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아비담심론 제9권
10. 잡품(雜品)[1], 마음ㆍ마음의 법
이미 모든 법 하나하나가
기필코 상속함을 분별했다.
위에서 말한 수많은 잡다한 내용을
이제 간략히 설명하겠다.
‘이미 모든 법 하나하나가 기필코 상속함을 분별했다’라고 한 것은 이미 모든 법이 전전해서 상속되는 종종의 품계를 설명했다는 것이다.
이제 위에서 말한 수많은 잡다한 내용에 대해 대략 설명하고자 한다.
[이른바 결정적으로 이어진 법의 설명은 이미 설명을 끝냈고,
여기서는 곧 위에서 말한 수많은 잡다한 내용을 이 품(品)에서 설명하겠다는 것이다].
[마음ㆍ마음의 법]
유연(有緣)이고 또한 상응하며
행도 있고 의지처도 있는 것은
마음 및 모든 마음의 법이니
이는 동일한 뜻을 말한다.
이는 곧 모든 마음과 마음의 법의 명칭의 차별을 말하니,
연이 있는 까닭에 유연(有緣)이라 말한다.
경계에서 전개되는 까닭에, 때와 의지처와 행과 연과 일이 함께 전개되는 까닭에 ‘상응한다’고 말한 것이다.
‘행이 있다’라고 한 것은 지혜를 말한 것으로, 이는 이미 「지품(智品)」에서 설명하였다.
그것은 연 가운데서 행을 짓는 까닭에 ‘행이 있다’고 말하며,
그것에 의지해 전개되는 까닭에 ‘의지처가 있다’고 한 것이다.
[유위법의 차별]
연을 좇아 생한 것과 또한 인과
인을 지닌 것과 유위와
설처(說處) 및 도(道)와
유과(有果)를 알아야 한다.
이것은 모든 유위법의 표현의 차별을 말한 것으로,
그 각각의 연의 화합등에 의해 생한 까닭에 ‘연을 좇아 생한다’고 말한 것이며,
다른 법을 낳는 까닭에 ‘인(因)’이라 말한 것이다.
인의 힘으로 말미암는 까닭에 ‘인을 지닌다’고 말하고,
인연 등의 지음인 까닭에 ‘유위(有爲)’라고 말한 것이다.
능히 설(說)을 낳는 까닭에 ‘설처(說處)’라 이름한다.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길에 속하는 까닭에 ‘도(道)’라 하며,
결과가 있는 까닭에 ‘유과(有果)’라 한 것이다.
[불선 및 은몰무기, 선(善)한 유위(有爲)]
유죄(有罪)와 또한 은몰(隱沒)과
염오(染汚)와 하천(下賤)과 흑(黑)이니
선한 유위(有爲)는 습(習)이라 말하며
또한 닦음[修]이라 부른다.
‘유죄(有罪)와 또한 은몰(隱沒)과 염오(染汚)와 하천(下賤)과 흑(黑)이다’라고 했는데,
이것은 불선 및 은몰무기에 대한 여러 가지 표현의 차별을 말한 것이다.
즉 죄와 함께 하는 까닭에 유죄라 말하니, 이는 미워하고 싫어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번뇌와 상번뇌(上煩惱)1)에 의해 덮혀 있기 때문에 은몰이라 말하니, 이는 누(漏)로써 덮여 있다는 뜻이다.
번뇌의 티끌로 더러워지는 까닭에 염오(染汚)라 하고 지극히 비루한 까닭에 하천(下賤)이라 하였다.
암흑에 덮인 세계인 까닭에 흑(黑)이라 하였다.
흑(黑)에는 두 종류가 있으니, 염오의 흑[染汚黑]과 불가의흑(不可意黑)이 그것이다.
여기에서는 염오의 흑을 말하며 불가의흑을 말하지는 않는다.
불가의흑에는 역시 선하지 못한 과보가 있는 흑도 있는 까닭이다.
선한 유위(有爲)는 습(習)이라 말하며 또한 닦음[修]이라 부른다’라고 했는데,
이것은 선(善)한 유위(有爲)에 있어서 여러 가지 표현의 차별을 말한 것이다.
그것은 선한 법에 포섭되고 사랑할 만한 과보를 지니는 까닭에 선(善)이라 말하는 것이다.
