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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보석 모로코(Morocco)
모로코 전도(全圖) / 모로코 국기(國旗)
◆ 모로코 개관(槪觀)
아프리카대륙 서안(西岸)의 최북단에 위치한 모로코는 면적이 44만 2천 ㎢로 우리나라 남한면적의 4.5배 정도 되는 제법 큰 나라이다. 수도는 라바트(Rabat)이고 인종은 대부분 아랍계 베르베르인(99%)이다. 종교는 당연히 이슬람(99%)이며, 언어는 프랑스 식민지였던 까닭에 프랑스어와 아랍어가 통용된다.
1인당 국민소득 3천 달러 정도로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화페는 디르함(DH)이다.
◆ 모로코의 지형(地形)
모로코의 지형을 살펴보면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스페인과 마주보고 있으며, 알제리와 튀니지에 걸쳐있는 아틀라스(Atlas) 산맥이 서북에서 남동쪽으로 2.400km를 내려오며 뻗어있고 동쪽으로는 사하라사막과 닿아있다. 거대한 아틀라스 산맥의 가장 높은 봉우리는 투브칼 봉(4.165m)이다.
◆ 모로코 약사(略史)
모로코는 8세기에 최초의 회교왕조를 건설한 이후 12세기에 이르러 알제리·리비아·스페인 남부지역에까지 세력을 확장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19세기부터 프랑스 등 유럽 열강의 침략을 받아 1912년에는 프랑스의 보호령이 되었다가 1956년 3월 2일 독립하였으며, 1961년 국왕 하산 2세(Hassan II)가 즉위하여 1962년 12월 입헌군주국을 선포하였다. 현재 국왕은 모하메드 6세(Mohammed VI)이다.
1975년 11월 스페인이 서부 사하라에서 철수하자 모로코는 서부 사하라를 점령하였는데 그 뒤 서부 사하라의 토착민인 사라위(Sahrawi)족의 독립투쟁조직 폴리사리오(Polisario)와의 분쟁으로 오늘날까지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모로코는 폴리사리오를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알제리와 1976년 외교관계를 단절하였고, 1979년 3월에는 이디오피아와, 4월에는 이집트와도 단교하였으나 1989년 2월 알제리·튀니지·리비아·모리타니와 아랍-아그레브연합(AMU)을 결성하고, 1991년 9월 폴리사리오와의 휴전협정을 체결하는 등 분쟁종식에 주력하고 있다.
◆ 그리스∙로마 신화
그리스∙로마 신화에 의하면 스페인 남부 타리파(Tarifa)항과 모로코의 탠지어(Tanger) 사이에는 지브롤터(Gibraltar) 해협이 가로놓여있는데 이곳이 세상의 끝으로 허큘리스(Hercules/일명 헤라클레스)의 기둥이 서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신화에 보면 허큘리스는 12가지의 어려운 모험(과제)을 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그 11번째 모험이 '헤스페리데스(Hesperides) 네 자매와 머리 12개의 괴물이 지키는 헤라(Hera) 여신의 황금사과를 따오는 것' 이었다. 신화에서 거인족인 티탄족(Titans)의 영웅인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는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Hephaistos)로부터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벌로 제우스(Zeus)는 프로메테우스를 코카서스(Caucasus/Kavkaz) 바위산 절벽에 쇠사슬로 묶어 놓고, 낮이면 독수리가 날아와 옆구리를 찢고 간을 쪼아 먹는 고통을 받게 한다.
신이라 죽음이 없으니 밤이면 다시 간이 되살아나 상처가 치유되고 다음 날이면 또 독수리가 날아와 쪼아 먹고...
황금사과를 찾아 방황하던 허큘리스가 마침 이곳을 지나다가 간을 쪼아 먹는 독수리를 죽이고 프로메테우스를 구해주자 프로메테우스는 허큘리스에게 지구를 등에 메고 있는 자기의 형 아틀라스(Atlas)를 찾아가서 조언을 구하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려준다. 아틀라스는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거인 신으로 프로메테우스와 형제간이다.
허큘리스는 아틀라스를 만나기 위해 거대한 산을 넘어야 했는데 넘는 것이 지겨워 산줄기를 무너뜨리고 갔는데 그 때문에 바다를 막고 있던 거대한 산맥이 갈라지면서 대서양과 지중해의 바다가 통하게 되었고 그 갈라진 틈새가 바로 오늘의 지브롤터 해협이라고 한다.
