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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경 제8권
35. 대시서해품(大施抒海品)
단본에는 순번이 39이다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나열기의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큰 제자 1천 2백50인과 함께 계셨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시자(侍者) 둘 것을 생각하셨다. 그러자 교진여(憍陳如) 등 여러 큰 제자들은 각각 관찰하여 부처님 생각을 알아차렸다.
교진여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하고 꿇어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부처님을 가까이 모셔 가사를 잡아 드리고 발우를 받들겠습니다. 원컨대 저를 가엾이 여기시고 허락하여 분부하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대도 나이 늙어 시자가 필요한데, 내가 어떻게 차마 그대를 시켜 일을 돌보게 하겠는가?”
그러자 교진여는 부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실 것을 알고 예배하고 도로 앉았다. 그리고 마하가섭ㆍ사리불ㆍ목건련과 여러 제자 5백 명도 차례로 부처님께 아뢰어 모두 시자 되기를 청하였으나, 부처님께서는 아무에게도 허락하지 않으셨다.
그때 아나율은 부처님의 뜻을 관찰하다가 부처님의 마음이 아난에게 있음을 알았다. 마치 해가 동쪽에서 솟아 집을 비출 때, 그 광명이 동쪽 창에서 서쪽 벽으로 바로 가는 것처럼 부처님 뜻도 그와 같음을 여러 큰 제자들은 관찰하여 알았다.
그때 사리불과 목건련은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 아난에게 가서 말하였다.
“부처님 생각은 그대를 시자로 삼으려 하는 것이오. 그대에게는 좋은 이익이 있을 것이며, 홀로 그 은혜를 입었소. 빨리 가서 부처님께 아뢰어 시자가 되도록 하시오.”
그러자 현자 아난은 여러 상좌 비구들이 와서 하는 말을 듣고, 곧 일어나 합장하고 아뢰었다.
“부처님의 덕은 무겁고 지혜는 깊고 넓습니다. 제가 항상 가까이 모시고 받들어 섬기게 되면, 허물을 지음으로써 화를 입을까 두렵습니다.”
그들은 다시 말하였다.
“지금 부처님을 뵈오니 그대를 시자로 삼으려 하는 것이오. 마치 해가 처음 솟아 방을 비출 때, 광명이 동창에서 바로 서쪽 벽을 비추는 것처럼 부처님의 마음을 쏟는 것도 이와 같소. 또 부처님께서는 사람의 정에 밝아 그대라면 그 일을 감당할 줄 아시기 때문에 마음에 두시는 것이오. 어서 가서 아뢰어 시자가 되어야 하오.”
현자 아난은 거듭 그런 말을 듣고 생각하다가 어찌할 바를 몰라 다시 합장하고 아뢰었다.
“만일 부처님께서 저의 세 가지 원을 들어 주신다면, 저는 부처님 시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일이란, 부처님의 헌옷을 저에게 주어 입도록 하지 마시고, 부처님의 남은 공양을 제가 먹게 하지 마시며, 사람들이 찾아와 부처님을 뵈올 때, 시간을 저의 뜻에 맡겨 주시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 원을 들어 주시면 저는 부처님을 모실 수 있습니다.”
사리불 등은 이 말을 듣고 부처님께 나아가 그 사실을 자세히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들으시고, 곧 사리불과 여러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이 요구하는 바, 내 헌 옷을 입지 않겠다는 이유는, 아난이 생각이 깊어, 국왕과 신민, 여러 시주들이 여래에게 보시하는 옷은 모두 곱고 부드러운 값진 물건이라, ‘아난은 그것을 탐하여 시자 되기를 청하였다’고 다른 제자들이 질투할까 걱정하여 그런 생각을 낸 것이다.
또 내가 먹다 남은 음식을 먹지 않겠다고 하는 이유는, 내 발우에 먹다 남은 음식은 온갖 맛을 가진 맛있는 것으로서 세상에는 그런 음식이 없으므로, ‘아난은 그것을 먹으려고 나를 가까이 모신다’고 비구들이 그렇게 생각할까 걱정하였기 때문이다.
또 아난이, 사람들이 찾아와 뵈올 때 시간을 제가 알아 하겠다는 이유는, 제자들이나 외도 무리들이 찾아와 뵙기를 청할 때에 어려운 것을 묻거나 시간을 알지 못하면 혹 괴롭고 번거로울까 걱정하였기 때문이다.
또 시자가 되어 시간을 살펴 공양을 드리면 몸에 편하고 유익한 것이니, 이런 낱낱 제도에까지 걱정하고 마땅함을 보았기 때문에, 미리 그 세 가지 원을 요구한 것이니라.
또 아난은 금생에만 시간을 알아 한 것이 아니라 지나간 세상에 나를 섬길 때에도 시간의 마땅함을 잘 알아 하였느니라.”
그때 사리불은 부처님께 거듭 여쭈었다.
“알 수 없습니다. 지나간 세상에 아난이 부처님을 받들어 섬길 때에 때를 잘 알아 한 그 일은 어떠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대가 알고 싶으면 자세히 듣고 잘 명심하라. 그대를 위해 설명하리라.
“그리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자세히 듣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수없고 한량없는 아승기겁 전에 큰 나라 왕이 있었다. 그는 이 염부제의 8만 4천 작은 나라와 80억 촌락을 거느렸고, 그 왕이 사는 성 이은 바루시사(婆樓施舍)였다.
그때에 그 성 안에는 니구루타(尼拘樓陁)라는 바라문이 있었다. 그는 총명하여 두루 통달하였고, 타고 난 재주는 멀리 뛰어났다. 왕은 존경하고 받들어 스승으로 섬기고, 8만 4천의 여러 작은 왕들도 모두 공경하고 사모하여 그가 사는 곳을 멀리서 우러러보았으며, 사방의 먼 나라에서는 사자를 보내어 예물을 바치고 지도를 받았다. 간략히 말하면 대왕을 받드는 것과 같았다.
그 바라문은 부귀하기가 왕과 다름 없었으나 대(代)를 이어갈 자식이 없었다. 나거나 들거나 앉거나 눕거나 늘 그것을 걱정하였지마는 어떤 방법으로 아들을 얻어야 할지는 알지 못하였다.
그래서 범천ㆍ제석천ㆍ4왕(王)ㆍ마혜발라천(摩醯跋羅天)과 그 밖의 여러 하늘과 해ㆍ달ㆍ별과 산ㆍ강ㆍ나무들의 신(神) 등 어디에나 두루 기도하고 제사하되, 정성을 다하여 공덕을 쌓았다.
12년이 지나 그 큰 부인은 태기가 있었다. 그는 총명하여 자기가 밴 아기는 반드시 사내라는 것을 능히 알고 그 사실을 바라문에게 아뢰었다. 바라문은 더욱 기뻐하고 즐거워하면서 온 집안의 부인과 궁녀들에게 분부하여 모두 와서 시중들되, 부인이 움직일 때에는 부축하고, 음식은 더욱 맛나게 하며, 자리는 아주 곱고 부드럽게 하는 등 모두 그 마음에 맞도록 하여 조금도 어기지 못하게 하였다. 열 달이 차서 사내를 낳았다. 몸은 자금색이요, 머리털은 검푸르며 얼굴은 단정하고 뛰어나 사람 상에서 보기 드물었다.
