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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화수경 제7권
26. 훼괴품(毁壞品)[1]
[보살의 마음을 파괴하기 위하여 장애를 만드는 것]
사리불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어떤 사람이 보살을 위하여 한 사구게를 설하여 보여 주고 가르치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여 부처님의 도를 이루게 도와주어서 저러한 복덕을 얻거니와,
어떤 사람은 보살의 마음을 파괴하기 위하여 장애를 만들면 이 사람은 얼마만큼의 죄를 얻게 되는지 말씀해 주옵소서.
왜냐하면 벌써 파괴해서 어지러이 한 이나 장차 파괴할 이들도 이 죄를 듣고 나서 곧 스스로 고쳐 뉘우치게 하고자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사람이 장난을 저질러서 보살의 마음을 파괴하면 가없는 죄를 얻느니라.
마치 사람이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와 구슬을 파괴코자 하면 이 사람은 한량없는 재물의 이익을 잃게 되는 것처럼,
이와 같이 사리불아, 어떤 사람이 보살의 마음을 파괴하여 어지럽게 하면 한량없는 법 보배[法寶]를 곧 헐어 없애는 것이 되느니라.
사리불아, 마치 약 나무를 심었는데 어떤 사람이 베어 내어 더 자라게 하지 못한다면, 이 사람은 한량없는 중생의 병을 치료하는 법을 헐게 되어 많은 중생으로 하여금 병 때문에 곤란을 받게 하리라.
이와 같이 사리불아, 어떤 사람이 이 보살의 마음인 큰 안락한 마음을 헐고자 하면, 한량없는 중생의 고통 근심을 없애 주는 큰 지혜의 마음을 멸하게 함이니, 마땅히 알아라.
이 사람은 곧 한량없고 수없는 중생으로 하여금 여러 가지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고 교만하고 아끼고 시기하고 아첨하되 부끄러움이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 번뇌의 병에 침해를 받게 하며,
또한 한량없는 아승기 중생으로 하여금 열반에 편안히 머무를 곳을 잃게 하느니라.
사리불아, 만일 어떤 사람이 곧 두 발, 네 발의 목마른 중생의 여덟 가지 공덕의 물을 헐어 잃게 함이니라.
이와 같이 사리불아, 사람이 보살의 마음을 헐어서 어지럽게 하는 이는 곧 한량없는 중생의 목마른 애욕을 덜어 주는 여덟 가지 성도의 물을 파괴하는 것이 되느니라.
사리불아, 비유하자면 어떤 사람이 해의 궁전[日宮殿]을 헐면 이 사람은 곧 사천하 중생의 광명을 꺼버리는 것이 되느니라.
이와 같이 사리불아, 어떤 사람이 보살의 마음을 헐어 어지럽게 하는 이는 곧 시방세계의 온갖 중생의 큰 법의 광명을 꺼버리는 것이 되느니라.
사리불아, 어떤 사람이 온갖 보배의 성품을 파괴하면 이 사람은 곧 한량없는 중생의 진기한 보배를 파괴하는 것이니라.
이와 같이 사리불아, 어떤 사람이 보살의 마음을 헐어 어지럽게 하면,
이 사람은 곧 한량없는 아승기 중생의 법 보배의 분을 헐어 버리는 것이 되며,
여러 경을 훼방하고 소멸하여 하여금 듣거나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 되느니라.
사리불아, 마치 보배의 본성으로부터 한량없는 보배가 나와서 중생에게 흡족하게 주듯이,
여러 보살의 마음은 이것이 법 보배의 본성이다.
이 법 보배로부터 여러 부처님의 법, 생각할 수 없는 신통 지혜의 힘이 나오느니라.
이런 까닭에 사리불아, 보살의 마음을 파괴하는 이는 한량없고 가없으며 깊은 죄를 얻느니라.
사리불아, 사람이 악한 마음으로 부처님 몸의 피를 나게 함과 같이,
계를 파하고 불신하게 하여 이 보살의 마음을 헐고 여의는 이는 그 죄가 똑같으니라.
사리불아, 이 악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몸에 피를 내면 5무간죄(無間罪)를 받는 것을 내가 갖추 설명할 것은 그만두지만,
어떤 사람이고 보살의 마음을 헐어버리는 이의 그 죄는 이것을 지나가느니라.
왜냐하면 5무간죄를 일으킬지라도 오히려 한 부처님의 법을 능히 헐 수 없지만,
어떤 사람이 보살의 마음을 허는 이는 곧 온갖 불법을 끊어 없애는 것이 되느니라.
