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산행후기
구일역은 지난달에 이어 두 번째다. 12월 산행때 석수역 방향으로 걸었고 이번 달에는 가양역 방향으로 걷는다. 구일역에서 합류한 R자매님 포함하면 오늘은 7명이다. 시작점에서 인증샷 하고 출발이다.
안양천 뚝방길은 지도상으로 보면 밋밋하고 단조롭지만 실제 와서 보면 다르다. 그 이유가 안양천 뚝방길에 빽빽하게 심어진 오래된 벚꽃나무 때문이다. 지난달 12월에는 눈과 단풍이 어우러지는 느낌이었고 1월은 단풍이 사라지고 나목만이 남았을 뿐인데 서로 의지하고 있는 모습이 결코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삭풍을 견디며 겨울을 보내는 그들만의 방법이다. 흔히들 이 나무의 매력으로 벚꽃을 떠올리지만 내가 본 벚나무는 오히려 봄이 아닌 여름이고 가을이다. 겨울은 겨울대로 사열중인 군인처럼 엄숙하고 듬직하다.
봄이면 벚꽃길이고 여름엔 나무숲이 우거진 그늘길이다. 물론 가을엔 단풍길이고 겨울인 1월에도 탁트인 안양천 전망과 철새 떼를 볼수 있는 보기 드물게 평탄한 걷기 명소중의 하나다. 지금은 시민들 봄맞이 준비를 하는지 공사가 한창이다. 겨울인지라 강바람이 쎈 뚝방길보다 햇볕이 들어 아늑한 느낌이 드는 천변길을 걸었다.
안양천 건너 고척돔이 보인다. 천변을 따라 구로구에서 시민들을 위하여 각종시설들을 만들어 놓았다. 리틀야구, 배구, 농구, 축구, 족구, 캠핑, 물놀이장, 파크 골프장(게이트볼)등 그야말로 없는게 없다.
잠시 장미원 ‘노을정’에서 쉬어 가기로 했다. 오늘은 도시락 말고 간식만 가져오시라 했는데 설명절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떡들이 많다. 맛있어서 자꾸 집어 먹는다. 이렇게 먹으면 밥은 또 어떻게 먹을까 ㅎ. 살짝 한기가 도는걸 보니 몸이 움직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제 또 출발해야 될 때다.
주변을 둘러보니 게이트볼장이 많다. 말로만 듣던 고령화의 현장을 이곳에서 보게 된다. 남녀 노인들이 어울려 여가를 즐긴다. 마침 여성 3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성 1명이 스윙을 준비하고 있다. 그 순간 딱 소리와 함께 공이 굴러가는데 아니나 다를까 깃대(목표)를 훨씬 넘어 가버린다. 잘 쳐 보이려 어깨에 힘이 들어간걸까? 남자들은 역시 나이가 들어도 마찬가지다.
반면 축구장에서는 젊은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상대진영으로 ‘빌드업’하며 압박해 들어가는 모습이 동네축구 아마추어 같지 않다. 절대 욕심 부려 똥볼을 찬다든지 무리하게 슛을 하지 않는다. 완전한 찬스가 날 때 까지 패스를 하며 기회를 노린다. 같은 남성인데 다르다.
무대포로 열심히만 살아온 우리들과 차이가 느껴지는 순간이다.
뚝방길은 양화교부근에서 공사를 하기에 안양천변으로 내려와야 한강변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우리는 아에 처음부터 천변길을 걷고 있었으니 그럴 필요없이 직진하면 자연스레 합류하게 된다. 불필요한 수고를 덜었으니 횡재한 느낌이다. 드디어 안양천이 한강과 만나는 지점에 이른다. 역시 사이즈가 달라서인지 분위기마저 다르다. 강 건너편에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이 보이고 오른쪽은 비행기 꼬리부분처럼 세련된 모습의 월드컵대교다. 우리는 한강하류방향 가양대교로 걸어야 한다.
갈대뒤로 하늘과 강의 풍경이 서정적이다. 파란하늘이 살짝 회색빛이 되었다. 리본이
다행스럽게 한강공원 염강나들목으로 연결된다. 옛날같으면 토끼굴이라하여 어둑해서 조심스러웠는데 흰색바탕 타일에 색동타일로 걷는 발걸음이 가볍다. 어느덧 가양역 부근이다.
간식으로 떡을 먹었음에도 역시 밥은 밥인가? 양선지 해장국에 막걸리 한잔이 꿀맛이다. 아마 여럿이 먹어서 일게다.
예전 같으면 1월 산행은 당연지사 시산제를 지냈다. 시산제란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한 해의 안전을 기원하며, 자연과 교감하는 한국 전통 산악 문화다.
요즈음엔 사라졌는지 별로 많이 보이지 않다. 대신 우리는 막걸리 한잔으로 교우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건배했다. 모두 영육간 건강한 한해 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