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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당집 제11권[1]
[보복 화상] 保福
설봉雪峰의 법을 이었고, 장주漳州에서 살았다. 선사의 휘는 종전從展이요, 성은 진陳씨이며, 복주福州 복당현福唐縣 사람이다. 나이 15세에 설봉에게 귀의해서 출가하고, 18세에 대주大州 대중사大中寺에서 계를 받았다.
선사는 이미 사자 새끼로서의 양육을 받고 전단나무로서 싹이 돋으니, 조각달이 새로 솟는 듯하고, 외로운 구름이 산봉우리 위로 나오는 듯하며, 창해에 있던 붕새에 날개가 돋아서 은하수를 향해 나는 듯하고, 착한 벗이 개울로 인도해 마니 구슬을 찾게 하여 손에 쥔 듯하였다.
잠시 오초吳楚의 지방을 돌아다니다가 이내 다시 돌아와 수건과 물병으로 시중드는 제자의 예를 갖추고 인사말을 하자마자,
설봉이 물었다.
“알겠는가?”
선사가 앞으로 가까이 가려는데 설봉이 주장자로 밀치니, 선사가 그 순간 현묘한 이치에 계합하여 더 이상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이 없어지고, 무릇 모든 기연機緣에 모두 은밀히 계합하였다. 나중에 장주 왕 태부가 선사의 도덕을 흠모하여 법륜法輪 굴리기를 청하니, 선사가 출세出世한 지 12년째 되는 해였다.
선사가 상당하여 말했다.
“누구든지 물으려면 큰 소리로 물어라.”
이때 어떤 사람이 나서서 물었다.
“학인이 큰 소리로 물을 테니, 화상께서도 큰 소리로 답해 주십시오.”
선사가 물었다.
“뭐라고 하는가?”
학인이 다시 앞의 질문을 하니, 선사가 말했다.
“나는 귀머거리가 아니니라.”
어떤 사람이 물었다.
“마등摩騰이 한漢나라에 들어와서 일대장교가 분명해졌는데, 달마께서는 무엇을 가르치기 위해 서쪽에서 오신 것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상좌上座가 행각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스님이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이에 선사가 말했다.
“옆집 남의 몫만 취하려 하지 말고 알아차리는 것이 좋으리라.”
어떤 사람이 물었다.
“세 치의 혀를 놀리면 모두가 얼버무리는 것에 속합니다. 어떻게 지시하여야 눈앞의 근기를 저버리지 않을 수 있습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수습해 보라.”
학인이 말했다.
“대중이 모두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이에 선사가 말했다.
“그대도 천진교天津橋 위에서 눈썹을 찌푸리는구나.”
어떤 스님이 물었다.
“조사와 조사가 서로 전한 것은 무슨 말을 전한 것입니까?”
선사가 도리어 물었다.
“그대는 누구에게서 전해 받았는가?”
“그러시면 학인은 한 걸음 물러서겠습니다.”
이에 선사가 말했다.
“그대는 까닭 없이 앞으로 나갔다가 다시 뒤로 물러났다 하면서 무엇을 하는가?”
한번은 상당하여 말했다.
“밤사이에 깨달은 자가 있느냐? 소식을 바라노라.
깨닫지 못한 이가 있느냐? 소식을 바라노라.
깨달았어도 옳고 깨닫지 못했어도 옳다.
만일 깨달았다 하여도 분수 밖의 일이 아니고 깨닫지 못하였다 해도 역시 분수 밖의 일이 아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말하기를 깨달음도 아니요, 깨달음이 아닌 것도 아니라 말하지 말라.
잘못 알지 말아야 한다. 이 풍병쟁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 사람들을 욕되게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에 어떤 이가 물었다.
“듣건대 화상께서 말씀하시기를,
‘만일 깨달았다 하여도 분수 밖의 일이 아니요,
만일 깨닫지 못했다 하여도 역시 분수 밖의 일이 아니다’ 하셨는데,
어떤 것이 깨닫지 못한 일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날더러 누구에게 말하라는 것인가?”
“어떤 것이 깨달은 일입니까?”
이에 선사가 말했다.
“깨달은 사람은 아느니라.”
어떤 이가 물었다.
