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로 읽는 東西문화> (22)영국의 홍차문화 (2)
세계3대 명차의 산지, 인도 웨스트 벵갈의 다질링 (Darjeeling), 히말라야 자락 6,710ft (2,045m)
프랑스 사람들이 포도주잔, 독일 사람들이 맥주 잔을 기울이듯이 영국 사람들은 홍차를 마신다. 하루 7∼8잔은 마신다고 한다. 1990년대 초, 미국인 한사람이 1년 동안 400잔의 홍차를 마셨고, 러시아인이 275잔을, 독일인이 36잔을 마신 데 비해 영국인은 2000잔을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인에게 있어 커피는 ‘쓴 검은 물’에 지나지 않는다.
마치 프랑스인에게 홍차가 ‘쓴 붉은 물’에 지나지 않듯이. 차는 찻잎의 산화, 발효정도에 따라 크게 녹차·우롱차·홍차(모두 중국이 원산지)로 나뉜다. 홍차는 ‘블랙 티’다. 오늘날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총 250만t 중 80%가 홍차이며, 나머지 20%가 우롱차를 포함한 녹차이다.
차는 차잎의 산화, 발효정도에 따라 크게 녹차·우롱차·홍차(모두 중국이 원산지다)로 나뉜다. 홍차는 ‘블랙 티’다. 오늘날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총 250만 톤 중 80%가 홍차이며, 나머지 20%가 우롱차를 포함한 녹차이다. 홍차의 주요 산지는 인도·스리랑카(실론)·중국이며 이밖에도 인도네시아 및 아프리카 등 20여 개국에서 생산된다. 세계 제일의 홍차 생산국인 인도는 전체 생산량의 38%를 산출한다. 그 대부분이 영국인에 의해 재배되고 영국으로 수출됨은 물론이다.
영국은 원래 하급의 우롱차와 녹차를 중국에서 들여왔다. 그러다가 1823년에 식민 지배하의 인도 아쌈지방에서 자생의 차나무를 발견했고, 1839년에는 최초의 아쌈 홍차가 런던의 차경매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른바 ‘대영제국 홍차’의 탄생이다.
홍차의 종류는 극히 다양하며 녹차의 경우와 비슷하게 향과 맛, 그리고 색깔로 품질이 정해진다. 특히 다질링·우바·키먼은 세계 3대 명차로서 이름높다. 인도 히말라야 산악지대 다질링에서 재배되는 다질링(Darjeeling)은 그 시원스러운 맛과 향기가 극상이어서 ‘홍차의 샴페인’으로 불리며, 4∼5월에 수확되는 최고 품질은 양도 적어 값이 비싸다.
스리랑카 중앙산맥 고지에서 산출되는 우바(UVA)는 6∼9월에 딴 것이 최고품으로 강한 향과 감칠맛, 밝은 오렌지색이 특징이며 밀크 티에 잘 맞는다. 한편 홍차의 원조라고 할 키먼(Keeman)은 중국 키먼(祁門)에서 산출되며, 난(蘭)과 장미 꽃 향기가 나는데다가 엑조틱한 맛으로서 ‘중국차의 부르고뉴 주(酒)’로서 널리 사랑받는다.
그런데 같은 산지의 차라고 하더라도 차를 딴 시기, 기후 조건에 따라서 품질이 다르다. 홍차 회사들은 그 품질을 높이기 위해 여러 종의 홍차를 브랜드화한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커피와 마찬가지로 먼 이방으로부터 전래된 차는 처음에는 궁정과 귀족, 신사계층 사이에서 애음되고 1720년경에는 ‘다기 세트’와 ‘밀크 티’를 기본으로 하는 영국풍의 홍차문화가 뿌리를 내렸다. 그러면서 차는 차차 일반 시민의 가정으로 들어갔으며 차를 하인이 다루지 못하게 했다. 목재나 은으로 세공된 차 단지에는 열쇠가 달려 거실에 소중히 놓여졌다. 아직도 차는 신분을 상징하는 귀한 표상이었던 것이다.
