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없는 등산화 vs 목 있는 등산화
자신의 체격과 체력, 과체중 여부, 목적지에 따라 최적 신발 달라
물론 정답은 없지만 합리적인 대답을 찾는다면, ‘사람마다 다르다’이다.
눈 쌓인 겨울에 설악산 서북능선 종주, 지리산 주능선 종주, 백두대간 종주를 한다면 하이컷 중등산화와 미들컷 등산화를 추천한다. 심설에서 방수, 보온, 내구성이 완벽한 하이컷 중등산화가 정답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무거운 신발이라 하이컷 등산화를 감당할 수 있는 체력과 힘이 있는 사람이 신어야 위력을 발휘한다.
등산 경험은 있지만 힘이 떨어지고 체중이 가벼운 편이라면 미들컷 등산화가 겨울 산행에서도 최적의 성능을 발휘한다. 겨울 산에서 로우컷을 추천하지 않는 것은, 고어텍스로 만들었다고 해도 발목 부위가 낮아 쉽게 눈이 스며들고, 밑창이 미들컷에 비해 상대적으로 얇고 부드러워 긴 산행의 피로도가 그대로 발바닥에 전달된다. 가볍게 설계된 탓에 발수력은 좋으나 동상의 위험이 있다.
힘 좋은 헤비급 체격이라 해서 항상 하이컷만 신어야 하는 건 아니다. 지리산둘레길을 가거나, 2시간 이하의 낮은 산 산행을 간다면 가벼운 로우컷이 알맞다. 산행 대상지와 자신의 체격과 체력에 따라 최적의 신발은 바뀐다.
스스로 경험을 통해 장비의 필요성을 깨닫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좋은 방법이다. 서서히 산행 거리를 늘려 가듯, 산행 경험과 체력과 근육을 단련해 그때그때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추는 것이 좋다. 입문자가 처음부터 하이컷 중등산화를 신으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장비는 자신의 실력만큼, 경험만큼 보인다. 무거운 중등산화가 무용지물이라며 불필요하다고 하던 사람도 겨울 설산 종주를 즐길 정도의 체력과 경력이 되면 하이컷 중등산화를 찾게 된다.
부상 예방 차원으로 시야를 확장하자면 북한산이나 관악산 같은 돌산을 가는 과체중 초보자라면, 로우컷보다는 미들컷이 현명한 선택이다. 일반적으로 미들컷의 밑창이 훨씬 두껍고 단단해 가파른 돌길 내리막 관절 건강에 더 유리하다.
로우컷의 얇고 푹신한 밑창은 돌계단에서 충격이 그대로 몸에 스며든다. 하체 근육이 단련된 몸이라면 속도를 내기에 로우컷이 더 쾌적하지만, 근육이 단련되지 않은 과체중 입문자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몸에 손상이 올 확률이 높다.
등산화를 로우컷, 미들컷, 하이컷만으로 나눌 순 없다. 로우컷만 하더라도 리지화, 트레일러닝화, 트레킹화 등 다른 기능을 가진 신발이 수두룩하다. 다만 갈수록 기술력이 발전하면서 경계가 모호해지는 면이 있다.
등산 입문과 동시에 설악산 대청봉,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고 싶어하는 등산 초보자가 의외로 많다. 산행은 허세를 위한 수단이 아니다. 낮은 산, 쉬운 코스부터 로우컷·미들컷 신발을 신고 서서히 실력을 높여 가면, 자연의 아름다움과 산행의 진정한 재미에 눈을 뜨게 되고, 나만의 장비 노하우도 생기기 마련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장비에 집착하기보다는 산행의 본질, 자연과의 교감에 관심을 가지고, 내 몸과 마음을 토닥여 주는 산행을 시작해 보자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5월호에 수록된 기사 요약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