허큘리스가 아틀라스를 만나 도움을 청하자 헤스페리데스 자매가 자신(아틀라스)의 딸들이었으므로 자신이 대신 따다줄 터이니 잠시 하늘을 메고 있으라고 한다. 허큘리스가 대신 하늘 메고 있는 동안 딸들에게 가서 사과를 따온 아틀라스는 하늘을 메기가 지겨워 도망가려고 한다. 눈치를 챈 헤라클레스는 꾀를 내어 어깨가 아파 바칠 것을 덧대야겠으니 잠시만 메고 있으라고 속여 하늘을 넘겨주고는 사과를 들고 도망갔다고 한다.
◆ 헤라클레스의 두 기둥
허큘리스가 산줄기를 자를 때 부서진 산의 한 부분인 스페인 지브롤터의 바위산(Rock of Gibraltar)과 모로코의 에벨 무사(Jebel Musa/ 혹은 스페인령인 세우타<Ceuta>에 있는 몬테 아초/Monte Hacho) 바위를 지브롤터를 지키는 헤라클레스의 두 기둥(Pillars of Hercules)이라고 한다.
프로메테우스 / 아틀라스 / 허큘리스 / 헤스페리데스 자매 / 아틀라스 산맥
1. 탠지어(Tanger)와 라바트(Rabat)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회교 모스크 / 모로코 아가씨 / 시장 골목길 풍경
북아프리카의 모로코 땅에 처음 발을 디딘 곳은 최북단의 탠지어(Tanger/탕헤르)인데 스페인의 풍광에 눈이 익은 우리에게 모로코의 첫인상은 너무나 이국적인 모습이었다. 유럽대륙의 최남단 스페인의 타리파(Tarifa) 항에서 카페리를 타면 20분 남짓이면 아프리카의 북단 모로코의 탠지어에 도착하게 된다.
탠지어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높게 솟아있는 회교사원 탑, 좁은 골목길, 잡다한 물건들을 빼곡히 진열한 길거리의 가게들, 엄청나게 크고 싱싱한 열대과일들, 그리고 푸른색 긴 치마에 무슬림 히잡(Hijab)을 쓰고 길거리는 누비는 여인들...
이곳 탠지어는 유럽으로 들어가는 항구도시 중 하나로 BC 8세기 고대 페니키아(Phoenicia)인들의 세웠던 카르타고(Carthago)의 무역 거점도시였다고 하니 그 역사가 거의 3.000년에 가깝다고 하겠다.
미리 1박을 예약하고 찾아 나선 우리의 숙소 까사 우데아(Casa Oudayas)가 하필이면 베르베르인들의 옛 주거지 메디나(Medina) 안에 있을 줄이야... 꼬불꼬불 골목길을 누비며 간판도 없는 숙소를 찾아가느라 죽을 고생을 했다. 나중에도 몇 번 혼났지만 이곳에는 호텔을 제외하고 모든 숙소에 간판이 없다.
오로지 지도와 주소만 가지고 물어물어 찾아야 되는데 모로코가 프랑스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통용어가 프랑스어다. 내가 프랑스어를 못하니 글씨를 보고 영어 발음으로 물으면 프랑스어 발음이 영어 발음과 너무나 달라서 아무도 알아듣지를 못한다. 결국 지도를 보여주고, 번지를 보여주고.... 거리를 어슬렁거리다 엄청나게 큰 석류를 발견하고 즉석에서 짜주는 주스를 한 잔 마셨는데 너무나 맛있고 가격도 싸다.
엄청나게 큰 석류 / 무함마드 영묘 / 하산탑 입구 기마위병 / 하산 탑의 돌기둥들
모로코의 수도(首都)는 라바트(Rabat)로 정치, 경제, 문화, 교통의 중심지이며 인구는 60만 정도이다. 라바트에서 2박을 했는데 라바트 볼거리의 첫 번째는 하산탑(Hassan Tower)이다. 우선 높이 솟은 모스크가 눈에 들어오는데 한 변이 16m의 정사각형 탑으로 높이가 44m라고 하며 쌓다가 중단한 상태란다. 1192년, 모로코 왕이었던알 만수르가 야심차게 시작한 모스크 건설은 1197년 그가 죽자 중단한 채 오늘날까지 멈춰있다는데 앞쪽에 남아있는 거대한 돌기둥 300개를 보면 그의 건설계획이 얼마나 웅대했는지 짐작이 간다.
