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지사배 자전거대회 겸 Tour de DMG 2019 인제자전거 투어 1st (2019. 9. 1)

[산지기]

자전거 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록을 측정하지 않는 랠리나 행사는 3~4회 참석했지만, 대회는 랠리나 행사와 달리 임하는 자세부터 다르다.

기록 우수자에겐 시상도 하고, 계측기가 있어 자동으로 개인별 기록이 측정된다.

내가 회장을 맡고 있는 우리 공단 TS Riders 동호회에서는 14명이 신청하여 12명이 참가했다.

새벽 3시 유현곤 총무가 아파트 앞에서 나를 픽업한 후 안제군 원통생활체육공원에 부려줬다.

김밥으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마무리한 후 9시 정각에 천천히 출발을 했다.

6km까지는 도심 가운데를 가로질러 가기때문에 기록측정을 하지 않고 퍼레이드로 함께 이동하는 형식이다.

대회 규칙을 정확하게 숙지하지 않는터라, 나는 퍼레이드 구간을 포함하여 시간측정을 시작했다.

한계령까지는 계속 오르막이다. 6km 구간까지 이어지던 완만한 오르막은 정상에 이를수록 급하게 변한다.

가파른 오름길에서 참가자들 모두가 나를 추월한다.

몸이 덜 풀린 이유도 있고, 최근 허벅지 운동을 게을리하면서 업힐 구간에서는 맥을 못추고 있다.

그래도 끝까지 끌바하지 않고 정상까지 타고 갔다. 한계령에서 상황버섯차를 마시며 준비한 파워젤을 뜯었다.

이제 내리막이다. 어릴적 내리막에서 넘어졌던 트라우마 때문에 헤어핀이 계속하여 등장할 경우에는 계속 브레이크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숱한 주자들이 또 나를 추월한다. 젊은 아가씨들마저도...

첫 갈림길인 34km 지점을 1시간 50분 정도(선두그룹이 돌아오는 시간)에 통과하지 못하면 단축코스(55km)로 바로 안내하고 있다.

다행히 2분 정도 여유를 두고 정상코스(83km)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진입하자마자 선두그룹이 되돌아 오고 있다.

여기서부터는 얕은 오르내라막이 반복되지만, 몸은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는 듯 보였다. 

마치 이삭줍기 하듯이 한사람씩 추월해 나갔다.   

두번째 CP에서는 유현곤 총무가 퍼질러 앉아 바나나를 먹고 있다. 힘에 부치는 듯한 표정이 역력하다.

여기서도 파월젤과 상황버섯차만 마시고 앞서 나갔다. 

65km 지점에 있는 고개를 넘어갈 때 위기가 왔다. 천천히 가더라도 자전거에서 내리지말자고 다짐했지만 앞에 김지홍 차장이 자전거를 끌고가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약해진다. 

아무리 경사도가 15%일지언정 끌바하지 않아야 하는데, 정상에 이를 즈음 시간을 보니 제한시간이 불과 20여분밖에 남지 않았다.

부리나케 페날링을 하여 정상에 도착한 후 내리막 구간을 브레이크도 잡지 않고 내달렸다. 시속 60km가 넘게 찍히기도 했다.

마치 다운힐 트라우마를 극복한 것처럼 상쾌함마저 느껴졌다. 2km를 남기고 런타시틱 어플은 제한시간 4시간이 오버되었다고 알린다.

허탈하기도 하지만 마음껏 달려봤다는 느낌 때문인지 실망스럽지도, 불만족스럽지도 않다.

올해 옥스팜 대회 코스와 겹쳐 있는지 대회 참가자들이 걷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아마 후미그룹이겠지. 작년 옥스팜 대회에 우리팀(드림워커)이 1등을 했었다.

골인지점까지 이어지는 약한 오르막을 댄싱치며 오르는데, 파니쉬라인 전광판 시간이 3시간 50분을 가르키고 있다.

확인을 해보니 기록측정은 출발지점이 아니고 퍼레이드가 끝난 지점부터 시작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어플에 찍힌 4시간 4분이 아니고 3시간 50분이 내 완주기록이다.

첫 대회 출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진다. 마치 17년전 춘천마라톤에서 첫 풀코스를 완주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