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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가 계기 및 취지
코로나가 풀리자 몇 해 미루었던 행사가 봇물 터 짓듯 한꺼번에 몰린다. 작년 이맘때 대구예술마당 率에서 유홍준 교수를 모시고 창립 30주년 기념을 경주 수오재에서 한다고 연락받아 참가하려 했으나, 마침 코로나에 감염되어 격리 기간이라 부득이 참석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올해는 일찌감치 예약했다.
예술마당 솔이란 단체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나는 수오재의 주인장인 이재호 선생님의 특별배려로 단독 참가하면서 너무 좋은 프로그램이라 누구와 갈 것인지 고려해보지 않고 일단 네 사람을 신청해 접수해놓고 돈도 미리 송금했다. 혹시나 신청자가 많아 탈락할 수 있다고 생각되어서 몇 번이고 담당자와 미리 연락해 라오스 여행 전에 송금했다.
4월 2일은 초등 총동창회 체육대회가 겹쳤지만, 이미 2개월 전에 예약된 것이라 어쩔 수 없이 참가하면서 누구와 같이 갈 것인지 여러 각도에서 고민했다. 처음에는 아내와 박 원장 부부 4명을 고려했으나, 여성들은 다른 단체에 끼이는 것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고, 몇 번 가본 경험이 있어 크게 좋아하지 않는 터라 제외하고, 주위 여러 사람을 고려하다 최종 3분이 낙점되었다. 왜냐하면, 이런 답사는 역사나 문화에 관한 관심이 어느 정도 수준과 관심이 있어야 하고, 또 참가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어야 초청자나 참가자에 서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진주 임도사는 원래 수오재 이재호 선생님의 고향 후배이자 한옥. 가문 등 이런 쪽에 관심과 열정이 높아 예전부터 꼭 한 번 참가하기를 희망해서 흔쾌히 수락하였고, 또 한 분은 경산 문인협회 회장으로 오랫동안 글을 써오시고 답사도 많이 다니신 분으로 흔쾌히 승낙하였으며, 다른 한 분인 이경진 박사님은 큰 관심과 열정은 없지만, 평소 박사과정에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주시는 분이라 이런 때 한 번 관심을 가져보시라는 배려차원에서 초대하였다.
전혀 다른 3분을 모시고 순전히 나의 의도와 열정만을 믿고 모두 흔쾌히 승낙하여 함께 1박 2일 경주문화 답사에 동참하게 되었다. 이는 평소 꾸준히 해온 답사와 기행작가 이재호 선생님과 개인적 인연을 바탕으로 예술마당 솔이 주최하는 문화행사에 한 일원으로 끼이게 되었다. 이것도 이재호 선생님의 나에 대한 배려 덕분이다.
나는 개략적인 일정과 분위기와 현황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다른 분들은 오직 나만 믿고 좋다니 참가하게 되었다. 이런 기회도 인연이 닿아야 하고 자기가 어느 정도 받아들일 자세와 준비가 되어 있어야 찾아오는 법이다. 동행한 세분은 정말 더 없는 좋은 기회였음을 마치고 나서야 깨달았을 것이다.
▶ 첫날 답사
4.1일 토요일, 마침 경주 벚꽃 축제 겸 마라톤 대회로 굉장히 복잡한 날로 겹치게 되어 내심 걱정했다. 다행히 우리는 마라톤이 끝난 오후부터 일정이 잡혀 있어 소낙비는 피했지만, 도심 전체가 봄철 나들이 행락으로 붐비어 내심 걱정했다. 그래서 다소 일찍 서둘러 유명한 용산회식당에 점심을 먹고 13:30분까지 수오재에 도착하는 계획을 잡았다.
그러나 진주서 출발하는 임도사가 버스 시간을 착오해 1시간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동대구터미널에 10시 20분쯤 도착했다. 급히 서둘러 경산에 있는 두 분을 모시고 11시 다 되어서 출발하게 되었다. 급한 마음에 차가 밀리면 IC 진입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어 건천에 내려 국도로 가는 것을 깜빡 잊고, 바로 경주 IC로 진입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긴 행렬로 서 있는데 염치 불구하고 새치기하여 겨우겨우 빠져나와 용산회식당에 도착하니 12시가 조금 넘었다.
