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보우경 제7권
[법성의 몸[法性身]을 얻음]
다시 선남자야, 보살이 열 가지 법을 성취하여 법성의 몸[法性身]을 얻으니,
어떤 것들이 열 가지가 되는가?
첫째는 평등한 몸을 얻고,
둘째는 청정한 몸을 얻고,
셋째는 다함이 없는 몸을 얻고,
넷째는 쌓아 모은 몸을 얻고,
다섯째는 법신을 얻고,
여섯째는 몹시 깊어서 측량하기 어렵고 계산하여 헤아릴 수 없는 몸을 얻고,
일곱째는 생각할 수 없는 몸을 얻고,
여덟째는 흔들리지 않는 고요한 몸을 얻고,
아홉째는 허공과 같은 몸을 얻고,
열째는 지혜의 몸을 얻음이니라.
선남자야, 보살이 이 열 가지 법을 성취하면 여래의 법의 성품의 몸을 얻느니라.”
지개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여러 보살들이 어떤 지위 가운데서 여래의 법의 성품의 몸을 증득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초지(初地)의 보살은 평등한 몸을 얻는다.
왜냐하면 온갖 평등치 못한 것을 영영 여의었기 때문에 온갖 보살의 평등한 법의 성품을 깨달아 들어간 까닭이니라.
2지의 보살은 청정한 몸을 얻으니, 계율이 청정한 까닭이니라.
3지의 보살은 다함이 없는 몸을 얻으니, 온갖 화내고 해하는 것을 영영 여읜 까닭이니라.
4지의 보살은 잘 쌓아 모은 몸을 얻으니, 부처님 법을 쌓아 모은 까닭이니라.
5지의 보살은 법신을 증득하니, 온갖 법을 능히 통달한 까닭이니라.
6지의 보살은 계산하여 헤아릴 수 없고, 몹시 깊어 측량하기 어려운 몸을 얻으니, 계산하여 셀 수 없고 몹시 깊어 측량하기 어려운 법을 쌓아 모은 까닭이니라.
7지의 보살은 생각할 수 없는 몸을 얻으니, 생각할 수 없는 불법을 쌓아 모았고 그리고 방편선교를 능히 쌓아 모은 까닭이니라.
8지의 보살은 흔들리지 않고 고요한 몸을 얻으니, 온갖 희론과 번뇌를 멀리 여읜 까닭이니라.
9지의 보살은 허공과 같은 몸을 얻으니, 가없는[無邊] 몸이 가득 찬 까닭이니라.
10지의 보살은 지혜의 몸을 증득하니, 온갖 지혜를 쌓아 모은 까닭이니라.”
지개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의 법신과 보살의 법신이 어떤 차별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두 법신이 성품에는 차별이 없으나 공덕과 위력에 차별이 있느니라.”
지개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어떤 것이 성품에는 차별이 없고 차별이 있다고 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부처님과 보살의 법의 성품은 차별이 없느니라. 왜냐하면 이 두 가지 몸은 똑같은 성품이기 때문이다. 다만 공덕과 위력이 차별이 없을 뿐이니라.”
지개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과 보살의 공덕과 위력이 마땅히 어떻게 그 차별이 있음을 알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내가 이제 그대를 위하여 비유로 널리 설하여 이 뜻을 밝히리라.
선남자야, 마치 마니구슬[摩尼珠]이 잘 다듬은 것과 아직 다듬지 않은 것이 있다고 하자.
비록 똑같은 보배이지만 벌써 다듬은 것은 광명이 구족하여 사람들이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아직 다듬지 않은 것은 가진 광명이 오히려 구족하지 못한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야, 여래의 보배구슬과 보살의 보배구슬도 체성은 비록 같으나 그러나 또한 다른 데가 있느니라. 왜냐하면 여래의 보배 구슬은 이미 청정한 때문에 온갖 때를 여의었느니라.
보살의 몸 가운데 있는 법성의 보배구슬은 능히 널리 온갖 세계를 비추지 못한다. 왜냐하면 여분이 더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아직 때가 있느니라.
마치 마니구슬로서 아직 다듬지 못한 것과 같으니라.
이런 까닭에 여래의 법신과 보살의 법신은 이렇게 차별이 있느니라.
선남자야, 마치 흰 부분[白分]의 달이 초하룻날로부터 보름날에 이르기까지 광명이 차차 비춰 밝아지고 점점 둥글어지니, 비록 같은 달이지만 광명은 같지 않느니라.
보살의 법신과 여래의 법신도 비록 똑같은 성상(性相)이지만 그러나 공덕과 위력은 이와 같이 차별이 있느니라.
[금강과 같은 굳건한 몸을 얻음]
다시 선남자야, 보살이 열 가지 법을 성취하면 금강과 같은 굳건한 몸을 얻으니,
어떤 것들이 열 가지가 되는가?