“학인이 화상 본래의 일을 보고자 할 때는 어떠하십니까?”
“뒤로 물러나라.”
“그러시면절차가 아닙니다.”
이에 선사가 말했다.
“그대도 알면서 고의로 범하는 것이니라.”
어떤 이가 물었다.
“모든 티끌을 가리지 못하는데, 어떻게 분명히 합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다행히 그대가 물었으니 말해 주리라.”
“그렇다면 학인은 의지할 것이 있겠습니다.”
이에 선사가 말했다.
“산 귀신이 그대를 욕보이는 것은 그대 스스로 자초한 것이니라.”
어떤 스님이 물었다.
“한 물건도 가지고 오지 않을 때는 어떠합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여기까지 와서 남의 논밭이나 더럽히지 말라.”
“어찌하여야 면할 수 있겠습니까?”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어찌하면 면하지 못하는가?”
어떤 스님이 물었다.
“하루 종일 어떻게 점검해야 합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때마침 점검하기에 딱 좋구나.”
“학인이 어째서 보지 못합니까?”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더 이상 눈을 비비지 말라.”
어떤 스님이 물었다.
“지극한 이치는 깊고도 미묘한데 어떻게 도달합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다시 또 꿈을 꾸어서 무엇 하겠는가?”
“깊고 미묘하다는 말도 꿈속의 잠꼬대인데, 어떻게 보아야 꿈속의 잠꼬대에서 벗어나겠습니까?”
이에 선사가 말했다.
“비웃을 줄 아는가?”
스님이 물었다.
“12분교分敎는 등 뒤에서 찬탄하는 말입니다. 스님께서는 찬탄해야 할 일이면 바로 찬탄해 주십시오.”
선사가 말했다.
“찬탄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그러면 완전할 수는 있습니까?”
이에 선사가 말했다.
“잠꼬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선사가 예전에 강외江外에 있을 때, 먼저 설봉雪峰으로 돌아가고자 하여, 초경初慶에게 물었다.
“내가 먼저 산으로 가려는데 산중의 화상께서 상좌에게서 무슨 소식이 없었냐고 물으시면 무엇이라 대답하리까?”
초경이 대답했다.
“비린 것을 피하지 않았어도 조금은 인정해 줄 수 있소.”
“소식은 무엇이라 전하리까?”
“날더러 누구에게 분부하라는 것이오?”
선사가 또 말했다.
“비록 이런 말을 하였으나 꼭 이런 일이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초경이 말했다.
“만일 그렇다면, 앞서 한 말은 전부 그대에게 달린 것이구려.”
그리고는 초경이 다시 말했다.
“아우님이 먼저 산으로 돌아가서 혹여 특별한 것을 들은 것이 있다면 좀 전해 주시오.”
선사가 말했다.
“설사 있다 해도 상좌께서 긍정하시겠소?”
초경이 말했다.
“이게 무슨 마음 씀인가? 사람을 진흙 구덩이에다 밀어 넣다니.”
초경이 청원淸源 태부의 청을 받고 나아가려 할 즈음에 선사와 안국에게 함께 산 구경을 가자고 하였다. 초경이 말했다.
“산문에 왕래한 지 벌써 28년이 지났는데, 이번에 머물 곳은 마음에 듭니다.”
이에 선사가 물었다.
“28년 동안 산중의 화상께서 어떤 요긴한 말씀을 하셨습니까? 화상의 살림을 조금도 축내지 말고 한두 가지만 말씀해 주십시오.”
초경이 말했다.
“한 가지가 있는데, 나는 그것을 받아 방편으로 삼습니다.”
선사가 다시 물었다.
“어떤 것입니까?”
초경이 고개를 들어 앞뒤를 돌아보자, 선사가 말했다.
“겨우 이것을 받아 방편으로 삼는다면 종맥宗脈 안의 일은 어떻게 감당하시겠소?”
초경이 양구良久하니, 선사가 다시 말했다.
“어떤 사람을 알게 하려고 그리합니까?”
이에 초경이 말했다.
“사리闍梨는 또다시 그렇게 진창의 돼지나 옴병 걸린 개처럼 하여서 무엇 하려는 것이오?”
