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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김응교 님이 주신 질문에 대한 조득환 박사의 답변을 소개해 드립니다. 조득환 박사는 울산시 도시개발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계십니다. 도쿄대에서 도시행정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츠쿠바 대학에서 연구원을 지내기도 하셨습니다.
도쿄대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줄곧 세키네 선생 집회에 출석을 하셨고, 무엇보다도 귀국하신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최근의 일본 무교회 사정을 누구보다 소상히 아실 것이라 여겨집니다. 답글을 주신 조득환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김응교 님의 질문
무교회주의가 일본 기독교에 미친 영향을 잘 알 수 있는 책이 있을까요 ?
도쿄의 아바코 기독교 서점에 가보니 <무교회주의>라는 얇은 잡지가 있는데 그것 갖고는 정보가 약합니다. 좋은 서적이 있으면 일본어든 한국어든 가르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조득환 박사의 답글
답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박완 선생님을 대신하여 부족하나마 제가 답변을 드릴까 합니다.
일본 무교회가 교회에 미친 영향을 주제로 하는 단행본, 논문 등에 대해서 더 자세한 것은 좀 더 알아 봐야 하겠습니다만, 저의 기억으로는 지금까지 하나의 정리된 형태로는 나와 있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지금까지 출판된 책들 중에서 무교회의 정신은 무엇이며 그것이 무엇을 추구하여 왔는가 하는 무교회의 신앙, 주장, 변증 또는 역사류의 책들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무교회가 일본 기독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선 무교회 진영에서는 사실 그다지 큰 관심을 갖지 않았고, 무교회 밖의 사람들에게는 그런 평가를 한다는 것은 아직은 힘든 작업일 것이라 하는 게 저의 느낌입니다.
또한 무교회의 속성상 무교회는 기독교에 국한 될 수 없고 무교회를 제대로 평가할려고 할 때 일본 근세 이후의 정치, 사회, 문화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테니 그것은 상당히 방대한 작업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되는 군요. 단, 무교회 내에서 교회와 관련이 있는 책을 든다면 [對論-敎會と無敎會] (無敎會史硏究會 /新敎出版社 1995/12) 가 있는데 무교회의 교회론 등을 주제로 한 대담, 교회와 무교회, 기독신자의 사회적 실천에 대한 각각의 입장이 실려 있어 교회와 무교회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될 듯합니다.
그리고 [無敎會史1, 2, 3](無敎會史硏究會 /新敎出版社 1995) 는 우치무라 이후 3세대에 이르기까지 무교회의 역사를 망라한 책으로 일본 무교회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군요. 특히 「제3권 (결집의 시대)」에서는 교회와의 관계를 패전후 무교회의 여러 활동, 교회와의 관계 등에 대해서도 적고 있어 무교회의 기독교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참고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저도 읽지 않은 책이어서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지 못합니다. )
그리고 참고로 일본의 무교회, 우치무라 간조와 관련된 저작에 대해서는 다음의 웹 사이트에 어느정도 망라되어 있습니다. (단, 일본어 사이트입니다)
http://www2.shift.ne.jp/~kunio/tyosakuitiran.htm
http://www-lib.icu.ac.jp/uchimura/u-3-1-a.html
http://www-lib.icu.ac.jp/uchimura/u-furoku.html
이하는 제가 생각하는 무교회가 일본 기독교계에 미친 영향입니다. 단, 저도 제게 있는 자료가 별로 없는 상태에서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 저의 답변이 상당히 일반적인 내용이며 구체적이지 못한 부분이 많은 점에 대해 먼저 양해를 구합니다.
우선 일본 무교회를 이해할 필요가 있겠는데 일본 무교회는 선생중심주의라는 말을 많이 하는 것을 듣습니다. 이것이 지금 새로운 반성의 소재가 되어 코이노니아 중심으로의 전환을 꽤하고 있습니다마는 적어도 최근에 이르기까지는 그러하였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보니 일본 무교회의 영향이라 하더라도 인물 중심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전반적으로 일본의 기독교계 그리고 신학계는 한국과는 달리 무교회에 대해 별로 배타적이지 않고 오히려 일본 기독교의 일부로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느낌을 받으며, 그 가운데 적지 않은 지적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이러한 것은 학문적인 분야에 있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무교회 관련 책들이 일본 기독교의 유명한 출판사인 「新敎出版社」,「敎文館」등 그리고 일본 출판계의 대명사「岩波」 등을 통해 많이 출판되고 있는 것은 부분적이긴 합니다마는 무교회의 일본 기독교 내의 지적인 입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박완 선생님께 전화를 받던 날 혹시나 싶어 웹 사이트를 통해 아사히 신문을 뒤적여 보았더니 우연이겠습니다만, 무교회에 관한 기사가 하나 실려 있었습니다. 그 내용은 우치무라 칸조의 제자인 쿠로사키 코오키치의 제자이며 京都府立大 명예교수였던 오다(小田 丙午郞)라는 분의 저작집이 그의 집회 관계자들에 의해 출간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무교회주의는 어디로」 라는 소제목을 붙여 무교회 내외의 몇 분의 말을 인용해가며 무교회의 앞으로의 방향성 등에 대해 적고 있는데 무교회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간단히 적고 있어 인용합니다.
