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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민주주의를 한다고요? 말이 안된다고 하실 것입니다. 정치는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사회를 이루고 사는 모든 동물 하물며 식물들도 숲에서 정치를 합니다. 이를 생물학자들은 집단지능이라고 합니다. 그저 우리의 무관심과 나와 상관없다고 치부해버리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일반인은 더욱 이런 동물행동학에 관련된 책을 접하실 기회가 없으실 것 같아 여운이가 맛이라도 보시라고 소개합니다. 양봉하시는 분들은 필독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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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과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회적 동물이 리더를 선출하거나 쟁취를 합니다. 이 책은 수백, 수천 마리가 함께 모여사는 꿀벌이 민주적 의사 결정을 어떻게 수행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저자 토머스 실리 교수는 이 책을 서술하게 된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첫째, 생물학자와 사회과학자에게 이 주제에 대한 연구가 독일의 마르틴 린다우어(1918~2008)에 의해 시작되어 지난 60년 간 이어져 온 성과를 체계적으로 용약해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현재 이 주제에 대한 정보는 무수히 많은 과학 학술지에 수십 개의 논문으로 실려있다. 이렇듯 연구 결과물이 뿔뿔히 흩어져 있으면 하나의 발견이 다른 발견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꿀벌이 직접적인 방식으로 민주주적 합의에 도달하는 이야기는 사회적 동물의 집단 결정에 관심이 많은 행동생물학자에게 분명 중요할 것이다.
나는 이 연구가 신경세포에 기초한 의사 결정을 연구하는 신경과학자에게도 중요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다. 꿀벌 집단과 영장류의 노니는 정보 처리 방식에서 흥미로운 유사성을 갖고 있다. 아울러 집터 정찰대 이야기가 인간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결정의 신뢰성 제고 방식을 연구하는 사회학자에게도 유용하길 바란다. 우리가 꿀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공동의 이익을 공유하는 친밀한 개인으로 구성된 집단에서도 갈등이 결정과정에 유용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까다로운 문제에 직면한 한 집단이 최선의 해결책을 찾으려면 여러 부분에 대해 신중한 논쟁을 거쳐야 한다.
둘째, 꿀벌을 연구하면서 내가 누린 기쁨을 양봉가 및 일반 독자오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아무런 성과없이 때론 좌절했지만, 나에게 발견의 순수한 기쁨을 얻게 해준 이 작고 멋진 생명체에 두고두고 고마움을 전한다. 나는 꿀벌을 연구하면서 느낀 흥분과 도전을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수많은 개인적 사건과 성찰 그리고 과학적 연구 성과를 제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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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D. 실리(Thomas D. Seeley, 1952~ )는 하버드대학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는 코넬대학교 신경생물학 및 행동학과 교수입니다.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님과 같은 베르트 휠도블러 교수와 에드워드 윌슨 교수의 지도를 받아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여보게 시인이여.
꿀벌에게 가서,
그들의 삶을 배우고
현명해지게나.
- 조지 버나드 쇼(1856~1950), 《인간과 초인》 19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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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석학들은 추천사도 남다릅니다. 에드워드 윌슨 교수, 존 밀러 교수, 『귀소 본능』의 저자 베른트 하인리히 교수, 제프리 샬 교수, 마이클 모부신 작가 등
...열심히 일하는 꿀벌들,
자연의 법칙에 따르는 피조물이
인간 왕국에 질서라는 법을 가르쳐주노라.
- 윌리엄 셰익스피어, 《헨리 5세》 1599년
머리말
01 서문
02 꿀벌 집단의 생활
03 꿀벌의 이상적 보금자리
04 정찰벌의 논쟁
05 최적의 보금자리에 대한 합의
06 합의 형성
07 새 보금자리로 이동하는 꿀벌
08 꿀벌 비행 지휘
09 인식 주체로서 꿀벌 집단
10 꿀벌의 지혜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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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벌, 일벌 수벌
집단지성을 방해하는 것은 이기심과 나태다. - 여운 생각
꿀벌 집단은 엄마인 여왕벌과 95%의 딸 그리고 5%의 수컷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벌은 전부 여왕벌이 낳은 딸들이다. 일벌은 암컷으로 새끼를 돌보는 일을 한다. 난소가 발달하지 않아 알을 낳는 법이 거의 없다.