바라문은 그것을 보고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곧 관상쟁이들을 불러 함께 상보게 하였다. 관상쟁이들은 자세히 살펴보고 처음 보는 상이라 찬탄하면서
‘이 아기 상호는 복덕이 크고 넓어 천하가 우러러보되, 마치 자식이 그 어머니를 힘입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바라문은 매우 기뻐하여 이름을 지으라고 분부하였다.
그 당시 인도에서는 이름을 지을 때에는 두 가지 일에 의하였다. 첫째는 별에 의한 것이었고, 둘째는 이상한 징조에 의한 것이었다.
그래서 관상쟁이들은 바라문에게 물었다.
‘이 아기를 밴 뒤로 어떤 이상한 일이 없었습니까?’
바라문은 대답하였다.
‘이 아이 어미는 본래부터 남을 미워하여 인자한 마음이 적고 지혜를 닦지 않았는데, 아기를 밴 뒤로는 심성이 달라져서 남의 괴로운 액난을 가엾이 여기기를, 마치 어미가 자식을 사랑하듯 하고, 보시하기를 좋아하여 탐하거나 아끼는 일이 없었다.’
관상쟁이들은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그것은 이 아기의 뜻이 그렇게 시킨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름을 마하사가번(摩訶闍迦樊)―진(晉)나라 말로는 대시(大施)라는 뜻이다―이라 하소서.’
그 아이가 차츰 자라자, 아버지는 매우 사랑하여 따로 궁정을 짓되, 세 철궁전[三時殿]을 지었다. 겨울에는 따뜻한 궁전, 여름에는 시원한 궁전, 봄과 가을에는 그 중간 궁전에서 살게 하고, 많은 시녀들을 두고 모시게 하여 그것으로 즐기게 하였다.
그 아이는 총명하고 학문을 좋아하여 세속의 경전 18부를 외우되, 문장에 통할 뿐만 아니라 그 뜻도 잘 알았다. 그리고 온갖 기술을 배워 통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 뒤에 대시(大施)는 아버지에게 아뢰었다.
‘오랫동안 깊은 궁중에 있었더니 밖에 나가 놀고 싶습니다.’
아버지는 그 말을 듣고 신하들에게 분부하였다.
‘내 아들 대시가 밖에 나가 놀고 싶어한다. 거리를 깨끗이 쓸어 온갖 더러운 것을 치우고 여러 가지 기를 세우고 꽃을 뿌리고 향을 사루고 길을 장엄하여 아주 깨끗하게 하라.’
준비는 끝났다. 이에 대시는 일곱 가지 보배로 장식한 흰 코끼리를 타고 나갔다. 종을 치고 북을 울리며 풍류를 잡혔다. 1대의 수레와 1만 마리 말은 앞뒤로 호위하면서 큰 길을 지나 성 밖으로 나갔다.
그때 온 나라 인민들은 누각 뒤에서나 혹은 길 양쪽을 끼고, 서로 다투어 구경하였으나 싫증이 나지 않았다.
그들은 각기 찬탄하였다.
‘참으로 놀랍고 장하다. 그 위엄스런 모양은 마치 범천 같구나.’
행차는 앞으로 나아갔다. 여러 거지들이 헤진 옷을 입고 부서진 그릇을 들고 비굴한 말로 구걸하였다.
‘조금 적선하십시오.’
대시는 그것을 보고 그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왜 그처럼 고생하느냐?’
어떤 이는 대답하였다.
‘내게는 부모도 형제도 처자도 없으며, 빈궁하고 고독하여 의지할 곳이 없습니다.’
어떤 이는 대답하였다.
‘내게 오랜 병이 있어서 노동할 수 없어 살아갈 길이 없습니다.’
또 어떤 이는 대답하였다.
‘나는 불행하여 여러 번 파산을 당하고 빚만 잔뜩 져서 입을 것과 먹을 것이 절박하여 살아갈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구걸하고 다니면서 남은 목숨을 부지하고 있습니다.’
대시는 이 말을 듣고 탄식하면서 떠났다.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여러 백성들이 짐승을 잡아 껍질을 벗기고, 살을 베어 저울에 달아 파는 것을 보았다.
대시는 물었다.
‘아, 어찌하여 그런 일을 하는가?’
그들은 모두 말하였다.
‘우리는 조부 때부터 백정질로 직업을 삼았습니다. 만일 이 일을 그만두면 살아갈 길이 없습니다.’
대시는 탄식하고 거기서 떠났다. 다음에는 농부들을 보았다. 보습으로 밭을 갈 때에 벌레가 흙 속에서 나오면 개구리가 그것을 집어먹었다. 그 뒤에는 뱀이 와서 개구리를 잡아먹고, 다음에는 공작이 날아와서 그 뱀을 쪼아먹었다.
대시는 그들을 보고 물었다.
‘그것은 무엇하는 것이냐?’
그들은 대답하였다.
‘땅을 갈아 거기에 종자를 뿌려야 뒤에 곡식을 거두어 그것으로 살아가고, 또 그것을 실어다 왕가에 바칩니다.’
대시는 그 말을 듣고 깊이 한숨짓고 떠났다.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여러 사냥꾼을 만났다. 그들이 그물을 치고 덫을 놓아 짐승들을 잡을 때, 짐승들은 그물과 덫 속에 떨어져, 제가 당기고 제가 늦추면서 벗어나지 못하고, 슬피 울고 서로 부르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대시는 그들을 보고 ‘왜 그런 짓을 하느냐?’ 하고 물었다.
그들은 대답하였다.
‘우리는 이 사냥질로 업을 삼고 있습니다. 만일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갈 길이 없습니다.’
대시는 그 말을 듣고 못내 마음 아파하면서 떠났다.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어부들을 보았다. 그들은 그물을 놓아 고기를 많이 잡아 육지에 쌓아 두었는데, 고기들은 아직도 펄펄 뛰었다.
대시는 그들에게 물었다.
‘아, 어찌하여 그런 짓을 하느냐?’
그들은 대답하였다.
‘우리는 조부 때부터 살아갈 다른 직업이 없었고, 오직 이 고기를 잡아 팔아, 입고 먹고 살아갑니다.’
대시는 이런 것들을 보고 몹시 가엾게 여기면서 가만히 생각하였다.
‘저 중생들은 모두 빈궁하여 의식이 모자라기 때문에, 저런 나쁜 업을 행하여 중생을 죽이면서 한껏 기뻐하고 있다. 그리하여 목숨을 마친 뒤에는 반드시 세 갈래 나쁜 세계[三塗]에 떨어져 어두움에서 어두움으로 들어갈 것이니, 얼마나 괴이한 일인가?’
이렇게 생각하고는 수레를 돌려 궁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 일이 마음에 걸려 근심에 잠겨 있다가 아버지를 가서 뵙고 한 가지 원을 요구하였다.
