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합창단의 강릉 방문
가을이면 곡식들도 머리를 숙인다는데 나이가 들수록 갖가지
자랑을 하고 싶고 말이 길어지는 것이 숨길 수 없는 일인 것 같습
니다. 평생 갈고 닦아 온 문필로 독자들을 즐겁게 해 주시는 문인
들이야 다양한 주제의 글로 강릉 자랑을 할 만 하지만 그렇지 못
한 나는 고작해야 내 삶의 한 구석을 조금 펼쳐 보일 수밖에 없으
니 자칫 내 자랑을 늘어놓게 되나 봅니다. 타향에 오래 살다보니
내 자랑은 나를 낳아 키워 준 고향 자랑으로 이어지고, 내 고향을
자랑하다보니 자연스레 우리의 잡지「강릉 가는 길」과 내 자랑
아닌 자랑을 하게 됨을 먼저 실토합니다. 지난 5월에는 내가 속
한 서울대 COE 합창단원들을 강릉으로 안내 하게 되면서 강릉
자랑을 많이 하였습니다.
내가 서울대학교 출신 혼성합창단에 가입한 것은 지난 3월 초
순이었습니다. 우연히 합창단원 댁에 놀러갔다가 남성 단원들 숫
자가 적으니 가입하라는 권유를 받았는데 옆에 있던 내 처가 ʻ젊
은 시절과 달리 요즈음엔 노래를 잃어 버렸으니 다시 노래를 찾
아보라.ʼ고 권하기에 얼떨결에 승낙, 가입하였던 것입니다.
합창단은 60년대 서울대 가정대와 사범대 학생들로 결성된 것
으로 5년여 전 이들 중 10여 명이 다시 모여 다른 대학 출신들도
영입, 현재는 50여 명의 혼성합창단을 이루고 있습니다. 대학 학
번으로 따지면 50-81학번으로 다양하나 65-68학번이 다수인
노장들인 셈인데 사랑의 노래로 청춘을 되찾으려는 노력들이 대
단합니다.
사실, 나는 강릉사범병설중학교 입학시험 때 실물 악기 이름을
제대로 몰라 시험에 떨어질세라 몹시 걱정한 일이 있었고, 학교
앞 방송국에서 마음에 둔 여학생에게 보낼 노래 ʻ오 나의 태양ʼ을
ʻO! my sonʼ이라는 영문으로 신청하였다가 낭패 당했던 일이 아
직도 생생합니다. 그래도 모든 과목에서 최고 점수를 얻고자 음
악시간에 노래를 열심히 불렀던 것 같습니다.
이후 (부산)고등학교 시절, 친구의 권유로 합창 반에 들어가 주
로 우리 가곡을 부르며 학교 대항 합창제에도 출전하였던 아름다
운 추억이 있습니다. 그 친구 덕분에 대학시절이나 그 후에도 우
리 가곡을 즐겨 불렀고, 베토벤 등 클래식음악도 즐겨 들었는데,
처와 연애시절엔 과천 호숫가 등에서 ʻ윤용하ʼ의 「고독」, 「보리
밭」 등으로 사랑과 열정의 마음을 전하였습니다. 외환은행 동료
이던 처는 그때 내가 열심히 불러준 노래에 감동했는지 고시준비
생이던 나를 평생의 반려로 받아 주었던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4월에 있었던 서울대 가정대 동창회 공연회 때 회식 자리에서
5월 합창단원 친목여행을 어디로 갈까 논의하다가 그날 감격스레
불렀던 ʻ사공의 그리움ʼ의 가사에 나오는 ʻ강릉 가는 배ʼ를 타자는
나의 제안에 만장의 박수로 결정되었던 것입니다. 당시 강화도로
가자는 의견도 올라왔는데 나는 술기운에 강력한 웅변조로 ʻ문향
과 예향의 고장ʼ을 자랑하였던 것이 주효하였던 것 같습니다. 「강
릉 가는 길」 4집에 실을 ʻ내 고향 시동과 나의 아름다운 시절ʼ 원
고를 첨부하였더니 여러 댓글이 줄줄이 올라오면서 여행에의 희
망자들이 속속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아래는 합창단 홈페이지에 올린 글들과 댓글들입니다.