이 거대한 하산탑과 광장을 빙 둘러 높다랗게 쌓아올린 붉은 진흙 벽은 반쯤 허물어진 채 서 있지만 웅장하다. 하산탑 광장의 한쪽에는 아름답게 축조된 무함마드 5세 영묘(靈廟)가 있는데 내부로 들어가면 푸른 타일로 장식된 정교하고 아름다운 아라베스크 문양의 내부 장식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리고 관광객의 접근이 금지된 아래층 영묘 옆에서는 이슬람 사제가 앉아 끊임없이 코란을 낭송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라바트는 성안(구시가지)과 성 밖(신시가지)으로 나누어지는데 대부분의 관광지는 성안에 있다. 성안에는 다시 이슬람 지역인 메디나(Medina)와 유대인 거리인 밀라(Milla)로 나누어진다.
2. 낭만의 도시 카사블랑카(Casablanca)
모로코 중부 해안의 도시 카사블랑카는 영화 ‘카사블랑카(하얀집)’의 배경이 된 도시로 멜랑꼴릭한 영화주제가의 선율과 함께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게 다가오는 도시이다. 너무나 낭만적인 이름에도 불구하고 옛날에는 악명 높은 베르베르인들의 해적 소굴이었다고 하는데 포르투갈에 의해 소탕되었다고 한다.
모스크 주변건물 / 모스크 / 카사블랑카 해변의 수영 / 화려한 아라베스크
카사블랑카의 자랑은 높이 200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미나레트(Minaret)를 자랑하는 하산 2세 모스크이다. 하산 2세(Hassan II/1929~1999)는 자신의 60회 생일을 기념하기 위하여 이 모스크를 짓기 시작했다는데 그 웅장한 규모와 화려함이 압권이다. 사원 좌우로 들어서 있는 부속 건물들도 정교한 아라베스크 장식으로 너무나 아름답고,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는 대서양을 끼고 광장과 공원이 어울려 매우 인상적이다.
하산 2세는 1961년 아버지 무함마드 5세가 죽자 왕위를 계승하여 38년간 모로코를 통치하면서 오늘의 모로코를 건설한 왕으로 사후 그의 아들 무함마드 6세가 왕위를 이어받았다고 한다. 호기심 많은 임교장의 성화로 모스크 옆의 바다에서 수영을 했는데 10월 초순이라 물이 차다. 파도가 세고 해변이 자갈로 이루어져 있어 수영하기 마땅치 않아 물에 조금 들어갔다 나왔는데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고 손뼉을 친다.
<불후의 명화 카사블랑카(Casablanca/하얀집)>
- 마이클 커티즈(미국) 감독의 1942년 작품. 험프리 보가트, 잉그리드 버그만 주연 -
세계 2차 대전, 파죽의 독일군에 밀려 파리까지 점령당하자 지하에서 싸우던 프랑스 레지스탕스들은 프랑스령 모로코로 피신, 미국행 배나 비행기를 타기 위해....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미국인 험프리 보가트는 옛 애인이었던 잉그리드 버그만이 프랑스 레지스탕스 리더인 남편과 나타나 독일 첩보원을 피하여 미국으로 밀항하는 통행증을 부탁한다. 아직도 옛 애인을 잊지 못하는 험프리 보가트.... 결국 부부를 미국으로 떠나도록 도와준다. 잉그리드 버그만이 카페에서 속삭인다.“내일 저녁 만나서....” “내일이면 어찌될 줄 알고 약속을 할 수가 있나....”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전쟁 중의 절박함을 나타내는 대사이다. 잉그리드 버그만의 고혹적인 매력과 험프리 보가트의 여심(女心)을 흔들던 우수에 찬 눈동자가 오래도록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영화이다. 들으면 언제나 우수에 젖게 하는 애잔한 멜로디의 음악 ‘카사블랑카’... 미국가수 버티 히긴스(Vertie Higgins)는 카사블랑카 영화를 보고 이 곡을 썼다고 한다. 사실 영화 OST와는 관계가 없는 노래지만 바로 이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매혹적인 곡이다. |
Casablanca(카사블랑카/하얀집)
I fell in love with you watching Casablanca
Back row of the drive-in show in the flickering light
Popcorn and cokes beneath the stars became champagne and caviar
Making love on a long hot summers night
나는 카사블랑카를 바라보며 당신과 사랑에 빠졌었지/ 야외극장의 뒷줄, 희미한 불빛 아래별빛 아래에서/ 팝콘과 콜라는 샴페인과 캐비어로 변했지/ 길고 더운 여름밤 사랑을 하면서...
