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기는 동계훈련 보고서에 넣지 않고 직접 산행기에 올리기로 해서 김용범이 대행해서 글 올립니다..정현씨,이해 하시길..)**
2002 설악산 동계훈련 기록 담당 김정현 24일 08:40 산악회에 가입하여 처음으로 동계훈련 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몇번이고 훑어 봐야 훈련 계획표만 봐서는 생소한 단어들 뿐이고 에라 몸으로 때우자 라고 걱정 안되는 척 했지만 설악산 그 추운데서 5박6일은…아무튼 걱정, 기대, 설레임을 간직하고 백운아트홀 출발했다. 13:55 중앙고속도로에 올라 한참을 달리니 주위에 산세가 험해지고 높은 봉우리에는 조금씩 하얗게 쌓여 있는 눈이 보였다. 내륙지역인가 보구나 싶었는데 영주쯤에 이르러 눈앞에 펼쳐지는 백두대간의 장관에 모두를 감탄을 숨기지 않았다. 순백의 한설을 머리에 이고 짙푸른 하늘 한쪽을 가를 듯 우뚝 서있는 소백산의 장엄함에 기가 죽는 듯했다. 눈덮인 소백산의 주능선을 뒤로하고 영동고속도로에 올라 소사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는다. 성호형님, “이런밥 구경하기 힘들거니까 많이 먹어둬라” 아하! 그렇구나. 나만 그런지 괜히 이상해진다. 16:30 대관령 너머에서 잠시 아찔했던 순간을 뒤로하고 양양에 내려서니 오른쪽으로 푸른 동해의 차디찬 파도가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빗속의 정동진과 오대산행이 있었던 지난해 가을이 생각나기도 하여 뭣하기는 했지만, 설악산 관리사무소에 들러 입산 허가를 받고 야영장에 도착하니 오후 4시 반이다. 적당한 자리를 골라 텐트를 치고 식량담당 용범 회원이 24일 석식이라고 표기된 식량을 찾아 앞장서서 석식 준비를 한다. 내일 훈련내용과 산 이야기들을 하며 설악산 동계훈련 첫날의 밤은 깊어 간다. 밤 늦게까지 다른 사람은 생각도 않고 술과 잡담으로 야영질서를 어지럽히는 텐트도 있었지만 말 그대로 야영하는 기분이었다. 25일 04:20 벨소리에 깨어나 시계를 보니 먼동도 트지 않은 새벽4시20분 마음만 바쁘지, 남 보기에는 전혀 민첩하지 않은 손놀림으로 허둥대면서 조식을 마치고 출발준비를 한다 저마다 장비를 챙기고 배낭을 꾸리고 하는데 뭘 해야 할지 몰라 하는 나에게 영균회원이 한마디 한다. “그렇게 서 있을 일이 아녀, 빨리 챙겨서 떠날 준비를 해야제” 정신이 퍼뜩 들었다. 내가 챙겨야 할 장비를 차에 옮겨 싣고 차에 오르니 동해바다의 하늘은 붉게 물들어오고 실질적인 동계 훈련의 첫날은 밝아오고 있다. 07:20 호텔앞에 차를 주차 시키고 잦은 바위골을 향해 출발, 처음 신어보는 플라스틱 이중화에 적응하는데 워낙 회사의 안전화에 적응은 됐다고 하지만 약간은 어색하다. 비선대에도착하니 수학 여행때 처음 대했던 비선대의 모습이 떠오른다. 처음 보는 설악산과 비선대의 우아함에 도취되었던 그 시절에는 지금은 출입을 통제하는 줄이 쳐져 있는 저 개울 너머에 가서 사진도 찍고 들 했었다. 10:05 이중화의 위력에 놀라며 잦은바위골을 향해 이동을 한다 비선대 통제소를 통과하여 마등령과 대청봉등산로 갈림길에서 대청봉쪽으로 올라가며 병석회장님에게서 토막골, 설악골, 천하대 릿지 구간 등 설악산의 많은 계곡 이름과 계절별 특징과 비선대의 장군봉과 적벽에 대해서도 들었다. 승천하는 선녀의 치맛자락처럼 오버행으로 펼쳐져 있는 오른쪽 봉우리가 적벽 이라는 것도 알았다. 