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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한 해가 저물어가는 가운데 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로 인해 가뜩이나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한국에서 빈곤층과 소외계층의 삶은 더욱 고단해지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의 현장조사를 통해 한국 사회의 복지 현실과 지자체의 예산낭비 실태를 살펴보자.
12월 22일 고양시 일산동구 문봉동.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농로를 따라 컨테이너 한 채가 덩그러니 자리잡고 있었다. 컨테이너 옆에는 녹슨 자전거 한 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컨테이너 안에 들어서니 양모씨(60)가 전기장판 위에서 한 눈에도 낡아빠진 홑이불 두 겹을 덮고 있다가 엉거주춤 일어섰다. 컨테이너를 개조한 단칸방에 발을 디디자 얼음처럼 차가운 냉기가 전해져 왔다. 싱크대 위에는 냄비와 그릇 몇 개가 놓여 있었고, 이가 맞지 앉는 싱크대 아래 수납문에는 음식 기름때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역시 이가 맞지 않는 수납장들이 방 한 켠에 놓여 있었으나, 내용물은 거의 없어 보였다. 창문쪽에는 야전용 군복 외투가 걸려 있었다. 양씨의 유일한 겨울 외출복이라고 했다. 방 안에서 유일하게 온기가 느껴지는 공간인 전기 장판 위에서 양씨와 마주앉았다.
양씨는 매월 단 한 푼의 수입도 없다. 백내장으로 한 쪽 눈은 거의 실명 상태에 가깝다. 그나마 몇 달 전 일산종합사회복지관을 통해 후원 받은 60만원으로 왼쪽 눈을 수술해 볼 수는 있게 됐지만, 다른 쪽 눈은 백내장을 너무 오래 알아 수술해봐야 시력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해 수술을 하지도 못했다. 양씨를 부양해줄 수 있는 가족도 없다. 사정이 이렇지만 양씨는 현재 기초생활보호대상자도 차상위계층도, 기초노령연금대상자도 아닌 완벽한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그도 한 때는 꽤 떵떵거리고 살던 지역 유지였다. 상당한 부농이었던 그는 한때 고양시체육회장과 새마을지도자, 어용소방대장을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20여 년간 함께 살아오던 처가 도박에 빠지면서 운명이 바뀌기 시작했다. 5년 전 갑자기 빚쟁이들이 들이닥쳐 양씨의 전 재산을 차압했다. 처와 헤어진 뒤 빚쟁이들을 피해 집을 나와 전국의 막노동판을 전전하던 그가 다시 고양시로 돌아온 것은 2년 전. 당시 백내장으로 눈이 안 보이기 시작해 더 이상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리기가 막막해 ‘비빌 언덕’이라도 있는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이후 그는 일을 할 수 없어 친구들이 간간히 건네주는 용돈이나 약값 외에는 아무런 수입이 없었지만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과거 빚쟁이들에게 차압 당해 찾을 길이 없는 양씨 명의의 승용차 두 대에 대한 세금 및 과태료 체납액이 500여 만원을 넘지만 도저히 갚을 여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 체납액을 갚을 수 없어 자신 명의의 승용차 두 대를 말소할 수 없어 기초생활수급대상자가 될 수 없었다. 그는 백내장뿐만 아니라 당뇨병과 고혈압까지 앓고 있어 병원과 약국 신세를 질 일이 많지만, 같은 이유로 건강보험 공제 혜택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구청공무원에게 사정을 이야기해 현장 실사를 나오기도 했지만, 정해진 규정 때문에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정부로부터 최소한의 복지혜택도 누리지 못하는 그는 일산종합사회복지관을 통해 간간이 전달되는 쌀과 라면 등 생필품과 간간이 들리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근근이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건설업을 하던 친구의 도움으로 마련한 컨테이너에서도 이제 더 이상 생활하기 어렵게 됐다. 원래 컨테이너가 자리잡은 땅은 이종사촌 소유였으나, 이종사촌이 지난 9월 다른 사람에게 땅을 넘긴 뒤에는 계속 땅주인으로부터 그곳에서 나가달라는 독촉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는 “잠자리에 누울 때마다 이대로 잠들어 죽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 한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양씨가 살고 있는 컨테이너를 나오면서 이번 겨울은 그에게 아마 가장 추운 겨울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는 양씨뿐만 아니다. 일산동구 사리현동의 한 빌라형 아파트에 사는 김모씨(55)의 사례를 보자. 그는 83년에 교통사고를 당해 지체장애인이 된 뒤로는 일을 할 수 없어 근로소득은 전무하다. 그래도 지난해까지는 기초생활보호 대상자여서 구청에서 30여 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기초생활보호 대상자에서 탈락되면서 그마저도 끊겨버렸다. 2000년 무렵에 친지들의 도움으로 마련한 9평짜리 집의 시세가 오르면서 수급권자 자격에서 탈락된 것. 그나마 인근 교회에서 매월 10만원 정도의 후원금을 받고 있고 장애인수당 7만원도 받고 있어 그나마 최소한의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셈이다. 한 장애인지원단체로부터는 가끔씩 교통 편의를 제공받고 있다.
