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외씨버선길 기행, 제8 보부상 길
외씨버선 제8길은 봉화군 소천면 분천역과 춘양면사무소를 잇는 18,5km의 옛길 구간이다. 이 길은 옛날 분천장과 춘양장
을 오간 봇짐장수(보상)와 등짐장수(부상)들이 다니던 길이라 하여 보부상길(褓負商-)이라 한다. 울진(蔚珍)과 봉화(奉化)
를 잇는 길에는 '십이령 옛길' 이 있다. 경북 동해 북부 울진지역과 영서 내륙의 봉화지역을 연결하는 주요 교통로이자 조
선 후기 보부상들이 오가던 길이다. 외씨버선 제8길은 바로 십이령 옛길의 봉화 쪽 일부 구간이다. 당시 그들은 울진에서
동해안의 해산물을 사서 봉화와 영주장으로 가서 판매한 후, 다시 그곳의 특별한 산물이나 중앙에서 온 공산품을 사서 울
진으로 내다 팔았다. 두 곳을 오가는 길은 태백산맥(太白山脈. 낙동정맥)을 넘나들며 큰 고개만 열두 개를 넘어야 했다. 그
래서 불린 이름이 십이령(十二嶺) 보부상길이다. 이 길은 멀고 높고 또 험해서 당시 보부상들은 큰 상단을 이뤄 운영되었
었다.
토요일이었던 5월 29일, 외씨버선 제8길(10번째 구간)을 걷고 왔다. 앞선 구간 봉화 연결길을 걷던 15일에 이어 일주일
만에 다시 찾은 분천은 비 개인 신청(新晴)의 아침이라 더 청량했다. 신록은 맑은 햇살에 더 푸르고, 분천 역 앞 낙동강 큰
여울에 내리는 햇살은 반짝반짝 수면에 튕겨 빛났다. 분천역에서 시작되는 옛 보부상길은 처음부터 가파른 산고개를 넘
게 한다. 죽미산(竹嵋山)이 북쪽으로 늘어뜨린 산줄기가 분천 서쪽을 에워싸니 강물은 그 산줄기를 따라 굽 돌아 나가고,
마을 앞을 지나는 36번 도로는 그 산줄기를 뚫고(분천 터널) 나가는데, 옛길 가는 사람들은 산줄기를 타고 올라 곧은재를
넘어간다. 매헌 교차로를 지나 작은 언덕을 넘는다. 산굽이 돌고 돌며 심한 감입곡류로 흐르는 낙동강이 이번엔 큰 여울
을 이루고 흐른다. 동천(洞天) 같은 진경(珍景), 한 폭 그림 되어 펼쳐진다. 배나들이 한여울이다. 누군가는 이곳 강변 비탈
에 그림 같은 펜션을 지어 놓고 사람들을 불러 하룻밤 신선이 되어보라 한다. 잠시 현동천(縣洞川)이 합류하는 어귀를 굽
도는 낙동강을 거슬러 세평 하늘길을 걷는다. 현동역(懸洞驛)을 가로질러 막지고개를 넘어 소천면 면소재지 현동(縣洞)
을 찾는다. 현동천이 동구밖으로 돌아나가는 조그만 산촌마을은 그러나 길은 사통팔달이다. 36번 국도와 31번 국도가
교차하는 도로는 영양, 안동, 봉화와 태백과 울진으로 이어진다. 현동2리 씨라리골(시동길)을 거슬러 살피재를 찾는다.