사리불아, 비유하자면 만일 소를 죽이면 곧 벌써 젖과 소락(酥酪)을 파괴하는 것과 같으니라.
이와 같이 사리불아, 보살의 마음을 파괴하는 이는 곧 온갖 부처님의 지혜를 끊어 없애는 것이 되느니라.
이런 까닭에 계를 파하고 믿지 않아서 꾸짖고 욕하여 보살의 마음을 헐면, 마땅히 알아라. 이 죄는 5무간에 지나는 것이니라.
사리불아, 이 무간죄는 그만두고, 사천하로 하여금 그 가운데에 아라한(阿羅漢)을 가득 차게 하여 놓고 만일 어떤 사람이 모두 그의 목숨을 빼앗았다면 이 사람이 얻는 죄는 얼마나 많겠느냐?”
사리불이 여쭈었다.
“매우 많겠나이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너에게 말하거니와, 만일 어떤 사람이 보살을 꾸짖고 헐고 어지럽게 하여 그로 하여금 믿어 받아서 그 마음을 버리게 하거나 부처님의 지혜를 잃게 하면, 이 죄는 앞의 죄에 비하여 백분, 천분, 백천만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며, 비유로도 또한 미칠 수 없느니라.
왜냐하면 저 아라한의 목숨을 비록 빼앗았다고 하지만, 여러 부처님의 10력(力)ㆍ4무소외(無所畏)ㆍ4무애지(無碍智)ㆍ18불공법(不共法)ㆍ대자대비(大慈大悲)한 부처님의 허망하지 않는 행[佛不虛行]은 막을 수 없으며,
여래의 상왕회관(象王廻觀), 사자분신(師子奮迅), 무견정상(無見頂相)은 막지 못하며,
여래의 백천 가지를 부는 구족한 법의 소라[法貝]는 막지 못하며,
또한 위없는 법 바퀴를 운전함은 방해하지 못하며,
성주(聖主)의 자재신력(自在神力)은 막지 못하며,
또한 다시 중생의 여러 근기의 날카롭고 무딤과 가지가지 욕락의 차별을 능히 아는 지혜는 막지 못하느니라.
사리불아, 보살이 만일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면 대승(大乘)을 이루어서 굳센 서원으로 장엄할 것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와서 이 마음을 헐어 어지럽게 하여 그로 하여금 물러가 버리게 한다면, 이 사람은 곧 부처님의 10력, 끝내는 중생의 가지가지 욕지(欲知)까지를 막느니라.
사리불아, 사천하는 그만두고, 삼천대천세계에 여러 아라한을 가득 채우되, 마치 대나무ㆍ갈대ㆍ벼ㆍ삼대ㆍ숲과 같이 하였다 하고,
어떤 사람이 그들의 목숨을 모조리 빼앗았다 하면,
이 사람이 얻은 죄가 얼마나 많겠느냐?”
“매우 많겠나이다. 부처님이시여.”
“사리불아, 또 어떤 사람이 성내는 마음을 품고 경솔하고 교만하며 파계해서 신용이 없는데, 이 보살의 마음을 헐어서 산란케 하면 이 사람의 얻는 죄는 오직 부처님만이 아시느니라.
왜냐하면 이 사람이 보살의 깊은 마음을 헐어 어지럽게 함은 곧 온갖 부처님 법을 헐어 없애고 여러 부처님의 씨를 끊어 버리는 것이 되느니라.
왜냐하면 만일 보살의 최초 마음이 없으면 어떻게 이와 같은 부처님의 지혜와 부처님의 자재한 힘이 있어 세계에 나타났겠느냐?
이런 까닭에 사리불아, 위없는 마음ㆍ큰마음ㆍ깊은 마음이 보살의 마음이니라.
만일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ㆍ천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사람인 듯 아닌 듯한 무리들의 처소와 온갖 세계에 있으면 반드시 모두 예경하느니라.
왜냐하면 이 마음이 있는 이는 곧 미래의 세존이기 때문이니라.
[여래가 보살의 마음을 칭찬하되, 그 이름을 제한하지 않는다]
사리불아,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가 이 보살의 마음을 칭찬하되, 이 가운데서 자못 분별하시어 중생의 명자(名字) 혹은 찰리(刹利)의 집ㆍ바라문의 집ㆍ거사(居士)의 큰 집ㆍ전륜왕(轉輪王)ㆍ사천왕천ㆍ석제환인(釋帝桓因)ㆍ도리천(忉利天)ㆍ염마천(炎摩天)ㆍ도솔천ㆍ화락천(化樂天)ㆍ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ㆍ범천(梵天)ㆍ대범왕(大梵王) 등 여러 명자를 제한하느냐? 제한하지 않느냐?”