김씨는 하반신을 쓸 수가 없어 변을 본 뒤에도 혼자서 처리를 하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변이 묻은 채로 그대로 있거나, 변이 묻은 옷을 오랫동안 세탁하지 못해 집안에는 늘 오물 냄새가 코를 찌른다. 김씨 아파트를 방문한 22일에는 인근 교회의 봉사자들이 나와 집안 청소를 한 뒤인데도 불쾌한 냄새가 진동했다. 그는 얼마 전부터 큰 마음을 먹고 월 이용료 4만원을 내고 가까운 동사무소를 통해 생활도우미를 부르고 있지만, 부담이 작지 않다. 김씨는 “아파트 시세가 올랐다고는 하지만 이 집을 떠나 다른 곳에 갈 수도 없으니 팔 수도 없다”며 “생활도우미 비용만이라도 지원받을 수 있다면 좀더 인간답게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권모 할머니(81)의 경우는 올해 말 차상위 계층에서 탈락된 경우다. 차상위 계층으로 일정 금액까지 무료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의료보호 2종 혜택을 받았던 권씨는 내년부터 이 같은 혜택을 볼 수 없게 된다.
1남 3녀의 자녀를 두고 있지만, 권할머니는 무너져가는 토담집에서 홀로 살고 있다. 실직 상태인 아들을 비롯해 자녀들의 생활이 모두 어려워 식비 정도만 도움을 받을 뿐 다른 생활비 도움은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기초노령연금으로 매월 8만원, 기초 경증장애수당으로 2만원을 받고, 구청에서 쌀을 지원받는 것 외에 한 복지기관의 주선으로 연결된 후원자로부터 분기별로 20만원을 받는 것으로 그나마 근근이 생활하고 있었다.