그 아버지는 대시에게 말하였다.
‘네 요구대로 따르고 결코 어기지 않으리라.’
그러자 대시는 아뢰었다.
‘전날 밖에 놀러 나갔다가 저 인민들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의식을 구하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괴롭히며 서로 죽이고 속이면서 온갖 나쁜 업을 짓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을 매우 가엾게 여겨 구제하려고 생각합니다. 원컨대 은혜를 드리워 저에게 큰 창고를 주시고, 마음대로 베풀어 저 가난한 이들을 구제하게 하소서.’
아버지는 말하였다.
‘내가 재보를 모은 것은 모두 너를 위해서이다. 그러므로 네가 그렇게 하고자 하는데 어떻게 내가 거절하겠는가?’
아들은 아버지의 허락을 받고 곧 모든 인민들에게 영을 내렸다.
‘지금 대시는 큰 보시를 행하려 한다. 모자라는 것이 있는 사람은 모두 와서 가져 가라.’
이렇게 영을 내리자, 사문과 바라문과 빈궁한 이ㆍ빚진 이ㆍ외로운 이ㆍ앓는 이들이 모든 성의 도로를 메우면서 앞을 다투어 모여들었다. 그 인민들은 백 리ㆍ2백 리ㆍ3백 리ㆍ4백 리ㆍ5백 리ㆍ천 리 밖에서 오는 이도 있었고, 또 3천 리ㆍ5천 리ㆍ만 리 밖에서 오는 이도 있었다는데, 강한 이와 약한 이들이 서로 부축하며 사방에서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그리하여 대시는 그들에게 모든 것을 나누어 그 원을 채워 주었다. 옷을 청하는 이에게는 옷을 주고, 밥을 청하는 이에게는 밥을 주며, 금ㆍ은의 일곱 가지 보배와 수레ㆍ말ㆍ가마와 동산ㆍ밭과 여섯 가지 짐승들을 청하는 대로 주었다. 이렇게 보시하여 몇 시간이 지나는 동안 여러 창고의 물건은 3분의 2가 줄어졌다.
그때 창고지기는 그 부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대시님이 보시한 뒤로 창고 물건은 3분의 2가 줄었습니다. 장차 여러 왕들의 사자들이 오갈 때가 있을 것이니, 깊이 생각하시어 꾸지람을 당하지 않도록 하소서.’
부왕은 그 말을 듣고, ‘나는 내 아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청을 거절할 수 없다. 차라리 창고를 비울지언정 어떻게 중단할 수 있겠는가’ 하고, 계속해 보시하였다.
다시 몇 시간이 지나자, 창고에 남은 물건의 3분의 2가 또 줄어들었다. 창고지기는 다시 아뢰었다.
‘아까 남은 물건에서 그 3분의 2가 또 줄어들어 이제는 창고가 텅 비게 되었습니다. 여러 왕들의 사자가 반드시 보고할 것이오니, 원컨대 다시 생각해 보소서.’
바라문은 그 창고지기에게 말하였다.
‘나는 내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못내 두터워 아직 그 뜻을 바로 꺾어 거절한 일이 없다. 네가 방편으로 거짓 이유를 붙여, 그가 물건을 구하러 올 때에는 잠깐 몸을 피하자. 그리하여 남은 물건으로 시간을 끌어 나가도록 하자.’
창고지기는 그 말대로 곧 창고문을 닫아 버렸다. 조금 뒤에 다른 거지들은 대시에게 몰려갔다. 대시는 그들을 데리고 물건을 구하러 창고지기에게로 갔다. 그러나 창고지기는 거기 없었다. 그는 근처를 다니면서 창고지기를 찾았다. 몇 시간이 지나 겨우 창고지기를 찾아 물건을 얻었지마는 이미 때가 늦었다.
대시는 가만히 생각하였다.
‘지금 이 조그만 아전이 어찌 감히 제 힘으로 내 명령을 거역하겠는가? 그것은 아버지 뜻을 받들어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일 게다. 또 사람의 아들된 도리로 부모의 창고를 모조리 비우는 것은 옳지 않다. 지금 이 창고에는 남은 물건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하면 재물을 많이 얻어 내 마음에 만족하도록 중생들을 구제할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였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다.
‘지금 이 세상에서 어떤 사업을 하여야 재물을 많이 얻어 아무리 써도 떨어지지 않겠는가?’
어떤 사람은 말하였다.
‘다섯 가지 곡식을 많이 심어 농장을 잘 다루면 많은 재물을 얻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말하였다.
‘여섯 가지 가축을 많이 길러 때를 따라 번식시키면, 많은 재물을 얻을 수 있다.’
또 어떤 사람은 말하였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멀리 나가 장사하면, 가장 많은 재물을 얻을 수 있다.’
혹 어떤 사람은 말하였다.
‘오직 바다에 들어가 보배를 캐야 가장 많은 재물을 얻을 수 있다.’
대시는 이런 말을 듣고 혼자 말하였다.
‘농사 짓고 가축 기르기와 멀리 나가 장사하는 것은 내게 적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익을 얻는 때도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바다에 들어가는 그 계책만은 따를 만하다. 나는 기어코 힘써 이 일을 성취하리라.’
그는 이렇게 생각하고 부모에게 가서 아뢰었다.
‘저는 지금 바다에 들어가 많은 보배를 구해 가지고 돌아와서 그것을 보시하여 가난한 백성들을 구제하겠습니다. 원컨대 허락하시어 제가 뜻한 바를 이루게 하소서.’
부모는 그 말을 듣고 놀라면서 물었다.
‘세상 사람들이 바다에 들어가는 것은, 빈궁하여 다른 계책이 없어 목숨을 버리는 것도 돌아보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너는 무슨 일로 그런 일을 하려는 것이냐. 만일 네가 보시하고 싶으면 우리 집에 있는 모든 물건과 또 창고에도 아직 남은 것이 있다. 그것을 모두 네가 쓰게 하리니, 저 바다에는 들어가지 말라. 또 바다 가운데에는 여러 가지 위험한 일이 많다. 물결의 소용돌이ㆍ큰 마갈어ㆍ사나운 용ㆍ나찰ㆍ물빛 산 등 이런 여러 가지 위험은 그대로 지나가기가 어려운데, 너는 무슨 급한 일이 있어 그런 어려움에 몸을 던지려는가? 우리가 살아있는 한 결코 허락하지 않으리니, 너는 마땅히 그만 두라.’
대시는 이 말을 듣고 원을 이루지 못하게 되자, 마음은 못내 답답하고 슬퍼졌다. 그리하여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원하는 바가 있어 그 큰 일을 성취하려 한다. 만일 내 몸을 아낀다면 그 일이 어떻게 이루어지겠는가?’
그는 몸을 땅에 깔고 부모 앞에 엎드려 아뢰었다.
‘만일 기어코 만류하여 저의 뜻을 거절하시면, 이 땅에 엎드린 채로 다시는 일어나지 않겠습니다.’
부모는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달아 여러 내관(內官)들과 함께 그에게 가서 타일렀다.