공덕이 불어나고 자라나는 까닭에 습(習)이라 하고 닦음[修]이라 하니, 이것을 득수(得修)라 하고 습수(習修)라 하는 것이다.
[친히 가까이 한다는 것이 습(習)의 뜻이며, 종자[種]2)라는 의미가 곧 수(修)의 뜻이다.
현재를 습(習)이라 부르고 미래를 수(修)라 표현하였다].
따라서 선한 유위라 말하는 것이다. 대치수(對治修)ㆍ단수(斷修)란 일체의 유루법을 또한 수(修)라 말한다.
[마음과 상응하지 아니하는 행]
【문】어떤 것이 마음과 상응하지 아니하는 행[心不相應行]3)인가?
【답】
무상(無想)과 두 가지 정수(正受)와
또한 중생의 종류와
문구[句]와 맛과 명신(名身)과
명근(命根)과 법득(法得)이다.
‘무상(無想)4)’이란 저 상(想) 없는 중생으로 태어나 마음과 마음의 법이 소멸한 것을 말한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것을 무상정(無想定)의 과보라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4선 에 부수된 과보라고 부른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내지는 유심(有心)의 경계에서는 유심의 과보가 있고 무심(無心)의 경계에는 무심의 과보가 있는 것을 말한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문】경우 앞서는 마음이 많은가, 뒤에 일어나는 마음이 많은가?
【답】어떤 사람은 뒷마음이 앞마음 보다 많다고 한다. 욕락(欲樂)이 적으면 속히 무상에 든다.
이와 같이 그 설명은 정해져 있지 않으니, 혹은 앞이 많기도 하고 혹은 앞서는 마음이 많기도 하고 혹 뒤에 일어나는 마음이 많기도 한 것이다.
가령 이 몸가짐으로 무상정수에 들어갔다면 곧 이 위의로써 무상에 들어가 머물게 된다.
거기서 일어나서 열반승(涅槃乘)을 비방하게 되면, 후보업(後報業)5)으로 욕계에 태어나게 된다. 그 업보를 다하면 다른 업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다.
‘두 가지 정수(正受)’란 무상정수와 멸진정수를 말한 것이다.
무상삼매란 변정천(遍淨天)에 대한 애착심은 다 사라졌으나 윗 경지에 대한 애착심은 다 없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먼저 이 경지에서 벗어날 생각을 지어 마음과 마음의 법이 단멸된 상태를 사유하는 것이다.
이는 욕계에서 일어나지 다른 곳에서 일어나지는 않는다. 이 근기가 예리하기 때문이다.
범부가 일으키지 성인이 일으키지는 않는다.
성인은 유의 세계를 벗어나려는 생각을 일으키는 일이 없다. 방편으로 얻지 이욕(離欲)으로 얻지 않으며, 퇴전하지 않는다.
【문】무상정수와 무상(無想)은 어떤 차별이 있는가?
【답】무상정수는 인이고 무상은 과이다. 전자는 선(善)이고 후자는 무기이다. 전자는 과보를 지니며 후자는 그 자체가 과보다. 전자는 행(行)이 있고 후자는 행이 없다.
멸진정수(滅盡正受)란 무소유처(無所有處)의 욕망에서 벗어나 먼저 생각을 그치고 마음과 마음의 법이 단멸을 사유하는 것이다.
【문】이 정수는 어떤 것인가?
【답】마음과 마음의 법이 소멸하여 상속하는 중간에 마음과 상응하지 아니하는 행의 4대(大)와 여러 근을 따라 흘러가 머무는데, 이것을 멸진정수라 한다.
나머지 일은 「정품(定品)」에서 설명한 것과 같다.
‘종류(種類)’라고 한 것은 중생의 몸과 여러 근과 사지마디ㆍ사업ㆍ음식이 서로 닮은 것으로 그 종류에 여섯 가지가 있다.
곧 계(界)의 종류ㆍ취(趣)의 종류ㆍ생(生)의 종류ㆍ처(處)의 종류ㆍ자신(自身)의 종류ㆍ성(性)의 종류 등이 그것이다.
계6)의 종류라 하는 것은 욕계의 중생은 욕계의 종류에 속하며 색ㆍ무색계 역시 이와 같음을 말한다.
취7)의 종류라 하는 것은 같은 취에서 태어나는 것은 같은 취의 종류임을 말한다.