첫째는 탐심, 진심, 치심 등에 능히 파괴되지 않고,
둘째는 분함과 화와 시기와 아만, 공고(貢高)와 뒤바뀐 소견으로 능히 파괴되지 않고,
셋째는 세간의 여덟 가지 법에 능히 파괴되지 않고,
넷째는 나쁜 갈래의 고통에 능히 파괴되지 않고,
다섯째는 온갖 여러 가지 고통에 능히 파괴되지 않고,
여섯째는 나고 늙고 병듦과 죽음에 능히 파괴되지 않고,
일곱째는 외도의 여러 논(論)으로 해서 능히 파괴되지 않고,
여덟째는 마군과 마군의 무리에게 능히 파괴되지 않고,
아홉째는 성문ㆍ벽지불에 능히 파괴되지 않고,
열째는 여러 욕심의 경계에 능히 파괴되지 않느니라.
선남자야, 보살이 이 열 가지 법을 성취하면 금강의 굳건한 몸을 얻느니라.
[큰 상주(商主)가 됨]
다시 선남자야, 보살이 열 가지 법을 성취하면 큰 상주(商主)가 되니,
어떤 것들이 열 가지가 되는가?
첫째는 평등한 즐거움을 얻고,
둘째는 공양을 응하여 받고,
셋째는 능히 여의고,
넷째는 능히 의지가 되고,
다섯째는 능히 유익한 일을 하고,
여섯째는 노자에 쓸 양식을 능히 잘 모아두고,
일곱째는 좋은 재물보배를 얻고,
여덟째는 마음에 만족함이 없고,
아홉째는 늘 이끄는 스승이 되고,
열째는 선교로 수순하여 모든 지혜의 성에 가느니라.
선남자야, 어떻게 하는 것이 보살이 평등한 즐거움을 얻으며, 나아가 어떻게 하는 것이 선교로 수순하여 모든 지혜의 큰 성에 가는 것인가?
선남자야, 비유해 말하자면 상주가 여러 나라 임금과 그 나라 왕자들에게 사랑을 받듯이,
보살도 또한 그와 같이 법의 상주가 되어 모든 부처님과 성문들에게 사랑받는 바가 되느니라.
선남자야, 비유해 말하자면 상주가 시골의 바라문과 찰제리들에게 공양을 받듯이,
보살도 또한 그와 같이 법의 상주가 되어 유학(有學)과 무학(無學) 및 나머지 천(天)ㆍ용(龍) 들에게 공양을 받느니라.
선남자야, 비유해 말하자면 마치 상주가 기근이 든 고장의 넓은 들을 지날 때에 여러 상인을 인도하여 그들로 하여금 편안함을 얻게 하고 피곤하고 싫증이 없게 하듯이,
보살도 또한 그렇게 법의 상주가 되어 나고 죽는 넓은 들 가운데를 지나는 데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핍박함을 면하여 여의게 하고 모두 안락함을 얻게 하느니라.
선남자야, 비유해 말하자면 마치 상주가 온갖 가난한 고통 속에 있는 중생에게 큰 의지가 되어 그들로 하여금 넓은 들의 기근에서 벗어나게 하듯이,
보살도 또한 그렇게 법의 상주가 되어 능히 외도ㆍ차락가(遮落迦)ㆍ파리바라사가(波離婆羅社迦) 등으로 하여금 나고 죽는 데서 벗어나서 그 몸과 목숨을 온전케 하느니라.
선남자야, 비유해 말하자면 마치 상주가 왕과 신하와 여러 백성들에게 능히 유익함을 얻게 하듯이,
보살도 또한 그렇게 법의 상주가 되어 나고 죽는데 애착하는 여러 중생들에게 능히 유익되게 하느니라.
선남자야, 비유해 말하자면 마치 상주가 많은 장사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여러 지방으로 가는데, 넓은 들과 굶주림의 곳을 지날 적에 많은 양식을 잘 쌓아두었으므로 험난한 고비를 넘어 큰 성에 이르러서는 안락함을 얻게 하듯이,
보살도 또한 이렇게 법의 상주가 되어 복과 지혜의 양식을 잘 쌓아 모아 가지고 중생을 인도하여 나고 죽는 넓은 들 가운데를 벗어나서 여러 부처님의 온갖 지혜의 성에 득달하게 하느니라.
선남자야, 비유해 말하자면 마치 상주가 뭇 장사하는 사람을 양육하여 다른 지방에 가서 진귀한 보배, 이른바 금ㆍ은ㆍ마니ㆍ진주ㆍ폐유리(吠琉璃)ㆍ나패(螺貝)ㆍ벽옥(壁玉)ㆍ산호(珊瑚) 등의 보배를 쌓아 모으고자 하듯이,
보살도 또한 그렇게 법의 상주가 되어 중생을 양육하여 온갖 지혜의 큰 성에 가서 불법의 진귀한 보배를 능히 쌓아 모으고자 하느니라.