“아니하십니다. 부처님이시여,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다만 이와 같은 깨끗한 마음ㆍ큰마음ㆍ깊은 마음을 말씀하실 뿐입니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내가 이렇게 이 마음을 칭찬하는데 자못 힘센 사람, 마치 나라연(那羅延) 같은 무리나 젊은이, 늙은이, 부귀한 이, 가난하고 천한 이, 높고 낮은 사람을 말하더냐, 말하지 않더냐?”
“아니하셨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사리불아, 그대는 이 마음이 있는 곳을 보거든 젊은이나 늙은이나 부하고 귀한 이나 가난하고 천한 이나 힘이 있거나 힘이 없거나 간에, 너희들은 모두 반드시 공경히 생각하고 막아 두호하여 이 사람을 도와서 성공케 하여야 하느니라.
이것이 성문(聲聞)의 위없는 은혜를 갚음이니, 법보시로써 보살을 능히 교화하기 때문이니라.
사리불아, 만일 성문인 사람이 이와 같이 하는 이는 곧 부처님께 갖추 공양함이 되나니, 말하자면 능히 보여 주고 가르쳐서 여러 보살로 하여금 위없는 보리의 마음에서 물러나 옮겨가지 않게 함이니라.”
[보살의 세 가지 마음]
사리불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보살이 세 가지 마음이 있사온데,
첫째는 처음에 발한 마음[初發心]이요,
둘째는 옮기는 마음[轉心]이요,
셋째는 성취하는 마음[成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어느 마음을 칭찬하시고 거두어 보호하시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고 그러하니라. 네 말대로 보살에게는 세 가지 마음인 첫 마음, 옮기는 마음과 성취하는 마음이 있느니라.
사리불아, 이 가운데서 여래는 첫 마음과 옮기는 마음을 칭찬하시고 거두어 보호하시어 그로 하여금 성공을 얻게 하시느니라.
왜냐하면 만약에 어떤 사람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였으면 그로 하여금 물러나 옮기어서 성문이나 벽지불(辟支佛)의 지(地)에 떨어지지 않게 해야 하나니,
떨어지지 않음으로써 점차로 위없는 보리를 꼭 이루리니,
이러한 까닭에 보살이 보리의 마음을 발하거든 이 마음의 공한 상(相)을 반드시 관찰해야 하느니라.
[마음과 공의 상]
사리불아, 어떠한 것들이 이 마음이며, 무엇이 공한 상이냐?
마음을 뜻의 식[意識]이라 이름하나니, 곧 이것은 식의 쌓임[識陰]이며, 뜻의 입[意入]이며, 뜻의 경계[意界]의 마음이니라.
공한 상이라 함은 마음에 마음의 상[心相]이 없고 또한 지음이 없는[無作] 것이니라.
왜냐하면 만일 짓는 이가 있다면 곧 저 사람이 짓고 이 사람이 받게 되며, 만일 마음으로 스스로 지을 것 같으면 곧 자기가 짓고 자기가 받느니라.
사리불아, 이 마음의 상은 공하여서 짓는 이도 없고 또 짓게 하는 이도 없나니, 만일 짓는 이가 없으면 곧 지음의 상[作相]도 없느니라.
만일 어떤 사람이 이 마음의 상[心相]을 희론하는 이는 곧 걸림이 없고 공하고 없는 상[無碍空無相]과 다투는 것이 되고,
만일 걸림 없고 공하고 없는 상과 다투면 이 사람은 곧 여래와 더불어 함께 다투는 것이 되리니,
여래와 더불어 다투면 이 사람은 곧 깊은 구렁에 떨어지느니라.
깊은 구렁은 곧 말하자면, 지옥ㆍ아귀ㆍ축생과 여러 가지 얻었다는 견[得見], 음(陰)ㆍ계(界)ㆍ입(入)의 견, 나라는 견[我見], 사람이란 견[人見], 중생이란 견[衆生見]이니라.
사리불아, 요긴한 것만 들어 말하자면, 부처님ㆍ법ㆍ스님의 견과 열반의 견이니 이와 같은 것을 모두 얻은 것이 있다는 견[有所得見]이라 하느니라.
이와 같은 여러 가지 견은 나쁜 갈래의 근원이 되느니라.
