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행 지 : 한남정맥 05차(지지대고개~방축재) 수원시, 안양시, 시흥시.
산 행 일 : 2016. 02. 27.(토)
산행코스 : 지지대고개~고고리~당정역~47번 국도~슬기봉~수암봉~목감사거리~운흥산~방축재(42번 국도)
(거리 20.2km)
산행참가 : 22명.
<산행코스> '한남정맥은 알바와의 전쟁이다'라는 표현을 이번 산행을 준비하면서 절감했다. 옛날 산행기와 최근 산행기 등 여러 산행기를 수없이 찾아보았으나, 어느 길이 진짜인지, 또 진짜 정맥길은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 도무지 가닥을 잡을 수가 없다. 물론 이럴 때는 스마트폰 지도에 그림을 그려놓고 무작정 도전해 보는 수 밖에는 별달리 방법이 없다. 평촌에서 버스로 30분이면 닿는 지지대고개를 무려 6시간만에 도착하여 눈을 뜨니,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펼쳐져 있다. 일기예보에는 '구름 많음'이었는데, 밖에는 함박눈이 수북이 쌓여 있다. 꽃피는 3월에 서울 근교에서 눈 산행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좋아할 일이기는 하나, 깜깜한 한밤중에 눈 덮힌 등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은 전혀 뜻밖의 난관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근교 산행에서 알바쯤이야 하는 믿음 정도를 가지고, 정차된 버스 안에서의 선잠에서 깨어난다.
버스에서 뒤척이다 눈(目)을 뜨니, 지지대쉼터에서 잠을 자던 자동차 위에도 하얀 이불이 덮여 있다.
쥔장도 보이지 않는 쉼터 매점에도 하얀 눈손님을 맞이하려는 듯 훤히 불을 밝히고 있고,
인적 없는 쉼터의 모습이 옛날 어릴 때 뛰어놀던 궁궐의 모습을 떠올린다. 누가 왕자였었나?
일기예보에는 그냥 구름이 많다고만 했지만 예상치 못한 함박눈으로, 산행 준비가 길어져 평소 10분이면 마치던 준비에 20여 분이나 걸린다. 아이젠을 가져온 분은 22명 중 단 2명뿐!
쉼터에서 지지대고개 방향(서울 쪽)으로 100여 미터 이동하여, 지지대비 입구에서 한남정맥 다섯번째 산행을 시작한다.
<지지대(遲遲臺) 고개> '느릴 지(遲)'자를 두번씩이나 쓴 특이한 지명의 지지대(遲遲臺) 고개는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에서 서울 쪽으로 갈 때 의왕시 왕곡동과의 경계가 되는 고개다. 옛날에는 사근현(沙斤峴)이라고 불렀으나 효심이 지극한 정조가 매년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인 현륭원(顯隆園) 참배를 위해 한양에서 수원까지 행차를 했는데, 환궁하는 길에 서럽게 죽은 아버지를 두고 돌아가기가 아쉬워 가마꾼에게 '천천히 가라 천천히 가라'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다고 해서, '느릴 지(遲)' 자 두 자를 붙여 지지대(遲遲臺)고개라 했다고 한다.
지지대비로 향하는 돌계단을 오르기를 시작으로, 우리도 길고 힘든 한남정맥길을 천천히 천천히 이어가려 한다.
비각 안에서 곤히 잠들어 있을 지지대비를 깨우지 않으려,
숨소리 조차 낮게 하여 조용히 기~인 한남길에 오른다.
지지대비 비각 옆으로 이어진 등로의 흔적을 쫓으면,
수원시와 의왕시의 경계를 따라 이어지는 '수원둘레길' 이정표가 나오고, 우측 오름길로 들어선다.
어둠 속에서 눈덮인 등로를 걷는 느낌은 오롯이 도전하는 사람들 만의 몫이다!
죽은자의 천년집들도 하얗게 새로이 단장을 했다.
의왕시 왕곡동 골사그네 마을과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 배나무골 마을을 잇는 고개쯤인가 보다. 이정목 중앙부의 '<<<'표시는 삼남길 표시인데, 서울에서 땅끝까지 이어지는 옛길이다.
나란히 누워 잠자는 분들에게 따스한 솜이불을 덮어주고 있는 모습이 그저 조~옷~타!
