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두 달에 한 번이라도 야영을 가면 교사와 학생들이 서로 마주할 기회가 많아질 거라는 기대에서였다. 조 신부는 “본당 주일학교 내에 가톨릭 스카우트의 위치를 어디에 둘지, 본당 사제가 바뀐 뒤에도 유지될 수 있을지 아직 고민이 많다”면서도 “주일학교 시스템의 벽을 낮춰 다양한 교육 방식을 시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사목 현장의 전문성과 장기계획의 부재는 오랫동안 제기된 문제다. 차풍 신부(의정부교구 청소년사목국)는 “전문적인 교육과 경험의 축적 없이 좋은 마음만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차 신부는 주일학교 교사들이 기본 교재 없이 인터넷에서 수집한 정보를 모아 교안을 만드는 최근 경향을 우려했다. “(교사들이) 수고는 했지만 그런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5년, 10년 후에 학생들에게 남는 것이 없다. 아이들의 양성을 위해서는 복음적 가치의 성숙을 위한 장기적인 전망이 필요하다.”
박진홍 신부(대전교구 청소년사목국)는 “요즘에도 어떤 신부님은 아이들에게 자장면만 사주면 된다고 말씀을 하신다. 각자의 경험은 과거의 일이고 개인적인 체험인데, 그걸 청소년사목의 방향으로 삼으면 사목현장에 혼란을 가져 온다”고 지적했다. 박 신부는 현장의 사목자가 각자의 생각을 주장하기보다 “의견을 모아 교구 차원에서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추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청소년사목, 사목현장에선 필수, 신학교에선 선택지에도 없어
본당에서 청소년사목 전반을 총괄하는 사제들이 청소년사목을 교육받을 기회가 거의 없는 것도 문제다. 조재연 신부(서울대교구, 햇살청소년사목센터)는 “실제 사목현장에서는 청소년사목이 필수인데 신학교에서조차 청소년사목과 관련한 수업이 개설되어 있지 않다. 관심 있는 신학생들이 세미나를 하는 정도에 그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소속 B 보좌신부는 “사제서품 뒤 첫 연수의 주제가 주일학교였는데 3박4일 동안 청소년국 부서 소개만 하다 끝났다”고 토로했다. 그는 “차라리 여러 본당을 방문해 실제 현장을 탐방하고 사례별로 나눔을 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청소년사목 현장의 최전선에 서 있는 주일학교 교사들은 전문성의 부족을 스스로 체감하고 있었다. 교사 활동 7년차인 이민우 교사는 “교사 양성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들도 (청소년기에) 냉담을 했으니 아이들에게 가르칠 교리지식이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또 전문 교사가 아니기 때문에 교사 한 명이 감당할 수 있는 학생 수도 제한적이고, 교육방법론을 모르는 것도 어려움으로 지적했다. 주일학교 교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청년 신자들 역시 청소년기에 체계적인 청소년사목의 틀 안에서 성장하지 못했다는 점은 결국 지금에 와서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교리교사연합회를 담당하고 있는 박진홍 신부(대전교구)는 “교사용 교재의 수준이 신학 공부를 마친 사람이 볼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나오고 있다. 교사들이 밑천이 없는 상태인데다 그 자신도 학업과 취업 준비로 교리교육 준비에 투자할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으니 부담을 갖고 아이들 앞에 서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대전교구 청소년사목국의 경우 교구 내에 지역별로 5개 거점 성당을 정해 2년 과정으로 교리교사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박 신부는 “이 문제를 당장 해결할 방안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 그러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10년, 20년 후에 교사가 될 사람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일학교 교사 “희생하고 있다는 느낌만 든다”
자발적인 봉사로 시작한 주일학교 교사 활동이 신앙생활의 일부가 아닌 ‘일’로 여겨지는 상황도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천진아 사목코디네이터(서울대교구 무악재성당)는 “여름 캠프가 끝나면 지쳐서 그만두는 교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평소 교사회 활동이 신앙 성숙의 기회로 이어지지 않다보니 큰 행사를 치르면서 일과 인간관계에 대한 피로감이 증폭돼 터져 나오는 거다. 최근 주일학교 교사 대다수의 활동 기간은 2년 미만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서울대교구의 경우 2012년 초 · 중 · 고 주일학교 교사 수는 3,144명으로 집계됐는데, 작년 한 해 동안 그만둔 교사의 수는 876명이었다.
이민우 교사는 “교사들이 업무에 치이다보면 희생하고 있다는 느낌만 든다. 교사 활동이 신앙을 다지는 계기가 되어야 오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대해 박진홍 신부는 “행사가 교사들에게도 신앙 활동의 기회가 되고, 활동 중에 교사들 간의 다툼이 생기지 않도록 처음부터 끝까지 본당 사제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청소년사목이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교회의 구조적 한계도 작용한다. C 보좌신부는 “본당사목 방향을 사제가 각자 판단하고 결정하기 때문에 어떤 사제가 오느냐에 따라 본당 분위기가 달라진다. 주일학교도 예외는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교구 사제의 본당 임기는 주임신부 5년, 보좌신부 2년이다. 이민우 교사는 “주일학교에 의욕이 있는 신부님이 본당에 오시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교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신부님이 교사회를 따라주시면 어떨까 싶지만 교사회도 활동 기간이 짧아지고 있으니 총체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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