어느 합창단의 강릉 방문 167
1. 단원님들께 드리는 인사 !
합창반의 막내 박용일 변호사입니다.
ʻ잔인한 계절ʼ 4월을 뒤로 하고 바야흐로 희망찬 ʻ계절의 여왕ʼ
5월입니다. 무엇보다 4일 서울대 가족합창제가 너무나 기대되고
또한 25일 강릉으로의 꿈의 여행이 벌써부터 손꼽아 기다려집니
다. 제 자랑스런 ʻ문향과 예향ʼ의 도시 강릉으로 여러분을 안내하
게 된 저로서는 가슴 뛰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강릉의 수많은
명소들이 많지만 강릉의 관문인 대관령의 ʻ아흔 아홉 굽이ʼ의 옛
길과 굴산사지의 국내 최대의 당간지주와 경포호수가의 매월당
김시습 기념관을 꼭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특히나 제 고향 친구
인 전 관동대학교 대학원장이자 저명한 시인인 엄창섭 박사에게
신사임당, 허난설헌 등의 문학세계에 대한 현장 강의도 부탁드렸
으니 기대하십시오. 참고로 제가 며칠 전 강릉사랑문인회에 보낸
제 고향 어린 시절에 관한 글 한편을 보내드리니 한번 읽어보시
길 바랍니다.
<첨부>: <내 고향 및 아름다운 시절> (2013. 5. 1.)
[댓글]:
- 잘 읽고 애향심에 감탄 하였습니다. 마치 소설을 읽는 듯 그곳
풍경을 머리에 그리며 50여 년 전의 강릉 저자거리의 풍경과 산해
진미를 맛볼 수 있으며, 눈으로 뒤덮인 대관령의 절경, 시댁에 가
느라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는 버스를 타고 대관령을 넘던 때 등, 감
회가 새로웠습니다. 감사합니다.
- 변호사님의 글을 읽으니 한편의 아름다운 시골 소년의 영화를
보는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구구절절 그리움과 애틋한 사랑이
담겨있군요.
2. 감동적인 제1회 서울대 가족합창제를 마치고
역사적인 1회 서울대 가족합창제를 무사히 마친 간단한 소감과
그림 같은 사진들을 전해 드리고저 합니다. 무엇보다 저에겐 고
등학교 합창반 시절 이후 반세기만에 화려한 무대에 설 수 있어
너무나 영광스러웠고 지난 2월 신참 단원이 되었으니 대선배님들
에게 송구스럽고 한편으로 무지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래도 지난
번 가정대, 사범대 동창회의 작은 무대에 서 보았던 것이 큰 힘이
되었고 '무대체질'이라 무대에서 떨리는 마음보다 즐겼다고 생각
하였으나 사진들을 보니 역시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였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단원 여러분의 ʻ즐겁고ʼ ʻ서로를 감싸는ʼ 마음
들이 성공적인 데뷰를 이루었다고 생각하며 이 단장님등 임원들
과 지휘자 노선생님, 반주자 박주미님께 큰 감사를 드립니다. 자
이제 다함께 오는 25일 ʻ사공의 그리움ʼ의 꿈의 고장 강릉으로 ʻ어
기야 디여차 노를 저어ʼ 갑시다. 서울대 가족합창제 사진들 중 20
여장 올리고 가정대학, 사범대학 동창회 사진들과 함께 내일 게
시판에 한꺼번에 올리겠습니다. (2013. 5. 9.)
[댓글]: 감동적인 합창제소감과 그림 같은 사진들, 참 감사합니다.
바쁘신 중에 써주신 소감 잘 읽었습니다. 여러모로 감사합
니다.