3. 사하라(Sahara)사막 사파리(Safari)- 신밧드의 모험
고대 모로코의 수도(首都)였던 마라케시는 모로코 중남부지역의 내륙에 위치한 도시로, 모로코에서는 비교적 비옥한 평야지대의 중심부에 있는 도시이다. 우리는 사하라사막 낙타 사파리(Safari)와 다데스 협곡(Dades Gorges), 토드라 협곡(Todra Gorges) 등 베르베르인들의 오랜 마을들을 둘러볼 목적으로 왔다.
저녁에 마라케시(Marrakech)의 숙소에 도착했는데 이곳에서 아주 예의바른 필리핀 루손섬 출신의 40대 초반의 젊은이를 만났는데 현재 직장은 미국 필라델피아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우리는 사하라 사파리를 할 예정이라고 하자 자기는 이미 내일 출발하는 패키지를 예약했다고 한다. 2박 3일짜리를 106유로에 했다기에 우리도 함께 갈 수 없느냐고 물어보는데 옆에 있던 숙소주인인 20대의 젊은 녀석이 자기는 70유로에 소개해 주겠다고 나선다. 이게 웬 횡재냐, 재빨리 연락해 보라고 해서 내일 새벽 출발하는 팀에 합류하기로 했다.
‘우리는 3박을 예약하고 왔는데 돌아와서 2박을 해도 되겠냐?’ ‘OK, 배낭은 맡겨 놓고 가세요~~.’
일정이 어떻게 짜여 졌는지, 어떤 멤버로 구성되었는지 따지지도 않고 덜컥 돈(140유로)을 주어버렸다. 이튿날 새벽 집으로 데리러 온 사람을 따라 골목길로 나가보니 중형 승합차 안에 사람들이 꽉 차 있고 남은 자리는 우리 두 사람 자리뿐이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중형 승합차에는 프랑스인 가족, 캐나다인, 스페인 친구들, 그리고 이태리 젊은이들... 우리까지 16명이다. 어쨌거나 그리하여 꿈에 그리던 사하라사막 낙타 사파리를 떠났는데 처음에는 무슨 2박 3일이나 되나 의아했지만 우리가 너무도 무지했다는 사실을 여행을 하는 중에야 깨닫게 되었다.
새벽 마라케시 출발 ☞ 아틀라스 산맥 통과 ☞ 다데스 협곡<1박> ☞ 다데스 출발 ☞ 토드라 협곡 관광☞ 식물정원 관람 ☞ 에잇 벤하두 요새 관람 ☞ 5시간 대황야 통과 ☞ 메르주가 도착<1박> ☞ 새벽에 낙타투어...
그리고 난 후 12시간 동안 차를 타고 갔던 길을 되돌아 마라케시로 오는 여정(旅程)이다. 그리고 중간에 고대 베르베르인 마을과 영화촬영장소 및 유적들을 몇 군데 들르는... 대 장정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디 그 뿐이었으랴... 가지가지 예상치 못했던 기상천외한 이변들의 연속으로 그야말로 신밧드의 모험이었다.
<1> 거대한 아틀라스(Atlas) 산맥
마라케시를 떠나 한 시간쯤 달리면 거대한 산맥이 앞을 가로막는데 아프리카에 이런 거대한 산맥이 있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거대한 아틀라스 산맥 / 아틀라스 고개 정상 / 토드라 계곡길
뱀처럼 구불구불 아틀라스 계곡 길은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우리 고향 강원도 대관령이 아흔아홉 굽이라고 자랑을 했는데 이건 999 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꼬리를 물 듯 이어지는 수많은 아슬아슬한 고갯길이 연속으로 이어지고 거대한 산과 암벽들이 금방 쏟아질 것처럼 벌리고 서 있는 골짜기로 용케도 찻길을 뚫었다.