생8)의 종류라 하는 것은 같은 생을 받는 것은 같은 생의 종류가 됨을 말한 것이다.
처9)의 종류라 하는 것은 무택지옥(無擇地獄)에 태어나면 무택지옥의 종류가 되며 나아가 제일유(第一有)에 이르기까지도 이와 같음을 말한 것이다.
자신의 종류라 했는데,
동일하게 하나의 세계ㆍ하나의 취(趣)ㆍ하나의 생하나의 생이란 사생(四生) 가운데 하나이다으로 태어나도 종종의 자신이 있게 된다.
마치 여러 새들이 종류가 있는 것과 같으니, 이와 같이 비유가 가능한 것이다.
성10)의 종류라 했는데, 주어진 바 성씨가 같은 것 이것이 성의 종류이다.
만약 여섯 가지가 서로 비슷하다면 이것을 종류라 부른다.
‘구[句]’라고 한 것은 여러 가지 명(名)과 미(味)를 모아 구경으로 뜻을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미신(味身)이란 자신(字身)을 말한다.
[미(味)란 곧 글자이다. 범음 가운데 미라는 소리가 있으니 이른바 이것은 자(字)를 본뜬 것으로, 지금의 형색의 문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명(名)’이란 제법에 이름 붙이는 것을 말한다.
이름으로써 뜻을 밝히니, 마치 남자나 여자라 부르는 것과 같다.
‘명(命)’이란 수명을 말하니, 음ㆍ계ㆍ입이 허물어지지 않음을 말한 것이다.11)
【문】명행(命行)과 수행(壽行)에는 어떤 차별이 있는가?
【답】어떤 이는 차별이 없다고 한다.
또 어떤 이는 말하기를
“숙세(宿世)에 지은 업의 과보를 수(壽)라 하고 그 과보를 닦는 것을 명(命)이라 한다”고 한다.
【문】세존께서는 왜 다섯 번째 몫의 수명을 버리셨는가?12)
【답】불사(佛事)의 구경을 이루셨기 때문이며, 나머지 일은 성문(聲聞)이 구경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네 가지 성인이 되는 종자에 머물러서 소유한 것과 모든 갖춘 조건들이 다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득(得)이란 모든 법을 얻는 것이니, 득과 성취란 같은 뜻이다. 이에 관해서는 뒤에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저 범부의 특징과
모든 법의 네 가지 모습
그것은 비색(非色)에 상응하지 않으니
이를 유위행(有爲行)이라 한다.
‘범부의 특징’이라 한 것은 성인의 법을 얻지 못함을 말한 것이다.
‘네 가지 모습’이라 한 것은 태어나고[生] 머물고[住] 늙고[老] 덧 없는[無常] 네 가지 모습을 말한 것이다.
이것은 이미 「행품(行品)」에서 설명하였다.
‘비색(非色)’이라 했는데, 이 모든 법은 색이 아님을 말한다. 4대종 및 조색(造色)은 이 경지의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응하지 않는다’라고 한 것은 대상[緣]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을 유위행이라고 한다’라고 한 것은 그것이 남을 위해 작위하는 까닭이며, 남을 작위하는 까닭이다.
[행과 선ㆍ불선ㆍ무기]
【문】이 모든 행은 몇 가지가 선이고 몇 가지가 불선이며 몇 가지가 무기인가?
【답】
두 가지는 선이며 다섯 가지는 세 종류이다.
일곱은 무기임을 알아야 하니,
두 가지는 색계 안에 있고
한 가지는 무색의 경지에 있다.
‘두 가지는 선이다’라고 한 것은 무상정수(無想正受)와 멸진정수(滅盡正受)가 선(善)임을 말한 것이다. 닦는 본질을 지닌 것이기 때문이다.
‘다섯 가지는 세 종류이다’라고 했는데, 득ㆍ생ㆍ주ㆍ노ㆍ무상이란 그것이 선(善) 가운데 있다면 선에 속하고 불선 가운데 있다면 불선에 속하며 무기 가운데 있다면 무기에 속한다는 것이다. 생(生)등은 법과 일과(一果)인 까닭이며, 득(得)은 자기만의 영역이 아닌 것이 아닌 까닭이다.
‘일곱은 무기임을 알아야 한다’라고 한 것은 무상(無想) 및 종류ㆍ문구[句]ㆍ미(味)ㆍ명(名)ㆍ명근(命根)ㆍ범부의 특징을 말한 것이다.
