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칼럼] (7) ‘교회 개혁에 담긴 교황의 숨은 뜻’ / 미론 J. 페레이라 신부
복음 충실한 교회로 ‘느린’ 변화
지난 4월 중순, 인도 출신으로 이탈리아 몬테실바노에서 사목활동을 하고 있던 푸시파라즈가 목소리를 높여 교황을 비난했다. 인도의 사제들은 공개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인도 가톨릭 신자들은 푸시파라즈 신부의 발언으로 크게 놀라기도 했다. 당시 푸시파라즈 신부는 신자들에게 야유를 받았으며, 결국 주교는 그를 다른 본당으로 보냈다.
교황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일은 분명 특별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교황에 대한 비난이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교황의 인기와 교황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교황과 그의 행동방식에 반대하는 의견도 많아지고 있다.교황에 대한 반대는 ‘교황청 뜰’에서부터 시작됐다. 오랫동안 교황청에서 일해 온 추기경들과 몬시뇰들은 교황의 눈에 띄는 언사와 소박한 생활양식에 혀를 내두른다. 이들에게 가난하고 평범한 이들, 소외된 이들 심지어 타종교인 여성의 발을 닦고 입을 맞추는 교황의 모습이 달갑지 않다.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교황에 대한 반감이 퍼지고 있다. 특히 반대자들은 교황이 결혼에 대한 교회의 규범을 느슨하게 하고 가톨릭교회의 전통을 흩트리고 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교황은 교회의 원칙을 바꾸기보다는 우리가 교회를 바라보는 방식을 근본에서부터 바꾸고 있다. 교황은 4가지 방법으로 이를 실천하고 있다.우선 교황은 자비와 동정을 중심으로 새로운 방식의 복음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둘째로, 교황은 신학자의 입을 막고 주교를 해임하던 전 교황들과는 달리 대화와 토론을 격려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법은 완고한 교회의 전통적 양식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적응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세 번째로, 교황은 그동안 교회와 전 세계가 꾸물거렸던 기후변화라는 가장 중요한 문제를 제기, 이를 해결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는 우리 모두가 환경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소비적 생활양식을 바꾸도록 독려한다. 또한 교황은 난민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 전 세계 정부가 동정심을 가질 것을 당부하고 있다.마지막으로, 교황은 교회의 운영에 대해 구조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역시 주교들과 사제들로부터 반발심을 이끌고 있다. 대부분의 사제들과 고위 성직자들에게 서품은 봉사의 의무가 아니라 자격을 의미한다. 이들은 교황이 말하는 “양떼의 냄새가 나는 목자”와는 상당히 거리감이 있다.여기에는 성직주의가 숨어있다. 성직주의는 평신도의 불신, 여성에 대한 동등한 권한 부여 거부, 사제의 성추행과 금전문제 은폐, 남성우월주의를 낳는다. 아동 성추행과 교황청 재정비리 문제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최근 성직자 성추문을 조사하던 교황청 아동보호위원회 위원인 마리 콜린스가 사임한 것은 이와 관련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해 2년 동안 다양한 사건을 조사하던 콜린스는 교황청이 협조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사퇴했다. 콜린스는 늦은 일처리와 내부 저항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콜린스는 “교황은 가톨릭교회라는 글로벌 회사의 CEO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교황의 지침과 주교들이 이를 온 마음을 다해 즉시 따르는 것은 별개다.주교들은 왜 교황에게 불복하면서도 신자들에게 존경과 순명을 요구할까? 아마도 강력한 응징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전 교황들과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은 처벌, 파문 혹은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그는 반대자에 대한 인내와 용서를 통해 스스로 자비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획일화된 교회에서 다양한 형태의 교회로 변하고 있음을 느리지만 분명히 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계속해서 교황청 위원회를 개혁하고 있다. 주교와 성직자들의 도움으로, 그리고 아주 종종, 이들이 방해하는 데도 말이다.
※미론 J 페레이라 신부는 예수회 사제로서 평생을 기자 양성 등 언론활동에 힘써왔다. 인도 하비에르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소장을 지냈으며, 아시아가톨릭뉴스(UCAN), 라 크루아(La Croix) 등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