워낙 유명한 맛집이라 세 분께 꼭 한번 맛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해 도착 30분 전 식당 아들에게 예약 표를 미리 부탁해 도착해 조금 있다, 바로 먹게 되었다. 실제로 우리 뒤에 오는 분들은 3시간을 기다려야 하니 얼마나 고마운지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테이블이 몇 안 되는 데다 전통방식을 고수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영업전략이기도 하지만 내가 10년 동안 여러 차례 온 단골의 특별 배려차원에서 혜택을 받아 3시간 기다리지 않고 맛있게 먹고 나왔다. 이구동성으로 맛있다는 데는 의의가 없을 정도다.
평소 오랫동안 답사 다닌 노하우와 인적 네트워크 덕분에 기분 좋게 맛있는 점심을 먹고 차가 막힐 것을 예상해 외동으로 돌아 수오재에 도착하니 거의 13:30분이었다. 약속 시각에 도착해 수오재 주인장 이재호 선생님과 주최한 예술마당 솔 관계자와 인사하고 곧바로 버스를 타고 집합 장소인 경주박물관으로 갔다. 벚꽃 축제와 마라톤 대회 이후 시민들로 도심은 붐비었지만 박물관은 생각보다 분답지 않았다.
제일 처음 에밀레종인 성덕대왕 신종 앞에서 유홍준 교수님으로부터 직접 해설을 들었다. 대한민국 문화답사 및 해설 분야 국보급인 유교수님으로 부터 실물을 앞에 두고 직접 강의를 들으니 감개무량했다. 그동안 그분이 쓴 답사 시리즈 수십 권과 강의는 물론 미디어를 통해 많이 들었지만 직접 곁에서 같이 대화를 나누며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大家 앞에서 주눅 들기는 했지만 그만한 지식과 위치에 오르기까지 세월과 공부와 답사한 경험에 대해서는 존경해 마지않는다. 워낙 달변에다 박학다식한 지식과 오랜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이 시대의 문화답사 전도사로 위치와 공덕을 고려해본다면 국가에서 정말 문화재로 보호해야 할 만큼 지대한 공로로 훈장과 연금을 주어도 아깝지 않으신 분이다.
성덕대왕 신종에 대한 평가와 가치보다는 그것을 만들어 내기 위한 과정과 그 시대의 문화적 기술적 수준과 장인정신은 후손인 지금도 우리가 본받아야 정신과 가치이기에 오늘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 직접 보고 듣고 이해해보는 시간을 갖지 않나 싶다. 깊은 울림에서 오는 영혼을 치유하는 듯한 종소리를 비록 녹음으로 들어보지만, 종은 쳐야 하고, 못을 박아야 하고, 고택은 사용해야 제 가치와 기능을 하듯 직접 쳐서 들어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며 박물관 앞마당에 옮겨진 유물 몇 가지를 보고 다음 코스로 이동하였다.
다음은 월정교와 더불어 孝不孝橋 내지 七星橋라 불리는 春陽矯址로 갔다. 나도 경주 문화답사를 많이 했지만, 이곳은 처음이었다. 이 다리는 민간 신앙이나 전설이 덧씌워진 다리로 통일신라 시대 교량의 구조와 축조 기술을 살펴볼 수 있는 고고학적 유물로 文川으로 단절된 月城의 북쪽과 남쪽을 연결하는 중요한 교통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월정교는 복원을 마무리하였지만, 춘양교는 한창 발굴 중이었다. 발굴 중 강바닥에 쌓은 배 모양의 기둥 받침돌이 또렷이 남아 있어 당시의 교량기술 수준을 알 수 있었다.
반월성은 핵심 궁성으로 입구는 垓子를 복원해 물을 채워 놓았고, 반월성을 휘감고 도는 천연방어 역할을 하는 남쪽의 文川을 넘어 남산으로 가는 다리로 왕이 넘고 다녔던 월정교 대신 민간인이 다녔을 춘양교를 발굴 복원 중임을 확인했다. 새로운 발굴이었고 이 文川을 잘 개발 복구해 사람들이 걷어보며 즐길 수 있는 코스로 개발되면 더욱더 반월성의 가치가 돋보여져 복원 후가 기대된다.