일벌과 달리 여왕벌은 엄청난 수의 알을 낳는다. 늦봄과 초여름이 절정기인데 1분당 한 개 이상, 하루 1,500개의 알을 낳는다(하루에 낳는 알의 총 무게는 여왕벌의 몸무게와 맞먹는다). 한 집단의 여왕벌이 여름 동안 낳는 알은 15만 개 정도이며 2~3년을 살면서 약 50만 마리를 낳는다.
여왕벌이 낳는 뽀얀 빛깔의 알은 대부분 수정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여왕벌은 태어난 후 첫 주 동안 자기 벌집을 떠나 근처 다른 벌집의 수컷 10~20마리와 짝짓기를 함으로써 일생에 걸쳐 필요한 약 500만 마리의 정자를 얻는다. 여왕벌은 이렇게 얻은 정자를 배의 뒷부분, 커다란 난소 뒤쪽의 공모양의 수정낭에 생명력을 유지한 상태로 보관한다. 알을 낳을 때마다 여왕벌은 정자를 사용해 수정란을 만들지 결정함으로써 후손의 성을 선택한다. 수정란은 장차 암벌이 되고 비수정란은 수벌이 된다. 수정란이 번식력이 없는 일벌이 되느냐 또는 알을 낳는 여왕벌이 되느냐는 그 수정란을 어떻게 키우느지에 달려있다. 벌집에 있는 보통크기의 방에 알을 낳고, 유충이 깨어난 후 일벌이 주는일반 먹이를 먹으면 일벌로 자란다. 그러나 벌집 아래 매달린, 특별히 진은 커다란 왕대(王臺, queen cell)에 낳은 수정란은 유충으로 성장한 후 영양만점의 분비물(로열 젤리)을 아낌없이 공급받으며 여왕벌로 자라는 발달과정을 거친다.
여왕벌은 자기가 낳은 알 중 5% 이하는 수정하지 않는다. 수정되지 않은 알은 여왕벌의 아들로 자라 집단의 수벌이라는 중요한 존재가 된다. 수벌은 집안 내에서 가장 힘이 세다. 커다란 눈은 혼인 비행을 할 때 어린여왕벌을 찾는데 적합하며, 시속 35Km로 여왕벌을 쫓아갈 수 있는 비행근육이 크게 발달해 있다. 수벌은 집단내에서 가장 게으르다. 일벌이 방을 청소하고, 애벌레를 먹이고, 벌집을 짓고, 꿀을 숙성허고, 벌통을 환기하고, 입구를 지키는 등 온갖 허드렛일을 하는 반면 수벌은 빈둥빈둥 놀며 밀벌이 모아놓은 꿀을 축내거나 일벌 누이에게 먹이를 구걸한다. 바로 이웃집단의 어린 여왕벌과 짝짓기를 하는 일이다. 수벌은 미래의 후손에게 유전자를 물려줌으로써 자기 집단이 끊임없는 진화경쟁에서 이기도록 공헌하다. 더둑이 수벌은 짝짓기와관련해서는 전혀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 수벌은 태어난 후 약 12일이 지나면 성숙해져 화차한 낮에 어김없이 상대를 찾아 나선다. 수벌은 집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꿀벌이 짝을 찾는 전통장소(수벌 운집구역)를 찾아낸다. 그곳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수벌은 어린 여왕벌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경쟁자를 물리치고 여왕벌에게 먼저 도달한 수벌은 10~20미터 상공에서 여왕벌과 짝짓기를 한다. 여옹벌과 짝짓기에 실패한 수컷은 집으로 돌아와 쉬면서 재충전하며 다음 기회를 노린다.