권할머니는 한국전쟁 당시 포탄 파편이 몸에 7군데나 박혀 거동이 불편해 지체장애 4급 판정을 받았다. 여기에 노인성 만성질환까지 앓고 있어 자주 병원 신세를 져야 하지만 이번에 차상위 계층에서 탈락되면서 그 동안 받아오던 의료보호 2종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직계 가족과 그 배우자의 수입도 차상위 계층 판정 기준으로 작용하는데, 얼마 전 둘째 사위가 승진하면서 연봉이 오른 때문이다. 사위의 승진으로 권할머니 생활이 사실상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규정 때문에 그는 그나마 누리던 혜택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라고 해서 제대로 사회복지 혜택을 입고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황모 할머니(66)의 경우를 살펴보자. 황할머니는 기초노령연금을 포함해 한 달에 39만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단칸방 월세 10만원과 전기료와 수도료, 전화요금 등 각종 공과금 8만~10만원을 매월 내고 나면 남는 돈은 매월 20만원 남짓. 하지만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황씨는 병원비와 약값, 교통비, 식비 등을 지출하고 나면 늘 돈은 부족하다. 겨울이지만 연탄도 마음 놓고 못 때고, 이불도 변변치 않아 냉기를 가까스로 면할 정도로만 지낸다. 세탁기는 아예 살 엄두도 못내 엄동설한에도 찬물 빨래를 해야 한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위에서 소개한 현장 사례에서 본 것처럼 국내 복지제도는 아직 빈약하고 허술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그나마 국민기초생활보호제도나 기초노령연금 등 복지제도가 외환위기 이후 도입되거나 확충된 것이 이 정도 수준이다. 현행 복지제도는 어떻게 보면 지원대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된 듯한 느낌마저 줄 정도로 엄격한 기준과 융통성 없는 행정 체계 때문에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빈곤층이 적지 않다. 이러다 보니 위에서 본 것처럼 많은 복지지원 대상자들이 사회복지기관이나 종교기관, 자선단체, 복지관련단체 등 민간부문의 후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민간 부문의 도움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민간 부문 복지지원사업을 주도하는 사회복지기관의 사정 또한 열악하기 짝이 없다. 현재 고양시 관내에는 시로부터 운영예산을 지원받는 사회복지기관이 5군데 있지만, 실제 관내 복지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5개 사회복지관 가운데 일산종합사회복지관이 담당하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나 독거노인, 장애인 등은 모두 180여 케이스에 달한다. 그나마 올해 9월부터 일산동구 고봉동과 풍산동을 담당하는 거점센터를 따로 열어 40 케이스 정도가 늘어난 것이 이 정도다.
180여 케이스를 담당하는 인력은 거점센터 직원까지 포함해 모두 5명에 불과하다. 이렇게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복지지원이 필요한 가정을 추가로 찾아내 지원하는 것은 엄두도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9월 일산복지관 거점센터가 사업을 시작하면서 해당 동사무소 등으로부터 잠재적 지원대상자 명단으로 건네 받은 케이스는 모두 250여건에 달한다. 하지만 거점센터 직원 2명이 40여 케이스를 상담해 지원하고 나니 지원 대상자를 추가로 확대하는 것은 엄두를 내기 힘들다. 거점센터 직원 김태현씨는 “200여건의 케이스들은 아예 상담도 진행해보지 못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한지 파악도 못하고 있다”며 “고양시 전체로 볼 때도 5개 사회복지기관이 커버하고 있지 못한 빈곤층 대상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거점센터 직원이 내년 초부터 한 명 증원될 예정이지만, 이번에는 당초 고양시가 편성했던 거점센터 지원예산 1억 원이 7,000만 원으로 줄었다. 시의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이유로 3,000만원 삭감된 것이다. 2,000만원 전후 수준인 담당 직원 세 명의 연봉을 제외하면 달랑 1,000만원이 남을 뿐이다. 결국 거점센터 입장에서는 민간의 독지가나 관련 자선단체의 후원을 요청해 필요한 복지지원 대상자와 연결해주는 일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 이 같은 복지지원 예산이 고양시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도표1>에서 보는 것처럼 본예산과 일반회계, 특별회계, 공기업특별회계를 모두 합한 고양시의 내년도 전체 예산안 1조1,483억 여원 가운데 사회복지 예산은 2,224억 여원(19.37%)을 차지한다. 단일 예산사업 가운데는 수송 및 교통 분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겉보기에는 사회복지부문 예산이 적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 연금 등 중앙정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책정된 복지예산을 받아 중개해주는 차원의 예 산일 뿐 기초자치단체 차원의 적극적인 예산 배분이 반영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의 사회복지지출(Social Expenditure) 수준은 OECD 회원국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더구나 급속한 고령화와 양극화 가속에 더해 올해부터 본격화한 경제위기를 고려할 때 지금의 복지예산은 매우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더 큰 문제는 경제적 효과가 의문시되는 거액의 건설토목사업들에 엄청난 돈들이 낭비되고 있어 정작 필요한 부분의 재정을 잠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예로 고양시의 대표적인 건설토목사업 중의 하날 국제종합전시장(약칭 킨텍스, KINTEX) 건립 사업을 들 수 있다.