춘양교와 월정교를 거쳐 향교로 갔다. 평소 교촌마을을 많이 다니면서도 향교를 많이 답사하지 않았는데, 요번에는 교육적 의미에서 향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유 교수님으로부터 직접강의를 들었다. 저야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처음 오신 분들은 많은 가르침과 향교의 참뜻과 기능을 주제로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본다. 향교의 강학당에 앉아 요번 행사의 의미와 취지를 예술마당 솔 관계자로부터 설명 듣고 관련 사람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복잡한 최부자 집과 교촌마을로 가지 않고, 향교 옆 내물왕릉 앞에서 신라 왕릉의 문제점과 현황을 이재호 선생으로부터 경주에 있는 왕릉 36개에 대한 실제 왕릉인지에 대한 의구심과 왕릉 명이 정해지는 과정에 대한 비상식적이고 후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해진 불합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유 교수님으로부터 왕릉과 죽음에 대한 종교적 해석이 차이 등에 대하여 추가로 들었다.
다음은 계림을 거쳐 반월성벽에 올랐다.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반월성을 둘러쌓고 봄 풍경을 마음껏 발휘했던 성벽에 심어진 벚나무가 싹 베어지고 현재는 소나무 숲들만 반월성을 에워싸고 있는 형태로 바꾸고 있는 모양이었다. 자세한 의미와 뜻은 모르겠으나 반월성의 아늑함과 신비함을 걷어내고 오직 고고한 소나무들만 외로이 지키는 단순하고 신성한 반월성으로 바꾸는 과정이지 싶다.
다소 아쉬웠지만 나름대로 의미와 뜻이 있기에 그렇게 화려하게 장식했던 굵은 벚나무를 확 베어내고 벗은 반월성의 겉모습이 더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 진행한 것으로 보고, 아쉽지만 반월성을 가로질러 걸어 동궁과 월지를 지나 다시 박물관으로 모여 버스를 타고 숙소인 수오재로 돌아왔다.
수오재에 돌아와 식당에서 단체로 기름 뺀 삼겹살과 묶은 김치와 된장으로 저녁을 먹고 술도 곁들여 한잔하고, 저녁 7시부터 1시간 30분가량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0주년 기념 BOOK TALK CONCERT> 유 교수님의 특강을 수오재 앞마당에서 슬라이드로 자료를 보면서 들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쓰게 된 동기부터 20권의 답사 관련 책을 출간하기까지 과정을 특유의 달변으로 중간중간 에피소드도 엮어가며 담담하게 소개하셨다.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30년이란 세월 동안 20권 문화유산답사 관련 책을 시리즈 형태로 출간하기란 얼마나 많은 시간과 경험과 자료와 노력이 뭉쳐진 작품인지는 본인만이 알겠지만, 그 과정을 지켜보고 읽어본 독자들도 세대를 이어가는 명작에 대하여서 변함없는 사랑과 구독을 하고 있다. 나도 20권 중 12권 정도는 읽고 그 코스를 거의 다 답사한 마니아로 북 토크콘서트를 보면서 다시 한번 뜨거운 존경과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끝나고 책 사인회를 했는데, 나는 그동안 읽은 책 중 4권을 골라 갔다. 동행자들에 한 권씩 선물해 사인을 받도록 하고, 우리 일행은 2차로 식당에 앉아 이재호 선생님과 12시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셨다. 참 이런 자리를 갖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늦은 밤까지 술을 마실 공간과 분위기가 사라진 요즘, 보기 드물게 경주 배반동 어느 한 고요한 시골에 마음이 통하고 역사와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나눈 대화는 격조가 있고 의미가 있어 모두가 흡족해하면서 마무리했다.
단체가 묵어야 하는 한옥이라 우리는 큰 방에 5명이 술에 취해 알아서 잤는데, 그날 밤 임도사의 돌출행동은 먼 훗날 이야깃거리를 위해 만들어 놓고 그렇게 하루는 마무리되었다.
▶ 둘째 날 경주 남산 일대 답사
아침을 간단히 한식부페로 먹고 첫 답사 코스인 열암곡 마애석불을 보기 위해 갔다. 경주 남산을 오르는 코스는 다양하지만, 이 코스는 최근에 주목을 받는 코스다. 그간 많이 알려지지 않고 접근 도로 및 코스가 개발되지 않아 특별한 사람들만 갔으나 요즘은 진입로 도로와 주차장이 만들어졌고 마애석불까지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제법 많이 찾아오는 코스다.