중생은 이 여러 가지 견에 탐착하는 까닭에 깊은 구렁에 그만 떨어지느니라. 남도 빠뜨려서 깊은 구렁에 떨어지게 하느니라.
그 깊은 구렁은 말하자면 다섯 길[五道]에 나고 죽는 것이 이것이니라.”
[찬택 거사의 서원]
그때에 모인 대중 가운데 거지 한 사람이 있었는데 이름이 찬택(撰擇)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공경스럽게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지금 이 깊은 구렁에 떨어지지 않겠사오며, 또한 여래와 더불어 다투고자 하지 않으렵니다.
제가 옛적부터 이와 같은 마음을 발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자 하나이다.
돌이켜 스스로 생각하오니, 저는 가난한 사람으로서 여러 가지 고통과 고달픔도 많으려니와 살아 나가기도 어렵나이다.
이 여러 찰리(刹利)와 바라문ㆍ거사 대가(居士大家)들도 오히려 위없는 보리를 능히 익힐 수 없거든 하물며 저 같은 거지, 제일 가난하고 천한 몸이겠나이까?
지금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보살의 첫 마음을 칭찬하심을 들었사오나, 이 가운데서는 찰리 대성(大姓), 바라문의 집, 거사 대가와 사천왕ㆍ석제환인ㆍ도리천ㆍ염마천ㆍ도솔천ㆍ화락천ㆍ타화자재천을 말씀하지 않으셨으며,
범세(梵世)와 범천왕도 말씀하지 않으셨고,
또한 가난뱅이, 부자, 귀하고 천한 것도 말씀하지 않으셨나이다.
저는 오늘부터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결정코 발하여 저의 몸을 스스로 가볍게 하지 않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좋구나, 찬택아. 그대는 여래를 따라 배워서 이 위없는 도의 마음을 결정코 발하여라.”
그때에 찬택은 즉시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여쭈었다.
저는 칭찬 받기를 구하지 않으니
칭찬이란 훌륭하고 묘한 것 아니네.
가장 훌륭한 뜻만 구함이니
이른바 부처님의 위없는 지혜라네.
부처님께서는 세계에서 으뜸이시며
또한 세계에서 더 없는 으뜸이시네.
고통 받는 중생에게서
돌아가 의지할 데 능히 되시네.
부처님께서는 새지 않는 법 증득하사
미묘하고 깨끗하기 한량없으시네.
중생을 불쌍히 여겨 설하시어
나고 죽는 근심 벗겨 주시네.
부처님의 신통력 걸림 없으시고
광명 또한 끝없으시어
가없는 지혜 얻으셨고
복덕이 높고 높으시네.
세존께서는 저의 본마음으로
또한 성불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지만
마음이 도리어 물러가 사라지게 되면
누가 가난하고 천한 저에게 주오리까?
여러 왕ㆍ거사
제석ㆍ범천ㆍ여러 높은 신
큰 신덕(神德)ㆍ인천이 있지만
이들도 오히려 얻지 못하네.
하물며 저 같은 가난하고 천한 것이오리까?
거지는 저 스스로 목숨 건지거든
부처님의 지혜는 세상에서 위없는데
어떻게 얻을 수 있사오리.
부처님께서는 저의 마음 아시와
사리불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말하는 이 발심은
가난뱅이, 부자, 귀하고 천한 이 없고
또한 찰리도
바라문ㆍ거사도
여러 천ㆍ용ㆍ귀신도 말씀 안 하시고
다만 청정한 마음 발한 것만 말씀하셨네.
이제 부처님의 말씀 듣사옵고
저의 마음 큰 힘 얻사와
반드시 부처 이루오리.
깊은 마음 능히 발한 까닭에.
하늘과 땅이 자리 바뀌고
수미산도 티끌 가루로 만들 수 있으며
허공도 변하게 만들 수 있지만
저의 마음은 옮길 수 없으리.
가사 중생의 무리로써
갖가지로 모두 마군을 만들어
모조리 와서 시끄럽고 어지럽더라도
저의 마음을 결정코 옮길 수 없으리.
만일 어떤 사람 저의 앞에서
이런 말하기를
부처님 지혜는 얻기 어려운데
누가 가난하고 천한 이에게 주랴?
저는 듣고 나서 답하리.
그대는 가난하고 천한 이다.
너에겐 믿음의 재물 없지만
나는 반드시 부처 되련다.
모든 부처님께서는 성품이 없으시고
정한 씨[定種]도 또한 없네.