2005년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에 들어선 킨텍스 건립에는 총사업비 2,315억원이 투입됐다. 고양시에 따르면 킨텍스에서는 올해 1~9월 동안 모두 328건의 전시회와 컨벤션 행사가 열려 평균 가동율 약 53%를 기록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전시회 시설 설치 및 해체 기간까지 모두 포함한 것으로 실제 가동율은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가운데 전시장 총 면적 53,541㎡ 가운데 2만㎡ 이상을 사용한 행사는 모두 5건으로 이들 행사의 총기간도 24일에 불과했다. 나머지 대부분의 전시는 세미나나 심포지엄, 워크샵, 입학설명회, 기업의 주주총회, 대학이나 기업의 내부행사 등 굳이 대규모 컨벤션 센터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공간을 놀리다 보니 킨텍스는 몇 년째 여름에는 간이물놀이 수영장, 겨울에는 인공눈썰매장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이처럼 킨텍스 제1전시장조차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양시는 1전시장 바로 건너편에 같은 면적의 제2전시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세계 수준의 국제컨벤션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만㎡ 이상의 전시 면적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제2전시장이 완공되면 킨텍스 전체 전시면적이 100,8000㎡로 늘어나 그 동안 전시공간이 좁아 유치가 어려웠던 국제통신박람회(ITU), 국제섬유기계전(ITMA) 등 유명 국제전시회의 국내 개최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을 내세워 고양시는 11월 조달청을 통해 공사를 발주해 12월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최종낙찰자로 선정했다. 제2전시장 건립공사는 국비 30%와 경기도, 고양시가 각각 35%씩 모두 3,591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공사다. 2009년 고양시 전체 예산의 31%에 해당하는 규모이고, 고양시 예산 투입분만 해도 고양시 전체 예산의 약 1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정도의 건설사업 예산이면 고양시의 복지인프라를 거의 완벽하게 구축하고도 남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제2전시장 건립사업은 삼성과 현대 컨소시엄만 참여한 가운데 업체들간 담합이 기정사실화된 턴키(일괄입찰) 방식으로 발주됐다. 턴키방식이 아닌 자유경쟁 입찰이었다면 총사업비의 30% 정도인 1,077억 원을 아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한 사업을 통해서만 내년도 고양시 전체 사회복지 예산의 48.4%에 해당하는 예산을 건설업체에게 불필요하게 안겨준 것이다.
이 같은 건설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들인다 하더라도 투입비용을 상회하는 효과를 산출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제1전시관 가동 현황에서 추정할 수 있듯이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이 한국개발연구원(KDI)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킨텍스 제2전시장 건립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비용편익 비율이 0.92로, 예상 경제적 효과가 투입한 비용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을 정도다. 더구나 같은 보고서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지수도 0.1177%로 같은 시기에 진행된 33개 예비타당성 조사사업의 평균 0.3912%에도 현저히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체로 건설토목사업 등에 대해 비교적 후한 평가를 내린다는 KDI 보고서에서조차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런데도 고양시는 한술 더 떠 심지어 고급호텔 등 대규모 숙박시설까지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까지 하고 있을 정도다.