마치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느낌인데 정상에 올라왔다 싶으면 또다시 검붉은 거대한 산들이 첩첩이다. 모로코 쪽은 나무가 울창하고 푸른 산인데 산맥을 넘으면 대부분 검붉은 바위산이다. 이곳 어디메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에잇 벤하두(Aït Benhaddou) 마을이 있다.
<2> 에잇 벤하두(Aït Benhaddou) 카스바
베르베르 부족의 하두(Haddou) 가문이 13세기에 세웠다는 이 성채(城砦)는 붉은 흙벽돌로 지은 전형적인 북 아프리카식 요새인 카스바(Qasba/Kasbah)인데 황량한 주변 풍경과 어울려 너무도 아프리카적이다.
한때 유행했던 국내 가요 ‘카스바의 여인’이 바로 이 요새를 가리킨다고 하는데 거기서는 술집으로.. ??
에잇 벤하두 성채 전경 /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 / 정상의 전망대
차가 작은 마을에 도착하면 강의 흔적이 있고 시멘트 다리도 있는데 강 건너편에 이 성채가 있다. 붉은 성채 안에는 사람이 살지 않고 관광객이 오르는 좁은 골목길에는 장사꾼들이 진을 치고 있다. 강은 작은 도랑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는데 강 주변에 푸른 숲이 우거진 것을 보면 비가 오면 제법 강물이 흐를 듯싶다. 제법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 요새 뒤 전망대까지 오를 수 있는데 너무나 이국적이고 신기한 붉은 흙벽돌의 성채이다. 이곳에서 엄청나게 많은 영화들이 촬영되었다는데....
아라비아의 로렌스/글래디에이터/인디애나존스/소돔과 고모라/나자렛 예수/나일의 대모험/007/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쿤둔/미이라/알렉산더/Kingdom of Heaven/바벨/페르시아의 왕자/Sun of God..... ㅎ
여행 동지들 / 조개류 화석 / 와르자잣(Ouarzazate) 영화세트장
가는 길목마다 마을들이 있고 작은 규모의 카스바들도 군데군데 보인다. 또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찍을 때면 많이 이용되었다는 와자르잣(Ouarzazate)이라는 영화세트장도 제법 규모가 크다.
점심을 먹고 그늘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나보다 머리하나는 더 큰 흑인 녀석이 담배를 한 개비 달라는 손짓을 한다. 그냥 줄까 하다가 ‘이리 와. 땡큐를 한국말로 해봐. 따라 해 <감사합니다.>’이 녀석 ‘캄싸하니다.’
다시 ‘<고맙습니다.> 해 봐.’ ‘코마쓰미다’... 제기럴 담배 한 개비를 뺏겼다. ㅎ
가파른 언덕, 꼬불꼬불한 계곡 도로를 따라 한참 달리다보면 다데스(Dades) 협곡이 나타나는데 이곳은 수많은 화석과 수정이 발견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관광차가 멈추는 곳마다 늘어놓고 사라고 성화다. 화석 중에는 삼엽충, 암몬조개 등 고대 해양 생물의 화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이 바다였다가 융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붉은색, 은색, 푸른색 수정(水晶)들도 수없이 많은데 값은 비교적 저렴한 편이었지만 관심이 없다. 이 다데스 협곡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 하룻밤을 잤는데 계곡 위로 떠오르는 달이 정말 한 폭의 그림이다.
<3> 토드라 협곡(Todra Gorge)과 식물원(Botanical Garden)
토드라 협곡 / 기념사진 / 수정과 화석 / 식물원(Botanical Garden)
둘째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얼마쯤 달리다보면 또다시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루어진 협곡이 나타나는데 바로 토드라 협곡(Todra Gorge)이다. 협곡 입구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데 제법 수량이 많다. 협곡을 거슬러 올라가면 정말 금방 쏟아져 내릴 듯 바위절벽이 병풍처럼 나타나고 그 사이의 좁은 계곡으로 맑은 물이 흘러내려오는데 사람들이 마실 수 있는 물이라는 팻말도 보인다. 계곡 바깥은 후텁지근한 바람으로 땀을 찍어내는데 이곳은 무척 시원해서 관광객들은 물에 손을 담그며 고된 여정의 피로를 씻어낸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협곡을 내려오면 별천지가 나타나는데 이 메마른 황무지 붉은 바위산 투성이인 골짜기가 녹색의 초원으로 바뀌어져 있다. 이 계곡의 물이 황량했을 벌판을 농경지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제법 큰 마을도 보이는데 계곡 입구 쪽에 긴 다리가 있고 다리 밑은 완전히 녹색의 장원이다.
