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산은 작고 낮은 산이지만 제법 바위가 많다. 관악산과 나란히 있으며 안양, 수원, 인천 등 서울·경기권의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산이다. 주말이면 등산로마다 많은 탐방객으로 붐빈다. 삼성산은 안양 쪽에 자리하고 낮은 산이지만 의외로 군데군데 작은 바위가 많아 프리클라이밍 루트가 계속 개척되고 있다.
삼성산은 최근 10여 년 사이에 100개 이상의 루트가 개척되어 수도권 클라이머들이 많이 찾고 있다. 대부분 바위의 크기가 20m 안팎의 작은 규모지만 수직벽을 이루어 페이스 등반을 즐겨하는 사람들에게 인기 암장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최근 스포츠클라이밍센터가 늘어나며 프리클라이밍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더욱 주목 받고 있다. 관악산과 삼성산의 여러 암장은 휴일이면 50여 명씩 모여 등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 일봉암 좌벽을 바위에정 회원들이 오르고 있다. 전체적으로 페이스와 오버행, 크랙 등으로 형성되어 있다.
- ▲ 일봉암 우측벽의 ‘십이십이’(5.10d)를 오르고 있는 개척자 방정혁씨
- 삼성산의 암장으로는 병풍바위(BAC, 20여 개), 숨은암(20여 개), 용암장(10여 개), 고물병풍암(10여 개), 대학암장(10여 개), 인클암장(20여 개), 부활암장(16개) 등이 있다. 삼성산 전체로 치면 100여 개의 루트에서 클라이밍이 가능하다. 최근에 일봉암 20여 개 루트가 개척되며 더욱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이제 삼성산에는 120여 개의 루트가 열려 있는 것이다. 삼성산의 암장들은 10~40분이면 어프로치가 가능해, 많이 걷기 싫어하는 클라이머들에게 최고의 장소로 평가받고 있다.
페이스 등반의 진수 맛볼 수 있는 수직벽
일봉암은 2007년 창립된 ‘바위에정’ 회원들이 개척했다. 이들은 삼성산에 암장을 개척하고자 이곳저곳 산을 뒤지기 시작했고, 숨은암 건너편에 자리하고 있는 일봉암을 발견해 개척하기 좋은 암장으로 판단했다. 일봉암은 경인교육대학교를 중심에 두고 BAC 암장과 숨은암 건너편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경인교대 정문에서는 암장이 능선과 숲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일봉암 개척의 주역인 ‘바위에정’ 진교일(회장), 장재봉, 강성남, 이재분, 방정혁, 장정애, 이랑해 회원들은 2011년 12월 12일부터 본격적으로 개척을 시작했다. 바위의 이름도 지었다. 개척의 주역인 진교일씨와 장재봉씨의 끝 자 ‘일’자와 ‘봉’자를 따서 ‘일봉’이라 지었다. 개척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바위 자체가 급경사에 위치해 앞에 테라스를 만드는 데 엄청난 고생이 뒤따랐다. 하지만 이들은 바위의 멋진 모습을 보고 포기할 수 없었다. 회원들은 매주 볼트를 박고 테라스를 조성하며 3년 가까이 투자했다.
- ▲ 일봉암 개척의 주역인 진교일 씨.
- ▲ 일봉암 개념도
- 결국 2014년 4월 19개의 루트가 완성되어 삼성산 최고의 명품바위로 탄생시켰다.
일봉암은 마치 병풍처럼 펼쳐진 암장이다. 넓이 25m 높이 20m가량으로 수직벽과 약간의 오버행을 이루고 있다. 전체적으로 미세한 홀드와 오버행, 부분적으로 크랙 등반이 가능하다. 오전에는 햇볕이 들어오지 않아 여름철에 시원하고 오후에는 햇볕이 들어와 따뜻하다. 수직의 바위로 짧지만 밸런스와 손가락 끝 힘이 요구되는 루트들이 많다. 암질을 화강암으로 마찰력이 뛰어난 편이다.