잦은바위골에 접어들어 길도 아닌 길(럿셀이 되어 있으니 길인가 보다 하는 길)을 한참을 올라가니 갑자기 길이 끊겼다. 왼쪽에는 한없는 낭떠러지계곡과 그 아래 손만 닿아도 얼어버릴 것 같은 차가운 물이 소를 형성하고 흐르고 있다. 앞서간 병석형님을 향해 큰소리로 불렀다. “이 길이 맞아요” 경상도 억양으로 “어! 맞다” 소리나는 쪽을 보니 배낭 뒷모습이 보인다. 하긴 설치한지 몇 년이나 됐음 직한 자일이 힘없이 늘어져 있는걸 봐도 맞긴 맞나 본데, 어쨌든 통과해야만 하는데 이거 살짝 만 삐끗해도… 다리는 후들후들, 오그라든 가슴으로 겨우 통과를 했다. 그러나 남들보다 한배 반이나 무거운 짐을 지고 이동하던 장비담당 영균회원의 배낭이 사단을 일으켰다. 그 동안의 경력과 엄청난 체력으로 버티지 않았다면 또한 동료회원의 신속한 도움이 적시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상당한 곤란을 겪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나라면 어떻게 벗어날수 있었을까 하는 마음에 훈련다운 훈련을 하는가 보다 싶었다. 12:00 잦은바위골 50m폭 앞에 도착하니 한 팀이 훈련을 하고 있었다. 한 켠에 배낭을 정리하고 간단히 중식을 라면으로(훈련기간 동안 중식은 라면이다) 마치고 빙벽훈련에 들어갔다. 작년한해 빙벽에 재미를 붙여 노련한 실력으로 용범회원이 리딩하여 자일을 2동 휙스 시키고 병석형님이 톱로핑 등반한 다음 우열회원이 등반하게 되었다. 확보를 내가 보는데 갑자기 확보방법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지난해 암벽등반 하는데 몇 번 인가 따라가 본게 전부인 내가 동계훈련에 임하면서 준비도 부족했으니 할말은 없지만 간단한 확보법과 하강기 사용법도 생각이 나지 않으니 너무 얼었나 아니면 마음만 앞섰나. 옆에서 누군가 코치를 하자 그제서야 하나씩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등반 할 차례가 되어 장비를 착용하고 간단한 시용법을 들은 다음 앞서 회원들의 등반 모습을 보면서 눈으로 익힌 것만으로 빙벽앞에서자 갑자기 막막해졌다. 저 수직 경사면(남들은 누웠다지만)에서 어떻게 서지. 아이젠이 미끄러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데 헬멧을 딱치는 소리가 났다. 낙빙이 떨어져 머리에 부딪친 것이다. 헬멧이 없었다면 여지없이 상처를 입었겠지. 자세무시, 편한자세, 힘만 잔뜩 들어간 억지등반을 하니 당연히 낙빙을 무수히 만들면서 겨우 등반을 했다. 위에서 내려다 보니 저 아래 회원들 모습이 점 점으로 까마득히 보인다. 아주 쉽게 올라가는 용범회원을 부러워하면서 나름대로 폼잡다가 추락도 한번 먹었고 확보를 잘 봐준 회원에게 인사도 변변히 못한 채 빙폭등반을 2회 실시하고 훈련을 마쳤다. 17:00 훈련종료을 종료하고 더 어두워 지기 전에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잦은바위골의 50m폭 야영지는 계곡이 산세가 앞이 꽉 막혔고 날씨는 하늘이 잔뜩흐리니 우중충하고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다만 바람이 없으니 체감온도가 그렇게 낮지 않은게 그나마 다행이다. 