‘바닷길은 멀고 험하여 어려운 일이 많다. 그러므로 가는 이는 많지만 돌아오는 이는 적은 것이다. 우리는 너를 얻기 위해 온갖 하늘에 기도하고, 제사할 때에는 간절하고 가여운 정성을 다하여 어디 안 간 곳이 없었으며 12년이 지나서야 겨우 이루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를 버리려 하는 구나. 부디 그런 생각 버리고 일어나 음식이나 먹어라.’
하루 이틀이 지나 엿새가 되도록 갖가지로 이렇게 타일러 깨닫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의 말은 처음과 같았으며 굳게 먹은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부모는 속으로 겁이 나서 서로 의논하였다.
‘이 아이는 지금까지 무엇을 하려고 하면, 반드시 성취시키고 중단한 일이 없었소. 그러므로 바다에 보내어 돌아오기를 바라는 것이 좋겠소. 지금 기어코 거절하면 이레가 되어서는 큰 화를 당할 것이니 어찌하겠소. 우선 떠나기를 허락하여 걱정은 뒤에 두고 봅시다.’
이렇게 의논을 결정하고 아이 곁으로 가서 각각 한 손씩 잡고 아이에게 말하였다.
‘네 청을 들어 주리니 일어나 음식을 먹으라.’
대시는 이 말을 듣고 곧 일어나 음식을 먹었다.
그는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 두루 영을 내려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몸소 바다에 들어가 보배를 캐려 한다. 누구나 가고 싶으면 함께 가자. 나는 상주(常主)가 되어 행구(行具)를 준비하리라.’
그때 그 나라의 5백 사람이 모두 그 영에 응하였다. 그는 모든 필요한 것을 준비하고 출발할 날을 정하였다.
그 날이 되어 수레를 장식한 뒤에 그는 부모에게 하직하고 길을 떠났다. 왕과 대신과 부모와 여러 태자와 신민들 수천만 인은 길에 나와 배웅하면서 제각기 값진 보물을 주어 여비에 쓰게 하기도 하고 슬피 울다가 까무러치기도 하였다.
그들을 이별하고 떠나 며칠을 가다가 어느 광야에서 자게 되었다. 거기서 도둑을 만나 도둑들은 가만히 와서 물건을 훔치려 하였다. 보살[大施]은 곧 가지고 있던 물품을 모두 도둑들에게 주었다.
얼마를 가다가 방발(放鉢)이라는 성에 이르렀다. 그 성 안에는 가비리(迦毘梨)라는 바라문이 있었다. 대시는 그에게 가서 3천 냥을 빌리려고 하였다.
그때 그 바라문에게는 아름다운 딸이 있었다. 몸은 자금색이요, 머리털은 감청색이며, 단정하기 세상에 뛰어나 다시는 짝할 이가 없었다. 그래서 8만 4천의 여러 작은 나라 왕들이 태자를 위해 혼인을 청하였으나 그는 모두 거절하였다.
그때 대시는 그 집 문앞에 이르러 가비리에게 물었다.
‘만날 수 있습니까?’
그 딸은 안에서 바깥의 말소리를 듣고, 반가움에 놀라 그 부모에게 말하였다.
‘저 밖에 있는 이가 바로 저의 신랑 될 분입니다.’
그러자 가비리는 곧 나가 그를 만났다. 그 모양과 빛깔을 보아 반드시 범인이 아님을 알았고, 그가 금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는 모두 허락해 주었다.
그리고 왼손에는 금 물병을 들고 오른손으로는 그 딸을 붙잡고 대시에게 말하였다.
‘내 딸은 얼굴이 뛰어납니다. 여러 왕들이 사람을 보내어 그 태자를 위해 혼인을 청합니다. 그러나 이제 상주(常主)를 보니 단정하기 내 딸과 같습니다. 청컨대 내 딸을 데려다 받들어 모시게 하십시오.’
대시는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어려움을 무릅쓰고 바다로 들어갑니다. 무사히 돌아올는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러므로 당신의 딸을 미리 받는다는 것은 도리가 아닙니다.’
가비리는 말하였다.
‘만일 무사히 돌아오시게 되거든 나를 위해 받아 주십시오.’
대시는 곧 좋다고 허락하였다.
가비리는 기뻐하며, 3천 냥 금과 그 밖의 필요한 것을 모두 주었다. 그와 작별하고 대시는 계속 가다가 바다에 이르러 여러 상인들에게 명령하였다.
‘그 배를 튼튼히 만들되 일곱 겹으로 두게 하라.’
바람이 불기를 기다려 배를 바다로 밀어 내고 일곱 개 큰 밧줄로 바닷가 언덕에 매었다. 그리고 요령을 흔들고 외치면서 여러 상인들에게 분부하였다.
‘너희들은 다 들으라. 바다 가운데에는 위험이 많다. 태풍ㆍ나찰ㆍ물결의 소용돌이ㆍ사나운 용의 독기ㆍ물빛 산ㆍ큰 마갈어 등 이런 위험이 매우 많다. 백 사람이 바다에 들어가면 겨우 한 사람이 무사히 돌아올 지경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물러가고 싶은 사람은 여기서 그만두라. 밧줄을 끊은 뒤에는 후회하여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만일 굳건한 마음으로 목숨을 돌아보지 않고 부모ㆍ형제ㆍ처자를 버리고, 일곱 가지 보배를 얻어 가지고 무사히 돌아온다면, 그 자손 일곱 대(代)까지 먹고 써도 다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분부하고는 곧 밧줄 하나를 끊되, 날마다 이와 같이 하였다. 이레째 되는 날에도 그렇게 외치고 일곱째 밧줄을 끊게 하였다. 바람을 따라 돛을 올리니 배는 빠르기가 화살과 같았다. 그는 여러 상인들과 함께 보배 있는 곳에 이르렀다.
대시는 원래 들은 것이 많아 여러 보배들의 가볍고 무거운 것과 귀하고 천한 것과 빛깔과 모양의 좋고 나쁜 것을 환히 알았다.
그래서 그는 여러 상인들에게 말하였다.
‘이런 빛깔의 보배는 가져도 무겁지 않고, 값이 나가기 때문에 캐야 하고, 이런 보배는 가지기도 무겁고 값이 헐하기 때문에 캐지 말아야 한다.’
또 분부하였다.
‘보배를 캐되, 적당히 실어야 한다. 너무 많이 실으면 배가 무거워 가라앉고, 너무 적게 실으면 배는 가벼우나 애쓴 보람이 없다.’
이렇게 경계하고, 모두 부지런히 캐내어 배에 실었다. 이에 보배는 배에 가득하여 곧 돌아오려 하였다.
그때 대시는 배에 오르려고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모두 모여들어 그 뜻을 물었다.
대시는 말하였다.
‘나는 앞으로 더 나가 용궁(龍宮)으로 가서 여의주(如意珠)를 구하려 한다. 또 목숨이 끝나더라도 얻지 못하면 돌아오지 않으리라.’
여러 상인들은 이 말을 듣고, 슬퍼하며 모두 나가 아뢰었다.