1860년대 인도에서 대량으로 들어오면서부터 차는 일상적인 기호품이 되고 아침 식사 때 포도주나 맥주를 마시던 오랜 습관이 없어지고 모닝 티를 대신 마시게 됐다.그런데 원래 신사계층의 사교적인 삶의 한 양식이었던 차문화는 일반가정에 뿌리내리면서도 애프터눈 티에서 볼 수 있듯이 지난날의 격식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오늘날 대중사회 속에서도 오페라 극장이 지난날의 바로크-로코코풍의 양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영국 국회의사당의 시계탑 ‘빅 벤’은 런던 명물 중 하나이다. 이 대시종(大時鐘)과 관련해 런던시민들 사이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이 오래 전부터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시계가 오후 4시를 치면 6시까지 영국 내의 모든 가정의 주전자가 한꺼번에 펄펄 즐겁게 소리를 내고, 도자기의 찻잔을 테이블에 나란히 놓고 설탕을 넣는 짤그랑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바로 애프터눈 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영국에서 어떤 사람을 자기 집의 애프터눈 티에 초대하는 것은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다는 의사 표현이다. 가장 넓은 방에서, 혹은 날씨가 좋으면 정원에서, 찻잔·차관·수주 등 7∼8종의 다기 세트가 준비되고 스콘(영국식 빵)을 비롯해 홍차에 알맞은 케이크 등이 차와 함께 내어진다. 애프터눈 티가 자연스럽게 연출하는 호스테스 중심의 이 사교장에는 프랑스풍의 살롱이 지닌 가식이 없는 듯하다. 애프터눈 티를 들여다보면 건실한 시민계층의 나라, 영국이 보인다. 작가 기싱의 말에 귀기울여보자.
“애프터눈 티라는 즐거운 차탁(茶卓)의 관습만큼 영국인의 가정 취미를 잘 드러내는 것은 없다. 오막살이집에서조차 티타임에는 무엇인가 신성한 것이 느껴진다. 왜냐하면 그것은 가사나 번거로운 일들이 끝났음을, 그리고 편안한 단란의 저녁이 시작됨을 알리므로 찻잔과 접시가 짤가닥 부딪치는 소리만으로도 마음은 혜택받은 안식에로 끌려든다….”
동서를 가리지 않고 차문화는 도자기 공예를 발전시켰다. 유럽사람들과 차와의 만남은 곧 자기와의 만남이기도 하였다. 17세기 차를 운반한 중국선박들은 많은 다기를 유럽에 전달해, 귀족 사회에 ‘중국취미’(시느와즈리) 붐을 일으켰다. 중국 자기를 통해 유럽은 처음으로 자기에 접한 것이다. 영어에서 자기를 ‘차이나(china)’라고 표현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중국 자기의 전래는 독일 마이센을 비롯하여 유럽 여러 나라에서 자기 공예를 발전시켰다. 영국의 경우 홍차문화의 뒷받침을 받아 19세기 초 영국만의 독특한 ‘본 차이나’가 햇빛을 보게 된다.영국 도예를 대표하는 ‘웨지우드’의 빛나는 탄생은 1765년 샬럿 왕비로부터 커피와 티 세트의 주문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특히 고대 로마의 명품들을 재현한 엷은 블루와 크림색의 벽옥(Jasper) 자기는 우아함을 넘어 고귀하기까지 한 명품 중의 명품이다.
‘나이스 컵 오브 티(Nice cup of tea)’란 표현 그대로 차의 아름다운 수색(水色)은 그에 알맞은 다기를 요구한다. 그리하여 웨지우드 이외에도 ‘로열 돌턴’, ‘민턴’, ‘로열 크리운 다비’를 비롯한 많은 도자기 회사가 앞을 다투어 우아하고 화려한 다기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모든 것이 영국의 홍차문화에 우아함과 풍요의 빛을 더해주고 있음은 더말할 필요도 없다.
<서양사학자 이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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