초경이 어떤 스님과 석상石箱의 문답을 들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떤 스님이 석상에게 묻기를,
‘어떤 것이 한 구절입니까?’ 하니,
석상이 대답하기를,
‘아닌 구절[非句], 없는 구절[無句], 옳지 않은 구절[不是句]이니라.’ 하였소.”
이에 선사가 초경에게 물었다.
“옛사람이 이렇게 말한 뜻이 무엇입니까?”
초경이 대답했다.
“사실은 사실이오.”
선사가 다시 물었다.
“사실일 수 있습니까?”
초경이 대답했다.
“남에게 자세하게 설명하면 되오.”
선사가 다시 물었다.
“아닌 구절과 없는 구절과 옳지 않은 구절은 남에게 자세히 이야기하면 된다지만 본분에서 본다면 어떠합니까?”
초경이 대답했다.
“대중이 모두 그대가 그렇게 물을 줄 이미 알고 있었소.”
이에 선사가 말했다.
“화상께서 말귀를 알아들으시니 고맙습니다.”
초경이 다음과 같은 인연을 들어 말했다.
“어떤 스님이 덕산德山에게 묻기를,
‘예로부터의 종승宗乘을 화상께서는 어떻게 남에게 전해 주십니까?’ 하니,
덕산이 대답하기를,
‘나의 종에는 실로 한 법도 남에게 준 것이 없다’ 하였는데,
암두巖頭가 말하기를,
‘사실은 사실이나 교법을 제창하는 데는 아직 멀었소’라고 하였소.”
이에 선사가 이 일을 들어 초경에게 물었다.
“암두는 평생 어떤 말을 했기에 덕산보다 뛰어났습니까?”
초경이 다시 암두의 말을 들어 대답했다.
“암두가 말하기를,
‘마치 사람이 활쏘기를 배우는데, 오래오래 계속하여야 맞히는 것과 같다’ 하였는데,
이때 어떤 사람이 묻기를,
‘맞혔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하자,
암두가 대답하기를,
‘아픈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하였소.”
이에 선사가 말했다.
“오늘은 화두만 든 것이 아니로군요.”
이에 초경이 말했다.
“그 무슨 마음 씀이오?”
또 초경이 다음과 같은 일을 들었다.
“불타파리佛陀波利 존자가 서천에서 문수文殊보살께 예배드리려고 왔는데,
문수의 화인化人이 묻기를,
‘『존승경尊勝經』을 갖고 왔는가?’ 하니,
불타파리 존자가 말하기를,
‘갖고 오지 않았습니다’ 하였소.
이에 문수가 말하기를,
‘경도 가지고 오지 않고 빈손으로 와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설사 문수를 만났더라도 어찌 알아보겠는가?’ 하였소.”
이에 선사가 이 일을 들어 초경에게 물었다.
“경을 가지고 왔습니다만 문수는 어디에 있습니까?”
“바로 그것이오.”
그리고는 초경이 되레 선사에게 물었다.
“경은 갖고 왔습니다만 문수는 어디에 있습니까?”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서로가 엇바뀌는 기지機智는 그만두고라도 지금은 어떠합니까?”
초경이 다음의 인연을 들어 말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금 부스러기 은 부스러기는 부스러기가 비록 귀중하나 눈에는 넣지 못한다’ 하였는데, 하물며 법안法眼이겠소?”
그리고는 초경이 선사에게 이 일을 들어 물었다.
“그런데 넣을 수 없다는 것은 붙일 수 있소?”
선사가 대답했다.
“틀렸으니 다시 말하시오.”
초경이 할을 하자 선사도 할을 했다.
이에 초경이 도리어 물었다.
“그대는 어떻게 말하겠소?”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나는 공양하고 난 뒤 아직 차를 마시지 못했습니다.”
선사가 경전의 말을 들어서 말했다.
“차라리 강물이 바다로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할지언정 여래께서 두 가지 말씀을 하신다고 하지 않고, 나한에게 3독毒이 있다고 말을 할지언정 여래께서 두 가지 말씀을 하신다고 하지 않노라. 이는 여래께서 말씀이 없으시다는 뜻이 아니라 여래께서 두 가지 말씀을 하지 않으신다는 뜻이니라.”
선사가 이 일을 들어 초경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여래의 말씀입니까?”