3. 강릉 명주로의 안내 글 (1)
감동적인 합창제의 여운을 가슴에 안고 솔향기 가득한 강릉(명
주)으로 즐겁고 뜻 깊은 소풍가는 날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지난달 가정대 공연 후 회식모임에서 ʻ사공의 그리움ʼ의 고장
이자 제 고향인 강릉을 강력히 추천하고 안내를 자청한 저로서
는 우선 이번 행사가 매우 뜻 깊고 감격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런 만큼 단원 여러분에게 즐겁고도 유익한 시간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만, 단 하루 그것
도 강릉 현지 체류시간은 한나절에 불과하고 현장의 ʻ문화답사ʼ
시간은 더욱 짧으니 역사가 깊고 문화가 풍성한 강릉의 이모저
모를 오가는 차안에서 설명을 드릴 수밖에 없어 퍽 아쉬운 생각
이 듭니다. 강릉 명주지역은 곳곳에 값진 문화유적이 너무나 많
고 다양해 적어도 1박은 해야 여유 있는 일정이 될 수 있는 곳
입니다.
우선 '답사여행의 길 잡기3'(동해 설악, 한국문화유산 답사회
엮음, 돌베개 1994)중 강릉 명주편의 굴산사터, 객사문, 칠사당,
강릉단오제, 경포호 주변 부분을 전해 드리니 바쁘시더라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2013. 5. 22.)
4. 강릉, 명주로의 안내 글 (2)
어제에 이어 강릉 명주에 관한 글 몇 편을 더 소개합니다. 강릉
출신 문인들의 글 모음집 3권에 실린 것들인데 2권은 재경강릉시
민회가 2002, 2003년에 각기 펴낸 대관령과 어머니라는 주제로
「어머니 아 그리운 어머니」와 「대관령 옛길을 걸으며」라는 제목
의 책들이고 나머지 한 권은 강릉사랑문인회가 2012년 11월에
펴낸 ʻ강릉 가는 길ʼ 3집입니다. 위 글들 중 「어머니~」와 「대관
령~」 책에 제 글도 실려 있음과 「강릉 가는 길」 3집은 따끈 따끈
한 글들입니다. 이 글들로 단원 여러분들이 제 고향 강릉․명주를
더욱 많이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되길 앙망합니다.
<첨부>
ʻ지천명에 어머니를 그리며ʼ, ʻ대관령 국사서낭신이시여ʼ(각 박용일).
강릉 가는 길 3집에서 발췌/ ʻ초당동에 둥지를 틀고ʼ(신봉승), ʻ강
릉사랑모임에서ʼ(윤명), ʻ감자꽃 태산ʼ(원영동), ʻ율곡과 신사임당ʼ(홍성
암), ʻ강릉사람들ʼ(권혁승), ʻ강릉ʼ(공계열), ʻ산, 바다, 선녀ʼ(윤후명), ʻ강
릉, 그 푸르른 기억ʼ(김별아), ʻ초당, 능서화ʼ(최용순), ʻ천년의 숨결ʼ(손
수자), ʻ마음의 고향 강릉ʼ(김완기 작사, 이광자 작곡)
[댓글] 고향 ʻ강릉사랑ʼ이 대단들 하심을 엿볼 수 있으며 나아가 자
연 사랑까지 이어져가는 글을 읽으니 감회가 새롭고 존경스럽습니
다. 시간 내어 잘 읽어야 되겠습니다.
5. 강릉, 명주 소풍 감사의 글과 사진들
강릉 ․ 명주 소풍이라는 꿈속의 달콤함에 빠져있다 이제야 인사
드립니다. 비록 짧은 하루 일정이었지만 제겐 너무나 귀중한 시
간들이었고 여러분들도 즐겁고 뜻 깊은 여행이었다고 말씀해 주
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제가 가장 보여 드리고 싶던 굴산사 당간지주 대신 선정한 야
심의 어흘리 대관령 휴양림도 대형차로 들어가기 꺼리는 운전기
사와 신중하신 단장님의 배려로 못가게 되어 서운했습니다. 또한
초당의 허균 ․ 허난설헌 기념관도 시간이 늦어 주위의 동네길만 거
닐다 산나물천국(식당)으로 직행했으니 죄송한 마음 가득합니다.
그래도 두 곳 부근의 소나무가 솔향기 가득한 강릉, 명주의 멋과
품위를 보여 주었을 것으로 자위하고 있습니다.