‘우리는 상주님을 믿었기 때문에 소중한 것들을 모두 버리고 위험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다행히 서로 의지해 모두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랐더니, 지금 어찌하여 우리들을 버리려 하십니까?’
대시는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너희들이 무사히 본국으로 돌아가기를 스스로 맹세하고 원을 세우리라.’
상인들은 이 말을 듣고, 두려움이 가시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길잡이 대시는 손에 향로를 들고 사방을 향하여 스스로 서원을 세웠다.
‘내가 괴로움을 꺼리지 않고 바다에 들어와 보배를 구한 것은, 그것으로써 중생들의 빈궁의 괴로움을 건지려는 것이요, 그 공덕을 모아 불도를 구하려는 것입니다. 만일 내 지성으로 소원을 성취하게 된다면, 이 여러 상인과 배에 실은 보배가 모진 어려움을 만나지 않고 무사히 본국으로 돌아가게 하소서.’
이렇게 서원하자, 여러 상인들은 앞으로 나아가 대시의 손발을 안고, 눈물을 흘리고 슬퍼하면서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들이 밧줄을 끊고 돛을 올려 염부제로 돌아올 때에 모두 무사히 바다를 벗어나게 되었다.
그때 대시는 여러 사람들과 이별한 뒤에 앞으로 나아가 물에 들어갔다. 물은 무릎에 찼다. 거기서 이레 동안 앞으로 나아가니 물은 차츰 깊어지면서 사타구니에 찼다. 거기서 다시 이레 동안 나아가니 물은 허리에 찼다. 다시 이레 만에 목에 찼으며, 거기서는 이레 동안 늘 떠서 어느 산기슭에 이르렀다.
그는 두 손으로 나무를 더위잡고 산을 기어올라 이레 만에 산꼭대기에 이르렀다. 산 위에서는 이레 동안 편편하게 걸어 도로 산을 내려가 이레 만에 산 밑에 닿아 물가에 이르렀다. 물 가운데는 금빛 연꽃이 가득 찼고, 독기가 왕성한 온갖 독사들은 모두 몸으로 연꽃 뿌리를 감고 있었다.
보살[大施]은 그것을 보고 곧 단정히 앉아 마음을 잡아 매고 생각을 거두어 자삼매(慈三昧)에 들어갔다.
거기서 ‘저 독사들이 전생에 모두 탐욕과 성냄과 질투로 말미암아 저기서 태어나 저런 나쁜 형상을 받았다’고 생각하면서,
지극히 사랑[慈]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가엾이 여겼다.
사랑하는 마음이 원만해지자 그 독사들의 독기가 모두 사라져 없어졌다. 대시는 곧 일어나 연꽃을 밟으면서 이레 동안 걸어가 비로소 독사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다시 얼마를 가다가 여러 나찰들을 만났다. 그들은 사람 냄새를 맡고 모두 몰려와 사람을 찾았다. 대시는 그것을 보고 마음을 거두어 사랑으로 관(觀)하였다.
그들은 공경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 부드러운 말로 다가와서 물었다.
‘어디로 가고자 하십니까?’
대시는 자세히 대답하고, 말하였다.
‘여의주를 구하고자 한다.’
그들은 기뻐하면서 가만히 생각하였다.
이러한 복덕을 가진 사람이 저 용궁까지 가려면 아직도 길이 멀다. 어떻게 저이를 그런 고생을 겪게 하겠는가? 우리가 저를 껴잡고 그 험난한 곳을 지나게 하자.’
그들은 곧 그를 껴잡고 4백 유순을 지나 도로 땅에 내려 놓았다.
이에 대시는 자꾸 앞으로 나아가다가 희고 깨끗한 한 은성(銀城)을 보았다. 그는 그것이 용왕의 성임을 알고 기뻐하면서 나아갔다. 그 성 밖에는 일곱 겹 해자가 있었고, 그 해자들 속에는 모두 독사가 있었는데, 그 독기는 사납고 왕성하였으며, 보기에도 징그러웠다.
길잡이 대시는,
‘저 독사들은 모두 전생에 성내고 해칠 마음이 많았기 때문에 저런 흉한 형상을 받았다’ 생각하고,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기를 갓난아기를 보는 것과 같이 하였다.
그리하여 사랑하는 마음이 원만해지자 독사들의 독기는 모두 사라져 없어졌다.
그는 뛰어 일어나 용성으로 갔다. 두 마리 용이 몸으로 성을 감고, 문지방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가 대시를 보자 깜짝 놀라면서 머리를 쳐들고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대시는 곧 다시 자삼매에 들었다. 용의 독기는 이내 사라지고, 용은 머리를 떨어뜨리고 바라보지 않았다.
성 안에는 한 용이 일곱 가지 보배로 된 궁전에 앉아 있다가 멀리서 보살을 보고 놀라 일어나면서 가만히 생각하였다.
‘지금 내 성 밖에는 일곱 겹 해자가 있고, 그 해자에는 독사들이 있어서 어떤 용이나 야차도 감히 함부로 넘어오지 못하거늘 저 이는 어떤 사람이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가?’
그는 곧 나와 맞이하여 예배하고 공경하면서 앉기를 청하여 일곱 가지 보배로 된 평상에 앉히고,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공양하였다.
공양을 마치고 이야기하다가, 그는 보살이 온 뜻을 물었다.
보살은 말하였다.
‘염부제 사람들은 빈궁에 시달리며 재보를 구하여 의식을 이어가기 때문에 서로 죽이고 속이면서 온갖 악업을 짓고는, 목숨을 마친 뒤에는 세 갈래 나쁜 길[三惡道]에 떨어지오. 나는 그들을 못내 가엾이 여겨 구제하려고 위험을 무릅쓰고 멀리서 왔소. 이제 대왕을 뵈었으니 전타마니(栴陁摩尼)를 얻어 그것으로 저들을 구제하고, 또 그 공덕을 쌓아 맹세코 불도를 구하려 하오. 거절하지 말고 주시기 바라오.’
용왕은 대답하였다.
‘전타마니는 얻기 어려운 보배인데 당신은 그것을 위해 일부러 멀리까지 왔습니다. 만일 마음을 늦추어 한 달 동안 여기 머무르면서 보잘 것 없는 공양이나마 받고 나를 위해 설법해 주시면, 전타마니는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보살은 ‘좋다’ 하였다. 용왕은 날마다 온갖 맛있는 음식을 베풀고 풍류를 잡히며 보살을 공양하였다. 보살은 4념처(念處)의 지혜를 자세히 해설하고, 한 달이 지난 뒤, ‘돌아가야겠다’고 하직하였다.
용왕은 기뻐하여 상투에 꽂은 보배 구슬을 빼서 바치면서 말하였다.
‘큰 선비님의 자비스런 마음으로 널리 구제하는 데에는 따르기 어렵습니다. 굳세고 모진 그 뜻은 반드시 불도를 이룰 것입니다. 나는 당신의 지혜로운 제자가 되기를 원합니다.’
보살은 ‘좋다’ 하고 이내 물었다.