누워계신 쥔장! 신새벽에 이리 많은 손님들이 찾아오셨소!
165봉 갈림길에서, 우측 이동고개 방향으로 진행한다.
이정표의 '의왕시 이동고개 삼거리' 방향이 한남길이다.
직진의 고고리 방향 능선길은 두고 좌측 아래로 이어지는 갈림길로 들어서야 하는데, 눈에 덮여 있어서 갈림길을 놓치고 직진의 뚜렷한 등로를 따르다가, 되돌아와 좌측 녹색 화살표 방향의 내림길로 들어서서 과천봉담간고속도로를 건너는 생태통로로 향한다.
임도를 따라 급경사의 절개지를 내려서서, 앞에 보이는 생태통로를 통해 과천봉담간고속도로를 건넌다.
돌아본 과천봉담간고속도로 전경.
잠시 호젓한 산길을 이어가다가 의왕시에서 조성해 놓은 자전거길인 산들길을 만난다.
의왕 산들길은 백운호수에서 왕송호수까지 이어지는 산책길 겸 자전거길로, 지난해 몇몇 분과 라이딩을 즐겼던 곳이라 야간임에 불구하고 눈에 익은 장소임을 금방 알아차린다.
산들길에서 숲으로 들어서면 이내 의왕이동공동묘지가 나오고, 공동묘지 가장자리 능선을 잠시 따르니,
산행기에 배수지라고 표시하는 시설물을 둘러싼 철재 울타리가 나오고, 울타리를 따라 진행한다.
잠시 후 우측 아래로 이동고개(고고리고개) 삼거리가 내려다 보인다.
좌측 철재 울타리 안으로는 저수시설쯤으로 짐작되는 시설이 있다.
우측 도로로 내려서는 급경사의 비탈을 내려서면,
오봉로와 가나무로가 만나는 이동고개(고고리고개) 삼거리에 도착한다.
좌측 의왕IDC 방향.
한밤중이라 차량 통행이 없어서 한적한 도로를 건너,
가나무로를 따라 좌측으로 20여 미터 이동하면 우측 숲으로 이어지는 들머리가 있다.
어둠에 싸인 설경을 감상하며 호젓한 산길을 여유롭게 오르다 보니, 좌측으로 꺾이는 한남정맥 갈림길 조차 미쳐 인식하지 못하고 곧장 오봉산으로 오르고 있다. 이왕지사 갈림길을 지나친듯하여 묵묵히 오봉산 정상을 향한다. 마치 본디부터 그리 예정했던 듯이!
잠시 오름길을 따라 오르니 이내 오봉산 정상에 도착한다.
<오봉산(五峰山, 204m)> 경기도 의왕시 고천동에 있는 조그만 산으로, 5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오봉산이라고 부르는데, 한남정맥에서는 조금 비켜나 있다. 정상 남서쪽 전망데크에서 내려다보면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가 한눈에 보이고, 바로 아래에는 가야 할 한남정맥 능선이 웅크리고 누워있는 모습이 보인다는데, 오늘은 아스라이 보이는 불빛만으로 짐작만 할 뿐이다.
오봉산 정상 남쪽에 설치된 전망데크에서 반짝이는 가로등 불빛으로 내륙 최대의 컨테이너 야적장인 의왕IDC터미널과 안양베네스트CC 로 이어지는 한남정맥 능선을 가늠해 본다.
이내 모두들 도착하여 오봉산 정상 증명을 남기고는 왔던 길을 되짚어 한남정맥길로 돌아간다.
묘 3기가 있는 한남정맥과 오봉산 정상 방향 갈림길로 돌아나와, 우측 한남길로 들어선다.
호젓한 산길을 10여분 걷다가, 경기외고 사거리와 양회기지 삼거리를 잇는 도로 절개지에서, 우측 LG신산본자이APT 방향으로 내려선다.
도로로 내려서서는 바로 좌틀하여 사진 중앙의 지하통로를 통해 도로(이당로)를 통과한다.
한남길은 지하도를 통과하여 좌측 언덕으로 올라야 하지만, 이내 다시 도로로 내려와야 하기에 그냥 도로를 따라간다.
숲을 벗어나 인가 쪽으로 내려서니 도로 위의 눈은 모두 녹아있다.