[법과 욕계ㆍ색계ㆍ무색계]
【문】이 모든 법은 몇 가지가 욕계에 속한 것이고, 몇 가지가 색계에 속한 것이며, 몇 가지가 무색계에 속한 것인가?
【답】둘은 색계 중에 있다. 즉 무상천과 무상정수는 색계에 속한다. 무상천은 제4선의 과보인 까닭이며, 무상정수는 제4선에 포함되는 까닭이다.
‘한 가지는 무색의 경지에 있다’라고 한 것은 멸진정수는 무색계에 속함을 말한 것이다. 그 경지는 제일유(第一有)에 포함되는 까닭이다.
두 세계에 세 가지가 있고
나머지는 삼계(三界)에 있나니
유루와 무루는 다섯이고
나머지는 모두가 유루이다.
‘두 세계에 세 가지가 있다’라고 한 것은
문구[句]ㆍ미(味)ㆍ명신(名身)은 욕계와 색계에 있음을 말한 것이다.
무색계는 해당되지 않으니, 말이란 무색계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삼계에 있다’라고 한 것은
종류(種類)와 득(得)과 명근(命根)과 범부의 특징과 여러 가지 득(得)과 상(相)은 삼계에 있음을 말한 것이다.
이러한 것은 모든 곳에 두루 하는 까닭이다.
[유루(有漏)ㆍ무루(無漏)]
【문】그 가운데 몇 가지가 유루(有漏)이고 몇 가지가 무루(無漏)인가?
【답】유루와 무루는 다섯이다. 즉 네 가지 유위(有爲)의 모습이 무루법 가운데 있으면 무루이고, 유루법 가운데 있으면 유루인 것이다. 법과 동일한 과보[一果]이기 때문이다.
득(得)의 경우, 만약 유위를 얻는다면 또한 이와 같다.
그러나 만약 수멸(數滅)을 얻는다면 혹은 유루일 경우도 있고 혹은 무루일 경우도 있다. 범부도 함께하는 경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수멸(非數滅)을 얻는다면 이는 유루에 속한다. 무기(無記)인 까닭이다.
곧, 이러한 내용으로써 어느 세계 어느 경지에 속하고 속하지 아니함을 말하게 되는 것이다.
‘나머지는 모두가 유루이다’라 한 것은 무상천(無想天)과 무상정수(無想正受)ㆍ멸진정수(滅盡正受)와 중생의 종류ㆍ명근ㆍ문구[句]ㆍ미(味)ㆍ명(名)ㆍ범부의 특징은 오로지 유루이니, 유에 속하는 까닭이다.
[범부와 성인의 차별]
【문】성인의 법에서 벗어난 것을 범부의 특징이라 하는데, 이것을 어떻게 버리고 어떻게 끊어야 하는가?
【답】
최초의 무루의 마음 가운데서는
버리기는 해도 얻지 못함을 알아야 하니,
범부는 여러 계를 흘러다니니
욕망에서 벗어날 때야 다 소멸된다.
‘최초의 무루의 마음 가운데서는 버리기는 해도 얻지는 못한다’라고 했는데,
성인은 처음에 번뇌 없는 마음이 생겼을 때 범부의 특징을 버리게 된다.
최초의 무루심이란 고법인(苦法忍)과 상응하는 마음을 말하는데, 그 마음이 생겨날 때 범부의 특징은 버리게 된다.
만약 이미 일어난 것을 버린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고법인에 머무는 때를 말하는 것이다. 응당히 그 경지는 성인의 경지가 아니니, 범부의 경지를 버리지 않은 까닭이다. 그런 까닭에 ‘생겨날 때’라고 말한 것이다.
그런 까닭에 부처님께서는
“두 법이 생겨날 때 그 일을 구경(究竟)지었다”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내부의 일[內事]이란 이른바 고법인에 부수된 마음이며,
외부의 일[外事]란 이른바 모든 광명을 말한다.
‘범부는 여러 계를 흘러다닌다’라고 했는데,
범부가 여러 세계를 흘러 다닐 때
만약 이 경지에서 목숨이 끝나면 이 경지를 버리게 되고,
만약 다른 경지에 태어나게 되면 그곳의 경지를 얻게 된다.