선교장 방문은 제 중학교 동창인 엄창섭 교수님 등의 배려로
이번 소풍의 백미였음을 모두가 인정하실 것입니다. 아름다운 활
래정에서의 전통차를 마실 수 없어 아쉬웠으나 대신 최정윤 강릉
오페라 단장의 ʻ사공의 그리움ʼ과 민경녀 강릉 어울림 시낭송회
회장의 허난설헌의 애절한 시 ʻ곡자ʼ와 우리의 김찬근 님의 피리
답가가 마치 우리들이 선교장을 드나들던 옛 선비들이 된 양 멋
지고 흐뭇한 시간이었지요. 더구나 (사)<강원도민대합창회> 이사
장이자 <한국시문학회> 회장인 엄 교수의 고향과 나라를 사랑하
는 마음과 다양한 활동들은 우리 모두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
였고, 중앙무대에서 허명만 날리고(?) 살아온 저를 무척 부끄럽게
하였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어서 방문한 김시습 기념관은 제가 평소에 존경해온 매월당
김시습의 삶 면모의 일단을 볼 수 있는 곳이어서 나에게는 특별
한 의미가 있는 곳이었고, 현장에서 드릴 말씀도 많았으나 시간
과 여건상 매월당 김시습 기념관 전시물을 ʻ주마간산ʻ 하고 말았
습니다. 그래도 최치원의 ʻ유불선 삼교통합사상ʼ을 조선조 초기에
다시 일으킨 천재이자 생육신의 대표인 매월당의 저작들을 통해
볼 수 있었는데, 금오신화는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로 ʻ만복사
저포기ʻ 등 다섯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고, 유불선 사상을 세조가
조카인 단종을 폐위, 살해하고 권력을 찬탈한 엄청난 현실을 작
품 속에 귀신의 이야기 등을 통해 담아내고자 했던 것입니다. 제
가 매월당을 다시 생각하고 연구하게 된 것은 ʻ김시습의 문학사상
연구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진주 경상대 안동준 교수 덕분인데
ʻ한국도교문화의 탐구ʼ(지식산업사 2008. 7.간)의 저자인 안 교수는 유
불선 특히 도교를 깊이 연구하고 선도도 깊은 수련을 거쳐 상당
한 경지에 올라 있어 덕분에 저도 매월당·최치원의 유불선 통합
사상을 공부하고 있습니다.(2013년 5월 마지막 날)
[댓글]: 이번 여행에서 ʻ강릉ʼ 사랑, 애향심으로 여러 방면의 인사
들이 적극참여하시고, 선조님들의 업적 등을 연구 발표 및 후손들
의 교육까지 생각하시는 참모습에 감탄과 경의를 표합니다. 이러
한 것이 나아가 애국까지 직결됨을 볼 때 아름답고 우리나라 장래
가 든든하고 흐뭇함을 모두 느꼈으리라고 생각되니 여러모로 감사
하며 크나큰 보람 있으십니다.
- 고향인 강릉을 사랑하고 자랑하는 박용일변호사님의 모습을 보
면서 박변호사님의 고향인 강릉이 사랑하고 자랑할 만한 인물 박
용일 변호사를 보았습니다.
서울대 COE 합창단원이 되어 홈페이지에 올린 지극히 사적인
글이 어쩌면 고향자랑, 「강릉 가는 길」 자랑에 기대어 제 자랑을
늘어놓은 것 같아 송구스런 마음이 가득합니다. 이 글을 그대로
우리 문집에 올릴 수 있을 지와 이런 보고서 형식의 글이 우리 문
집에 맞는지 심히 걱정스런 마음도 있음을 아울러 말씀드리면서
널리 용서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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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일 변호사
1946~강릉(강동) 출생.
서울대학교법대 및 미국 죠지워싱턴 법과대학원 수료.
한국외환은행 근무.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1988-90 전민련), 민중당(1991-2)각 인권위원장.
미국의회 펠로우(미국정치가협회 초청 입법절차연구, 1981-82 1년간).
1979. 변호사 개업이후 인권변호사 등으로 활약함.
1987.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상집위원.
1987. 민중후보 백기완 대통령후보 선거본부장.
2002.-5. 부패방지위원회 1기 위원.
2004.-7. 국정원 과거사 위원회 위원.
2007.-12. 한국외국어대학교, 한성대학교 감사역임.
E-mail: universeyyp@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