꿀벌집단을 일종의 초개체로 생각하면 된다. 수 많은 벌로 구성된 초개체의 꿀벌 집단도 하나의 완전체로 움직인다. 초개체로서의 집단 그리고 사회로서의 집단이라는 두 가지 관점이 모두 타당하다는사실은 진화과정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진화는 저차원의 개체가 한데 모인 사회를 여러 차례 구축해 고차원의 생물개체를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다세포 유기체가 출현할 때는 구성원끼리 경쟁하는 세포집단보다는 서로 협력하는 세포 집단에서 자연 선택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긴밀히 협력하는 집단을 선호하는 자연 선택의 결과, 조금씩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완전히 통합된 세포 집단, 즉 벌새나 인간 같은 유기체가 생겨났다. 초기체라고 부를 정도로 철저히 조화롭고 원활하게 운영되는 집단을 만들기 위해 극단적인 협력을 선택하는 경우는 몇몇 동물집단에서도 볼 수 있다. 꿀벌 외에도 매우 큰 집단을 이루는 가위개미와 군대개미, 균류 재배 흰개미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꿀벌 집단은 단순히 개체 하나하나를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모든 개체가 하나로 통합되어 운영되는 합성체이다. 엄밀히 따지면 꿀벌 집단은 생명 유지에 필요한 모든 기본 생리 작용을 하는 5kg 무게으 독립 개체로 간주할 수 있다. 실제로 꿀벌 집단 단위로음식을 섭취, 소화하고, 영양의 균형을 유지하고, 자원을 순환시키고,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고, 수분과 체온을 조절하고, 환경을 감지하고, 어떤 행동을 취할지 결정한다.
꿀벌에게 배우는 민주적 의사 결정 과정!
꿀벌이든 인간이든 집단이 가장 똑똑한 개인보다 더 똑똑하다
“꿀벌들의 집터 탐색 메커니즘은 행동과 소통 체계 그리고 피드백 고리가 기발하고 정교하게 얽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꿀벌 집단이 민주적 결정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 미리 알아야 할 것들
우리가 가장 경이롭게 여길 수 있는 것 : 집단 지능
우리 몸의 수많은 세포처럼 벌집 속의 수많은 벌들이 어떻게 감독자 없이도 협력해 자기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기능적 단위를 이루는가 하는 것이다. 특히 꿀벌 무리의 집터 선택과 관련해 어떻게 집단 지능을 발휘하는지 살펴본다.
새 집터를 찾아내는 꿀벌의 재미있는 이야기는 두 가지 아주 흥미로운 수수께끼를 풀어준다. 첫째, 매우 작은 뇌를 가진 벌떼가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어떻게 그토록 복잡한 결정을 내리고 또한 그 결정을 잘 수행하는가 하는 것이며, 둘째는 윙윙거리며 공중을 비행하는 1만여 마리의 벌떼가 어떻게 무리의 질서를 유지하면서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찾아가는가 하는 것이다.
인간의 뇌에서 신경세포는 1.5킬로그램을 차지한다. 그 무게에 상응하는 한 무리의 꿀벌은 마치 뇌 속의 신경세포처럼 집단적인 지혜를 발휘한다. 비록 벌 한 마리는 한정된 정보의 제한적 지능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들이 모여 이룬 집단은 최고의 의사 결정을 내린다. 이처럼 지난 20여 년간 사회생물학자들은 곤충 사회에서 의사 결정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동안, 신경생물학자들은 영장류의 뇌에서 의사 결정의 토대를 이루는 신경세포를 연구해왔다. 그런데 이 서로 다른 두 분야의 독립된 연구에서 매력적인 유사점이 드러났다. 첫째, 의사 결정은 본질적으로 지지(예컨대 신경세포의 발화와 벌들의 정찰)를 구하는 대안들 사이에서 선택을 내리는 과정이다. 둘째, 여러 대안 가운데 최초로 임계점을 넘는 지지를 얻은 대안을 선택한다. 이와 같은 공통점은 집단 내 가장 똑똑한 개체보다 더 영리한 집단을 구축하기 위한 보편적 조직 원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책은 꿀벌의 이러한 점을 밝혀나간다.
그렇다면 꿀벌은 어떻게 의사 전달을 하는가: 춤추는 벌
이 책에서 춤추는 벌은 매우 중요하다. 이 책 처음부터 끝까지 벌은 춤으로 의사전달과 위치 정보를 서로 교환하기 때문이다.