다만 한마음으로
위없는 대승(大乘)에 회향하면
이것이 곧 불성이요
또한 여래의 종자가 되네.
한마음으로 불도를 구하여
공양한 까닭에 부처 이루어
나는 몸과 목숨 아끼지 않고
또한 세상 욕락에 탐내지도 않아
오직 위없는 도만 뜻하여
온갖 중생 제도하려네.
지금 부처님 앞에서
진실하게 두려움 없음을 말했나이다.
만일 그릇된 것 있거든
부처님께서는 불쌍히 여겨 설하소서.
그때에 부처님께서는 게송으로 답하셨다.
그대는 위없는 마음 발하여
위없는 수레[乘]에 탔다.
이 가운데 그릇된 것 없으니
반드시 불법의 왕 이루리라.
찬택은 부처님 말씀 듣고
마음에 한량없는 기쁨 얻어
마음의 착한 청정함을 쓴 까닭에
높이 7다라(多羅)에 날아올랐네.
때에 부처님 빙그레 웃으시며
입으로 오색 광명 놓으시어
하늘땅을 널리 비춰 밝히시고
도로 정수리 위로 거둬들이시네.
아난 즉시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쭙기를
부처님의 지혜 걸림 없으심
이것은 무엇에 인연한 것이나이까?
이 왕사성 성중의
가장 하천한 거지가
허공 중에 서 있어
합장하고 부처님께 예경합니다.
이제 여러 천ㆍ용왕
야차와 사람인 듯 아닌 듯한 이가
모두 한마음으로 합장하고
이 거지에게 예경하나이다.
저는 이제 부처님께 묻사오니
무슨 까닭에 웃으시며 광명 놓으시나이까?
누가 불도를 오로지 행했기에
수기를 주시려 하시나이까?
그 누가 불도에 머물러서
위없는 마음 발하여서
가장 훌륭한 지혜 증득하여
중생들을 늙고 병들어 죽음에서 제도하나이까?
그 누가 도량에 장차 앉아
마군 왕의 군사를 쳐부수고
위없는 불도를 얻어
가장 묘한 법 바퀴 굴리나이까?
그 누가 큰 지혜 장차 얻고
한량없는 신통력까지 미쳐
넓은 지혜 걸림 없음 얻어서
중생의 근기 분별하나이까?
그 누가 범음을 장차 얻어서
말하는 것 모두 기특해
참지혜 걸림 없기 때문에
연설하는 것 변하고 다름이 없나이까?
그 누가 위없는 도 증득하여
기묘한 정(定)에 늘 들어 있어
삼계의 마음 통달해
가엾이 생각하는 까닭에 설법하나이까?
그 누가 법 설할 때에
천상ㆍ인간이 모두 환희
장차 불허행(不虛行)의
사자회관법(師子回觀法) 얻나이까?
그 누가 대중의 인도자 되어
부처님 세계 장엄 청정케 하고
온갖 여러 어려움 여의게 하여
적멸의 도를 널리 여나이까?
큰 신덕의 부처님이시여,
제가 이 일 묻사오니
무슨 인연으로 빙긋 웃으시었는지
원컨대 말씀하시어 여럿을 기쁘게 하소서.
[수기]
그때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이 찬택 걸인으로 말미암아 그래서 빙긋 웃고 큰 광명을 놓았다.
즉시 이 모임 가운데 천ㆍ용ㆍ야차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사람인 듯 아닌 듯한 무리 등 80억 나유타의 무리가 있었는데, 모두 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발하였느니라.
나는 이들을 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주련다.”
이때에 부처님께서는 이 뜻을 밝히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여래가 이 인연 말할 때에
80억 나유타가 꽉 차서
중생이 위없는 마음 모두 발해
이들은 모두 마땅히 불도 이루리.
이제 이 지혜 깊은 찬택이
기쁘게 합장하고 공중에 서서
나에게 공경 찬탄하여 공양 올리며
스스로 원하네 지금 부처같이 깨닫기를.
이 사람 복덕의 인연 때문에
여러 나쁜 갈래에 끝내 아니 떨어지리.
태어나는 데마다 여덟 가지 어려운 곳 여의고
태어날 때마다 여러 부처님 찾아뵈리.
여러 부처님 만나고 나서는
위없는 보리 얻기 위하여
보배ㆍ일산ㆍ번기ㆍ당기ㆍ꽃ㆍ향
이런 공양거리로 부처님께 공양 올려
역대의 여러 부처님 도 닦으실 때
훌륭하고 묘한 맛있는 여러 가지 음식
평상ㆍ이부자리와 탕약
이런 공양거리로 부처님께 공양했네.