‘그대 구슬은 어떤 능력이 있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이 구슬은 2천 유순 안의 일체 필요한 것을 모두 낼 수 있습니다.’
보살은 생각하였다.
‘이 구슬이 좋기는 하나, 아직 내가 널리 구제하려는 큰 일은 성취시키지 못할 것이다.’
크고 작은 용들은 모두 문 밖까지 나와 배웅하면서 이별을 안타까워하였다.
대시는 그들과 작별하고 얼마를 가다가 멀리서 한 성을 보았다. 순전히 새파란 유리로 되었고 그 빛깔은 깨끗하였다. 앞으로 다가가니, 그 성 밖에도 일곱 겹 해자가 있었고, 해자 속에는 독사가 가득 차 있었다.
보살은 그것을 보고,
‘이 독사들은 성내고 질투하였기 때문에 여기 태어나 이런 독한 형상을 받았다’ 생각하고,
단정히 앉아 자삼매에 들어 그들을 가엾이 여겼다.
사랑하는 마음이 왕성해지자 독사들의 독기는 모두 사라졌다.
대시는 그들을 밟고 성문으로 다가갔다. 거기서도 두 마리 용이 몸으로 성을 감고 문지방에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그들은 보살을 보자 머리를 치켜들고 흘겨보았다. 보살은 곧 사랑하는 마음을 생각하였다. 사랑하는 마음이 원만해지자 그들의 독기는 풀리어 모두 머리를 숙였다. 보살은 그들을 밟고 지나갔다.
그때 그 성 안에는 한 용왕이 칠보전(七寶殿)에 앉아 있다가 멀리서 보살을 보고 놀라 일어나면서
‘내 성 밖에는 일곱 겹 독사 해자가 있어서 어떤 용이나 야차도 넘어올 수 없는데, 저 이는 어떤 사람이기에 여기까지 왔는가?’
그는 곧 궁전에서 내려와 맞이하여 공손히 예배하고는, 궁전 위로 안내하여 일곱 가지 보배로 된 평상에 앉혔다. 그리고 온갖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여 공양하였다.
식사가 끝나자, 그는 천천히 그가 온 까닭을 물었다.
보살은 곧 자기가 일부러 온 뜻을 말하였다.
‘오직 전타마니를 얻고 싶소.’
용왕은 아뢰었다.
‘전타마니는 매우 얻기 어렵습니다. 꼭 그것을 얻고 싶으면 내 청을 받아 두 달 동안 여기 머무르면서 보살의 행을 보여 주십시오.’
용왕은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베풀고 풍류를 잡히면서 공양하였다. 보살은 그를 위해 4신족(神足)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하고, 두 달이 지난 뒤, 돌아가야겠다고 하직하였다.
용왕은 곧 상투 속에서 보배 구슬을 빼어 그에게 바치고 맹세하였다.
‘큰 선비님은 자비스런 마음으로 중생을 구제하시고, 그 마음이 크고 넓어 반드시 불도를 이루실 것이니, 나는 당신의 신통 제자가 되기를 원합니다.’
보살은 말하였다.
‘좋다. 네 말대로 되리라.’
또 물었다.
‘그대가 주는 이 보배 구슬은 어떤 능력이 있는가?’
용은 대답하였다.
‘이 구슬은 4천 유순 안의 일체 필요한 것을 낼 것입니다.’
보살은 생각하였다.
‘이 구슬은 보다 훌륭하고 뛰어나지마는 아직 내 뜻에는 맞지 않는다.’
크고 작은 여러 용들은 문 밖까지 배웅하면서 모두 이별을 아까워하였다.
보살은 그들과 작별하고 또 얼마를 가다가 한 금성(金城)을 보았다. 그 빛은 번쩍이며 매우 아름답고 묘하였다. 보살은 다가가 보았다. 그 성 밖에도 일곱 겹 해자가 있고, 해자 안에는 독사가 가득 차 있었다.
보살은 ‘저 독사들도 전생에 성내고 미워하며 질투하고 해칠 마음이 왕성하였기 때문에 저런 독한 형상을 받았다’ 생각하고,
단정히 앉아 자삼매에 들어 그들을 지극히 사랑스럽게 생각하였다.
사랑이 원만해지자 독사들 독기는 다 사라졌다.
그는 곧 나아가 그들을 밟고 지나 성문에 이르렀다. 거기서도 두 마리 용이 몸으로 성을 감고, 문지방에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그들은 보살을 보고 놀라 머리를 치켜들고 바라보았다. 보살은 법대로 자삼매에 들었다. 용들은 독기가 풀려 머리를 숙이고 바라보았다. 보살은 그들을 밟고 성 안으로 넘어 들어갔다.
그때에 그 성 안에도 용왕이 있어 보배궁전에 앉아 있다가 멀리서 보살을 보고 생각하였다.
‘내 성 밖에는 일곱 겹 해자가 있고 거기는 독사가 가득 차 있어 어떤 용이나 야차도 넘어올 수 없는데, 저이는 어떤 사람이기에 여기까지 왔을까?’
그는 매우 이상히 여기고 내려와 맞아 공손히 예배한 뒤에 궁정 위로 안내하여 일곱 가지 보배로 된 평상을 펴고, 자리를 미루어 앉게 하였다.
그리고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차려 먹게 하였다.
먹은 뒤에 천천히 그가 온 뜻을 물었다.
보살은 말하였다.
‘염부제 사람들은 복이 박하고 빈궁하여 의식을 위해 몸과 마음을 괴롭히며 서로 해치고 속이면서 열 가지 악을 짓고, 목숨을 마친 뒤에는 다시 세 갈래 괴로움 속에 떨어지오. 나는 그들을 가엾이 여겨 구제하려 생각하고, 바다 용왕의 여의주를 얻기 위하여 일부러 멀고 험한 길을 무릅쓰고 온 것이요. 바라건대 그것을 얻게 하시오.’
용왕은 말하였다.
‘여의보주는 얻기 어려운 물건인데 큰 선비님은 그것을 얻으려고 일부러 왔습니다. 만일 그것을 꼭 얻고자 하면, 넉 달 동안 여기 머무르면서 시원찮으나마 내 공양을 받고, 또 나를 가르쳐 주십시오.’
보살은 ‘좋다’고 하였다. 용왕은 기뻐하여 온갖 맛나고 아름다운 음식을 장만하고 몸소 헤아려서 좋은 음식을 받들어 올리고, 또 명령하여 갖가지 풍류를 잡히었다. 보살은 항상 그를 위해 법의 이름과 내력과 그 뜻을 널리 분별하여 해설하였다.
용왕은 그를 존경하고 사모하며 알뜰히 받들어 모셨다. 그리고 아침 저녁으로 문안하여 그 때를 잃지 않고, 필요한 것을 따라 이바지하되 용이 스스로 헤아려 하였다. 다른 여러 용과 야차들도 찾아와 뵐 때에는 나아가고 물러남에는 스스로 법도를 지키면서 형편을 잘 알아 넉 달 동안 받들어 섬겼다. 넉 달이 지나 보살은 그에게 하직하였다.