나는 이 코스를 작년 이형권의 무심재 여행클럽 답사팀에 합류해 간 적이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오늘 답사팀 회원들은 대부분 처음이었을 것이다. 정말 고급 답사팀이 아니면 잘 모르고 꼭 보러오지 않아도 자료만 보고 대신에 할 수 있지만, 진정 답사를 아는 분이거나 문화에 대해 식견이 있는 분이라면 반드시 방문해보아야 할 코스이다.
이 석불은 2007년 발견된 불상으로 5cm의 기적이란 프랑스 르-몽드 1면 기사로 소개될 정도로 유명해졌지만, 아직도 엎어진 채 600년을 지나고 있다. 서 있었는지도 약 700년으로 조만간 서 있는 기간을 넘지 않는 2025년에 세운다고 한다. 그동안 엎어져 어렵게 숨을 쉰 부처님에 미안하고 죄스러운 중생들의 뜻이 이제야 뭉쳐져 조만간 일으켜 세우는 날 한국 불교계는 또 다른 큰 사건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
지금은 보호막에 눈비는 피할지는 모르겠으나 오히려 갇힌 갑갑함이 보는 이로 하여금 더 안타깝고 애절하게 느껴져 빨리 일어서서 온전한 모습으로 열암 계곡을 굽어보며 당당하게 서 있기를 희망해보며 현장에서 간단한 유 교수님의 해설과 단체 사진을 찍고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제일 먼저 내려오시는 유교수님과 대화를 해보면서 올해 74세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산길을 잘 걷는 비결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젊은 학생들이 오히려 힘겨워한다며 본인은 워낙 오랜 세월 많이 걸은 체력과 무리하지 않는 몸 관리 덕분이라고 했다.
지금은 1주일 한 번 정도 강의와 부여 근처 개인 휴식처인 휴휴당에 사모님과 1주일에 한 번 가서 힐링하며 지내신다고 했다. 연세에 비해 날씬한 몸매와 가벼운 발걸음, 왕성한 활동이 건강 비결이지 싶다. 나도 15년이 지나 유교수님만큼 산에도 가볍게 다닐 건강과 체력과 열정이 될지 의문이다. 내려와 인근에 이재호 선생님만 아는 숨은 명소인 마석산 용문사의 백운대 마애불입상을 보러 갔다. 큰길에서 약 500~600m 거리의 7부 능선 큰 바위가 솟은 곳에 마애불상을 조각해 놓은 곳으로 현재는 용문사란 절이 있는 곳이었다.
올라갈 때 미리 준비해온 김밥과 막걸리 한 통씩 들고 낑낑거리며 올라갔다. 나는 평소에 운동을 해와 이 정도는 가벼웠지만, 평소 운동이나 산을 자주 다니시지 않는 분은 약간 버거웠을 것이다. 이정식 회장님도 다소 힘겨워 안 올라가시겠다며 어린 장을 부렸지만, 끝까지 함께 올라가자며 조르고 응원해 올랐다. 백운대에 서서 명계리 봉계리 들판을 바라보니 확 트인 눈맛이 힘듦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산 3~4부 능선까지 도로가 있어, 거기서 걸어 올라 7부 능선에서 확 트인 눈맛을 보니 호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날씨도 춥지도 덥지도 않은 알맞은 기온에다 아직 듬성듬성 남은 진달래꽃과 산벚꽃이 남이 있는 봄이 익어가는 계절에 약간 힘들게 걸어와 산들바람을 맞고 호쾌한 눈맛을 느끼며 김밥과 막걸리 한잔으로 답사의 즐거움과 행복을 만끽할 수 있었다.
백운대 마애불입상이 있는 이곳은 경주 남산과 이어진 마석산으로 산 이름에서 느끼듯 여러 모양이 있는 돌산으로 그중 일주문 역할을 하는 석문과 마애불입상이 새겨진 백운대, 마석산을 지나 맷돌바위, 대포 바위, 남근바위, 선바위, 삼지창 바위 등 氣가 제법 센 산이었다. 여기서 잠깐 쉬어가는 타임으로 김밥과 막걸리를 한잔하고 이재호 선생님의 마애불입상에 대한 해설을 듣고 내려왔다.