초경이 대답했다.
“귀먹은 사람이 어찌 들으리오.”
선사가 말했다.
“화상께서는 둘째 자리의 납자에게나 그런 말씀을 하시면 되겠습니다.”
초경이 다시 물었다.
“그대는 어떻게 말하려는 것이오?”
이에 선사가 말했다.
“차나 드시지요.”
초경이 다음의 인연을 들었다.
“남전南泉이 달을 구경하는데, 어떤 스님이 묻기를,
‘언제쯤에 저런 달이 되었습니까?’ 하니,
남전이 대답하기를,
‘왕王 노사老師는 20년 전에도 그러했었다’ 하였소.”
초경이 계속해서 물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이에 선사가 대신 대답했다.
“요즈음에 노인네가 그럭저럭 세월을 보냅니다.”
초경이 다시 말했다.
“그대의 말이 아니었다면 기억을 몽땅 잊을 뻔하였소.”
선사가 말했다.
“묵은 습관은 잊기 어렵습니다.”
이에 곤산困山이 말했다.
“오늘 지독하게도 춥습니다.”
선사가 동사東寺가 어떤 스님에게 물은 인연을 들었다.
“동사가 어떤 스님에게 묻기를,
‘요즘 어디서 떠났는가?’ 하니,
스님이 대답하기를,
‘최근 강서江西에서 떠났습니다’ 하였다.
‘마조馬祖 스님의 사진寫眞을 얻어 왔는가?’ 하니,
‘그저 이것뿐입니다’ 하였다.
동사가 말하기를,
‘등 뒤의 모습이로다’ 하였다.”
그리고는 선사가 대신 말했다.
“하마터면 여기에 이르지 못할 뻔하였습니다.”
초경이 말했다.
“참으로 모르는 것 같도다.”
선사가 장경長慶의 말을 들어 말했다.
“장경이 말하기를,
‘나에게 한 가지 질문이 있는데 천하 사람들을 구역질나게 한다’ 하고,
또 말하기를,
‘그대들은 또 어떻게 물으려는가?’ 하였다.”
그리고는 선사가 대신 말하였다.
“화상께서 거듭거듭 도와주신 데 감사드립니다.”
무착無着 화상이 오대산五臺山에 갔을 때, 문수의 화인化人이 주석해 있는 절에 도착해 문수와 차를 마시는데,
문수가 차 종지를 들어 올리면서 물었다.
“남방에도 이런 것이 있는가?”
무착이 대답했다.
“없습니다.”
“그렇다면 평소에 무엇으로 차를 마시는가?”
무착이 대답을 못했다.
선사가 대신하여 말했다.
“몇이나 그렇게 말하지 않던가요?”
또 대신 말했다.
“금모金毛의 소식을 들은 지 오랜데 오늘에야 비로소 만나게 되었습니다.”
초경이 대신 말했다.
“만일 그렇게 하신다면 어리석은 주인이, 나그네더러 차를 다 마시라고 권하는 격이로소이다.”
선동산先洞山이 흥평興平을 하직하니, 흥평이 말했다.
“어디로 가려는가?”
동산洞山이 대답했다.
“흐르는 강물은 머무는 곳이 없습니다.”
“법신이 흐름을 따르는가, 보신報身이 흐름을 따르는가?”
동산이 대답했다.
“모두 그러한 견해를 짓지 않습니다.”
선사가 이 일을 들고는 흥평을 대신하여 말했다.
“몇이나 찾을 수 있으리오?”
선사는
“기바가 제자에게
‘그대들은 이 산중에서 약으로 쓰지 못하는 풀을 찾아오라.’ 하니,
‘약에 쓰이지 못하는 풀은 전혀 없었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한 것을 말하고,
풀 한 잎을 들고 물었다.
“이것은 약에 쓰이겠는가?”
어떤 스님이 대답했다.
“무슨 병이 생길 수 있겠습니까?”
이에 선사가 긍정하지 않고 스스로 대신 말했다.
“물에 녹지 않는 것이 무엇이 있으리오.”
선사는, “염관鹽官이 어떤 좌주에게 ‘『화엄경華嚴經』에는 몇 가지 법계가 있는가?’ 하고 물으니,
‘네 가지 법계가 있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한 것을 말하고,
불자를 들어 보이면서 물었다.
