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장. 연지해회에서 서로 만나길 원하네 (蓮池海會願相逢)
영박榮博
2013년 1월 13일, 저와 의오염불당의 유劉거사, 부付거사, 증曾거사, 장張거사 일행 다섯 사람은 사기현 래불사에 가서 112세의 해현노화상을 찾아 뵈웠습니다.
그날은 날씨가 유달리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하여 엄동의 음력 섣달의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저와 유거사가 노화상의 료방에 들어갔을 때, 어르신께서는 빛깔이 이미 누렇게 바랜 책자를 하나 들고 계신 것을 보았습니다. 저희들이 그 책자를 받아서 펴서 보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노화상께서 구족계를 받으신 계첩戒牒이었습니다. 노화상은 저희들을 보고는 몹시 기뻐하는 기색을 보이셨으며, 또 지난달에 찍은 사진 몇 장을 꺼내시어 저와 유거사에게 한 장씩 주셨습니다. 자비하신 어르신의 모습을 좀 보십시오! 저는 그 어르신의 모든 것을 대단히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그래서 사진을 매우 조심스럽게 저의 특별한 가방 속에서 넣어 간직하였습니다.
저희가 사원에 주려고 가지고 온 《약요불법흥, 유유승찬승若要佛法興, 唯有僧讚僧》이라는 책을 차에서 내릴 때, 유거사가 그 중 한 권을 가져다 먼저 노화상께 드렸습니다. 어르신은 책 제목을 들으시고는 대단히 기뻐하셨으며, 정말로 유거사가 형용한 것처럼 마치 이미 오래 전부터 간절히 원하던 보물을 얻으신 것과 같은 표정이셨습니다. 어르신은 그 자리에서 당장 새 가사를 찾아 꺼내시더니 장중하게 승포僧袍를 입고 그 위에 가사를 걸치셨으며, 또 아주 꼼꼼하게 몸의 앞과 몸 뒤의 세세한 부분까지 일일이 한 차례 점검하고 정리하셨으며, 그렇게 하신 후에 말씀하시길, “내가 이 책을 들고 있을 테니, 자네들은 나에게 사진을 찍어주게나?” 지금 모두가 보고 있는 노화상께서 두 손으로 《승찬승僧讚僧》을 바쳐 들고 계시는 그 사진이 바로 그 당시 아주 잠깐 사이에 남기신 더없이 완벽하고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저는 이 사진을 볼 때마다 마치 어르신께서 모든 사람들에게 “만약 불법을 흥성하게 하려면, 오직 승가가 승가를 찬탄하는 데에 있을 뿐이다. ……”(若要佛法興, 唯有僧讚僧)라고 하시는 말씀을 듣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시에 저희 몇 사람은 이 사람이 한 마디 여쭈고 저 사람이 한 마디 여쭈면서 노화상께 가르침을 청하였습니다. 그때 순간 갑자기 저는 그지없이 장엄하신 어르신의 얼굴을 발견하고서 그 자리에서 저도 모르게 엉겁결에 말하길, “노화상님, 어르신께서 서방 극락세계에 왕생하시면 저희들을 데리러 오시는 것을 절대로 잊으시면 안 됩니다!” 그러자 제 말에 어르신께서 연거푸 대답하시길, “데리러 와야지! 암 데리러 오고말고!” 그 말씀이 다른 때와 달리 유달리 확고하고 힘이 있으셨습니다. 이 말씀을 하신 후, 어르신은 얼굴에 마치 아름다운 연꽃이 활짝 핀 것처럼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그 순간 저는 갑자기 기이한 향기를 맡았으며, 무의식적으로 사방 주위에 무슨 꽃이 피어있는 것이 아닌지를 살펴보았습니다. 나무 위의 마른 가지와 시든 잎을 보고서야 저는 돌연히 제정신으로 돌아왔으며, 지금은 바로 엄동인데, 어디에 피어있는 무슨 꽃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뿐만 아니라, 이 향기는 결코 꽃 냄새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고개를 돌려 한창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 증거사를 부르며, “혹 무슨 향기를 맡으셨습니까?”하니, 그들 몇 사람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이 “맡았어요!”라고 말하였습니다. 향기는 대략 3분 정도 지속되었으며, 노화상 곁에 있던 거사들 역시 동시에 자신들이 서있는 그 자리에서 나는 먼 곳으로부터 가까이 곁에 와서 풍기는 이 미묘한 향기를 맡았습니다. 정말로 “만물의 공명空鳴을 마음속으로 알지만, 말로 전할 수 없는 그 미묘한 곳을 여러분들에게 말해주어 함께 나누기가 실로 어렵습니다.”(悠然心會, 妙處難與君說.) ……