다음은 경주박물관에 옮겨진 崇福寺址로 갔다. 末方 마을 뒤편에 있어 혹시 버스가 못 회전할까 봐 밑에서 제법 마을 길을 많이 걸어 올라갔다. 폐사지로 그간 방치되어있다, 작년에 복원했다고 한다. 나름 폐사지로 모양새를 갖추고 있고 절터 규모도 제법 크고 전망도 좋았다. 다만 개인사찰이 폐사지 뒤편에 모호하게 서 있고, 아직 복원 뒷마무리가 덜 되어선지 다소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이곳은 원래 원성왕릉에 있었던 절로 왕릉이 들어오면서 옮겨진 곳으로 당시에는 큰 규모의 절로 특히 최치원의 四山碑銘 중 하나로 碑身은 깨어져 파편을 모아 복원비가 세워져 있고 碑石을 받치고 있는 두 마리 거북 받침은 현재 경주박물관에 옮겨져 있고 이곳 현장에는 복제품이 세워져 있었다. 문화도 돈이 필요하다. 빨리 개인사찰을 걷어내고 폐사지 본연의 모습으로 복원해 찬란했던 그 당시를 유추해볼 분위기와 규모를 만들어 놓아야 찾고 공부한다고 본다. 다소 쓸쓸한 분위기를 느껴보며 그 옛날 화려했던 숭복사는 어디 가고 아담하고 소박한 쌍탑만이 남산을 바라보며 외롭게 서 있는 폐사지의 뒷맛을 느껴보며 내려왔다.
내려오다 이곳으로 옮기기 전 원래 있었던 원성왕릉(괘릉)에 잠시 내려 화려하고 잘 다듬어진 왕릉의 전형적인 모습을 구경했다. 당시 얼마나 개방적이고 화려했는지는 용병인 무인석과 四方을 지키고 있는 獅子像에서 실감해 볼 수 있다. 통일신라는 지나가는 개도 금목걸이를 할 정도로 찬란했던 금속과 불교의 문화가 꽃피워 처용무나 나오고 페르시아 술잔도 나오지 않았던가?
다음은 답사의 최종 목적지인 헌강왕릉으로 갔다. 이 왕릉은 동남산에 화랑교육원 옆길에서 200m쯤에 있다. 조용한 동남산의 자락에 비교적 소나무들이 많은 곳에 고요히 왕릉의 위세만큼은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곳으로 정한 이유는 헌강왕릉 주위가 진달래군락지로 봄맞이 답사 주제가 <걸어서 경주 남산과 진달래>를 정한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정점이 지나 좀 남아 있기는 했지만 화려하지가 않아 겨우 허기를 달래 정도였다.
그래도 남아 있는 진달래를 찍으며 아쉬움을 달래고 답사의 大尾를 유 교수님이 왕릉에 기대여 마무리했다. 참으로 인간적이고 성의껏 답사 안내와 해설하시고 앞장서 걷고 끝까지 함께해주시는 데 대하여 모두가 감사로 뜨겁게 박수를 보내며 마무리했다. 여기서 다시 수오재로 돌아와 각자 알아서 귀가하였다.
▶ 답사 결론
비록 짧은 1박 2일의 답사였지만 매우 알찼다. 대구와 가까이 있는 경주에서 그것도 한옥인 수오재에서 캠프를 정하다 보니, 밤에 북 토크콘서트는 물론 심야까지 뒤풀이를 할 수 있어 시간 대비 더욱 알찼다. 답사 코스도 첫날은 박물관과 반월성 일대를 가볍게 걸으면서 현장 답사를 했고, 둘째 날은 남산 일원 5곳을 답사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이쪽 분야 관심과 답사를 해오신 분들이 참가해서 그런지 일반 답사가 아닌 중급수준의 코스로 좋았다.
참가자 모두가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분들이라서 그런지 현장에서 해설하시는 대한 최고 수준인 유홍준, 이재호 선생님 해박하고 풍부한 경험과 지식에서 우러나는 맛과 향기에 모두 만족해 행복하고 즐거운 1박 2일의 경주답사가 마무리되었다. 개인적으로 유 교수님과 직접 현장을 다니면서 대화하고 들을 기회여서 큰 영광이었다.
또 하나의 큰 보람은 같이 간 세분에 역사와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가치를 직접 체험해 볼 기회를 가졌는데 모두 200% 만족해하여 내가 애초 의도한 기획과 잘 맞았다. 정말 오랜 경험에서만 나올 수 있는 수준과 지식을 간접적으로 접하면서 또 다른 전문에 대한 이해와 존경심을 배우게 된 계기가 되었다. 아무튼, 좋은 기회였고 보람된 1박 2일의 답사였다.
행복하고 즐거운 1박2일 경주답사였다.
2023. 04. 04.17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