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님! 형제자매 여러분,
한국천주교회는 7월 셋째 주일을 농민 주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어떤 씨는 길바닥에 뿌려지고, 어떤 씨는 돌밭에 뿌려지고, 또 어떤 씨는 가시덤불 속에 뿌려졌습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씨는 좋은 땅에 뿌려졌습니다.
길바닥에 떨어져 새들이 와서 쪼아 먹은 씨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도 깨닫지 못하여 자기 마음속에 뿌려진 말씀을 악한 것에게 빼앗기는 것을 상징합니다. 돌밭에 뿌려진 씨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즉시 기뻐하며 받아들이긴 했지만, 그것이 오래가지 못하고 잠시 동안 반짝하고 말았기 때문에, 자기 마음속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사람을 나타냅니다. 가시덤불 속에 뿌려진 씨는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긴 했지만 세속적인 것에 대한 근심과 걱정, 재물에 대한 유혹 등에 자기 마음을 너무 빼앗기다보니 말씀의 씨앗이 숨이 막혀 열매를 맺지 못한 경우입니다. 좋은 땅에 뿌려진 씨는 말씀을 듣고 깨달은 사람 즉, 말씀을 철저히 생활화하여 좋은 열매를 풍성하게 맺은 사람을 말합니다. 여기에 대해 알렉산드리아의 키릴루스가 이렇게 말합니다.
길에 떨어졌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더 넓은 관점에서 한 번 봅시다. 모든 길은 온갖 사람의 발아래 밟히기 때문에 단단하고 어리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어떤 씨앗도 자신을 덮을 만큼 충분한 흙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표면에 놓여 있으면 지나가는 새가 쉽사리 잡아채 갑니다. 이처럼 딱딱한 마음을 지닌 자들, 말하자면 마음이 꽉 닫힌 자들은 거룩한 씨앗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더러운 영들을 위해 잘 다져진 길이 됩니다. “하늘의 새는” 더러운 영들을 가리킵니다. 한편 ‘하늘’은 좋은 씨앗을 잡아채 가 먹어버리는 사악한 영들이 돌아다니는 공중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돌밭에 떨어진 씨앗은 무엇일까요? 자신의 신앙에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이들입니다. … 이런 사람들이 하느님께 바치는 공경은 얄팍하고 뿌리가 없습니다. 그들은 고통스러운 시련의 겨울이라고는 없는, 날씨가 맑고 편할 때만 그리스도인으로 행세합니다.(알렉산드리아의 키릴루스 『마태오 복음 단편』 168.)
똑같은 하느님의 말씀의 씨앗이지만 그 씨앗이 어디에 떨어지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지차이입니다. 이처럼 우리도 어떤 마음자세로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집니다. 자기 마음이 좋은 땅인지, 아니면 가시덤불이나 돌밭인지, 아니면 길바닥인지에 따라 그 결과는 천지차이입니다.
숲 속에 옹달샘이 하나 있습니다. 그 옹달샘 물을 뱀이 와서 마시고 젖소도 와서 마십니다. 그러나 똑같은 옹달샘 물을 마시고도 뱀은 사람을 죽이는 독을 품고, 젖소는 사람에게 양식이 되고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젖을 짭니다. 사람도 똑같은 것을 보고, 또 같은 것을 듣고도, 독사처럼 독을 품을 수도 있고 젖소처럼 젖을 짤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독을 품느냐 젖을 짜느냐 하는 것은 오로지 우리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말’을 조금 길게 발음하면 ‘마알’이 됩니다. ‘마알’을 풀이하면 ‘마음의 알갱이’란 뜻이 됩니다. 우리가 하는 말은 우리 마음의 알갱이에서 나옵니다. 달리 말하면, 우리가 하는 말은 우리 마음에 나온 것입니다. 고운 말을 하는 사람은 자기 마음을 곱게 쓰는 사람이고, 험한 말을 하는 사람은 자기 마음을 험하게 쓰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하는 말에는 세상을 창조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옛 속담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말이 씨가 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좋은 말을 함으로써 백 배로 열매를 맺는 좋은 땅, 좋은 마음이 되려고 노력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