“이것은 어느 법계에 속하는가?”
좌주가 대답을 못하자, 선사가 대신 말했다.
“만일 절만 올려 감사했다면 화상께 방망이를 맞았을 것이다.”
선사는 “남전이 ‘문수와 보현을 지난 밤 3경에 각각 20방망이씩 때려서 한꺼번에 집 밖으로 내쫓았노라.’ 하자, 이에 조주가 말하기를,
‘화상의 방망이를 누구더러 맞으라 하십니까?’ 하였다” 한 말을 들어 말하고는,
대신 대답을 하였다.
“말하지 않을 수 없도다.”
선사는 “선동산이 설봉에게 묻기를,
‘문 안에 들어왔으면 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벌써 문 안에 들어왔노라 해서는 안 된다’ 하니,
설봉이
‘저는 입이 없습니다’ 하고 말했다.
동산이 다시 묻기를,
‘입이 없는 것은 그만두고 나의 눈이나 돌려다오’ 하니,
설봉이 대답하지 못했다” 한 일을 들고,
설봉을 대신해 말했다.
“만일 눈을 물으신다면 화상께서는 삼가 소장[狀]에 따라 물러나셔야 합니다.”
선사가,
“어떤 스님이 동산에게 묻기를,
‘예로부터 몇 사람이나 이 문 안에 들어왔습니까?’ 하니,
동산이 대답하기를,
‘한 사람도 이 문 안에 들어온 이가 없느니라.’ 하자,
스님이 다시 묻기를,
‘그렇다면 사람을 너무 무시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니,
동산이 대답하기를,
‘만일 참으로 그러하다면 사람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니라.’ 하였다” 한 이야기를 드니,
어떤 학인이 선사에게 물었다.
“옛사람의 뜻은 부축해 문에 들게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부축하지 않고 문에 들게 하는 것입니까?”
이에 보복保福이 말했다.
“행각을 다니면서 어떤 사람의 힘을 얻었는가?”
어떤 스님이 다음과 같은 일을 들었다.
“반산盤山이 ‘광경이 모두 없어진 뒤에 다시 또 어떤 물건인가?’ 하였는데,
동산은 ‘광경이 없어지지 않을 때는 또 어떤 물건인가?’ 하였습니다.
그 두 분의 견해에 의하면 끝까지 끊어 버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에 선사가 다시 그 일을 들어 그 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라고 했어야 끝까지 끊어 버리는 경지에 이르겠는가?”
스님이 도리어 물었다.
“비웃을 줄 아십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많이 비웃을 수 있다.”
학인이 도리어 선사에게 물었다.
“화상께서는 어떻게 말해야 끊을 수 있다고 여기십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두 손으로 보습[犁]을 붙잡으니, 물이 무릎 넘게 차느니라.”
그 뒤 그 스님이 이 일을 들어서 초경에게 물었다.
“보복이 ‘많이 비웃을 수 있다’ 하였는데, 그 뜻이 무엇입니까?”
이에 초경이 대답했다.
“법을 법대로 다 시행하면 백성이 남아나지 않느니라.”
선사가, “조산曺山이 말하기를,
‘세 가지 천제闡提가 있는데, 모든 것을 죽여 버린 것을 천제라 한다. 이러한 천제 하나를 죽여도 복록이 한량없다’ 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어 말하니,
어떤 스님이 물었다.
“천제를 어떻게 죽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죽이지 말아야 하느니라.”
“어째서 죽이지 말아야 합니까?”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만일 죽이면 천제와 같아지기 때문이니라.”
선사가, “운거雲居가 말하기를,
‘백 개의 화두를 드는 것이 하나의 화두를 가리는 것만 못하고, 백 개의 화두를 가리는 것이 하나의 화두를 설파하는 것만 못하고, 백 개의 화두를 설파하는 것이 하나의 화두를 행하는 것만 못하다’ 하였다”는 일을 드니,
어떤 스님이 물었다.
“그 하나의 화두를 어떻게 행합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행하지 않느니라.”
“어째서 행하지 않습니까?”
이에 선사가 말했다.
“그대는 절을 해야 하겠다.”