그때 용은 상투에 꽂은 여의주를 뽑아 보살에게 바치고 이내 서원을 세웠다.
‘큰 선비님은 큰 원을 세우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일체 중생을 가엾이 여겨 그들을 모두 구제하려고 괴로움을 꺼리지 않으시니, 반드시 부처가 되어 그들을 도탄에서 구제하실 것입니다. 나는 그 시자로서 총지(摠持)의 제자가 되기를 원합니다.’
보살은 허락하고 다시 물었다.
‘그대가 주는 이 구슬의 능력은 어떠한가?’
용왕은 말하였다.
‘이 구슬은 능히 8천 유순 안에 필요한 일곱 가지 보배를 낼 것입니다.’
보살은 기뻐하면서 생각하였다.
‘염부제는 7천 유순이니, 이 구슬의 덕은 내 소원을 채울 수 있다. 나는 이제 지금까지 세 개의 구슬을 얻었다.’
그것을 옷섶에 매어두고 곧 일어나 성을 나갔다. 크고 작은 여러 용들은 모두 성 밖에 나와 배웅하면서 슬퍼하고 서러워하였다.
보살은 그들과 작별하고 돌아서 가면서 구슬을 쥐고 서원을 세웠다.
‘만일 이것이 참으로 전타마니라면, 내 몸이 허공을 날게 하라.’
이렇게 서원하고, 그 몸을 솟구치자, 허공을 날아 바다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래서 바다를 무난히 건너 조금 쉬다가 잠이 들었다.
그때 바다 가운데 있던 여러 용들은 서로 의논하였다.
‘우리 바다 가운데는 이 세 개의 구슬이 있어 그 덕이 매우 커서 견줄 데가 없었는데, 이 사람이 그것을 모두 구해 가지고 갔다. 이 구슬은 참으로 아깝다. 도로 빼앗아 가지자.’
이렇게 의논하고는 가만히 구슬을 풀어 가지고 갔다.
보살은 잠을 깨어 구슬이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생각하였다.
‘여기 다른 사람은 없다. 이것은 반드시 바다 용이 내 보배를 가지고 간 것이다. 나는 이 구슬을 얻기 위해 멀고 험한 길을 걸어 이제 소원을 이루어 본국으로 돌아가려는데, 저들이 아무리 내 구슬을 가져 갔더라도 나는 결코 놓아 주지 않으리라.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이 바닷물을 다 퍼내어 말리고 말 것이다.’
이렇게 굳은 마음으로 맹세하고 다시 여기서 목숨을 마치더라도 구슬을 찾지 않고는 결코 그대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생각을 정하고는 곧 바닷가로 나갔다.
거기서 거북 껍질 하나를 얻어 두 손으로 움켜 쥐고, 바닷물을 푸려고 하였다. ‘바닷물은 깊고 넓어 3백36만 리입니다. 가령 일체 인민들이 모두 와서 함께 푸더라도 그것을 줄일 수 없거늘, 어떻게 당신 혼자서 그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보살은 말하였다.
‘만일 사람이 지극한 마음으로 무슨 일을 하려고 하면 안 될 일이 없을 것이다. 나는 이 보배를 얻어 일체 중생을 이익되게 하고, 그 공덕으로 불도를 구하려 한다. 내 마음만 게으르지 않으면 무슨 일인들 못하겠는가?’
그때에 수타회천(首陁會天)은 멀리서 보살이 혼자서 일심으로 괴로워하면서 일체 중생을 건져 안락하게 하려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우리가 어떻게 가서 저 이를 돕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서로들 말을 전해 모두 거기로 왔다. 보살이 물그릇을 물에 내릴 때에는 그 하늘들은 모두 하늘옷[天衣]으로 물을 덮어 쌌다가 보살이 물그릇을 올릴 때에는 하늘들은 옷을 들어 다른 곳에 물을 버리었다. 그리하여 바닷물을 한번 푸면 바다는 40리가 줄고, 두 번 푸면 80리가 줄며, 세 번 푸면 1백20리가 줄었다.
용들은 당황하여 그에게 와서 말하였다.
‘그치시오, 그치시오. 바닷물을 푸지 마십시오.’
보살은 이내 그쳤다.
용은 와서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이 보배를 구해 무엇 하려 하십니까?’
‘그것으로 일체 중생들을 구제하려 한다.’
‘당신 말대로 한다면 우리 바다 가운데에도 중생이 많은데, 그들에게는 주지 않고 기어이 가져 가려 하십니까?’
‘바다 가운데 중생도 중생은 중생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다지 괴롭지 않다. 저 염부제 중생들은 돈이나 재물을 위하여 서로 죽이고 속이면서 열 가지 악을 짓고, 죽어서는 세 갈래 나쁜 길에 떨어진다. 나는 그 인류들에게 법의 교화를 알리기 위해 이 보배를 구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선은 그 가난을 구제하고 다음에는 열 가지 착한 일을 가르치고 권하려는 것이다.’
용은 그 말을 듣고 구슬을 도로 내어 주었다.
그때 바다 신은 그의 꾸준하고 부지런한 노력을 보고 맹세하였다.
‘당신은 지금 그처럼 쉬지 않고 노력하여 반드시 불도를 이룰 것이니, 나는 당신의 노력하는 제자가 되기를 원합니다.’
보살은 구슬을 가지고 다시 날아 바다로 같이 들어왔던 상인 동무들을 먼저 보고 곧 땅으로 내려왔다. 동무들은 그를 보고 한량없이 놀라고 기뻐하면서 모두 찬탄하였다.
‘참으로 놀랍고 장한 일이다.’
그들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 방발성(放鉢城)에 이르렀다. 가비리 바라문은, 보살이 바다에서 무사히 돌아왔다는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마중 나와 안부를 묻고, 또 그의 동무들을 청하고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여 잔치를 베풀었다. 그리고 잔치를 마치고는 보살은 도중에서 겪은 고생들을 모두 이야기하였다.
그때 보살이 그 보배 구슬을 가지고 그 집을 돌아다니면서 가리키자, 그 바라문 집안의 여러 창고들은 모두 보배로 가득 찼다. 모인 이들은 그것을 보고,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고 찬탄하였다.
그때 가비리는 그 딸을 꾸미되, 여러 가지 보배로 그 몸을 장식한 뒤에 손수 금 물병을 잡아 먼저 손을 씻고, 다음에는 딸의 팔을 당겨 보살에게 주었다. 보살은 곧 받았다. 가비리는 기뻐하여 5백 명 기녀(伎女)에게 명령하여 그 재능이 기녀될 만한 이를 뽑고, 5백 마리 코끼리를 온갖 보배로 장식하여 아주 기이하게 하고는 그 딸을 전송하였다.
보살은 동행을 다스려 수레를 타고 길을 떠났다. 성 안의 인민들은 모두 나와 그 행차를 배웅하였다. 그는 풍악을 잡히고 앞뒤의 호위를 받으면서 본국으로 돌아갔다.