석식 겸 곁들인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하면서 병석형님의 원정이야기, 고어텍스세탁방법,장비이야기,산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춥고 귀찮고 깔끔하지않은 야전생활에 조금씩 젖어들고 있었다. 남들 잠을 청한 사이에 아까의 분위기가 아쉬웠는지 몇 사람(?)은 남아서 다음날 예정분량을 축 내고 있었다. 오늘 하루종일 신어서 젖은 이중화내피와 내일 사용할 장갑등을 침낭 속에 넣고 자라는 산 선배회원들의 조언을 충실하게 좇아서 가슴에 품고 잤다.(냄새는 무시하자)
26일 05:30 생각보다 따뜻하게 도와준 잦은바위골의 날씨덕분에 꿈속을 헤메는데 기상을 외치는 성호형님, 주위는 칠흑같이 어둡고 하늘엔 별빛만 초롱한데 기상이라니… 새벽 다섯시 반이다. 그러나 고질적인 코막힘과 아침에 콧물 줄줄 흐르는 비염으로 옆 사람 고려해볼 겨를도 없도록 괴롭혔던 비염은 감쪽같이 없으니 신기하다. 설악산이 내 몸에 딱 인가 각자 장비를 착용하기 전에 개인적인 생리적인 문제를 해결한다. 어제저녁 원정 이야기속에 외국인들이 부러워한다는 쪼그려쏴 자세로, 거참 왜 이게 안될까하며ㅡ 08:00 100m폭 을 향해 출발 어제 했던 50m폭을 쥬마링으로 통과했다. 쥬마링 사용법도 처음이다. 아이스 바일을 벨트뒤쪽에 걸고 쥬마링으로 등반한다. 장비를 믿으라는 회원들의 말을 믿고 오르자 자연스럽게 쥬마링 훈련이 되었다. 바일로 오르는 것보다 힘은 덜 들었지만 쥬마 하나에 내 몸을 맡기는 구나 싶으니 장난이 아니네! 어제 톱로핑에서는 확보를 봐주는 동료가 있었지만 쥬마링은 확보가 쥬마다. 그러니 쥬마 관리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쥬마 뿐이 아니고 다른 모든 장비들이 등반에서 나와 함께하고 내 생명을 맡기는 것이니 아끼고 애지중지 관리하는데 소홀함이 있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쉽게 빌려 달라는 말을 해서는 안되는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서슴없이 장비를 빌려준 동료 회원들에게 새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50m폭 상단쯤에 오르니 앗! 쥬마가 안먹는다. 자일이 얼었다. 팔에 힘은 빠지고 아무리 위아래로 반복해서 걸어도 걸리지 않는다. 어찌해서 걸리긴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뒤에 찬 바일을 사용하면 됐을걸 그때는 당황하기만 했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09:40 100m폭에 도착하여 훈련준비를 한다. 용범회원이 선등하여 자일을 휙스시킨다. 나는 물론 다른 회원도 자신이 없는 탓에 용범회원이 고생은 하지만 재미는 있겠다 싶다. 부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지만 사실 바위나 얼음이나 선등하는 것이 백미 아니랴. 나도 내년엔 가능 하겠지. 다른 회원이 등반하는 동안 병석형님에게 프랑스식 등반법에 대해서 잠깐 들었다. 지금은 사용하지않으므로 개략적으로만. 그리고 설사면 등반법, 설벽 등반법 럿셀하는법을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현장 실습으로 들었다. 좀더 자세히 많은 훈련이 있었으면 하지않았나 싶었지만 다음 동계훈련이 한라산에서 있다면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하므로 다시 배워야 하리라. 