조산이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한 말씀하시자마자 5백의 해칠 마음이 생겼다 하였는데, 어떤 것이 그 말씀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싸늘하고 음침한 경지니라.”
“이런 말씀을 하셨으면서 어째서 도리어 원한을 품습니까?”
“그대는 무엇을 가지고 ‘도리어 원한을 품는다’ 하는가?”
“그저 아비의 얼굴을 보기 싫어할 뿐입니다.”
이때 어떤 학인이 물었다.
“아비에게 무슨 허물이 있습니까?”
선사가 말했다.
“아비에게 허물이 없느니라.”
“아비에게 허물이 없다면 어째서 보기 싫어합니까?”
“그저 허물이 없기 때문에 보기 싫어하느니라.”
선사가 남전의 이야기를 들었다.
“남전이 어떤 좌주에게 묻기를,
‘무슨 경을 강하는가?’ 하니,
좌주가 대답하기를,
‘『상생경上生經』을 강의합니다’ 하였다.
남전이 다시 묻기를,
‘미륵彌勒은 어디에 있는가?’ 하니,
‘도솔타천兜率陁天에 있습니다’ 하였다.
이에 남전이 꾸짖으면서 말하기를,
‘하늘 위에는 미륵이 없느니라.’ 하였다.
나중에 어떤 스님이 이 일을 들어 동산洞山에게 물으니,
동산洞山이 꾸짖으면서 말하기를,
‘땅 밑에도 미륵은 없느니라.’ 하였다.”
이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미륵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러자 선사가 꾸짖었다.
선사가 경전의 말을 들어 말했다.
“응진應眞 보살은 안팎이 모두가 황금빛이니라.”
어떤 스님이 물었다.
“그렇게 된다면 어떤 사람의 경지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그대들의 경계가 아니니라.”
“그렇다면 강한 것과 약한 것이 있습니다.”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앞의 말이 이미 잘못되었느니라.”
선사가 말하였다.
“초조初祖가 소림사小林寺에서 9년 동안 벽을 향해 앉으니, 절 안에 있던 3천 명의 무리가 모두 입이 폭포수처럼 그저 서역에서 와서 벽을 향해 앉은 소승의 바라문이라고 말들을 쏟아내었는데,무슨 잘못한 점이 있는가?
탓할 이유는 있겠지만 잘못한 점은 없다.”
이때 어떤 스님이 나서서 물었다.
“이유가 있다면 어째서 잘못한 곳이 없습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그저 그렇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어찌 그런 줄 알리오?”
“그렇지 않은 일은 어떠합니까?”
이에 선사가 말했다.
“나의 잠을 방해하지 말라.”
선사가 언젠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법에 자리 잡고 앉지 않아도 허물이 없게 되겠는가?”
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성인들을 보고자 하여도 이 문으로 들어가야 하고, 모든 성인들을 보고자 하지 않아도 이 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는 문득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그대가 문 안에 드는 일인가?”
스님이 대답했다.
“온당한 것이 온당한 것이 아닙니다.”
“그는 범부인가, 성인인가?”
“질문을 던지기 전부터 벌써 화상을 의심했었습니다.”
이에 선사가 꾸짖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무생無生의 길을 알려면 모름지기 본원本源을 알아야 한다’ 하였는데, 어떤 것이 본원입니까?”
선사가 양구했다가 문득 시자侍者에게 물었다.
“저 스님이 아까 무엇을 물었던가?”
그 스님이 다시 들어서 물으니, 선사가 꾸짖어 내쫓으면서 말했다.
“나는 귀머거리가 아니다.”
선사가 설사를 앓는데,
어떤 스님이 와서 물었다.
“선지식善知識께서는 모든 누漏가 다하였을 터인데 어째서 설사를 앓으십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만일 선지식이라면 한 물건도 거스르지 않느니라.”
스님이 다시 물었다.
“그러나 고통이 심한 것이야 어찌하시렵니까?”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만일 괴로워하는 중생을 보면 똑같이 괴로워하는 자가 되느니라.”
어떤 소사小師가 행각에서 돌아오니,
선사가 물었다.
“그대는 어지러이 설쳤는데 조금은 변했는가?”
소사가 대답했다.