그때 저희들과 헤어지기 아쉬워하시던 노화상의 모습이 생생하여 지금까지도 눈에 선합니다. 그때의 광경을 정말로 저로 하여금 잊기 어렵게 합니다! 저희들은 차를 세워둔 곳까지 걸어왔으며, 어르신 또한 차 앞까지 오셔서 저희를 배웅해주셨습니다. 저희들은 다시 한 번 노화상께 정례하고 “가겠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리자, 노화상께서 큰 소리로 말씀하시길, “염불해야 하네. 다른 것은 모두 거짓인 게야! ― 난 매일 3시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절하고, 불상 앞에서 20분 염불하고, 곧 바로 요불하며, 그렇게 한 후에 다시 앉아서 염불하네, 어느 때에는 소리를 내서 염불하고, 어느 때에는 소리를 내지 않고 염불하며, 또 많은 시간은 마음속으로 염불하지. 부처님께서는 언제나 늘 내 마음속에 계시네.”(要念佛啊, 其它都是假的! ― 我每天三點起床拜佛, 在佛像前念二十分鐘, 隨後繞佛, 然後再坐下念, 有時出聲, 有時不出聲, 更多時候是默念, 佛時時都在心中.)
아마도 저희들에게 더욱 강렬하게 마음에 새기게 하기 위해서 이셨는지, 어르신은 다시 한 번 더 저희들에게 신신당부하시길, “어느 때이건 남을 귀찮게 하지 말라! 평소에 남들이 내 그릇에 담아준 밥이 많아도 괜찮고 적어도 괜찮으며, 나는 언제나 무어라 말하지 않으며, 내 그릇에 담아주는 대로 먹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이리저리 바삐 뛰어다녀야 할 게야. 그래서 난 남을 번거롭게 하는 것을 원치 않아!”(什麼時候都不要給別人添麻煩! ― 平時他們給我盛飯, 多也好, 少也好, 我都不會說啥, 盛多少吃多少, 不然人家還要跑來跑去, 我不願麻煩別人!) 저는 어르신의 명치가 있는 곳을 가리키며 말씀드리길, “어르신의 이곳은 정말로 늘어나지도 않고 줄어들지도 않으시죠!”(您這是不增不減啊!) ……
당시에 무엇 때문이었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저희들은 또 한 사람 한 사람씩 자신들의 이름을 노화상께 한 번 더 분명하게 알려드렸으며, 마치 노화상께서 우리 자신들을 잊어버릴까봐 두려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 이것이 해현노화상께서 이번 생에 이 세간에서 저희들과 마지막으로 보고 마지막으로 하신 약속입니다! 저희들은 노화상께서 한 사람 한 사람 저희들을 모두 분명하게 기억하고 계실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현공상인께 정례합니다! 제 이름은 영박이며, 어르신께서는 반드시 기억하셨다가 때가 되었을 때 저를 데리러 오시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
(인연생거사)
나무아미타불! 《전국책․중산책》에 보면, “욕망이 같은 사람들은 서로 미워하고, 근심이 같은 사람들은 사이가 서로 가깝다.”(同欲者相憎, 同憂者相親)라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현공은 정공노법사와 평생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으십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승찬승僧讚僧》 을 보고서 오히려 더할 나위 없이 기뻐하셨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사실상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천인天人의 찬탄을 받는다 해도 역시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지난해 동백산에 가서 현공의 평생 행적과 관련된 자료들을 수집할 때 영박거사 역시 함께 그 일에 참여하셨습니다. 