잠시 도로를 따르면 좌측으로 '종가집'이라는 식당이 나타나고, 종가집 입간판을 끼고 우틀하여 진행한다.
잠시 도로를 따르면 의왕시 이동에서 군포시 당정동으로 넘어가는 큰말고개에 도착한다. 한남길은 큰말고개에서 건너편 언덕으로 이어지지만, 이내 아파트 단지로 나와 당정역까지 가야 하므로, 우리는 우측의 도로를 따라 당정역까지 이동하기로 한다.
<큰말고개> 경기도 의왕시 이동에서 군포시 당정동으로 넘어가는 왕복 2차선의 도로가 지난다. 이곳부터 정맥길을 함께 걸어온 의왕시와는 이별하고 군포시로 접어든다. 이 고개 좌측의 마을이 큰말이라서 큰말고개로 부르는 모양이다.
큰 도로와 골목길을 누비며 10여분 만에 당정역에 도착하여,
당정역 역사 안으로 들어가 반대편 출구로 나간다.
돌아본 당정역. 당정역 앞 당정근린공원을 가로질러, 반대편 군포 옥천초교 정문쪽으로 방향을 잡고 간다.
당정근린공원을 가로질러 나오면 신기천 앞에 서게 되고,
개울을 건너지 않는다는 생각은 접어두고 신기천을 건넌다. 왜냐하면 좌측의 한남정맥 능선에는 안양베네스트CC가 들어서 있어서 갈 수가 없으니...ㅉㅉ
신기천은 당정역 앞을 흐르는 조그만 실개천으로 간이 의자와 각종 시설이 잘 되어 있고, 이른 새벽임에도 운동하는 사람들이 더러 보인다.
본디 한남정맥은 좌측의 능선으로 이어지나 안양베네스트골프장이 한남정맥 능선을 깔고 앉아 있어서 하는 수 없이 신기천을 건너 능선 옆으로 우회한다. 눈 덮인 신기천변 도로에는 이미 많은 발자국이 찍혀 있다. 군포 사람들은 참으로 부지런한 모양이다.
신기천변을 따라 잠시 진행하면 47번 국도와 만나고, 우틀하여 횡단보도까지 이동한다. 47번 국도는 군포에서 산본을 거쳐 인덕원 사거리와 과천을 지나 남태령을 넘어 사당동으로 연결되는 도로로 교통량이 무척이나 많은 도로인데, 횡단보도로 47번 국도를 건넌다.
47번 국도를 건너면 아침식사를 예약해 놓은 식당 앞에 도착하게 된다. 식당은 연로하신 노부부가 운영을 하고 있어서, 갑자기 밀어닥친 손님들로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한데, 이를 지켜보던 서여사님이 답답했던지 서빙을 위해 발벗고 나선다. 맛있는 만두전골을 게눈 감추듯 하고, 아침식사임에도 불구하고 국물까지 남김없이 비우고는, 다시금 한남정맥길 잇기에 나선다.
47번 국도를 따라 서쪽으로 이동하여 안양베네스트CC 정문 앞에서 우틀하여 진행하고,
복합스포츠타운 농구장을 지나 앞쪽의 동산으로 오른다.
동산 위를 지나는 백두들. 동산 위에서 바라본 가야 할 한남능선 방향에 공사장이 자리하고 있어서 부득이 우측 도로를 따라 우회하여,
에코브리지 옆으로 올라서 한남정맥 능선으로 복귀한다. 돌아본 한남능선 에코브리지 방향. (공사장으로 인해 우회하여 왔다)
눈꽃이 도열한 숲길을 따라 감투봉(189m)을 향한다. 집 근처에서 이런 장관을 볼 줄이야! 세상은 온통 흑백만이 존재하는 듯하다. 검은색은 흰 눈꽃을 달고 있고, 흰 눈꽃은 검은 가지에 피어 있다.
눈꽃을 즐기는 사이에 감투봉에 도착한다.
<감투봉(185m)> 군포시 당동에 위치한 조그만 봉우리로 주위가 아파트 단지화되어 완전히 동네 뒷동산의 느낌이다. 감투봉 이정표. 흑백만이 존재하는 세상에 갑자기 나타난 백두들! 감투봉 쉼터로 올라오는 백두들. 백두의 꽃들과 눈꽃의 예쁨 경쟁!
