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客閑談] 치킨 게임(chicken game)
봄을 화려하게 장식하던 꽃잎이 지고 푸르른 녹음이 뒤를 잇습니다.그동안 따사롭고 포근하게만 느껴지던 햇살은 한여름 뙤약볕으로 치닫고 있지만 녹음은 산객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지요.만물이 싹이트는 봄철은 막바지로 치닫고 삶의 한창인 여름이 바로 앞에서 어른거립니다. 봄에서 여름으로,탄생에서 성장으로의 순간은 환절기나 다름 없지요. 일쑤 환절기에는 시끄러운 법입니다.거친 비 바람이 단비와 꽃바람이라는 허울로 아름다운 꽃잎들을 사정없이 흔들어 떨어뜨리며 행티를 부리곤 하지요.다행스러운 것은 단비는 마른 땅을 축축하게 적셔 삶의 전성기로 접어들 온갖 생물들의 생명수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으며 꽃바람은 어린 생명들에게 호연지기의 생명력을 불어넣느라 안간힘을 쏟는 거지요.
그리고 바야흐로 대한민국 땅에서는 신구(新舊) 대통령의 바톤터치가 이루어지는 권력의 환절기 순간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자연 세계는 부드럽고 순조롭게 바뀌는 경향이 있지만 사람 세계는 대개 시끄럽고 소란스럽지요.권력을 통째로 넘겨주는 쪽은 아쉽고 허탈한 감정이 여실하고, 넘겨받는 쪽은 권력이양의 과정이 순조롭고 부드럽지 못하니 마지못한 행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권력의 바톤터치에서 때때로 불거지는 모습이지요. 이런저런 불순한 기운이 가득한 권력의 환절기를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갈등과 혼란의 구렁으로 빠져들게 하는 상황이 점입가경으로 벌어지고 있는데,물러나는 권력이 다음 정부에서 자신들에게 불어닥칠 칼끝에서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수단을 공고히 하려는 거지요.
바야흐로 검수완박(검찰의 수사권 완전박탈)에 관한 입법안의 국회처리과정이 신구 세력간의 첨예한 결전장이 되고 있습니다.입법처리에 목을 메는 구(舊) 세력(더불어민주당)이나 입법처리 무산에 안간힘을 쏟는 신(新) 세력(국민의힘)이나 양보할 기미가 전혀 없어 보입니다.치킨게임이나 다를 게 없는 거죠.치킨게임이란,다양한 분야에서 이해당사자가 모두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을 초래하는 극단적인 경쟁을 가리키는 용어로 미국에서는 한때 젊은이들 간에 서로 마주 보는 방향으로 차를 몰고 가는 게임이 성행했는데,이때 마주 달리는 차가 충돌하기 직전에 운전대를 바꾸는 사람이 겁쟁이(chicken)로 놀림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종류의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선택을 절대로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요.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만을 고집할 경우 모두에게 최악의 결과가 도래하게 되는데,게임 전문가들은 치킨게임이 이해당사자들 간에 반복될 경우 이론적으로는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을 포기하게 됨으로써 최악의 상황에 도달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합의와 타협이 끼어들 여지가 다분하다는 거지요.어쨌든 작금의 신구 세력 간의 충돌은 치킨게임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그러나 피차 자신들의 몸보신에는 일가견이 있는 위정자들 아닙니까? 어느 쪽이 운전대를 바꿔 치킨(겁쟁이)으로 놀림을 받을까요? 그게 궁금합니다. (2022,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