벌은 엉덩이춤을 추는데 그것은 8자를 이룬다. 벌은 벌집 표면을 따라 걸으면서 몸을 좌우로 흔들며 ‘엉덩이춤’을 춘다. 그러다 춤을 멈추고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반원 돌기’를 하며 출발점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엉덩이춤을 추다가 반원을 그리며 처음 위치로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한다. 말하자면, 8자춤은 이런 일련의 엉덩이춤과 반원 돌기를 몇 차례 반복하는 행위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벌은 위치 정보를 어떻게 전달할까? 꿀벌이 어두운 벌집 안에서 8자춤을 출 때, 벌통 밖에서 환하게 밝은 시골길을 날아간 최근의 비행 과정을 축소해 다시 보여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런 방식으로 방금 다녀왔던, 먹잇감이 풍부한 장소를 알려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먹이의 위치 정보와 관련해 꿀벌의 암호는 어떠할까? 엉덩이춤이 지속되는 시간은 비행 거리에 비례한다. 벌통 안이 어두워도 춤벌이 엉덩이춤을 추면서 날개로 윙윙 소리를 내기 때문에 그 지속 시간을 알 수 있다. 평균적으로 1초 동안 윙윙 소리를 내며 엉덩이춤을 추었다면 비행 거리는 약 1킬로미터이다. 또한 벌집 표면의 세로선을 축으로 하여 엉덩이춤을 추는 각도는 태양의 방향을 기준으로 한 벌집 밖에서의 비행 각도를 나타낸다. 만약 춤벌이 엉덩이춤을 벌집의 세로선을 따라 똑바로 움직인다면 이는 먹이가 태양과 같은 방향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말 경이로운 것은 다른 벌들이 춤벌의 움직임을 자세히 살펴 그것을 해독하고 지시에 따른다는 사실이다.
린다우어의 새로운 발견: 춤추는 지저분한 벌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뮌헨은 폐허 상태였다. 린다우어가 1949년 어느 봄날 오후, 동물학연구소 밖에 있는 벌통을 지날 때였다. 꿀벌 무리는 황금빛 덩어리를 이룬 채 나무덤불에 매달려 있었다. 평소와 달리 밀랍으로 된 벌집 위에서 춤을 추지 않고 다른 벌들의 등 위를 걸어 다니는 벌들을 발견하고는 자세히 살펴보니 벌들의 상당수가 지저분한 상태였다. 어떤 것은 몸이 검은색(검댕이)이었고, 어떤 것은 빨간색(벽돌 부스러기), 또 다른 벌은 흰색(밀가루)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 먼지 묻은 벌들이 먹이 징발대가 아닌 뮌헨의 잔해 속에서 새로운 집터를 찾아다니는 정찰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후 1951년 여름 9개 집단의 꿀벌을 대상으로 연구를 시작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린다우어는 이 실험을 위해 춤벌을 발견할 때마다 페인트로 점을 찍어 표시하고, 처음 춤을 추며 가리키는 장소의 방향과 거리를 기록했다). 춤벌들이 무리 위에 나타나기 시작한 초기에는 10개 이상의 장소를 가리켰지만, 몇 시간 또는 며칠이 지나자 점점 많은 수의 벌이 단 하나의 장소를 가리키기 시작했다. 결국 꿀벌 무리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기 1시간 전후에는 무리 위를 춤추는 벌들이 모두 하나의 거리와 방향만을 가리켰다. 따라서 린다우어는 만약 무리 위에서 춤추는 벌들이 새로운 집터를 찾았다면 그리고 자신이 발견한 장소를 알리기 위해 춤을 추었다면, 최종적으로 춤벌들이 만장일치로 가리키는 장소는 새로운 보금자리와 일치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저자는 이러한 린다우어의 가정에서 출발한다. 파란만장한 저자 실리를 따라가 보자. 다시 말해 일벌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사활이 걸린 선택을 할 때 민주적 의사 결정 과정을 어떻게 수행하는지에 관한 연구 과정을 따라가 보자는 것이다.