「우치무라 간조에서 출발한 무교회주의 그리스도교는 그 제자의 세대에 크게 열매를 맺었다. 전도자로 활약한 구로사키 고오키치(黑崎 幸吉, 1886-1970), 후지이 다케(藤井 武, 1888-1930), 츠카모토 토라지(塚本 虎二, 1885-1973) 외, 경제학의 야나이하라 다다오(矢內原 忠雄, 1873-1961), 정치학의 남바라 시게루(南原 繁, 1889-1974) 등을 배출하여 학술, 문화 외에 反戰, 平和 운동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이하 생략).」
여기 등장하는 사람 가운데 두 명이 동경대 총장을 지낸 인물이니 우치무라 이후 2세대 당시 무교회의 사회적 영향력을 짐작케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걸출한 인물 외에도 우치무라 이후 無名의 수많은 인물들이 무교회 정신을 이었고 지금도 계승하고 있다고 하는 것을 결코 간과 할 수는 없겠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우치무라의 직접적 제자이며 위에서 언급한 2세대 지도자들에게서 강한 영향을 받은 사람들인데 이들의 활동에 대해서는「內村鑑三の繼承者たち-無敎會信徒の步み- (敎文館,1995)」 같은 책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무교회의 일본 기독교에 대한 영향에 대해서는 무교회주의자들의 진지한 신앙 자세와 더불어 성서학 또는 신학에 대한 영향이 가장 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성서학·신학에 있어서 신약에 대해서는 구로사키, 츠카모토의 영향이 특히 컸음을 들 수 있겠고 구약에 대해서는 단연 세키네 마사오(關根 正雄) 선생이 교회 내외를 막론하고 독보적인 존재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활약하였거나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신, 구약 전문가들 중 많은 사람들이 무교회의 지도자들의 영향에 대해 그들의 저서 가운데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을 봅니다.
세키네 선생의 신학적 영향에 대해서는 세키네 선생의 장례식에 참석한 어느 소장학자의 弔辭 (新·豫言と福音, 別冊, 2000. 12,pp.65-73)에 잘 나타나 있어 부분적으로 인용합니다.
"세키네 마사오 선생이 지도해 주신 몇몇 학회에 속한 자의 한 사람으로서. 선생께서 학문의 분야에서 이루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공헌에 대해서 우선 진심으로 감사 말씀을 올립니다. (중략)
여기서 저는 선생님에 대한 또 다른 하나의 가장 큰 公的인 감사를 여러분과 함께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선생이 이루신 구약성서의 번역 및 많은 양의 주해 또는 강해 등의 업적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중략)
선생의 학문은 전도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집니다. 선생은 학문을 통하여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을 깊게 이해하시어 그것이 주해서의 行間에 넘치고 있습니다. 선생의 주해는 지금까지 무교회, 교회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에 의해 열심히 읽혀져 왔습니다. 선생의 주해로부터 배우고 주일의 강단에 선 목사들은 상당수에 이를 것입니다. (중략)
또 岩波 문고로부터 주해를 겸한 많은 번역을 출판하고 계십니다. 거기에는 성서학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신앙이 注入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읽느냐 읽지 않느냐에 따라 구약 이해에는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날 것이다」란 조금 전에 언급한 신학자가 기술한 말입니다만, 진정 그 말씀 그대로입니다. (중략)
선생의 뒤를 걷는 자들에게는, 선생이 남기신 학문적 유산의 은혜와 함께 연구되어져야 할 신학적인 과제가 주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교사는 과제를 끊임없이 제공하는 분일 것입니다. 그러한 의미에 있어 선생은 앞으로도 틀림없이 그와 같은 교사라고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후략)"
서투른 번역과 많은 생략으로 말씀하는 분의 뜻과 감동을 100분의 1도 전할 수 없습니다만 (관심이 있으신 분은 원문을 대조 바랍니다), 구약학에 있어서의 세키네 선생의 업적과 일본 기독교 및 신학에 대한 공헌을 다소 나마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말씀은 비단 세키네 선생에 국한 되지 않고, 무교회에서 전생을 바쳐 성서연구에 몰두한 분들의 신앙적, 학문적 성과에 대한 공통된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