장차 차츰 미륵불 만나
부처를 구하기 위한 까닭에 더욱 깊이 공경하고
70억 나유타의
마니보배 구슬로써 공양 올려라.
낱낱의 마니구슬 광명이
80유순 안을 능히 비추어
이 보배 구슬의 뭇 광명의 힘을 모아
여러 세계를 두루 비추리.
또 7보로써 탑묘를 일으키되
70억 나유타에 가득 채워
그 탑의 길이와 너비가 각각 10리
온갖 묘한 보배로써 장엄하네.
의복ㆍ평상과 침구[茵褥]도
또한 70억 나유타
이런 여러 가지 장엄거리로써
미륵부처님과 스님들께 올려
안거하는 석달 동안 공양을 베풀되
이렇게 게으르지 않고 백 년을 지나
그런 뒤에 이 사람 출가하여서
미륵부처님 법 중에 범행(梵行)을 닦네.
이와 같이 좋아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더욱 깊이 미륵불께 공양하고
점차로 보살의 도 익혀 행하여
현겁의 온갖 부처님 모두 뵙네.
이로부터 여러 부처님을 다시 뵈니
그 수는 항하의 모래 수보다 더 많아
뵙고 나서 마음에 깊고 착하고 깨끗함 얻어
모두 공양을 더해 불도를 닦네.
이 사람의 깨끗한 마음 복덕의 과보
내가 지금 대강 말했으되 능히 다할 수 없어
그 과보 한량없고 비유할 수 없으니
누가 이 말 듣고서 부처 구하지 않으리.
이 사람은 나고 죽는 데 오가지만
항하의 모래 수처럼 많은 겁에 불도만 구해
끝내는 위없는 지혜 꼭 증득하여
부처 이루니 이름은 집견실(集堅實).
수명은 1천 겁을 헤아리니
그때의 부처님 세계 매우 청정해
염부제 땅도 장엄하니
마치 수미산 꼭대기의 도리천궁 같네.
집견실세존의
성문의 큰 회중은
억 나유타를 훨씬 지나서
항하의 모래 수처럼 많네.
낱낱의 큰 모임 가운데
항하의 모래 수처럼 많은 사람이
모두 아라한과를 얻어
자재한 신통력 있네.
모두 3장에 통달하여
여러 가지 묻고 답함에 밝네.
마치 나의 사리불처럼
지혜 가운데 제일가네.
보살들이 크게 모이니
그 수는 위의 것보다 다시 갑절
저 부처의 큰 보살들
또한 이름은 아일다(阿逸多)일세.
저 여러 보살 대중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어서
몸을 옮겨 여러 나라에 태어나
곳을 따라 각기 부처 이루어
낱낱 큰 모임 가운데
항하의 모래 수처럼 많은 보살들에게
저 부처님께서 수기 주시기를
위없는 도를 반드시 이루리라.
저 부처님 멸도한 뒤
법은 머무르기 꼭 1겁 동안
사리는 널리 유포되어
또한 마치 내가 멸도한 뒤 같으리.
집견실부처님 사리에
천상 인간이 공양 올리매
중생들이 즐겨하는 대로
여러 가지 신통의 힘 나타나네.
이 사리 모신 탑묘는
모두 7보로써 이루어졌고
난간과 보배로 된 기둥
향ㆍ꽃ㆍ여러 가지 번기와 일산
이러한 묘한 보배로 꾸미어
여래의 탑을 장엄하고
이 여러 탑묘로써
염부제를 깨끗이 장엄하였네.
어떤 사람이 뭇 꽃을 가져다가
이 부처님 탑에 공양하면
곧 꽃일산으로 변하여지니
이와 같은 신통의 힘 있네.
집견실부처님의
형상이 여러 탑에 있어서
중생들의 즐겨함을 따라
빙그레 웃으며 광명을 나타내네.
큰 광명이 널리 비추고 나서
본래 나온 곳으로 도로 들어가는데
만일 정수리 속으로 들어가면
부처님의 수기 받을 것 스스로 아네.
만일 광명이 입 속으로 들어가면
연각승의 수기 받을 것 알고
광명이 만일 배꼽으로 들어가면
성문의 수기 받을 것 스스로 알라.
저 부처의 형상
이런 신통력 있어
이와 같이 1겁이 꽉 차면
겁이 다하여 이에 멸하리.
함이 있는 법은 항상함 없으니
까닭에 마땅히 부지런히 행해 나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