2. 이 책의 내용
꿀벌 집단은 하나의 합성체
벌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암컷인 일벌과 일벌보다 조금 큰 여왕벌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왕벌은 늦봄과 초여름에 엄청난 수의 알을 낳는데 1분당 1개 이상 하루 1500여 개에 이른다. 한 집단의 여왕벌이 여름 동안 15만여 개, 2∼3년을 사는 동안 약 50만 개의 알을 낳는다. 그런데 보통 여왕벌은 태어난 후 첫 주 동안 자기 벌집을 떠나 근처 다른 벌집의 수컷 10∼20마리와 짝짓기를 함으로써 일생에 걸쳐 필요한 약 500만 마리의 정자를 구한다. 그리고 여왕벌은 자기가 낳은 알 중에서 5퍼센트 이하 정도는 수정하지 않는데, 이 수정되지 않은 알이 여왕벌의 아들로 자라 수벌이 된다.
이처럼 꿀벌 집단은 여왕벌, 일벌 수벌로 이루어진 사회다. 그런데 꿀벌의 독특한 생태를 이해하려면 꿀벌 집단을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즉 꿀벌 집단을 단순히 수천 마리가 모인 낱낱의 개체가 아니라 통합된 전체로서 기능하는 독립체로 생각해보자. 수없이 많은 세포로 구성된 사람의 몸이 하나의 통합된 단일체로 기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벌로 구성된 초개체의 꿀벌 집단도 하나의 완전체로 움직인다. 바로 꿀벌 집단은 생명 유지에 필요한 모든 기본 생리 작용을 하는 5킬로그램 무게의 독립 개체로 간주할 수 있다. 실제로 꿀벌은 집단 단위로 음식을 섭취․소화하고, 영양의 균형을 유지하고, 자원을 순환하고, 환경을 감지하고,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결정한다. 꿀벌 집단의 초개체적 특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 새로운 터전을 선택할 때 지능을 갖춘 의사 결정체로서 구실을 수행하는 능력이다.
꿀벌 집단의 보금자리: 최소한의 크기
꿀벌 집단이 집터를 신중하게 선택하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꿀벌의 독특한 생활 주기를 알아야 한다. 꿀벌 집단의 연간 생활 주기가 원활히 이루어지려면 아늑하고 넉넉한 보금자리가 필수다. 겨울을 나기 위해 꿀벌 집단은 보온이 잘되는 단단한 덩어리를 이룬다. 농구공만 한 덩어리의 표층 온도는 일벌이 추위 때문에 죽는 온도보다 조금 높은 섭씨 10도 이상으로, 벌집에서 가장 바깥쪽에 있는 벌도 생존할 만큼 따뜻하게 유지된다. 꿀벌은 두 쌍의 날개 근육을 일정하게 수축함으로써 덩어리 내부에서 열을 발생시킨다. 이런 동작은 열을 많이 내지만 날개의 진동은 아주 적거나 없다.
일반적으로 꿀벌 집단 하나가 겨울을 나기 위한 열을 만들려면 여름 내내 벌방에 꿀 20킬로그램 이상을 비축해야 한다. 꿀 20킬로그램을 저장하려면 공간이 최소 18리터는 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므로 꿀벌 집단이 집터를 선택할 때는 이것보다 작은 나무 구멍은 피해야 한다.
분봉
분봉은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적당한 보금자리를 찾아 이사한 후에 밀랍 벌집을 짓고, 새로운 일벌을 키우며, 겨울을 날 수 있는 충분한 식량을 비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분봉의 사전 조건과 징조에 대해서는 47∼49쪽 참조). 분봉 직전의 일벌들에게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몸집 불리기와 무기력이다. 일벌들은 분봉 직전에 몸무게가 50퍼센트 정도 늘어나는데 대부분 꿀을 몸속에 저장한다. 또한 꿀벌 중 상당수는 벌집에 조용히 매달려 있거나, 다른 일부는 벌집 입구에서 두터운 집단을 형성한 채 휴식을 취한다. 그러나 수십여 마리의 벌은 여전히 활발하게 집터 후보지를 찾아 5킬로미터 이내의 전 지역을 날아다닌다. 이들이 보금자리를 일시에 떠나도록 유도하는 핵심 역할을 하는 집터 정찰대다. 그들은 집 안에서든 밖에서든 늘 활발하게 움직이므로 집 안의 사정이나 외부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분봉을 위한 필요조건이 충족되면, 정찰대는 행동에 돌입하는데 상당히 빨리 움직인다. 정찰대는 제각기 몇 초에 한 번씩 얌전한 벌 옆에 멈추어 그들을 가슴으로 살짝 누른다. 이때 1초 정도 지속되는 200∼250헤르츠의 진동을 만들어 얌전한 일벌의 근육을 자극하는데, 비행에 적합한 섭씨 35도로 비행 근육을 데워야 한다고 알린다. 이를 일벌의 송신이라고 한다. 거의 모든 일벌이 비행에 알맞은 온도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면 두 번째 신호인 윙윙 소리를 벌집 입구에서 내기 시작한다.