사실 이 같은 대형 컨벤션시설 조성이나 확충 움직임은 고양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우선 인천시는 2017년까지 영종도 인천공항 인근에 전시시설만 20만㎡가 넘는 ‘영종전시복합단지’를 건립할 계획이다. 이미 올해 10월에는 송도국제업무지구 10.2만여㎡ 부지에 전시면적 54,053㎡ 규모의 ‘송도컨벤시아’를 개관했다. 서울시도 서울을 세계 5대 컨벤션 도시로 육성한다는 목표 아래 잠실종합운동장~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코엑스(COEX) 등을 잇는 컨벤션 벨트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시장 면적 36,027㎡의 COEX를 포함해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 부근 부지면적 12,5767㎡과 SETEC 부지면적 39,086㎡을 고려할 때 역시 연면적 10만㎡ 이상의 대규모 컨벤션 단지가 건립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수도권의 3개 광역시도가 모두 대규모 컨벤션센터 짓기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아무리 컨벤션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수도권에서만 이 같은 대규모 컨벤션 시설을 모두 채울 수요는 턱없이 모자란다고 할 수 있다. 지역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들의 정치적 욕심과 이를 부추겨 한몫 챙기려는 건설업체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낭비되는 예산사업일 뿐 정말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사업이라고 보기 힘들다. 예산만 탕진하는 거대한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킨텍스뿐만 아니다. 킨텍스와 대각선 방향으로 불과 수백m 떨어진 고양시종합운동장도 마찬가지다. 2003년 완공된 고양시 종합운동장에는 약 1,200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됐고, 연간 운영예산은 공무원 15명의 인건비 포함 약 22억 여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경기장은 실업 축구팀인 고양국민은행의 홈 경기가 연간 10여 차례 열리고 아주 가끔 피스컵 국제경기 대회의 일부 예선전 등이 연간 한두 차례 열리는 것 외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잔디밭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평소에 시민들이 축구경기장 안에 들어가 축구 등 스포츠 경기를 즐길 수도 없다. 또 고양국민은행의 축구경기는 무료로 개방되지만 관람객이 거의 없다. 한 마디로 1,200억 원의 예산을 탕진했지만 사실상 고양시민들에게 주는 효용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훌륭한 체육시설이라 할지라도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효용이 없다면 정치인들과 지자체장의 사리사욕과 건설업체들의 배만 불렸을 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사실상 한마디로 1,200억 원의 예산을 탕진하고 매년 22억원의 운영예산을 써가며 공무원들의 불필요한 일자리를 만든 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종합운동장의 비용 투입 대비 편익이 얼마나 낮은지는 불과 500m 정도 떨어져 있는 ‘대화레포츠공원’과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야외에 인조잔디로 조성된 축구장과 농구장, 인라인연습장, 배드민턴장으로 구성된 이 공원은 건립비가 불과 10억 여원에 불과하지만 매일 인근 아파트단지의 주민들로 붐비고 주말이면 지역동호회 회원들의 축구경기가 활발하게 펼쳐진다. 주민들 입장에서 정말 원하는 시설이 종합운동장과 레포츠공원 중 어떤 것이겠는가?
위에서 고양시 사례를 통해 한국의 복지 현실과 지자체의 예산문제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 같은 예산 낭비는 고양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대부분 지자체에 공통되는 현상이며 매년 반복되고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한나라당 소속의 고양시장은 11.4km에 이르는 경전철 건설을 2010년부터 착공하려고 했으나 주민들의 맹렬한 반대에 부딪혀 일단 보류됐다. 총 6,000억 원 가량이 소요되는 이 경전철은 종합운동장과 킨텍스 그리고 일산 신도시 한 복판을 가로지르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지상 고가로 건설된다고 한다.
한국의 복지인프라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열악하다는 것이며, 막대한 예산들이 너무나 황당하고 허무하게 낭비되고 있다. 정치인들에게 국비는 완전히 눈먼 돈인 것이다. 한국 사회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747공약이네 뭐네 하며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운운하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단돈 몇 만원의 지원이 아쉬운 빈곤층과 소외계층이 즐비하다. 그런데도 경제성과 시급성이 거의 없는 대규모 건설토건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탕진하고 있다. 이 같은 예산 탕진은 매년 누적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아무리 예산을 늘려도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것도 시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현 정부는 경기를 활성화한다는 핑계로 불요불급한 대규모 토건사업을 또 다시 일으키고 있다.
출처 : 선대인연구소 : http://www.sdinomics.com/data/blog/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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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우리나라는 토건족과 모피아들이 일부 정치인들의 결탁의 하일라이트를 보여주고 있다.. 아~~ 우리도 돈 없고, 늙고 병들면 저들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꼭 기억하자~~
박근혜대통령은제도를몰라복지혜택을못받는다잖아요.김무성의원말대로대선공약집을읽어보기만한게맞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