드디어 100m폭 등반 내 차례가 되었다. 어제보다는 잘해야 될텐데 하고 시작은 했지만 상단부쯤 올라가니 빙벽이 배와 가슴에 틈이 없이 딱 닿았다. 아이쿠 임자 만났네 팔다리에 힘은 빠지고 아래를 보니 멀다. “텐션” 소리를 치고 싶었으나 앞서 등반한 회원 중에 한 사람도 텐션 외치고 쉰 적이 없으니, 어째튼 여기를 벗어나려면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역시 어제처럼 자세무시하고 오르다 보니 또 추락을 한번 먹었다. 대롱대롱, 아래서 볼 까봐 얼른 자세를 잡았지만, 혼자 생각이지. 겨우 등반을 하고 확보를 봐준 영보회원에게 멋적어서 “많이 떨어졌죠” 했더니 조금이란다. 아래는 내려다보지도 못했다. 내려다 보려면 확보도 해야하고 아득하기도 하고, 하강을 하니 영균회원이 처음인데 너무 잘한다고 위로한다. 동료들의 위로를 들으며 자신을 얻고 동료 회원들과 장비 이야기를 하며 많은 것을 배운다. 사소한 스페츠에서 부터 모자까지. 15:00 행동식으로 중식을 해결할 때부터 눈발이 예사롭지 않다. 야영장에서 출발할 때 폭설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 눈삽이나 비닐 등의 장비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꾸중을 들었는데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어쩔 수없이 비선대까지 철수하기로 했다. 철수준비에 들어가고 장비 점검을 하는데 스크류 두개가 안 보인다. 어쩔수 없다고 철수하려는데 50m폭에 비슷한 게 보인다. 스크류다. 다시 회수하고 얼음 밑 흐르는 물속으로 빨려 들어간 자일까지 회수한시간이 오후 다섯시. 비선대를 향해서 출발을 서두른다. 날은 벌써 어두워진다. 다들 헤드랜턴을 착용하고 하산을 시작한다. 무게는 그대로인 배낭을 짊어지고 하산을 하려니 어제 올라오면서 헤멨던 두어 군데의 클러스터가 걱정이다. 병석형님이 기다렸다가 도와주면서 하산을 했는데 가장 힘들었던 낭떠러지부분이 기다린다. 다들 통과하고 나만 남았다. 발을 놓아야 할 자리는 얼어있고 어둡다. 순간적으로 절망했다. 의지할 수 있는 건 약하디 약해보이는 헤진 자일뿐, 밤에는 귀가 무섭고 낮에는 눈이 무섭다고 했지만 지금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낮에 생생히 보았던 자리다. 얼마나 위험한곳인지. 배낭만 아니면 가능하겠는데 하지만 배낭을 따로 먼저 옮기는 것도 불가능하니 지고 이동하는 수밖에는 없다. 그 헤진 자일에 의지 한 채 통과했다. 앞에서 병석형님이 통과할 때 까지 기다렸다. 아찔하다. 설악산의 조난사고가 심심치 않게 뉴스가 되는 이유가 있을 만 하다 싶다. 20 :05 비선대에 도착하여 짐을 대충 풀어놓고 문닫으려는 주인을 붙잡아 동동주로 갈증을 식힌다. 마음 넉넉한 주인은 듬뿍 따라준다. 등반하는 사진을 못 찍어서 안타까워하던 병석형님은 카메라 밧데리 교환하고,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산꾼들이 꽉 찬 산장의 침상 한켠에 짐을 풀고 석식에 들어간다. 역시 오늘 문제가 되었던 장비회수, 장비준비자세에 대한 반성과 질책, 산악회 발전방향과 원정이야기들이 주제가되어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잠자리에 든다.