다리머리 쯤에 가이드가 내리고 다른 영감 가이드가 차에 오르면서 지금부터는 자기가 가이드라고 한다. 그리고 저 아래는 식물원(Botanical Garden)인데 자신이 한 시간 쯤 안내를 하겠다고 모두 내리라고 한다. 이곳에서 내 평생 잊지 못할 악몽의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토드라 식물원(Todra Botanical Garden)의 악몽
아침 10시 쯤, 토드라 식물원을 보러 모두 차에서 내려 영감탱이를 따라 식물원으로 내려갔는데.... 식물원이라기보다 둘레의 숲은 대추야자, 바나나, 올리브나무 등 열대식물들이 무성하고 가운데 부분은 주민들의 밭으로 사람들이 밭고랑에 엎드려 일을 하고 있다. 이 가이드영감은 나무마다 우리를 둘러 세워놓고 설명을 한다.
이 나무이름은 ○○이고, 열매는 어떻고, 식용일뿐더러 약리작용은 어떻고....
계속 가는 곳마다 주절거리니 짜증이 난다. 덥고, 다리도 아프고.... 뒤에서 한 20여 분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따라가다가 임교장 더러 ‘나는 차로 돌아가 기다릴 테니 갔다 오시오.’ 하고는 슬며시 돌아섰다.
그런데 이게 문제가 될 줄이야.... 다리로 돌아와 보니 차가 없다!! ‘혹시 저쪽 반대편으로 차가 가서 기다리는 것은 아닐까?’ 안되겠다. 빨리 다시 따라가야겠다. 서둘러 숲속 길로 다시 내려가 일행을 따라가려고 종종걸음을 쳤는데도 길이 여러 갈래라 어디로 갔는지 통 알 수가 없다. 땅 바닥을 들여다보며 발자국이 많은 쪽으로 헉헉거리며 10여 분 달려갔는데도 종적이 묘연하다.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여 가운데 밭쪽으로 나와 내려다보니 저 아래쪽으로 사람들이 가는 모습이 보이기에 헉헉거리며 길도 아닌 밭 가운데를 가로질러 쫓아가면서 보니 아무래도 우리 일행이 아닌 것 같다. 시계를 보니 약속한 1시간이 거의 다 되어간다. 안되겠다. 버스로 다시 되돌아가야겠다. 허둥지둥 되돌아서서 다시 다리 쪽으로 가는데 왜 이리 멀고 또 왜 이리 더운고.... 숨이 턱에 차서 서둘러 왔는데.... 차가 없다!!!
시계를 보니 이미 약속한 한 시간에서 20분쯤 초과다. 설마 나를 두고 먼저 가버린 것은 아니겠지? 다리 난간에 앉아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종문소식이다. 임교장이 여행비를 몽땅 가지고 있으니 나는 수중에 땡전 한 푼 없다. 12시가 되어도 아무도 오지 않는다. 벌써 2시간이 경과했다. ‘아! 그러면 점심시간이 되었으니 다른 사람들이 점심을 먹는 동안 임교장은 차를 가지고 오겠지...’ 그런데... 1시가 되어도 오지 않는다. 벼라 별 생각이 다 든다. 목적지인 마르주가로 가서 만나야 되나? 트럭을 얻어 탈까? 그런데 5시간 거리라...
2시까지만 기다리자. 그래도 아무 소식이 없으면 마을로 가서 한국대사관에 전화를 해야 하나??
대사관은 수도인 라바트에 있을 텐데 이곳까지 오려면 하루 종일 달려와도 못 올 텐데.... 어흐흑..
더운데 그늘로 가지도 못하고 다리 난간에 앉아 하염없이 노심초사 기다리고 있는데...
엄마 치마꼬리를 잡고 가던 꼬맹이 녀석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생긋 웃으며 ‘봉주르~’ 하며 인사를 한다.