이때 분봉하는 무리는 전체의 약 3분의 2, 즉 1만 마리에 이르며, 집을 떠난 지 10분∼20분 동안 벌떼 구름은 턱수염 모양의 집단으로 응축해 나뭇가지 같은 물체에 자리한다. 며칠 동안 거기에 머무르는 동안 정찰대는 몇 시간 혹은 며칠 동안 적합한 집터를 선택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정찰대가 민주적 의사 결정을 완료하면, 그들은 다시 무리 전체의 비행을 유도하고 새로운 보금자리로 동료들을 안내한다.
최적의 집터 선택 과정: 꿀벌 민주주의 본질을 말해준다
지금까지 내용은 새로운 집터 찾기에 대한 본격적인 작업을 설명하기 위한 기초 지식이었다. 이제부터는 새로운 집터 찾기에서 최적의 집터를 선택하는 과정이 어떻게 민주적 절차를 거치는지 알아본다.
꿀벌들은 보통 수백 마리의 정찰벌을 내보냄으로써 대개 몇 시간 안에 집터 후보지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얻는다. 그림 4.6(107쪽)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정찰대는 오후 동안 거의 10여 곳의 집터 후보지를 찾아내 조사하고 보고했다. 또한 정보 수집 과정을 수많은 꿀벌에게 할당함으로써 꿀벌마다 다양한 춤의 강도를 평균화할 수 있고 정보 획득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이에 대한 전반적인 실험과 내용은 4장 참조).
그럼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꿀벌이 선호하는 이상적 집터 조건에 대한 의문이다. 꿀벌들의 보금자리에 대한 평가는 대개 구멍의 부피, 입구의 높이와 크기, 이전 벌집의 존재 여부 등인데 저자의 다양한 실험을 통해 그 기준이 더욱 자세하게 밝혀진다. 야생에서 꿀벌들이 선호하는 집터의 조건은 대개 입구가 10∼30제곱센티미터에 불과한 옹이구멍이나 틈 하나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긴 나무 구멍의 바닥과 인접하고, 지면과 가까우며 남향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여기에 저자는 실험을 심화해 다른 자세한 요소들을 추가한다. 1975∼1977년 실험으로 얻은 꿀벌들이 특별히 선호하는 집터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입구 크기, 입구의 방향, 지면에서의 입구 높이, 구멍 바닥에서의 입구 높이, 나무 구멍의 부피, 나무 구멍 안 다른 벌집의 유무 등이 집터에 대한 특정한 선호를 보여주었다. 특히 입구가 좀 좁고 남향에 지면에서 멀리 떨어지고 구멍 바닥에서 가까운 보금자리를 선호했다(꿀벌 집터의 특성에 따른 선호와 기능에 대해서는 69쪽 표 3.1 참조).
또 다른 의문의 하나는 어떤 벌들이 집터 정찰대의 소임을 수행할까 하는 것인데, 집터 정찰대는 원래 먹이 징발대였다(먹이 징발대가 집터 정찰대로 변신했다는 논거에 대해서는 111∼116쪽). 이는 일반적으로 집터 정찰대 일원으로 활동하는 벌들이 대체로 나이가 많다는 것을 말해준다. 집터 정찰대와 먹이 징발대는 모두 중심 장소(본봉 집단 혹은 분봉 이전의 보금자리)에서 장거리 여행을 떠난 다음 집을 찾아 돌아와야 한다. 먹이를 찾아다니는 경험이 바로 최고의 정찰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상당수의 먹이 징발대는 집터를 조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꿀벌을 집터 정찰대로 만드는 특정 유전자가 있음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대체로 집터 정찰대원 대부분이 나이가 비교적 많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113쪽 그림 4.7 참조).