27일 05:00 일찍 일어나는 것이 버릇이 되어서 일까, 어느 부지런한 산꾼의 조심조심 장비 챙기는 소리에 깨어보니 새벽 다섯시다. 잠시후 여기저기서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다들 아침준비에 들어간다. 식사를 마치고 간단한 어택장비만 챙긴 다음 토막골을 향해 출발한다. 그러나 비선대 통제소에서 막아 선다. 관리소에서 내어 준 훈련허가서 내보였지만 도통 막무가내다 기상청에서 설악일원에 대설주위보가 발령되어 있고 아직 발효중 이란다. 눈은 그쳤고 하늘은 흐려있는 사이로 언뜻 푸른 하늘도 보이니 분명 벗어지고 있는게 틀림없는데도,… 무작정 기다린다. 해제 될 때 까지. 그런데, 설악은 환상적이다. 통제되는 바람에 비선대의 설악은 충분히 감상했다. 간밤에 내린 눈으로 환상적인 경치였다. 눈이 아름다워서 설악이라 하더니 과연 설악이구나 싶었다. “우리 어차피 기다려야 되는데 사진이나 찍죠” 하고 철없이 말했다가 “놀러왔니 임마” 하는 면박만 들었지만 차라리 눈에 담아온 설악의 경치는 더욱 깊이 남는다. 한 시간쯤 지나니 비선대 적벽에서 한무리의 바위꾼이 매달려있다. 오번데, 손도 시릴건데 대단하다 하며 구경을 했다. 11:10 날씨가 너무 풀려 내린 눈이 다 녹을 즈음해서 비선대 통제소에서 대설주의보가 해제 되었으므로 입산허가 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서둘러 토막골을 향해 출발한다. 출발한지 약40분쯤 지나니 토막골의 거대한 빙폭이 우리를 맞는다. 앞서 도착한 다른팀이 벌써 빙벽을 하고 있다. 하단부는 경사가 약하고 상단부는 오버다 빙폭의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회장님이 초보자인 나와 영보회원만 바일을 이용한 확보훈련과 스크류설치 훈련을 시킨다. 다음에 기회가 있어서 빙벽을 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 다른 팀들의 바일이 눈에 띈다. 완전커브를 형성하고 있는 게 장비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 같다. 15:00 토막골 빙폭을 접한 것과 확보훈련과 스크류 설치법을 배운 것으로 토막골훈련을 마치고 하산하여 장수대로 향한다. 우리와 같은 날에 광양을 출발하여 설악산 대승폭으로 들어갔던 한울팀을 만나기 위해서다. 물론 다음날의 대승폭과 실폭의 등반도 있지만 열흘전의 이상고온 현상으로 토왕폭의 빙벽이 무너져 내렸고 출입도 통제 하므로 먼발치로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기 때문이다. 16:35 장수대를 향하여 설악산 야영장 출발 한다. 한계령초입에 들어서자 바닥이 심상치 않다. 노면이 얼기 시작하는 것 같다. 체인이 없다는 성호형님 차에 탄 나와 몇사람은 속으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내려오는 차들이 체인을 하고 있고 체인 판매하는 차들이 제철 만난 듯이 군데군데 눈에 띄기 시작하므로, 올라가는 건 그런대로 괜찮겠는데 내려갈때가 문제다. 하지만 정상에 도착하자 제설차가 모래를 뿌리면서 반대편에서 막 올라 온다. 이런 다행스러울데가 …. 마음 푹 놓고 천천히 무리없이 장수대까지 내려왔다. 장수대 야영장에서 야영을 준비하려니 반가운 얼굴을 만나게 되었다. 그루터기 산악회 초기 창립회원 이었던 엄길용씨를 만나게 되었다. 전에 홈페이지에서 이름은 들었던 마음이 좋은 사람 같다. 21:00 산에서 영양보충은 역시 삼겹살이 최고라는 식량담당 용범회원의 빈틈없는 준비에 저녁도 삼겹살과 소주로 배를 가득 채우고 막 자리에 들 즈음 뜻 하지않은 팀의 방문을 받았다. mbc 산악회의 소속이지만 아웃사이더라고 자칭하는 여자1명 남자2명의 한팀이 방문했다. 반갑게 소개하고 설악산 이야기, 실폭,대승폭등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내일을 위해 취침에 드니 자정이다.