감투봉을 뒤로하고 슬기봉을 향하는 등로는 말로써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이다.
안부 갈림길을 지나고,
잠시 후 능내정 쉼터 정자에 도착한다.
능내정 쉼터는 좌측 수리산역(4호선)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만나는 지점으로, 한남정맥은 직진의 슬기봉 방향이다.
산불감시탑봉을 지나고,
수리산 산행의 주요 거점인 임도오거리에 도착하는데, 정자 좌측의 임도는 MTB꾼들에게는 나름 유명한 수리산임도다.
임도오거리 전경. 임도오거리로 내려서는 백두들. 임도오거리에는 '하늘정'이라는 정자가 있어서 잠시 쉼을 하며 설경을 감상한다.
다시 임도오거리를 뒤로하고, 슬기봉을 향하면,
좌측 반월호수 방향이 내려다 보이는 정자를 지나고,
널찍하고 완만한 능선길을 따르다가, 본격적인 슬기봉 오름길이 시작된다.
슬기봉 오름길 전망데크에 도착하여 산본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긴다. 근데 산본은 어디? 뒤쪽 구름 너머에 있잖이여..ㅋㅋ
슬기봉을 차지하고 있는 군부대 우회로 입구에 올라선다.
<수리산> 슬기봉(475m)을 우회하여 수암봉(秀巖峰, 395m)으로 향한다. 슬기봉 북쪽에 있는 태을봉(太乙峰, 489m)은 수리산의 주봉이지만 정맥길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수리산 슬기봉이란 이름도 본래는 수리의 한 종인 솔개에서 생긴 이름이라 전해지고, 태을봉과 마주 보는 수암봉도 예전에는 독수리바위 봉우리라는 뜻인 취암봉이었다고 하는데, 구한말 때 일제가 쓰기 편한 한자로 개명하면서 편의대로 수암으로 바꾸었다 한다.
슬기봉 우회길 입구로 올라오는 백두들.
슬기봉 정상에는 군부대가 자리하고 있어서 우회길을 만들어 놓았다. 정상에는 갈 수 없으니 나무데크 우회길에서 증명을 하는 수 밖에는!
슬기봉(475m) 정상 증명.
<수리산 명칭의 유래> 수리산의 지명과 관련해서는 세 가지 설(說)이 있는데, 첫째로 안산의 진산(鎭山)인 취암(鷲岩·수리봉) 유래설이다. 지금은 '수암봉'이라 부르는 취암의 '취(鷲)' 자는 '독수리 취'다. 안산시 부곡동 방면에서 북쪽의 취암을 바라보면 언뜻 수암봉 정상에 거대한 독수리가 남쪽을 향해 날개를 펼친 듯한 형상이다. 1. 대동지지(大東地志·1864)에 "자뭇 크고 높은 취암봉(수암봉)이 있는데, '독수리 취' 자를 일컬어 수리(修理)라 한다 "고 기록하고 있다. 2. 슬기봉과 수암봉 사이에 위치한 수리사(修理寺)에서 유래했다는 고려 때 기록이 남아 있고, 신라 진흥왕 때 창건했다고도 전해지는 이 사찰에서 수리산의 지명이 생겼다는 것이다. 3. 이중환의 택리지(澤里誌·1756)에는 이(李)씨 성의 왕족이 이 산에서 수행을 했다고 하여 '수리(修李)산'이었다는 설이 있다. 이러한 설들과 함께 동국여지승람(1481) 등에는 수리산의 원래 이름이 견불산(見佛山)이라고 나와 있기도 하다.
슬기봉을 우회하여 수암봉으로 향하는 우회로를 가는 백두들.
함박눈을 뒤집어쓰고는 눈꽃으로 다시 태어난 솔가지들을 감상하며, 수암봉을 향한다.