루트의 길이는 10~20m 정도로 비교적 짧다. 프렌드는 필요 없고 퀵드로 10개와 로프 40m 1동만 있으면 등반이 가능하다. 총 19개의 루트가 개척되어 있으며 5.10~5.13급의 다양한 난이도의 루트가 있다. 초보자와 중급자에게 적합한 암장이다. - 루트 소개
가장 왼쪽에서 시작되는 ‘시작’(5.10a), ‘물개’(5.10c)는 초보자 루트로 페이스 등반을 해야 한다. ‘청산’(5.11c ), ‘신사’(5.10a)는 페이스와 약간의 오버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초보자에게 적합한 인기 루트로 꼽는다. ‘입문’(5.10a)과 ‘ET’(5.10d)는 수직벽의 페이스와 크랙, 칸테를 이용해 오르게 된다. 이 역시 초보자들이 좋아하는 루트다.
‘연인A’(5.11b)와 ‘연인B’(5.10b)는 암장 중간 부분에 자리하고 있으며 수직벽의 페이스로 이어지는데 밸런스와 손가락 끝 힘이 요구된다. ‘머슴A’와 ‘머슴B’는 암장 중앙에 크랙을 따라 오르다 Y자 형태로 좌우로 갈라지는 루트다. 좌측의 ‘머슴A’는 마지막 오버행 부분이 크럭스로 난이도는 아직 평가하지 못했다.- ▲ 일봉암 위치도
- ‘그대먼곳에’(5.11c)는 암장 중앙에 수직으로 이어지는 칸테를 이용해 오르는 루트다. 칸테와 오른쪽의 홀드를 이용해 오르지만 강한 힘과 지구력이 요구되는 재미있는 루트다. ‘농부에아들’(5.12b), ‘농부에딸’(5.11b)은 수직벽에서 올라갈수록 약간의 오버행을 이룬다. 처음부터 끝까지 손끝 힘이 필요하다. 페이스등반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루트들이다.
오른쪽 벽의 ‘배신자’(5.11c), ‘십이십이’(5.10d), ‘해랑’(5.11d) 등은 10여 m의 짧은 루트이며 페이스 등반이 필요한 수직벽이다. 이곳 역시 손가락 끝 힘이 강한 이들에게 유리하다.
- ▲ 김용기
- 필자 약력
설악산 4대 빙폭, 당일등반. 설악산 전국 빙벽등반대회 1, 2, 3회 연속 우승.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대회, 프랑스 난이도경기, 공동 1위. <한국암장순례> 중부권/남부권 저자.
<실전 암벽빙벽등반> 기술서 저자. 네파 종로점 대표. 김용기등산학교 교장 .
- ▲ 김용기등산학교 강사 김영근씨가 ‘연인A’(5.11b)를 오르고 있다. 미세한 홀드가 연속으로 이어지며, 밸런스가 요구되는 재미있는 루트다
- 찾아가는 길
대중교통 전철 1호선 관악역 2번 출구로 나와 1번국도를 건너 버스정류장에서 6-2번이나 3번, 20번 마을버스를 타고 경인교육대학교 정문(종점)에서 하차한다. 경인교대 정문 앞 도로에 주차요금소가 있고 도로변에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을 바라보면서 계곡을 건너가 좁은 등산로를 따라 올라간다.
승용차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이용할 때는 인천, 북안양 방면으로 빠져나간다. 북안양에서 빠져나가 5분 정도 가면 삼막사 사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우측으로 가면 안양 방면이고 직진하면 삼막사, 경인교대, 좌회전하면 신림동 방향이다. 삼막사 사거리에서 직진해 200여 m 가면 경인교대 입구다. 이곳 도로변에 주차한다(당일 4,000원). 도로 중앙에 주차 요금소가 있으며 요금소를 10여 m 지나면 우측으로 화장실이 나온다.
- ▲ 일봉암 루트개요
- 화장실을 10여 m 지나 오른쪽 계곡을 건너 큰 벚나무 쪽으로 올라간다. 등산로를 따라 100여 m 오르면 급경사 능선길로 접어든다. 산길을 15분 정도 오르면 평평한 능선이 나온다. 계속 능선을 따라 10여 분 가면 우측 안양사(사찰)에서 올라오는 산길과 만나는 사거리다.
여기서 직진해 능선을 따라 100m쯤 올라가면 좌측으로 녹색페인트로 표시한 1m도 안 되는 작은 바위가 있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60여 m 들어가면 일봉암이다. 경인교대 정문 앞 도로변 화장실에서 암장까지 약 30분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