“귀鬼도 아니요, 신神도 아닌데 변할 것이 무엇입니까?”
“다시 또 이리저리 내달려 무엇 하려는가?”
“화상더러 점검해 달라는 것입니다.”
이에 선사가 말했다.
“그대에게 스무 방망이를 때려야 하겠다.”
그리고는 선사가 대신 말했다.
“화상께서 보시기에 어디까지 갔다 왔겠습니까?”
선사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내가 평소에 ‘말할 수 없다고 하지 말라. 설사 완전히 말할 수 있다 하여도 역시 말더듬이 병에 걸린 사람이니라.’ 하였는데, 이미 완전하게 일렀거늘 어째서 도리어 말더듬이가 되는가?”
스님이 대답했다.
“원래 그것이 어찌 말로 이를 수 있는 것이겠습니까? 그런들 또 무엇 하겠습니까?”
이에 선사가 소리를 높여 꾸짖었다.
“벗어 버려라.”
그 스님이 다시 다르게 말했다.
“머리 위에다 다시 머리를 두어서는 안 됩니다.”
이에 선사가 말했다.
“구속에서 벗어나 지혜가 자랐구나.”
어떤 스님이 하직을 고하니,
선사가 물었다.
“어디로 가는가?”
스님이 대답했다.
“어디인들 제가 가는 곳이 아니겠습니까?”
“홀연히 생긴 산하대지는 또 어찌하려는가?”
“무엇을 산하대지라 합니까?”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그대의 말이 막혔느니라.”
“묻지도 않고 대답하지도 않을 때는 어떠합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말하지 않겠노라.”
“어째서 말하지 않습니까?”
“그대가 공연히 이런 질문을 하였기 때문이니라.”
선사가 상당하여 말했다.
“이 일은 무엇과 같다 하겠는가?
번쩍이는 번개와 같고, 석화石火와 같고, 타오르는 불길과도 같고, 벼락과도 같으니, 여러분은 힘껏 뒤쫓아야 한다. 만일 부지런히 뒤쫓지 않으면 목숨을 잃으리라.”
어떤 사람이 물었다.
“듣건대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여러분은 힘껏 뒤쫓아야 한다. 만일 힘껏 뒤쫓지 않으면목숨을 잃으리라.’ 하셨는데,
만일 뒤쫓으면 목숨은 잃지 않겠습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목숨을 잃고 안 잃는 것은 그만두고 그대는 뒤쫓기나 하였는가?”
“만일 뒤쫓지 못했다 한다면 사람들의 비웃음을 살 것입니다.”
“그대가 뒤쫓은 일은 어찌되었는가?”
“화상께서도 비웃을 줄 아십니까?”
“그대는 나쁜 사람이구나.”
“그럴 것까지 있습니까?”
이에 선사가 때려서 내쫓았다.
선사가, “조산이 무착無着을 대신하여 말하기를,
‘오래전부터 듣건대 문수 대사께서는 칼을 짚고 계시다 하던데, 어째서 한 티끌 속에 묻혀 계십니까?’ 하였다”는 것을 들어 이야기하니,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문수의 검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말하지 않겠노라.”
“어째서 말하지 않으십니까?”
“말하면 한 티끌에 있는 것이 되느니라.”
선사가, “고산이 정 도자道者에게 묻기를,
‘옛사람의 말에, 여기는 쉬우나 저기는 어렵다 했는데, 여기는 그만두고 저기의 일은 어떠한가?’ 하니,
도자가 대답하기를,
‘아직도 여기와 저기가 있는가?’하자,
고산이 때렸다”는 화두를 들어서 물었다.
“때린 것이 까닭이 있는가, 까닭이 없는가?”
학인이 말했다.
“정 도자의 분수에서 헤아리면 됩니다.”
“옛사람의 뜻이 무엇이겠는가?”
“학인이 옛사람의 뜻을 저버렸다고 말씀하셔서는 안 됩니다.”
“옛사람을 저버리지 않는 일이란 어떤 것인가?”
“화상께서는 평소부터 이런 기회를 틈타는 것에 익숙하셨습니다.”
이에 선사가 말했다.
“그대도 평소부터 이런 기회를 틈타는 것에 익숙하였느니라.”