대시의 부모는 그 아들을 보낸 뒤로 근심하고 번민하며 울면서 너무 슬퍼하다가 두 눈이 멀어 아무 것도 보지 못하였다. 아들은 집에 돌아와 예배하고 문안하였다. 부모는 그 음성만 듣고 손으로 어루만지다가 비로소 대시가 돌아온 줄을 확실히 알고, 슬픔과 기쁨에 엇갈려 그 아들을 꾸짖었다.
‘너는 참으로 무정하여 우리를 버리고 바다에 들어가 우리를 괴롭혔다. 우리 모진 목숨이 살아는 있다마는, 너는 바다에 들어가 어떤 물건을 얻었느냐?’
보살은 구슬을 내어 부모에게 드렸다. 부모는 그것을 받아 쥐고
‘지금 우리 창고에도 이런 돌 따위는 적지 않은데, 무엇 하러 고생하여 이것을 얻었는가?’
보살은 구슬을 집어 부모 눈을 가리켰다. 눈은 갑자기 밝고 깨끗해져 마치 바람이 구름을 걷는 것과 같았다.
부모는 눈이 도로 밝게 되자 마음이 즐거워져 그 구슬의 덕을 느끼고, 참으로 기이한 일이라 찬탄하고는 말하였다.
‘네가 비록 고생은 하였으나 그 공은 헛되지 않았구나.’
보살은 다시 구슬을 쥐고 원을 세웠다.
‘만일 이것이 전타마니라면, 우리 부모가 앉는 곳에는 저절로 일곱 가지 보배로 된 진기하고 묘한 평상이 있고, 위에는 일곱 가지 보배로 된 아주 깨끗한 큰 일산이 있게 하라.’
말을 마치자 모두가 그 말대로 되었다. 보살은 다시 구슬을 쥐고 원을 세웠다.
‘우리 부모와 왕과 시민들의 모든 창고가 다 가득 차게 하라.’
그러면서 그 구슬을 가지고 사방을 향해 돌기를 마치자, 그 말대로 창고들은 모두 가득 찼다. 그들은 모두 놀라고 기뻐하였다.
그는 다시 사람을 보내어 하루 8천 리 달리는 코끼리를 타고, 염부제의 일체 인민들에게 알렸다.
‘마하사가번(摩訶闍迦樊)은 바다에서 구슬을 얻어 가지고 무사히 돌아왔다. 그 구슬은 공덕이 뛰어나다. 지금부터 이레 뒤에는 그 구슬로 하여금 일체 보배와 의식을 퍼붓게 할 것이니, 사람들은 그 필요한 것을 따라 마음대로 가져라. 그러므로 모두 재계하고 그 때를 기다려라.’
이렇게 두루 알린 지 이레가 되었다. 대시보살은 깨끗이 목욕한 뒤에 조촐한 새 옷을 입고 평탄한 곳에 이르러 구슬을 높은 깃대 꼭대기에 두고는, 손에 향로를 들고 사방을 향해 원을 세웠다.
‘염부제 사람들은 빈궁하여 고생하기 때문에 그들을 구제하여 모자람이 없게 하려 한다. 만일 이것이 참으로 전타마니라면, 온갖 필요한 것을 차례로 내려라.’
이렇게 원을 마치자, 사방에 구름이 끼고 바람이 일어나 온갖 더러운 티끌과 똥과 오줌을 치워 버리고, 다음에는 보슬비를 내려 먼지를 적신 뒤에는 온갖 맛있는 음식을 내리고, 다음에는 다섯 가지 의복과 갖가지 진기한 일곱 가지 보배를 차례로 내려 염부제 안에는 온갖 보배가 가득 찼다. 그리하여 인민들은 마음대로 가졌지마는, 훌륭한 의복과 음식은 차고도 넘쳐 남았으며, 사람들은 보배 보기를 기왓장이나 조약돌처럼 보게 되었다.
그때에 보살은 인민들의 소원이 충족된 것을 보고, 사방에 신하를 보내어 온 염부제 안의 인민들에게 전하여 모두 듣고 알게 하였다.
‘너희 인민들은 전에는 궁핍으로 말미암아 의식과 재보(財寶)를 얻으려고 마음대로 서로 속이고 죽이면서 이익을 보면 의리를 잊고 죄와 복을 생각하지 않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는 세 갈래 나쁜 길에 떨어졌다. 그리하여 어둠에서 나와 어둠으로 들어가면서 오랜 겁 동안 죄를 받았다.
나는 그것을 보고 가엾이 여겼으나 구제할 길이 없었기 때문에 몸의 괴로움을 잊고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로 들어가 이 보배 구슬을 얻어 가지고 돌아와서 구제하였다. 너희들은 이제 다시는 모자람이 없게 되었다.
그러므로 그것을 생각하여 스스로 힘쓰되, 열 가지 착한 일을 부지런히 닦아 몸과 말과 뜻을 잘 단속하여 인자하고 효순(孝順)하며, 부지런히 뜻을 단속하여 방탕한 생각을 가지지 말라. 그리고 갖가지 방편으로 널리 권하여 선을 받들게 하라.’
다시 문서를 만들어 여러 왕과 대신들에게 분부하였다.
‘그 법의 가르침을 기록하여 모두 들어 알게 하고, 또 서로 권하고 독려하여 함부로 잘못을 저지르지 말라.’
그때 염부제 안의 모든 인민들은 그의 큰 은혜와 사랑의 비를 맞고 모두 생각하였다.
‘무슨 방법으로 저 지극한 덕을 갚을까?’
그리고 또 선을 닦게 하는 높은 분부를 받고는 모두 그 의리를 사모하여 사랑과 공경을 오로지 익히고, 몸과 마음과 뜻을 단속하여 함부로 잘못을 범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목숨을 마친 뒤에는 모두 천상에 나게 되었느니라.
사리불이여, 알고 싶은가? 그때의 그 아버지 바라문 니구루타는 바로 지금의 내 아버지 정반왕이요, 어머니는 지금의 내 어머니 마하마야이며, 그 대시는 지금의 이 내 몸이요, 은성 안의 용은 지금의 사리불이요, 그 유리성 안의 용은 지금의 목건련이며, 그 금성 안의 용은 지금의 아난이요, 바다 신은 지금의 저 이월(離越)이니라.
아난은 용왕이 되어 나를 받들어 섬길 때에도, 때의 정당함을 잘 알아 지금에 이르렀으니, 그는 본래부터 때를 잘 알았다.
그러므로 아난이 그 세 가지를 원한다면 나는 그 뜻을 따라 주리라.”
아난은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꿇어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목숨을 마칠 때까지 부처님의 시자가 되겠습니다.”
그때 거기 모인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큰 은혜에 감격하였다. 그리고 알뜰한 마음으로 부지런히 힘쓰면서 4제(諦)와 번뇌를 벗어나는 모든 법을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수다원을 얻는 이도 있었고, 사다함ㆍ아나함ㆍ아라한을 얻는 이도 있었으며, 벽지불의 선근(善根)과 인연을 심는 이도 있었고,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마음을 내는 이도 있었으며,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는 이도 있었다. 그리하여 모두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