불은몰무기(不隱沒無記)인 까닭에 영구히 버린 것은 아니니, 성인의 법을 얻지 못한 까닭이다.
‘욕망에서 벗어날 때 다 소멸한다’라고 한 것은
만약 성인이건 범부이건 어느 한 경지의 욕망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때는 그 경지의 범부의 특징을 끊게 됨을 말한 것이다. 불은몰무기인 까닭이다.
[세 가지 무위(無爲)의 모습]
【문】세 가지 무위(無爲)13)에는 어떤 모습이 있는가?
【답】
번뇌가 끊어져 얽매임을 벗어나면
이것을 수멸(數滅)이라 하며
모든 장애의 모습 없는
이것을 허공이라 한다.
‘번뇌가 끊어져 얽매임을 벗어나면 이것을 수멸(修滅)14)이라고 한다’라고 했는데,
지혜로써 신견(身見) 등의 번뇌 및 그에 부수된 득(得)을 끊고 여기에서 결박을 벗어날 수 있으니, 이 결박을 벗어나는 일을 수멸이라 표현하는 것이다.
[이른바 약과 병의 종류란 그 수가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오직 하나의 일이 단멸해도 일에 자분(自分)이 없는 까닭에 수많은 득이 있게 된다.15) 여기에서 멸함의 득(得)을 얻게 되면 곧 여기에서 열반을 증득하게 된다. 그런 까닭에 열반은 공통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한다.
비바사(毘婆沙)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곧,
“이 얽매인 일에 대해서 이 얽매임을 벗어나는 일이 있게 된다.
만약 이와 다를 경우 고제를 밝힘으로써 끊게 되는 번뇌의 종자를 끊을 때 나머지 번뇌 역시 응당 끊어져야 할 것이다. 작증(作證)은 하나의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뒤의 여러 대치는 마땅히 필요가 없어야 한다. 그것은 아직 구경(究竟)을 짓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일이 각기 다른 것이다.”
자분인(自分因)이 없는 까닭에 자기 몫은 없다고 말하게 되는데, 이는 무자분으로서 다른 것을 위하지 못한다.16)
고법인(苦法忍) 및 그에 부수된 것은 자분인이 없기는 해도 다른 것을 위해 자분인이 된다. 그의 품계는 비분(非分)인 까닭에 이를 비품(非品)이라고 하며 번뇌가 소멸되기 때문에 열반이라고 한다.
설명하자면 끝이 없기 때문에 ‘설명의 대상이 아니다[非說]’라고 말한다.
일체법을 뛰어넘기 때문에 최승(最勝)이라 하고
지혜의 결과이기 때문에 지(智)라 하고
흔들리지 아니하는 까닭에 무생(無生)이라 하고
해탈도의 언저리에 있는 까닭에 변(邊)이라 하고
일체법을 벗어난 것이기에 출(出)이라 하고
무상(無常) 등의 허물에서 벗어났기에 묘(妙)라 말하는 것이다.
‘모든 장애의 모습 없는 이것을 허공이라 한다’고 한 것은 장애를 받지 아니함을 말한 것이다.
여러 가지 색에 오고 가는 등의 모습이 있기 때문에 허공이라 말한 것인데,
비유자(譬喩者)17)는 말하기를
“허공은 색도 아니며 또 색이 아닌 것도 아니다. 허공이라 말하는 것은 세간의 표현을 수순하는 까닭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라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허공은 무(無)가 아니니, 유를 용납하기 때문이다. 만약 허공이 없다면 응당 유(有)를 받아들이 수 없다. 그런데 유를 용납하는 까닭에 허공의 일이 있는 것이다”라고 한다.
[유위(有爲)의 법]
여러 연에 의지하는 법은
의지처 및 경계를 지닌다.
이를 갖추지 아니하면 생겨나지 아니하니
이것의 소멸이 곧 명(明)은 아니다.
모든 유위(有爲)의 법은 연과 경계의 힘에 의지하여 생기나니, 유위의 세계는 약하고 뒤진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것들이 비분(非分)이라면 생겨나지 아니한다.
예를 들면 눈의 인식이 눈과 색과 밝음과 허공 및 그 기억과의 화합에 의지하는 까닭에 생겨나는 일과 같다.