선사가, “언 상좌上座가 구봉九峰 화상에게 묻기를,
‘모름지기 뜰 앞의 잣나무를 건드리지 말고 설파하셔야 하는데, 화상께서는 어떻게 이르시겠습니까?’ 하니,
화상이 대답이 없었다.
언 상좌가 장경長慶에게 가서 이 일을 이야기하니,
장경이 도리어 상좌에게 묻기를,
‘상좌께서 화상을 대신해서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 하니,
상좌가 대답하되
‘사계절의 변화를 따르지 않는다 하겠습니다’ 했다.
장경이 이 이야기를 보복에게 하니,
보복이 이 일을 들어 오히려 장경에게 묻되
‘언 상좌의 말에 사계절의 변화를 따르지 않는다 했는데, 그렇게 말하면 끊어 버리게 되겠는가, 끊어 버리지 못한 것이 되겠는가?’ 하였다.
장경이 대답하기를,
‘어찌 끊어 버린 것이 되겠습니까?’ 하였다” 한 이야기를 들어 말했다.
“대중은 분명히 기억하라. 앞으로 작가作家 제1기機를 들어 대답해야 한다.”
곤산困山이 말했다.
“광랑桄榔나무가 아닙니다.”
이에 선사가 덧붙였다.
“‘광랑나무라 해도 옳지 않습니다’ 하라.”
선사가 상당하여 시중하였다.
“과거로부터 있었던 그렇게 많은 성인들이나, 나아가서는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여러 노장들이 세상에 나오면 모두 말하기를,
‘나는 일체 중생을 제도하여 도를 이루고 과위를 이루어 나와 다름없게 되기를 서원한다’ 하였는데, 확실히 우리 무리들은 그 옛 성현들의 방편을 이어받지 못하였으니,
이제 어느 곳에 가서 도랑과 골짜기를 메울 것인가?
비록 그렇다 하나 이 가운데 안목眼目을 갖춘 이가 한 사람이라도 있는가?”
그리고는 선사가 스스로 대신 대답했다.
“‘그대의 질문을 천하 사람이 비웃을 수 있겠습니까?’ 하라.”
선사가 또
“제방에는 살인도[殺人之刀]는 있으나 활인검[活人之劍]은 없다”고 한 옛사람의 말을 들어 이야기하니,
어떤 학인이 물었다.
“어떤 것이 활인검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나는 어른이어서 그대에게 절을 할 수 없노라.”
선사가 스님에게 물었다.
“내가 한 가지를 묻는다면, 그대는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스님이 대답했다.
“그러시다면 한 걸음 물러서겠습니다.”
“때가 아닐 적에는 어찌하겠는가?”
“화상께서는 어째서 용두사미가 되십니까?”
“그대는 훌륭한 작가로다.”
“틀렸습니다. 다시 일러 주십시오.”
“내가 그대에게 말하기는 사양하지 않겠으나 그대가 알아 버릴까 걱정이니라.”
어떤 이가 물었다.
“경전에서 말하기를,
‘사자가 코끼리를 잡을 때에는 그 힘을 다한다’ 하였는데, 어떤 힘을 다합니까?”
“만일 전력을 다하는 것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겁이 나느니라.”
“화상은 어째서 오히려 학인을 겁내십니까?”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그대에게 다할 힘이 있기 때문이니라.”
“듣건대 옛사람이 말하기를,
‘지혜가 도달하지 못하는 곳은 절대로 말하지 말라. 말하면 머리에 뿔이 생긴다’ 하였다는데, 화상께서는 어떠하십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거두어들이리라.”
“만일 머리에 뿔이 없는 데서 거두어들이시면 대중의 비웃음을 당하실 것입니다.”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돈 잃고 벌 받는 꼴이로다.”
선사가 “일체의 법은 모두가 진여의 이치이다”라고 한 『금강경』의 말을 들어 이야기하고는,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진여의 이치인가?”
스님이 되레 선사에게 물었다.
“화상께서는 누구에게 물으시는 것입니까?”
“갑자기 도반들이 물어 온다면 그대들은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스님이 대답했다.
“화상께서는 그 무슨 마음 씀입니까?”
선사가 긍정하지 않고 대신 말했다.
“어디에 그러한 도반이 있는가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