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5 편 >>
7월의 반란
여 남 순
어제에서 오늘로
이어진 가뭄
고추밭 참깨밭에
마른 흙덩이
거칠어진 땅의 숨소리
농부의 마음
타들어간다
탁구공만큼 자란
초록 감 옆구리에
뜨거운 입김
후후 불고 떠나는
바람의 뒷모습이
야속한 오후
하늘문 열어
녹색의 들판
푸르게 적셔줄
일기예보 기다리는
수심 깊은 눈빛
허공을 바라보는
아버지 곁에서
부채는 춤을 춘다.
어머니의 봄 날
여 남 순
어머니의 기억을
하얗게 지워 놓은 치매
어느 날은
틀니 찾느라
집안 구석구석 뒤집어 놓고
다음날은
보청기 손에 들고
소리가 안들린다 역정이시다
어머니 기억 속에
단단히 뿌리박고 사는
꽃눈 잎눈 돋던
가물 가물
흘러간 시간이 또렸해지면
여자의 스물세 살 이야기
그리움처럼 노래 하신다
마음과 엇박자인
뻣뻣한 다리와 허리
어머니의 봄날은
어디로 갔을까
노란 코스모스
여남순
초여름
훈훈한 바람의 입김으로
포기마다 줄기 곧게 세우고
자갈땅 풀 둔덕이
제 집인듯 자리잡은
금빛 꽃을 보았네
아래 위 순서대로
가지마다 노랑 꽃을 피우고
간절한 그리움
천연덕스럽게 감추고 지낸
첫 사랑처럼
여전히 안녕하시냐고
고운 인사 건네며
길가 언덕에
활짝 웃고 있었다
이천 장날의 기원
여 남 순
장터거리에 성긴 눈발이 날린다
좌판에 누워있는
뿌옇게 동공이 풀린
꽁꽁 언 동태
플라스틱 바구니에 올라앉은
바다가 그리운 피조개
시장어귀 골목길
장터 국밥집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왁자지껄 수다로 뒤섞여
오가는 정담을 버무리고
수많은 동그란 나이테를
칭칭 안으로 동여 맨
늙은 느티나무 아래서
뻥튀기 아저씨는
까마득히 먼 이야기를
하얀 튀밥처럼
자꾸 튀겨 내는데
이천 장날
헤일 수 없는
세월의 나이
각설이 타령
전설처럼 흐른다
숲
여 남 순
가을 향기 가득한
바람이 사는 마을
그 숲에 들면
어깨위로 스쳐간
많은 어제들이
그리운 날들로 일어선다
떡갈나무 숲
그 안에서는
숨쉬듯 시간이 흘러가고
바스락 바스락 갈잎소리
툭하고 떨어지는
도토리 한 알에
그리운 사람
안부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