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세월 변치 않는 ‘고소하고 달큰한 그 맛’ 인천그리기 ㉓ 인하대학교 후문 ‘원조 통계란 영양빵’ 재개발, 재건축으로 낮은 집, 골목들이 없어지고 우람한 고층건물, 아파트가 들어서며 동네 풍경이 바뀌고 있다. 재건축, 재개발이 되면 동네의 옛모습은 완전히 사라진다. 어쩌면 인천 구도심의 옛 모습은 사진이나 그림속 에서만 추억하게 될 지도 모른다. 재개발, 재건축으로 사라지는 동네의 옛모습을 막연히 안타까워하기보다 돌아보고 기록하며 그 분위기를 그려보고자 한다. 학교를 졸업한지도 벌써 10여년이 흘렀지만 요즘도 가끔 생각나는 학창시절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장소와 맛이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브에 입단한 박지성의 경기를 보러 친구들과 자주 찾던 펍(Pub), 가성비가 좋아 해장겸 해서 찾던 따로국밥집, 그리고 입이 심심할때면 한 손에 들고 걸으며 먹던 계란빵 등. 인하대 후문가의 가장 붐비는 장소에 자리잡은 4층 건물, 정면도 아니고 측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옆 작디작아 신경쓰고 보지 않는다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크기의 아담한 가게가 있다. 84년부터 계란빵을 팔기 시작해 거의 40년이 다 되어가는 그 기간 동안 수 많은 가게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건물도 새로 단장을 했지만 이 계란빵을 판매하는 곳은 최소한 내가 입학한 95년 이래 시간이 흐르지 않은 듯, 불로불사의 뱀파이어처럼 그 때 그 모습이다. 가게는 편의점, 카페, 미용실, 복사집, 안경점 등이 들어선 건물의 규모에 비해 아주 작다. 전면 약 1.2m, 깊이는 3m가 채 안되어 보인다. 1층에 위치한 이 계란빵집은 넓고 큰 좌측의 편의점과 우측의 카페 사이에 끼어 협소하게 보인다. 전면과 측면은 창호가 있는 고동색상의 알리미늄 샷시이고 전면은 상하 절반의 비율로 상부는 창호가 있어 안과 밖에서 서로 소통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하부는 대학가라기 보단 전통시장의 어느 가게를 연상시키는 노란색 바탕에 파란색, 빨간색, 초록색 글씨로 상호이자 유일한 메뉴를 표기한 사인물이 부착되어 있다. 같은 스타일로 상부에도 사인물이 가늘고 길게 부착되어 있지만, 지하 상점의 거대한(?) 상호에 가려있다. 약간 촌티나는 사인물이란 생각도 들지만 생각을 달리해보면 디자인에 신경쓴 사인물들이 주변에 너무 많아 오히려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사인물이 눈길을 끌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주머니 가벼웠던 학창시절 걸었던 길을 우연치 않게 걷으면서 사먹은 계란빵 하나에 20년전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한데, 아마도 내가 노년에 들어서도 그 맛은 생생하게 떠올라 그 당시의 추억을 잊지 못할 듯 하다. 글· 그림 염광호 주안 The 큰나무카페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