나는 속으로는 새까맣게 타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미소 띄고 손을 흔들며 ‘봉주르~’
마침내 4시간을 기다린 끝에.....! 오후 2시가 거의 되었는데 차가 나타났다!!
차안에 타고 있던 일행들이 나를 발견하고 소리친다. ‘있다! 있다!’ 끓....
가이드 영감이 스케줄을 바꾸어 식물원 관람을 마치고 식물원 반대편에 있는 유대인 마을을 방문했단다. 그리고 그 앞에 차가 가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유대인 마을 관광이 끝나고 그곳에서 점심 먹으려다 내가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점심도 못 먹고 왔다고 한다. 아니, 임교장은 아무 말도 안하고 따라다니기만 했다니...!! 끓
차에 오라타자 이태리 젊은 녀석 빙글거리며 나더러... ‘4시간 동안 뭐했어요?’
‘Take a rest, and wait, wait....’ 으~~~ 또 다음날 사파리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이 다리에 오자 이태리 녀석 나를 보고 다시 빙글거리며... ‘This is your bridge....’ 이런 못된 녀석... 으~~, 매우 끓는다.
<4> 험난한 사하라사막 캐러번
아틀라스 산맥의 산악지대를 벗어나 사하라사막 사파리가 시작되는 지점인 알제리 접경의 작은 마을 메르주가(Merzouga) 까지는 다시 5시간 정도 황야를 달려야 한다. 아틀라스 산맥을 뒤로하고 황야에 들어서면 그야말로 황량하다는 표현밖에는 할 말이 없다. 메마른 붉은 황토 흙, 자라는 식물이라야 이따금 나타나는 선인장과 용설란 류의 식물들이 전부이고 물이 흐른 흔적이 있기는 한데 이런 곳에 과연 비가 오기는 하는지...
도로는 시멘트 길로 오래되어 갈라지기는 했지만 포장길이라 편안히 달리는데 갑자기 조금씩 부슬비가 차창을 때리기 시작한다. 아니, 이 건조하고 황량한 곳에 빗방울이라니... 잔뜩 찌푸린 날씨이기는 했지만 설마 비가 내릴 줄이야... 갑자기 번쩍 번개가 치는 느낌이 있어 차 뒤를 바라보니 검붉은 황토 흙먼지가 커다란 장막처럼 드리워져 우리를 뒤따라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흙먼지 속에서 번개가 연이어 번쩍이고 있었다.
영화에서 보던, 높은 모래 언덕을 수십 킬로씩 옮겨 놓는다는 그 무시무시한 모래태풍인가? 모두들 조마조마 맘을 졸이며 뒤를 돌아보는데 황토 장막이 점점 차에 가까이 다가오더니 삽시간에 휘이익~~ 우리 차를 뒤덮고 앞서나간다.
이제 우리 차는 황토장막 속에 갇힌 꼴로 앞도 잘 보이지 않는데 무시무시한 황토 장막 속은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고 있어서 시뻘건 흙탕물 빗방울이 유리창을 후려치는 통에 차가 앞으로 달릴 수가 없다. 모래폭풍이 아니고 흙비 폭풍이라고 해야 하나..... 삽시간에 도로는 시뻘건 흙탕물로 뒤덮이고 차는 굼벵이 걸음을 한다. 조금 지나자 흙바람은 저만치 앞서가서 조금 시야가 트이는데 조금 구릉진 곳에 이르자 흙탕물이 도로로 넘쳐 앞서가던 차들이 멈추어 있다. 다른 승용차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데 우리 차는 승합차라 차대가 조금 높아서 우리 기사가 비집고 나서더니 용감하게 물을 건넌다. 다른 차들은 감히 건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서 있는데 우리 차는 건너자마자 신나게 쌩~~ 달린다. 모두 조마조마 하다가 일제히 박수를 터뜨리며 환호성을 올렸다.