그는 바르게 알고 바르게 보며, 절대로 거짓으로 말하고 거짓으로 행하는 일이 없습니다. 그의 일행들이 《승찬승僧讚僧》을 현공에게 보내드린 것은 역사적 의의를 가지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정공노법사는 경전을 강설하실 때 이미 인증印證하시면서 “아미타불께서 현공을 빌려서 법을 나타내고자 하신 것”(阿彌陀佛說要借賢公表法)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특히 이 일을 가리킨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거짓말은 바로 불문의 근본대계根本大戒입니다. 현공께서는 이미 “반드시 데리러 오겠다.”고 대답해주셨으니, 분명 사람들의 믿음을 저버리실 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극락세계는 원래 중생의 유심정토唯心淨土이고, 자성미타自性彌陀이라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중봉삼시계념中峰三時繫念》에서는 바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황금빛 팔 밤낮으로 항상 곧게 내려뜨리고 계시지만, (黃金臂晝夜常垂)*주1
오로지 염불하는 사람의 청만을 들어주실 뿐이라네. (惟許行人獨委)*주2
백호광명을 옛날부터 지금까지 감추지 않나니, (白玉毫古今不昧)*주3
오로지 발원에 기대는 사람만이 승당할 수 있으리. (全憑願者承當)*주4
주1: 이는 아미타불께서 마음이 급박하고 절실하여 때를 기다릴 여유가 없어서 시시각각 항상 손을 드리우고 기다려 우리를 접인하여 서방에 왕생하도록 하심을 비유한 말이다.
주2: 아미타불은 비록 환한 대낮이나 컴컴한 밤에 황금빛 팔을 곧게 드리우시고서 그곳에 서 계실지라도, 그러나 오직 염불하는 사람의 청에 응답하실 뿐이고, 오직 깊이 믿고 간절하게 원하여 서방에 왕생하기를 구하는 사람만을 윤허하실 뿐이며, 오로지 믿음과 원願과 행行이 다 갖추어 있어야 부처님께서 접인하심을 가리킨다.
주3: 불매不昧는 불상불실不爽不失하여 옛날부터 변함없이 항상 그러하다는 뜻이다. 이 구절은 아미타불의 미간의 백호광명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일체 중생을 비추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주4: 아미타불의 광명은 오직 “원願”자가 있어야만 비로소 받아들여 감당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정공노법사는 현공의 최후의 표법表法을 말씀하실 때, 저희들을 위해 바른 지견知見을 열어 보여주셨습니다.
“해현노화상님의 표법表法은 우리들에게 세 가지를 증명해주셨습니다. 첫째는 하련거노거사의 회집본은 정확한 것이니 의심해서는 안 되며, 둘째, 황념조노거사의 집주 또한 정확한 것이고, 바른 법이며, 셋째, 우리가 최근 20, 30년 동안 이 회집본을 널리 알리고, 이 회집본에 의거하여 학습한 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해주셨습니다. 우리가 《대승무량수경과주大乘無量壽經科註》를 학습한 세 번째의 원만을 해현노화상께서 92년 동안의 표법表法이 우리에게 최후의 총결을 해주셨습니다. 《무량수경》은 석가모니 세존과 연공대사蓮公大士께서 우리를 위해 시전示轉과 권전勸轉을 해주셨으며, 황념조노거사의 주해는 권전勸轉이며, 해현노화상은 증전證轉을 해주신 것입니다. 삼전법륜三轉法輪이 모두 우리 앞에 있는데, 우리가 어찌 믿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