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수해 그 이후
2020년 추석을 앞둔 9월 하순,
대목장을 보는 사람들로 북적여야 하지만 썰렁하다. 물건을 쌓아놓은 가게는 세 집 걸러 한 집꼴. 화개장터 입구부터 옛 모습이 아니다. 개인점포들이 모여 있는 골목에는 그나마 장이 섰다.
화개장터 재개장 추석 연휴 넘겨
지난 2001년 화개장터가 개장했던 9월 25일에 맞춰 다시 문을 열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었다. 지난 8월 9일 2m 이상 높이로 물이 찼던 수마의 악몽이 아직 치유되지 않았다. 황토벽까지 스며든 물기가 다 빠지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지금 물건을 들여놓았다가는 곰팡이의 제물이 되기 십상이다. 서둘러 상품을 들여놓고 싶었지만, 잇따른 태풍 소식에 선뜻 새 물건을 받지 못했다. 이웃한 구례와 순천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속출했다는 소식까지 겹쳐 재개장을 미루는 점포들이 늘었다. 전체 107점포 가운데, 문을 연 곳은 30여 곳에 그쳤다.
하동군에서 지원한 점포당 500만 원과 소상공인 대출로 장사밑천은 확보했지만, 가게를 연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불안감이 상인연합회를 움켜쥐고 있다. 가게당 5000만 원씩만 잡아도 화개장터 상인들의 수해 피해는 40억 원을 넘는다. 모두 대출로 충당하다 보니 장사를 해도 갚을 날이 하세월인데, 장사마저 못하게 됐으니 한숨이 깊어진다.
김유열(58) 화개장터번영회 회장은 “추석 장사를 못하게 됐으니 올해 장사는 끝난 셈”이라며 탄식한다. 국민들의 성원이 그나마 힘이 되고 있지만 역시 손님이 와야 살길이 트인다. 이곳 상인들을 괴롭힌 사건이 하나 더 있다. 추석을 앞두고 종합선물세트용 납품기회가 있었다. 가게는 열지 못해도 종합선물세트용으로 납품만 하면 숨통이 트인다는 기대가 컸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막판에 ‘납품 불가’ 통보를 받았다.
하동군 전체가 정부의 특별재난지역에 지정된 이후 아직 구체적인 보상은 시행되지 않았다. 상인들은 어떻게든 버텨보자는 생각이지만,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언제쯤 장사를 재개할 수 있을지 막막한 현실 앞에 추석 명절 이후를 더 걱정하고 있다.
합천군 쌍책면 율곡면 임시 복구 마무리
합천군 쌍책면 건태마을과 율곡면 두사마을은 6㎞ 거리를 두고 있다. 합천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이유가 이 두 마을에서 발생한 피해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의 주목을 받았던 현장이 지금 어떻게 달라졌을까?
경남공감 취재진이 다시 찾아간 두사마을은 입구부터 수해의 흔적을 안고 있었다. 무너진 두사교는 임시 복구를 마쳤고, 주택과 마을길도 어느 정도 옛 모습을 회복했다. 마을로 들어가 보니 수해의 상처는 그대로였다. 35가구마다 수해를 입은 가재도구들이 수북했다. 김모(86) 노인은 물기가 덜 마른 거실 바닥에서 한 달 이상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다. 안희곤(65) 이장은 “이대로 추석을 맞이해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웃한 쌍책면 건태마을에서도 겉으로는 복구를 거의 마친 상태였다. 들판의 비닐하우스가 다시 세워졌고, 딸기모종을 심느라 농민들은 바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임시 복구라며 주민들의 근심은 여전했다. 전송웅(52) 씨는 “5년짜리 연질 비닐까지 피해를 입었는데, 새 비닐이 언제 도착할지 몰라 걱정이다”며 마음을 놓지 못했다.
둑이 터졌던 창녕합천보 옆 제방은 응급 복구 이후 보강공사를 준비하고 있다. 현장은 자전거 국토종단길이기도 하지만 현재 임시 폐쇄된 상태이다.
지난 8월 집중호우로 경남에서는 5개 군 2개면이 특별재난지역에 지정됐다. 하동군, 합천군에 이어 산청·함양·거창군과 의령군의 낙서·부림면이 2~3차에 걸쳐 추가됐다.
경남도내 피해는 총 4323건, 피해액은 804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하동과 합천에서만 150억 원이 넘었다. 산청군 63억, 함양군 95억, 거창군 123억과 의령군 32억(낙서면 14억, 부림면 18억)으로 추정된다.
자연재해는 한 순간이지만 복구에는 끝을 알 수 없는 험난한 여정이 이어지고 있다.
글 최석철 편집장 사진 이윤상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