수리산 담배골에서 군부대로 이어지는 임도에 올라 우측 담배골 방향 내림길을 잠시 따르면, 임도로 나서는 백두들. <수리산 담배골> 경기도 과천(현재의 안양이 예전에는 과천 지방에 속해 있었음) 수리산 속에 있었던 '뒷듬이' 마을은 푸른 소나무숲 속에 숨겨진 작은 마을이었다. 양지바른 산비탈 여기저기에 드문드문 집을 짓고 담배밭을 일구고 옹기를 구워가며 살아가던 이 마을은 20여 호 밖에 안 되는 작은 마을이었지만, 기해박해(1839년) 때 천주교인들이 들어와 신앙 공동체를 이룬 오래된 교우촌이다. 신도들이 조정의 천주교 박해로 인하여 이곳에 정착 이주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기 위하여 담배를 경작했다고 하여 담배촌이라 불렸다. 이 마을을 유서 깊은 교우촌으로 개척한 사람이 바로 최경환 프란치스코 성인이다. 현재는 안양시 만안구 안양9동 소재로 중앙성당 관할구역 내에 있다.
내린 눈이 누구에게는 꽃이지만 누구에게는 쓰레기다. 가파른 도로의 눈을 치우는 장병들의 모습이 안쓰럽다. 한때 나도 DMZ 안 도로의 눈은 내가 다 치웠다! 임도를 따라 내려가다가 좌측 공터로 들어가니, 정자 좌측의 수리사 가는 길은 능선을 넘어 수리사로 이어지는 듯하고, 수암봉으로 가는 한남길은 우측의 비탈길로 이어진다. 공터로 들어서는 백두들.
미끄러운 비탈길을 따라 수암봉을 향하는데, 오늘 아이젠을 가져오신 분들이 많지 않아 미끄러운 길이 위험하기까지 하다.
눈 덮인 심산을 헤매는 백두들.
다시 능선 위로 올라서서 부대 울타리를 따르면,
451봉을 지나는데, 좌측으로 가면 안산(수암동)으로 이어진다는 이정표가 있다.
수암동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만나는 안부를 지나고, 안부를 지나 수암봉이 드러나 보이는 헬기장에 오르니, 근처 도장에서 올라온 아이들이 눈싸움을 하고 있다. 나도 끼어 볼까 하는데, 치열한 전투로 주변의 실탄(눈)이 다 소모되어 버려서 그냥 수암봉을 향한다.
쉼터를 지나고,
수암봉으로 오르는 데크목 계단을 올라서면,
금세 수암봉 정상부에 도착한다.
<수암봉(秀岩峰, 395m)>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수암동과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경계 능선에 있는 봉우리로, 현재 ‘빼어날 秀’, ‘바위 岩’으로 해서 수암봉(秀岩峰)으로 부르는데, 이건 전혀 고증이 되지 않은 잘못된 표기인 것 같다. 조선시대에 간행된 세종실록지리지에 보면 취암산(鷲岩山)으로 기록되어 있고, 동국여지승람에는 수리산 또는 견불산(見佛山)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대동지지(大東地志)에는 태을산 또는 견불산이라고도 했으며, 취암봉(수리봉)이라고도 했는데, ‘수리 취(鷲)’ 자를 일컬어 사투리로 수리(修理)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수리산(修理山)은 독수리 모양이라 수리산이라고 하는데, 수암봉으로 표시되어 있는 '독수리 바위'는, 안산의 부곡동에서 쳐다보면 커다란 독수리가 하늘을 바라보고 앉아 있는 모습과도 같다. 한편 이 '수리산'이란 이름의 유래를 보면 신라 진흥왕 때 창건했다는 '수리사'가 위치해 있어 절 이름이 산 이름으로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조선조 어느 때 어느 왕손이 이 산에서 수도를 했기 때문에 이씨가 수도한 산이라 해서 '수리산(修李山)'으로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수암봉 정상 전망대는 서쪽 안산 방향에 있는데,
수리산 조망은 아래 전망대의 '안산시 조망도'로 대신하고, 전망대 밴치에서 잠시 쉼을 한다. 내려다본 안산시 수암동 조망.
수암봉 정상 인증. 가야 할 한남능선 우측의 골짜기가 담배골이다.
미끄러운 수암봉 암릉을 조심조심 내려서는 백두들. 이제 구름이 살짝 걷히며 수리산의 주능선이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낸다.
수암봉에서 이어지는 한남정맥 능선은 완만하게 고도를 낮추다가,
소나무 쉼터봉(339m)을 만들어 놓았다.
소나무 쉼터봉은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수암동과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의 경계 능선에 있는 봉우리로, 이 봉우리 아래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지나는 곳이다.