28일 07:00 실질적인 훈련의 마지막날이다. 너무 여유를 부렸나 일어나니 07시. 옆의 텐트는 대학 팀 인듯한데 벌써 실폭을 향해 출발한다. 날씨는 어제보다 차다. 10시경에 장비를 챙겨 실폭에 도착하니 벌써 몇 팀이 붙어있다. 경사도 더 심하다. 휙스된 자일이 모두 8동이다. 3m폭에 너무 밀집되지 않았나 싶지만 우리도 한쪽에 자일을 설치하고 등반을 시작한다. 워낙 음지 인데다가 바람이 심하니 춥기가 이를 데 없다. 눈바람이 몰아칠 때면 고개를 들기가 힘들다. 톱로핑으로 우열회원이 등반을 하고 확보를 보는데 손가락이 언다. 낙빙도 무수히 떨어지고 겁나기도 한다. 우열회원이 하강하자 다음차례로 선뜻 나서는 나서는 사람이 없다. 주저하다가 내가 나서는데 겁이 난다. 왜냐하면 경사도 지금껏 본 것보다 심하지, 학생들이 많이 붙어있어서 못하면 창피하겠지, 싶어서…하지만 용기를 내서 등반을 시작한다. 반쯤 올라갔을까 코앞에서 파싹하는 소리가 나고 뒤이어 바로 위에서 등반하던 여학생이 “낙빙”한다. 얼음덩어리가 떨어지면서 얼굴 앞에서 깨진것이다. 더불어 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는데 핏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겨울에는 살갗이 얼어서 잘 터진다더니 그래서 바라클라바를 챙겼던 건데 왜 착용을 하지 않았을까 당연한 결과지. 또한 모두들 등에 베낭을 메고 있었다. 왜그러지 했는데 다음에 들으니 낙빙으로부터 등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모두들 한번씩 등반을 하고 실폭을 철수한다. 15:00 중식후 휴식을 하면서 아까 실폭에서 멀리 보였던 대승폭을 가보기로 했다. 비록 중간부분이 무너져 내렸지만 대승폭을 직접보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오르기로 했다. 장수대 출입통제소에서 45분쯤 가파른 길을 오르자 대승폭이 눈앞에 펼쳐진다. 중단부가 유실되어없어졌지만 빙폭이 살아있다면 그 장엄함을 미루어 짐작해 볼만하다. 17:10 대승폭을 하산하여 저녁준비를 하는데 어제 만났던 엄길용씨가 산악회 창립일을 축하하기 위해 가족모두 데리고 야영장에 도착했다. 그성의에 다들 고마워했다. 뜻 깊은 창립일을 동계훈련에서 기념하고 어느덧 10년째 맞이하는 창립기념일에 동참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있는 행사였다. 오늘도 잊지 않고 찾아준 mbc 산악회 팀과 열변을 토하고 설악산에서의 마지막밤은 깊어간다.
29일 07:30 오늘 아침이 제일 춥다. 냇가에 살얼음이 얼어있다. 식사를 마치고 광양으로 철수준비를 서두른다. 닷새동안 물 한번 적셔보지 못한 얼굴과 무성한 수염은 다들 볼만하다. 엄길용씨 가족과 작별 인사를 하고 10시경에 장수대를 출발하니 정말로 설악산 동계 훈련이 끝났나 싶어진다. 똑같이 훈련하고 고생하고도 운전까지 맡은 우열회원과 성호형님 덕택에 장시간 달린 끝에 오후 다섯시가 되니 백운아트홀에 도착했다. 중마동의 한 식당에서 저녁을 들며 안전하게 훈련을 종료 한 것과 나름대로의 성과 반성등에대한 소감을 나누며 훈련을 마쳤다. 이번 동계훈련을 통해서 너무 준비가 부족했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록을 담당했으면서도 시계를 빠트리지를 않나, 숟가락을 빼먹지나 않나, 동계훈련기간에 해야 할 각종 훈련들을 생소하지만 먼저 알아보고 준비하는 과정이 부족했다는 생각이다. 장비도 훈련이 임박해서야 준비했고 …. 하지만 이번 훈련을 거울삼아 내년 동계훈련에는 똑 같은 반성을 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하여 좀더 실질적인 훈련이 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