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言語.1
1
누에는 제 몸을 뽑아
껍질을 織造하지만
사랑은 영혼을 뽑아
진실을 가두는 慈善을 베푼다.
2
내어주는 아량보다
베풀어 받는 恩惠의 색깔
잃은 것을 그리워하기보다
아까와만 하는 그물에
밀물이 썰물을 덮쳐
네 마음 걸려 들어오고.
3
바랐던 것, 실뿌리
잎마디 숨소리까지
보듬고 가꾸기를 원했던 것은
네가 나의 봉오리로
여직껏 머물러 준
고마움 때문이었다.
4
돌개바람 이었다
산파도 소리 때문 이었다
외로운 님의 무덤가에
영혼 되어 돌고 돌다가
남은 것은 알갱이
빈껍데기만 날아갔다.
사랑의 言語.2
1
깊은 가슴
숨긴 가생장이
언질 없이
솟은 싹 한 촉
봄비, 흙비, 눈비 받아
새 순 반 치 뻗어
잎 하나 돋고.
2
잎 꼭지
간질이던 샛바람
열세 바퀴 회오리바람
쌓인 열정 몰아
온몸 훑어 갈 때
뿌리 몰래
잎 떨어지는 팔
낯 설은 꽃망울
대신 피어오르고.
3
초여름
제 몸 흔드는 푸르름에
지쳐 떨어지는 잎
한가위
달빛 너무 눈부셔
뒤에 감춘 꽃송이
안으로만 만났다가
철 다르게
가고 오는
잎사귀와 꽃송이의 진실
4
꽃
먼저 떨어져
안개로 감싸와도
이름 붙여진
다른 잎으로는
눈부신 빛
가리지 마오
잎
발길 돌려 이승 떠난 뒤
보플은 가슴
꽃송이라 해도
네 이름 밝혀
저승 밝히리.
사랑의 言語.3
1
촛불은 심지를 태워
불꽃을 피우지만
사랑은 영혼을 뽑아
가슴을 더웁힌다
목마른 빛을
당신에 내품는
<보노니아>의 돌.
2
꽃은 봉오리
달은 초승빛
사랑은 귀먹은 소경, 벙어리
잠긴 빗장을 빼려다
수백 번 기진해
별 한 번 훔쳐보며
다시 일어나서
마셔보는 한 움큼의 너.
3
땡볕에 말라가고
파도에 씻겨가고
불타 없어져
패인 자국 위에
하얀 눈 뚫고
뽀족이 솟아 나오는
파란 싹.
4
품에 넣지도
꺼내지도 못하는
중심점은
완벽한 원을 낳는다
이름도 없으면서
관계도 못 찾으면서
둘러처진 생울타리
그 안에
쏟아지는 햇살
맴도는 意味.
사랑의 言語.4
속뼈 시린 겨울나무 알가지
눈 고픔에 지친 그믐달
숲 속에서 내려온 청노루
바람 타는 그리움
목마른 해질녘
아픈 살갗 도려
새살 빚는
하얀 바다
봄의 눈
이슬 받은 잿더미
헤집고
푸르륵 날아간
불새.
사랑의 言語.7
사랑은 나의 宗敎
나는 사랑을 믿는 信徒
사랑은 믿음
나는 믿음에 미친 사람
신도는 믿음 그 자체가
미친 사람은 미친 그 자체가
종교로 들어서고
사랑으로 물들어 간다
사랑의 言語는
기다림의 시간에다
벌어져 있는 거리를 곱하면
풀어져 나오고
나온 수치의 답을
믿음의 농도로 다시 나누면
귀밑에 모여드는
새치의 숫자와 꼭 같다.
사랑의 言語.8
봄에는 한 마리 나비가 되어
꽃사슴이 되어
그대 뜨거워진 마음밭을
불타는 눈동자 속을
새처럼 훨훨 날고 싶을 때
금붕어처럼 헤염치고 싶을 때
겨울뿌리는 깊이 감춰놓고
입 줄기만 곧게 뽑아
장대 눈맞춤으로
내어주던 속향기
한 촉의 넌
야생 蘭 이었어.
사랑의 言語.9
청 댓잎 결 따라
미끄럼 타는
아침 이슬방울
샛햇살 잡아
눈빛으로 몰면
은방울 울려
요 가슴 굴릴라
산 단풍
들꽃 내음
싣고온 소소리바람
빨간 고무풍선
맘껏 부풀어 놓다가
바라보는 쌍무지개
내맘 내비쳐
그대 머리칼
이슬비로 적실라.
사랑의 言語.10
깊은 숲속 외딴 골짜기
외론 풀꽃 잎마다
작은 별들이 내려와
그리움을 벗기고 있다
향내를 칠하고 있다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어둠속에 울려 퍼지는
별빛의 선율
풀잎마다 돌 모서리 끝마다
감도는 사랑의 체온
가슴으로 가슴으로 전율 되오는
산파도 그 속 깊은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