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전염성 질병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즉, 세균성 전염병으로서 비저(Glanders), 말 전염성 유산증(Equine Infectious Abortion), 선역(Strangles), 접촉성 말 자궁염(Contagious Equine Metritis) 등이 잘 알려져 있으며, 바이러스로 전파되는 전염병은 아프리카마역(African Horse Sickness : AHS), 말 전염성 빈혈(Equine Infectious Anemia : EIA), 수포성 구내염(Vesicular Stomatitis : VS), 말 바이러스성 뇌염(Equine Viral Encephalitides), 말 바이러스성 비강폐렴(Equine Viral Rhinopneumonitis : EVR), 말 바이러스성 동맥염(Equine Viral Arteritis : EVA), 말 인플루엔자(Equine Influenza) 등이 문제가 되는데 국내·외 마필산업은 물로 국가간 교역에도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마장내에서나 기타 승마장 및 목장 등의 사육환경상 다수의 마필이 밀집하여 관리되고 있는 실정으로 위에서 나열한 어느 하나의 전염병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특히 WTO 체제 출범 이후 수입선과 수입국이 확대되면서 검역대상 질병과 국가가 늘어나는 등 동물 방역·검역환경이 다원화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적·물적 교류가 빈번해짐에 따라 “해외 악성 가축 전염병”의 유입 가능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감염은 되었으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무증상 동물의 수입에 의하여 기존 청정국가에서도 이러한 전염병의 발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호에서는 그 심각성과 미치는 영향 등이 지대한데도 불구하고 흔히 간과하기 쉬운 말의 주요 전염성 질병 중에서 먼저 국내 경주마 생산 농가에 직접 경제적 손해를 끼치고 있는 말의 바이러스성 비강폐렴에 대해 기술해 보고자 한다. 본 병(EVR)은 상부호흡기도 병변과 임신마의 유산증이 특징인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정의되며 원인체는 이콰인 허피스바이러스 1(Equine Herpesvirus 1, EHV-1)이다. 이 바이러스는 점막과 피부의 세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발열기(febrile periods)가 지나면 콧물·혈액·糞(대변) 등에 잔류하게 되며 유산된 태아·양수(amniotic fluid)·양막(amnion) 등에도 바이러스가 존재 한다[그림 1].
교미(sexual intercourse)를 통해 수말로 전파되지는 않으며 임신한 암말이 유산 되었으면 그 후 2번째 발정기 때 수태 시키는 것이 안전하다. 이는 바이러스의 특성상 체외에서 긴 시간 생존하지 못하여 동물 간 접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전파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말의 EHV-1 감염은 역학적으로 전 세계적인 발생분포를 보이며 호흡기 감염증은 주로 2살 이하의 어린 말에게만 나타나는 한편 임신된 말은 유산을 일으키게 된다. 비강폐렴을 앓고 난 말은 6~12개월간 지속되는 면역을 형성하며, 어미 말로부터 생산된 새끼 말은 초유를 통해 피동면역을 얻어 6개월간 지속된다. 그러나 감염마의 체내 항체 지속기간이 짧아 유산증은 매년 되풀이 될 수 있다. 또한, 허피스 바이러스(EHV-1)는 전염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공기에 의한 전파와 콧물 혹은 유산태아에 오염된 사료 등을 섭취함으로써 감염될 수 있다. 임상증상은 아래와 같이 몇 가지 형태로 대별되는데 호흡기형은 잠복기간이 2~20일 정도이며 39~40℃의 발열과 결막염·기침 및 상부호흡기 염증 등이 대표적이겠으나 불현성감염(잠복감염 : 잠복기가 지나도 발병하지 않는 상태)이 드물지 않다. 