선남자야, 비유해 말하자면 마치 상주가 온갖 재물을 바라여 구하되, 마침내 싫거나 만족함이 없듯이,
보살도 또한 그렇게 법의 상주가 되어서 온갖 바른 법의 재물과 보배를 바라여여 구하되 싫거나 만족함이 없느니라.
선남자야, 비유해 말하자면 상주가 모든 상주 가운데서 우두머리가 되어 재물을 쌓아 모아 능히 주인노릇을 하고, 가장 높고 훌륭하기 때문에 능히 여러 상인들로 하여금 말을 믿게 하듯이,
보살도 또한 그와 같이 법의 상주가 되어 온갖 중생 가운데서 가장 높고 훌륭하기 때문에 능히 주인노릇을 하면서 공덕을 쌓아 모아 말이 허망하지 않느니라.
선남자야, 비유해 말하자면 마치 상주가 선교방편으로 험한 길을 벗어나 저 큰 성(大成)에 이르게 한 것처럼,
보살도 또한 그와 같이 여러 중생들을 거느리고 나고 죽는 데를 벗어나서 지혜의 성에 이르느니라.
선남자야, 이 이름이 보살이 평등한 즐거움을 얻고 나아가 선교로써 갖가지 지혜의 큰 성에 이르는 것이니라.
[능히 길에서 선교함]
다시 선남자야, 보살이 열 가지 법을 성취하여 능히 길에서 선교하니,
어떤 것들이 열 가지가 되는가?
첫째는 평등한 길을 능히 알고,
둘째는 평등치 않은 길을 능히 알고,
셋째는 안온한 길을 알고,
넷째는 선교의 길을 능히 알고,
다섯째는 물과 풀이 있는 길을 능히 알고,
여섯째는 여러 방향의 길을 능히 알고,
일곱째는 길의 형상을 능히 알고,
여덟째는 바른 길을 능히 알고,
아홉째는 삿된 길을 능히 알고,
열째는 벗어나갈 길을 능히 아느니라.
선남자야, 보살이 이 열 가지 법을 성취하면 곧 능히 길에서 선교하느니라.
[뒤바뀌지 않는 도를 얻음]
다시 선남자야, 보살이 열 가지 법을 성취하여 뒤바뀌지 않는 도를 얻으니,
어떤 것들이 열 가지가 되는가?
첫째는 만일 모든 중생들 가운데 마땅히 대승으로써 조복할 수 있는 이들은 그들을 위하여 보살의 도를 설하여 조복하되 성문의 도는 설하지 아니하며,
둘째는 만일 모든 중생들 가운데 마땅히 성문승으로써 조복할 수 있는 이들은 그들을 위하여 성문의 도를 설하여 조복 받고 보살의 도는 설하지 아니하며,
셋째는 만일 모든 중생들 가운데 마땅히 온갖 지혜로써 조복할 수 있는 이들에게는 그들을 위하여 온갖 지혜의 도를 설하여 조복 받고 연각의 도는 설하지 않으며,
넷째는 만일 모든 중생들 가운데 마땅히 연각승으로써 조복할 수 있는 이들은 그들을 위하여 연각의 도를 설하고 온갖 지혜의 도를 설하지 않으며,
다섯째는 만일 모든 중생들 가운데 아(我)와 법(法)에 집착한 이들이 있으면 아가 없음과 공한 법으로써 그들을 위해 설하고 나와 중생과 목숨과 양육과 보특가라를 위하여 설하지 않으며,
여섯째는 만일 모든 중생들 가운데 이 두 변(邊)에 집착한 이들이 있으면 두 변을 여인 도를 설하고 두 변에 의지하는 도는 설하지 않으며,
일곱째는 만일 모든 중생들 가운데 마음이 산란한 사람이 있으면 그들을 위하여 사마타(奢摩他)와 비발사나(毘鉢舍那)를 설하고 산란한 도는 설하지 않으며,
여덟째는 만일 모든 중생들 이 희론(戱論)에 집착한 사람이 있으면 그들을 위하여 진여를 설하고 어리석은 사람이 희론에 탐착함을 설하지 않으며,
아홉째는 만일 모든 중생들 가운데 나고 죽는 데에 탐착한 이들이 있으면 그들을 위하여 열반을 설하고 나고 죽음은 설하지 않으며,
열째는 만일 모든 중생들 가운데 삿된 도에 집착한 사람이 있으면 그들을 위하여 맺힘이 없고 가시가 없는 도를 설하고 번뇌의 가시가 널리 두루한 도는 설하지 않느니라.
선남자야, 보살이 이 열 가지 법을 성취하면 곧 능히 뒤바뀌지 않는 도를 성취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