소천면과 춘양면 경계의 해발 700m 고개. 왕두산 형제봉과 화장산을 동서로 잇는 산줄기를 타 넘는 고개는 높고 험해서
길손들이 잘 살펴서 넘어야 했다 하여 살피재가 된 고개다. 지금은 잣나무 숲 우거진 고갯길이다. 배낭에 카메라 하나 달
랑 둘러맨 여행객은 가벼운 몸으로 걸어 올라도 숨이 찬다. 옛날 보부상들은 50여 kg이나 되는 등짐을 지고 어떻게 이길
을 넘나들었을까? 그저 놀랍기만 하다. 재 넘어 옛 화전밭 길을 따라 '높은터(간이 쉼터)'를 지나 자작나무 숲길을, 긴 임
도(林道)를 따라 소나무 숲길을 걷는다. 금강송 진한 솔향이 들숨을 따라 가슴을 파고든다. "숲은 내 몸 밖의 또 다른 허
파다" 라는 어느 선승의 말이 실감 난다. 초목들의 진한 초록 향연을 마주하니 발길이 가볍고, 심신이 상쾌하니 절로 명
상에 빠져들게 된다. 가마골로 내려선다. 춘양(春陽) 까지는 이제 한 고개가 남았다. 관석 길 돌아 모래재를 오른다. 옛
보부상들이 토하는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듯한다. 모내기 막 끝낸 운곡길 걷는데 발길이 터덕댄다. 마지막 고개를 넘은
안도감에 긴장이 풀린 탓도 있지만, 그러나 사십오 리 산길은 만만치가 않다.
춘양역은 '억지 춘양' 이란 말을 낳은 역으로 회자되는 곳이다. 반듯하게 놓여져야 할 철길을 힘 있는 향사가 애써 지금
의 역사까지 철길을 끌어들인 몽니 때문이다. 춘양은 일제 때 경북 북부 내륙의 임산물 집산지였다. 일제는 당시 영주
와 철암을 잇는 중앙선을 놓아 수많은 목재들을 수탈해 갔다. 조선 후기, 황장봉산(黃腸封山)이었던 울진과 봉화의 금강
송(金綱松)이 춘양목이란 아픈 이름을 갖게 된 연유다.
촬영, 2021, 05, 29.
▼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역 산타마을
▼ 외씨버선 제8길(보부상길) 안내도
▼ 분천역 앞 낙동강변
▼ 36번 국도 분천 터널과 곧은재 옛 '보부상길'
▼ 낙동강변 곧은재 옛 보부상 길 입구
▼ 곧은재 - 1
▼ 곧은재 - 2
▼ 곧은재 넘어서 본 매헌 교차로 쪽 풍경
▼ 매헌로에서 뒤돌아 본 곧은재
▼매헌교차로 언덕에서 본 배나들이 풍경
▼ 소천면 현동리, 낙동강 '배나들이' 주변 풍경 - 1
▼ 소천면 현동리, 낙동강 '배나들이' 주변 풍경 - 2
▼ 배나드리 낙동강 세평 하늘길 안내도
▼ 낙동강에 합류하는 '현동천 어귀'
▼현동3리 낙동강변 '현동역' 가는 입구
▼현동역
▼현동역 대합실의 소경
▼ 현동역과 보부상길 막지고개
▼ 막지고개에서 본 소천면 소재지(현동1리) 풍경 - 1
▼ 현동 삼거리
▼ 현동천 백천계곡 입구
▼ 보부상길, 씨라리골 가는 입구
▼ 봉화군 소천면과 춘양면 경계의 옛 보부상길 '살피재' 가는 씨라리골 안내
▼ 씨라리골 - 1
▼ 씨라리골 - 2
▼ 씨라리골 시동길을 올라 다시 살피골 입구 시동농원 가는 길 - 3
▼소천면과 춘양면 경계의 살피재 / 춘얀면 왕두산 형제봉 남쪽 줄기에 있는 고개
▼ 살피재 - 2
▼ 살피재 넘어 춘양면 소로리, 보부상 옛길 '높은터' 가는 고개
▼ 높은터, 간이 쉼터 고개 - 1
▼ 높은터 - 2
▼ 높은터 넘어 외씨버선 종주 인증 포토존
▼ 춘양 소로리 가마골 가는 길의 금강소나무 숲
▼ 춘양면 소로리, 가마(가메)골
▼ 가마골 나와 다시 관석길을 따라 모래재 가는 길
▼ 모래재 아래 호밀밭
▼ 옛 보부상길 모래재 입구
▼ 모래재 / 춘양면 소로리와 의양리 경계
▼ 모래재 넘어 하산길
▼ 춘양 의양리, 운곡길
▼ 춘양면 소재지 마을
▼춘양 의양리, 석조여래입상
▼춘양역
▼ 춘양 운곡천
▼억지춘양 시장 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