소나무 쉼터봉을 뒤로하고 잠시 내려서면 갈림길을 만나는데, 우측 사면길은 지능선을 따라 담배촌으로 이어지는 길이고, 한남길은 직진의 능선으로 이어진다.
335봉 능선 갈림길에는 군부대 울타리가 앞을 막아서는데, 직진의 한남능선을 잇기 위해서는 좌측 아래로 돌아서 가야 한다. 좌측으로 10여 미터 연장된 철조망을 돌아서 다시 능선으로 붙는다.
이런 정도로는 정맥꾼을 막을 수 없고 오히려 법과 공권력을 가벼이 여기는 풍조만 조장하게 된다. 이럴 거면 군부대 울타리를 따라 정맥길을 이어가도록 유도하여 산객들로 하여금 군부대 경계의 역할도 일부 분담하게 하면서..!
철조망을 좌회하여 들어서자 한남길은 이내 좌측 방향의 능선으로 이어지고,
백두들의 발자국만 있는 능선을 따라가면,
암릉지대가 나오며, 밧줄이 설치된 암릉을 내려선다.
암릉 전망대 바위에서 바라본 서해안 고속도로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만나는 조남분기점은, 자욱한 안개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좌측의 마을이 안산시 수암동이다.
군포시 속달동에서 시작한 한남정맥 수리산 구간은 안산시 수암동을 지나 시흥시 목감동 마을로 내려가게 된다. 목감(牧甘)동은 단감나무가 많다고 하여 그리 불린다고 한다.
목감동 너머 운흥산으로 이어진 한남능선 조망. 앞쪽 봉우리에서 우틀하여 이어지는 한남능선을 보여주는 아래 사진을 기억했다면, 기~인 알바를 하지 않았을 것을..ㅉㅉ
전망바위를 뒤로하고 철계단과 밧줄이 있는 암릉을 내려서고, 군 시설물도 지난다.
223봉 오름길에 돌아본 335봉과 수암봉 방향.
223봉 정상은 온통 날카롭고 뾰족한 바위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곳에 올라 지나온 수암봉을 바라보며 좌측 능선으로 내려서는데, 한남정맥은 직진의 우측 능선이다!
암릉 바로 아래에 있는 갈림길에서 우측길이 한남정맥길인데, 무심코 직진 길로 들어서서 한참 동안의 알바를 다녀오게 된다.
알바 길인 시흥시 조남동 방향으로 이어진 능선에도 뚜렷한 등로가 잘 나 있다. 우측 아래로 커다란 건물이 보이는데도 알바를 눈치재지 못하고,
앞서 가던 백두들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서야 알바를 눈치채고는,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서 한남정맥길로 복귀한다.
한남길은 능선 위를 차지한 부대 울타리 아래 사면으로 이어지다가, 울타리를 따라 진행하기도 하고, 또 울타리와 헤어지기도 하며,
겨우 안부쯤에 내려서서 잠시 쉼을 하며 주위를 살펴보지만, 아직도 군부대 주변을 벗아나지는 못한 듯하다. 좌측으로 건설 중인 광명수원간고속도로가 내려다 보인다.
이리저리 얽힌 등로를 더듬고 더듬어서,
원목감 마을로 이어지는 한남능선을 따라 내려서면, 앞쪽을 막아서는 철망 울타리를 통과하고,
잠시 후 우측 목감휴게소 방향의 도로 갈림길을 만나 직진의 능선으로 진행하면,
능선 좌측의 원목감 마을로 내려서게 된다.
잠시 전 목감휴게소 방향의 도로를 따라 진행했더라도 이곳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건설 중인 광명수원간고속도로 교량 아래를 통과하여,
서해안고속도로 아래도 통과하면 목감지하차도 입구에 서게 된다. 목감지하차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백두들.
횡단보도를 건너서 42번 국도인 수인산업도로를 따라 목감사거리 방향으로 진행하는데, 목감동 아파트들 사이로 가야 할 운흥산이 보인다. 수인산업도로를 따라 목감사거리로 진행하는 백두들.
