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석 / 다경 이경희
소녀들의 웃음소리는 시끌벅적 골목길이 터져버릴 것 같은 설레는 가슴도 오징어 튀기는 소리 알아듣지 못하는 팝송이 섞인 튀김집 미니스커트가 디스코 춤을 추던 순수한 학창 시절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철이 들어 너와 내가 구분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시기가 올 때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 인생 삶이 꼬이고 꼬이며살아갈 때가 많다
볏짚으로 새끼줄 꼬듯 덧대고 덧대며 길게 길게 늘어트리니 인생과 닮은 꼴이 아니던가!
손바닥 위에 오가는 인연 얹어 놓고 덧대온 세월을 내 것으로 끌어안은 채 깊고 넓은 자리에 삶이 멍석 위에 희로애락이찬란하게 펼쳐진다.
내가 주연이 된 하루의 일상이 조용히 막을 내리고 있다.
'소용돌이 없는 하룻길에 감사해야 할까
다져진 내 마음 맷집에 감사해야 할까'
나와의 모든 인연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
잔잔한 오늘의 주연과 조연은 또 하루가 막을 내린다
하얀 밤 지새운 여명은 눈부신 새날에 희망을 주고 새로운 날을 선물 받는다. 만추의 이슬 머금은 오색 빛깔 한 잎 두 잎 눕는 날 높다란 파란 하늘 뭉게구름이 풍문 싣고 팔도에 오락가락 가을의 낭만을 떨어트려 준다.
"이 가을 추남 추녀 행복하세요"
옥구슬 던져 주는 추풍낙엽 주워 든 채 하늘 한쪽에 자리 잡은붉게 타오르는 석양은 왠지 모를 포근한 평화로움을 안겨준다. 연민의 바람 나뭇가지에 찢겨가며 불어오는 얼룩진 세월 멍석 위에 모여 앉은 연정 내 것인 양 혼신을 다해 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