이러한 호흡기형은 특히 어린 말에 많으며 목부위 임파절의 종대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기침현상은 1~3주간 지속되고 연쇄상구균(streptococcus)에 의한 2차 감염으로 폐렴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유산형은 바이러스의 감염으로 시작되어 암말의 자궁과 태반을 통과한 후 태아의 체내에 침입한다. 여기에서 바이러스는 태아의 간·신장·폐 및 기타 장기에 병변을 일으키고[그림 2] 태아를 폐사시킴에 따라 모체는 예고 없이 갑자기 자궁 내 태아와 양막을 배출한다. 어미 말의 감염과 유산 사이의 잠복기는 매우 다양한데 짧게는 7일 정도에서 길게는 100일 가까이 걸릴 수도 있으며 유산의 86% 정도가 임신 말기 3개월 동안에 발생한다. 만일 씨암말의 EHV-1 감염과 관련하여 갓난 새끼가 태어났다면 외견상 정상으로 보이나 호흡기 및 신경증상으로 급속히 쇠약해져 대부분 출생 72시간 이내에 독혈증(혈액이 세포에서 생기는 독소에 의하여 침해당하는 상태)으로 폐사하며, 세균감염에 의한 패혈증(화농균이 혈액이나 임파액 속으로 들어가 심한 중독 현상이나 급성 염증을 일으키는 상태)으로 폐사되기도 한다. 이러한 호흡기 및 유산증에 동반하여 신경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으며 재감염은 4~5개월을 주기로 가장 흔히 관찰되나 예방주사 후에 일어나기도 한다. 이때의 신경증상은 다양하여 운동실조(근육은 모두 건전한데도 각 근육간의 조화장애로 말미암아 일정한 운동을 잘 할 수 없는 병증, 또는 그러한 상태)·부전마비(기관의 기능이 상실된 것이 아니고 약화된 상태의 마비) 및 횡와현상 등이 나타나 결국 폐사된다.
허피스 바이러스의 감염은 감염동물의 호흡기 증상과 회복한 임신말의 유산 등으로 어느 정도 진단이 가능하나 보통 합병증이 있기 전에는 증세가 뚜렷하지 않고 비슷한 호흡기 질병이 말에 많아서 초기 진단이 어렵다. 예를 들어 카타르(조직의 손상을 일으키지 않는 점막의 삼출성 염증)성 콧물과 턱밑 임파절의 농양이 특징인 선역과 구별되어야 하며 말 바이러스성 동맥염 및 말 인플루엔자와도 감별진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예비적 진단을 확인하기 위하여서는 햄스터 등 실험동물을 이용한 바이러스의 분리·동정이나 유산태아로부터 원인 바이러스를 분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유산된 태아를 부검을 해 보면 육안적으로는 심한 폐충혈과 함께 회백색의 신장 괴사병소, 호흡기 점막의 점상출혈(petechia : 1~2㎜ 직경의 출혈) 및 반상출혈(ecchymosis : 직경이 1~2㎝ 정도인 皮下溢血斑), 흉강과 복강의 황색 투명 삼출액 등이 특이적인 병변이며 [그림 3, 4], 현미경적 소견상 간세포, 기관세포, 폐포세포 등에서 핵내 봉입체(interanuclear inclusions)가 관찰되면 허피스바이러스 감염에 인한 것으로 확진할 수 있다[그림 5, 6]. 또 부전마비 등의 신경증상을 나타낸 말은 뇌척수막의 병변과 맥관염을 발견할 수 있어 진단을 내리는데 유용한 자료가 된다. 말의 바이러스성 비강폐렴을 위한 적절한 치료법은 없으며 기관지 확장제를 쓰고 점액이 체류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유효하며 추가적인 속발성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투여하는데 고열(high fever) 후에도 5~6일간은 계속 되어야 한다.
본병의 유입과 전파방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위생관리의 철저가 중요하며 새로 입식된 말은 번식용 어미 말과 최소한 2주간 격리하여 검역을 실시하고, 유산을 일으킨 말은 태아를 실험실에 송부함과 동시 오염된 물건들과 기구들을 소각하고 소독해야 한다. 더불어 말이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사양관리의 개선에 주력하며 번식목장과 같이 말을 집단으로 사육하는 환경에서는 離乳, 去勢, 이동 등의 스트레스 요인을 줄이도록 유의한다. 현재 유산방지를 목적으로 예방약이 개발되어 있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임신 5·7·9개월에 백신을 접종하여야 하고, 종마목장에 있는 어린 馬群은 유력한 감염원이기 때문에 필히 예방접종이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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