목감사거리 근처 목욕탕에 기다리기로 했던 버스가 아직 보이지를 않는다. 하지만 이곳에서 산행을 마감하기로 한 몇몇 분은 근처 사우나로 가고,
방축고개로 향하는 백두들은 목감사거리에서 좌틀하여 진행한다.
<목감동> 목감(牧甘)이라 부른 연유는 조선 중엽 목암사(牧岩寺)라는 사찰이 있었는데, 사찰 경내에 감나무의 개량품종인 단감나무가 유명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후 사찰 인근에 민가가 생기면서부터 마을 이름을 목암사의 '목(牧)' 자와 단감나무의 '감(甘)' 자를 따서 '목감(牧甘)'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잠시 도로를 따르다가 목감초교 방향으로 우틀하여 진행하고,
목감초교 정문 우측의 등로를 따라 산으로 오른다. 목감초교 옆 등로로 들어서는 백두들. 돌아본 목감 초교 방향.(우측의 붉은 벽돌 건물이 목감초교다)
목감초교를 뒤로하고 텃밭을 지나서 10여분 오르면 110봉 정상에 도착한다.
110봉에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통과하여 운흥산으로 오르는 방법은, 110봉에서 좌틀하여 남쪽 조남동 방향으로 내려가 다리 아래로 통과하는 방법과, 이곳 110봉에서 우틀하여 고속도로를 따라 북쪽 논곡동 방향으로 이동하여 지하통로를 통과하는 방법이 있다.
우리는 거리와 시간이 짧게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우틀하여 지하통로를 통해 가기로 한다.
절개지를 따라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노변으로 내려서고,
도로를 따라 북쪽 방향으로 500m쯤 진행하면,
노변을 따라 진행하는 백두들.
고속도로 노변을 벗어나 농로를 따라 내려가게 되고,
농로로 내려서는 백두들.
이내 논곡동에서 운흥산 방향으로 통하는 지하통로가 나온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지하통로를 통과하여,
좌틀하여 남쪽 방향으로 돌아 진행하면,
이내 우측 운흥산으로 오르는 등로가 나온다.
운흥산으로 오르는 백두들.
잠시 후 고속도로 절개지 정상에서 이어지는 한남정맥 능선에 올라서서,
우측 능선을 따라 운흥산 정상 방향으로 진행한다.
운흥산 전위봉 쯤에 있는 운흥산 갈림길에서, 한남길은 좌틀하여 좌측 능선으로 이어지고, 운흥산 정상은 직진의 능선길을 따른다. 운흥산을 언제 또 와볼 것인가! 라며, 좌측의 능선길로 들어서서 운흥산 정상을 향하면,
이내 정자와 벤치가 있는 운흥산 정상에 도착한다.
<운흥산(雲興山, 204.1m)> 경기도 시흥시 금이동 물왕골 위에 있는 산으로 정상에는 삼각점도 있고 정자도 있지만, 이곳이 운흥산임을 알만한 표지석은 없다. 주변 평지에 우뚝 솟아오른 운흥산에서의 조망은 괜찮을 듯 하지만, 주변에는 온통 뿌연 연무가 덮고 있어서 아쉬움을 남긴다.
수리산 방향.
수암봉을 향하는 서울외곽고속도로가 시원스레 조망된다.
운흥산에서 바라본 물왕저수지.
<물왕리>
경기도 시흥시 물왕(物旺)은 물자가 풍부한 동네라고 한다. 물왕저수지는 왕년에 이승만 대통령 전용 낚시터도 만들었을 만큼 낚시인들 사이에는 유명한 곳이다. 시야가 맑은 날에는 앞쪽 산 너머로 바다와 오이도, 시화호, 대부도 등이 조망된다. 물왕저수지는 한때 수도권에서 가장 유명한 낚시터 중 하나였다고 하며, 공식 명칭은 시흥군의 '흥(興)'자와 부천군의 '부(富)'를 합한 흥부저수지였는데, 이는 1946년 준공 당시에 저수지가 시흥군과 부천군에 속해 있었기 때문이라 한다.
서쪽 군자봉(198m)과 범배산(140m) 방향.
남동쪽 수리산 방향.
운흥산 정상 정자에서 마지막 배낭털이를 하며 여유로운 쉼을 한다.
고령에도 늘 앞장서서 이끌어 가시는 김영임 여사님이 운흥산 증명을 한다.