작은 마을을 지나다보니 마을 골목마다 흙탕물이 도랑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아이들은 좋아서 이리저리 건너뛰고 있다. 이 건조지역에서 진흙폭풍과 폭우를 만나다니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저녁 어스름 녘에야 알제리 접경마을 메르주가(Merzouga)에 도착했는데 마을에서 숙박을 하지 않고 곧바로 사막에 세워놓은 텐트로 데려간다. 이곳은 알제리와 국경인 사하라 사막의 끄트머리이다. 사막에서 쏟아져 내리는 밤하늘의 별 보기를 기대했었는데 아직도 가랑비가 부슬거리고 텐트 안 침대 모서리로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니 몹시 아쉽다. 그러나 얼마 지나자 구름 사이로 달빛이 비치며 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막가운데 평평한 곳에 둥그렇게 10여 개의 대형텐트를 둘러쳤는데 원래는 그 가운데에 모닥불을 피우고 전통 민속공연도 있을 예정이었다지만 너무 늦어 공연이 취소되었다면서 화톳불을 피워준다. 우리들은 웅기중기 화톳불 둘레에 모여서서 젖은 옷들을 말리고 있노라니 미안한지 가이드 영감이 빈 플라스틱 통을 들고 나와 막대기로 요란하게 리듬을 연주하며 흥을 돋운다. 그리고 노래를 할 사람은 불러 보라고 부추긴다. 내가 성당 성가대에서 노래를 하고 있는 것을 아는 임교장이 느닷없이 나를 가운데로 밀어내며
‘He is a famous Korean singer’ 이런.... 할 수 없이
‘No, I'm not a singer, but OK, I'll sing a Korean traditional farmer's song.....’
몇 년 전 인천 미추홀합창단 멤버로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이희조 편곡의 ‘농부가’를 공연한 적이 있는데 그때 솔로 부분을 내가 무대 앞으로 나가 불렀었다. 그 대회에서 금상으로 상금 500만원....
사하라사막 낙타 사파리 / 사하라의 새벽 / 사막의 캠프파이어
‘에~~헤~~ 에 에헤~에~ 상~ 사~뒤야, 어~럴럴럴~ 상사뒤야. 여보시오. 농부님네~~’
기왕 하는 김에 목청껏 소리를 질러 노래를 했더니 임교장은 옆에 나와 덩실덩실 춤을 춘다. <일동 박수>
그러더니 임교장이 다시 앞으로 나서면서 자기도 한 곡 부르겠다고... 그러더니 목청을 가다듬고 남진의 ‘미워도 다시 한 번’을 구성지게 부른다. ‘이 생명 다 바쳐서 죽도록 사랑했고~’ 내가 냉큼 옆으로 나가서
‘I love you with all my heart’(가사 번역) 하고 임교장을 쳐다보는데... 임교장 머리를 긁으며 그 다음 가사가 생각이 안 난다고.... ‘He forget the next word...’ 모두를 박장대소하며 손뼉을 친다.
그런데 이것이 두고두고 나를 괴롭힐 줄이야... ㅎ
사파리 멤버들 / 새벽을 여는 캐러번 행렬 / 나를 찍은 이태리 녀석의 핸폰 사진
꼭두새벽에 일어나라고 재촉을 하더니 서둘러 아침을 먹고 어스름 녘에 낙타를 타고 1시간 동안 사파리를 하더니만 곧바로 차에 태우고는... 몇 군데 들르기는 했지만 마라케시로 되돌아오는데 꼬박 12시간이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소렌토가 고향이라는 이태리 젊은 녀석은 나보고 노래를 하라고 성화다.
‘No, I can't...’ ‘Please...’ ‘No!’ ‘Please...’ 결국 내가졌다.
‘OK, Then do you ever heard about Korean folk song Arirang?’ 일제히 ‘No’
‘Aren't you? Well, Arirang is Korean famous traditional folk song. And there are many different kind of Arirangs in Korea. For example Seoul Arirang is.... like this...’ - 경기아리랑 두 소절 부름.
‘And southern part of Korean Arirang is.... like this...’ - 진도아리랑 두 소절 부름.
‘And northern part of Korean Arirang is.... like this...’ - 정선아리랑 두 소절 부름. <모두 박수>
졸지에 본의 아니게 아리랑 강의가 돼 버렸다.
이것까지도 참겠는데 요 이태리 소렌토 젊은 녀석은 식당에 들러 점심 먹고 난 후 또 노래하라고 성화다. 그리하여 이태리가곡 ‘돌아오라 쏘렌토로....’ ‘Hey, this is your song!!’ 일행 웃으며 박수...그 밖에도 일부만 불렀지만 이태리 가곡 ‘O sole mio’, ‘Caro mio Ben’ 암튼 이태리 녀석 때문에 혼났다. 마라케시에 도착하니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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