그 하나하나가 갖추어지지 아니하면 눈의 인식은 생기지 못한다. 다른 인식이 눈앞에 나타날 때 생각마다 그 사이에 다른 눈은 소멸하고 다시 다른 눈이 생기겨나기는 해도 중연(衆緣)이 갖추어지지 아니한 까닭에 눈의 인식이 생겨날 수 없는 것이다.
가령 안식이 응당 그 눈에 의지하여 생겨나야 하는 것이면서도 즉시 생기지 않는 것은 그 의지처 등이 이미 소멸한 까닭에 끝내 생겨나지 못하는 것이다.
먼저 앞선 방편이 없고 또 소멸한 까닭에 이것을 비수멸(非數滅)이라고 말한다.
눈의 인식과 같이 일체의 식신(識身)도 또한 이와 같다.
또한 무루인 자로서 수신행도(隨信行道)인 자가 나아가 얻는다면 수법행의 도는 비수멸이 된다.
일체도 역시 이와 같으니, 그 내용에 따라 모두 알아야 할 것이다.18)
비수멸[非數滅] 수(數)는 지혜를 뜻함. 비택멸(非擇滅)과 같음. 비택멸(非擇滅) 택(擇)은 지혜를 뜻함. 따라서 지혜로써 소멸된 것이 아니라는 뜻. ① 지혜로써 소멸된 것이 아니라 생겨날 인연이 없어 번뇌가 생겨나지 않은 상태. ② 지혜와 관계없이 본디 청정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 [네이버 지식백과] 비택멸 [非擇滅] (시공 불교사전, 2003. 7. 30., 곽철환) |
【문】만약 여기에서 승진도(勝進道)를 얻는다면 왜 도과(道果)에 포함되지 않는가?
【답】나머지 일을 이루는 까닭이고 번뇌를 끊는 까닭이며 부지런히 방편을 닦는 것은 비수멸이 되지 않는 까닭이다. 그런 까닭에 도의 과보에 포섭되지 않는 것이다.
[모든 유위법은 인(因)이다]
【문】일체의 유위법은 인(因)이라고 설명하는데, 무엇이 무엇의 인이 되는가?
【답】
앞 인은 서로 닮은 것과 증상한다.
혹 함께 의지하여 생기기도 하는데
두 원인 및 한 연은
한결같이 이미 생긴 것이라 말한다.
‘앞 인은 서로 닮은 것과 증상한다’라고 한 것은 앞의 법은 뒤따라 일어나는 닮은 법의 원인이 되고 또한 증상인이 된다. 이는 약한 인[軟因]이 아니니, 법을 닦을 때는 머물거나 증상하지 소멸되는 것이 아니다.
‘혹 함께 의지하여 생긴다’라고 한 것은 상응인과 공유인(共有因)을 말한다.
‘두 원인과 한 연은 한결같이 이미 생긴 것이라고 말한다’라고 한 것은 자분인을 이미 생긴 것이라 하며, 이는 아직 생기지 아니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앞의 일이 뒤의 일의 원인이 되는데, 아직 생기지 않은 것에는 앞뒤가 없기 때문이다.
일체변인(一切遍因)도 역시 이와 같으며, 차제연 역시 이미 생긴 것이라 말한다.
인연의 내용에 관해서는 「행품(行品)」에서 이미 설명하였다.
[보(報)]
【문】보(報)19)는 중생의 수(數)라고 해야 하는가, 중생의 수가 아니라고 해야 하는가?
【답】
보(報)는 중생의 범주이며
유위와 해탈과이다.
연을 지닌 것은 함께 감이라고 설하는데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
‘보(報)는 중생의 범주이다’라고 한 것은 보과가 중생의 범주임을 말하는 것이다. 공통되지 아니하는 까닭에 다른 눈으로는 보지 못하며 성취하지 못한다.
다른 보과의 내용도 또한 이와 같다.
옷과 음식 등 여러 가지 갖추어야 하는 조건들은 공용과(功用果) 및 증상과(增上果)로서 중생의 범주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공통되는 까닭이다.
[과(果)]
【문】과(果)는 어떠한가?
【답】
유위와 해탈과가 있는데
모든 유위법은
연이 있어 생하기에 과라고 말한다.
그리고 수연멸(數緣滅)이다.
이 역시 도의 과보를 말한 것이다.
과의 내용은 「업품(業品)」에서 이미 설명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