그런데 중요한 것은 집터를 결정하기 위해 정찰벌들이 활발하게 논쟁을 펼친다는 점이다. 린다우어의 실험(91∼95쪽)이나 실리의 실험(103∼111쪽) 모두 이러한 사실을 잘 알려준다. 두 실험의 결과는 첫째 논쟁이 서서히 진행되는 정보 축적 단계에서 꿀벌들은 광범위하게 분산된 여러 대안을 ‘토론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실리가 관찰한 세 집단의 꿀벌은 13개, 5개, 11개의 장소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장소들은 꿀벌이 모여 있는 장소에서 각 방향으로 꽤 떨어진 거리(200∼4800미터)에 있었다. 이 사실은 용감무쌍한 정찰대가 집터 후보지를 찾기 위해 70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지역을 헤맸음을 의미한다. 여러 대안이 논쟁의 전반부나 후반부를 가리지 않고 소개되지만 물론 동시에 고려하지는 못한다. 그렇다고 어리석은 결정에 이르지도 않는다. 둘째, 모든 논쟁 혹은 거의 모든 논쟁은 정찰벌들이 단 하나의 장소를 지지해 합의에 이르는 것으로 끝난다. 셋째, 꿀벌의 의사 결정은 수십 수백 마리가 참여하는 지극히 폭넓고 민주적인 과정이다. 꿀벌 집단의 3∼5퍼센트가 춤으로 논쟁에 참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 집단에서는 약 1만 마리의 꿀벌 중 300∼500마리가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한다고 추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춤벌들이 합의해 고른 새 집터가 과연 최적의 장소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이다! 먼저 꿀벌들이 집터 후보지 중 최적의 장소를 선택하는 근거를 검토하기 전에 집터 정찰대가 직면한 선택 구조를 살펴보자. 이런 검토 작업을 거침으로써 꿀벌 집단이 민주적 의사 결정을 한다는 평가를 더욱 분명히 할 수 있다.
보금자리를 선택하려는 꿀벌 집단은 살 집을 선택하려는 사람들과 유사한 의사 결정 문제에 맞닥뜨린다. 그러나 의사결정자는 시간과 자원, 정신력을 무제한 소유하지 못한다. 심리학자와 경제학자는 이 점을 고려해 현실 세계의 의사 결정―소위 제한적 합리성―이 ‘발견법(heuristics:발견한 일부 요소만 고려하는 문제 해결 방법)’이라는 단순화된 선택 메커니즘에 의존한다고 본다. 앞에서 이미 최적의 집터 조건을 알아보았다. 따라서 여기서는 질적으로 상이한 인공 집터를 여러 개 제시해 ‘N개 중 최적’의 집터를 선택하는 것을 본다. 그래서 야생에서의 집터 선택과 일관되게 최적의 집터를 찾아내는지를 알아본다. 그런데 저자는 1970년대 여러 연구를 통해 꿀벌이 부피가 크고(40리터) 입구가 작은(15센티미터 이하) 벌통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실험에서 정찰벌들은 입구가 15센티미터로 동일한 두 벌통 중에서 15리터보다 40리터 부피의 벌통을 더 선호했다. 그러나 40리터 벌통의 입구를 60센티미터로 늘려 질을 떨어뜨리자 15리터 벌통을 미래의 보금자리로 선택했다. 춤의 강도를 통해서도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입구가 15센티미터일 때 40리터 벌통을 광고한 벌들은 평균 85초 동안 35바퀴를 돌며 강렬한 춤을 춘 반면, 15리터 벌통을 광고한 벌들은 평균 45초 동안 14바퀴를 돌며 상대적으로 약한 춤을 추었다. 이러한 결과는 꿀벌이 15리터 벌통을 그런대로 쓸 만하지만 그저 평범한 보금자리로 여긴다는 사실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또 다른 실험은 벌통 5개 중 하나를 고르는 최적 선택 문제를 제시해 꿀벌의 의사 결정 기술을 검증하는 것이다. 정찰대는 다섯 번 모두 5개의 벌통을 찾아냈다. 