운흥산에서 다시 삼거리 갈림길로 돌아나와, 좌측의 급경사 내림길로 들어서며 한남길로 복귀한다.
운흥산 북쪽 사면으로 분기한 한남정맥 능선을 더듬어 내려가면,
제3경인고속도로 절개지 위에 서게 되고, 우측으로 절개지를 따라 내려선다.
서울외곽고속도로와 제3경인고속도로가 교차하는 도리분기점 조망.
잠시 절개지를 내려서면 시멘트 도로에 내려서게 되고, 좌측 10여 미터 지점에 우측 고속도로 생태통로로 내려가는 통로가 있다.
제3경인고속도로 위를 건너는 생태통로 옆으로 램프로 짐작되는 도로가 지나간다.
생태통로 위에서 돌아본 제3경인고속도로 절개지 방향.
제3경인고속도로 인천 방향.
제3경인고속도로를 통과하면 바로 도리재 절개지 위에 서게 되는데, 능선 방향인 녹색 화살표를 따라도 되지만, 하늘색 화살표를 따라 절개지 좌측으로 내려서서,
도리재를 건너 다시 건너편 산으로 들어간다.
<도리재> 경기도 시흥시 금이동과 방축말을 잇는 조그마한 고개다. 안양천 구로 방면에서 목감천을 따라오다가 칠리저수지를 거쳐 물왕저수지로 갈 때 이용하는 고개로, 나도 몇 차례 자전거로 넘어 다녔던 고개다.
마침 물왕저수지 방향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는 사람들이 도리재를 넘고 있다.
도리재를 지나 다시 산길로 들어서고,
능선 위로 올라서면 이내 천주교 공원묘원을 지나게 된다.
뚜렷하던 능선길이 희미해 지며 잡목투성이의 능선길로 바뀌고,
좌우로 갈림길이 있는 안부를 지나 오르면,
한남길은 115봉 직전에서 우틀하여 이어지는데, 직진하여 정상까지 가 보았지만 별반 볼만한 게 아무것도 없다.
분기점 갈림길로 들어서는 백두들.
방치된 묘지들을 지나서 내려서면,
우측으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막아서고, 좌측의 배수로 방향으로 진행하면,
방치된 묘지가 있는 능선을 내려서는 백두들.
배수로를 따라 내려가야 한다.
수로 옆을 따르다가 농로와 만나는 지점에서 우틀하여 외곽순환고속도로 금이동 교량 아래로 통과하고,
배수로를 벗어나는 백두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교량 아래를 통과하여,
우측 산으로 올라야 하지만 금방 방축재로 다시 내려서야 하므로, 그냥 도로를 따라 수인산업도로의 방축재로 이동한다.
수인산업도로 인천 방향.
방축재 도착.
궂은길, 힘들길, 어려운길, 지저분한길 등등을 모두지나 방축재에 도착한 백두들!
<방축재> 경기도 시흥시 금이동에 있으며 ‘방죽머리’ 버스정거장이 있고 42번 국도인 수인산업도로 구간이 지난다.
목감사거리 목욕탕에서 먼지를 털어내고 물왕저수지 아래에 있는 식당으로 이동하여,
버섯전골 요리로 산행의 피로를 풀어 본다.
식사를 마치고 주변을 둘러보는 백두들.
그래도 명색이 한남정맥인데, 참으로 그 맥을 찾아 걷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그나마 군포에서의 맛깔난 아침밥과 수리산에서의 눈꽃 감상으로, 지저분해진 한남정맥의 면모를 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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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날 가장 기억에 남는것은 날씨였습니다. 일기예보는 전혀 맞지않았지요. 때 아닌 함박눈으로 출발지 지지대고개부터 눈경치 감상하며 갔고 수리산에서는 날씨는 무난한데 경치는 한겨울 이였지요. 이 대장도 전방에서 눈치운 경험많았나 봅니다. '한때 DMZ 안에 눈 다치웠다'는 말이 한 맺힌 절규로 들립니다. ㅎ ㅎ 아침식사때 준비안된 식당에서 서분덕, 김보성이 열심히 서빙한 기억도 나구요. 뒤풀이는 이대장님 고모부님이 경영하시는 버섯전골집인것으로 기억나구요 과일선물도 받았던 기록이 있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