이 사실은 모든 꿀벌 집단이 대다수 후보지에 대한 정보를 획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정찰대가 벌통들을 하루 만에 다 찾아내더라도 결코 동시에 발견하지는 않았으며 이상적 벌통을 첫 번째로 찾아낸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따라서 이상적 벌통은 지지자를 얻는 실험에서 항상 뒤처진 상태에서 출발했다. 그럼에도 다섯 번의 실험 중 네 번이나 가장 많은 지지를 얻어 최종 집터가 되었다는 사실은 무척 이상적이다. 이 실험에서 5개의 꿀벌 집단은 인상적인 의사 결정 기술을 보여준다. 따라서 확률적으로 볼 때 용감무쌍한 정찰대가 발견한 후보지 중 최적 장소를 미래의 보금자리로 선택할 가능성이 꿀벌의 민주적 의사 결정을 통해 크게 증가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실험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최적의 벌통을 선택한 다른 네 번의 실험에서 이상적 벌통을 발견한 후 정찰벌의 수는 두 가지 면에서 급격히 변화했다는 점이다. 이상적 벌통에서는 급격히 증가하고 평범한 벌통에서는 서서히 감소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네 번째 실험에서 이상적 벌통을 발견한 후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왜 그럴까? 무슨 이유에선지 최적의 벌통을 발견한 2마리의 정찰벌 모두 8자춤을 추지 않았다. 이런 이례적 결과는 의사 결정을 성공으로 이끄는 핵심 요소가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정찰벌이 집터 후보지를 발견한 경우, 이 장소를 무리하게 보고해 하나의 대안으로 쟁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논쟁에 참여하는 집터 정찰대에게 신뢰성 있는 집터의 요건을 발견하도록 하는 뛰어난 행동 규칙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를 보여주어야 한다(이 실험은 134쪽 참조).
2002년 저자는 꿀벌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집터 선택에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는 가정을 검증하고자 꿀벌이 선호하는 벌통과 그렇지 않은 벌통에서 꿀벌의 생존 가능성을 실험했다. 이를 위해 봄에 두 종류의 꿀벌 집단을 인위적으로 조성해 각각 다른 크기의 벌통에 살게 하고 여름 내내 내버려둔 뒤, 꿀벌 집단이 그해 겨울까지 살아남을 가능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했다. 각 인공 꿀벌 집단의 수는 야생 꿀벌 집단의 전형적인 약 1만 마리로 설정했다. 그리고 벌통 크기에 맞춰 밀랍 벌집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직사각형 나무틀을 5개 혹은 15개씩 설치했다. 15리터 또는 45리터짜리 나무 구멍 안에 짓는 밀랍 벌집을 지탱하려면 이만큼의 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공 꿀벌 집단을 빈 틀을 갖춘 벌통에 벌들을 직접 넣었다. 저자는 이 실험을 수행하는 동안 매년 6월 초 유형별로 다섯 무리씩 꿀벌 집단을 마련해 12개월 동안 추적하면서 다음 해 봄까지 살아남는지 지켜보았다.
저자는 이 과정을 세 번 반복해(2002∼2003년, 2003∼2004년, 2004∼2005년) 30개 꿀벌 집단의 운명을 지켜보았는데, 그 결과 틀이 15개인 꿀벌은 겨울 동안 살아남을 확률이 0.73(15개 집단 중 11개)이었던 반면에 틀이 5개인 벌통의 꿀벌은 0.27(15개 집단 중 4개)이었다. 큰 벌통의 꿀벌 집단은 겨울을 나는 데 필요한 꿀을 충분히 저장할 수 있어 생존에 유리한 게 거의 확실했음을 알려준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꿀벌은 집터의 필수 조건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며 이러한 선호를 발휘해 최선의 선택을 한다. 벌통 안의 넉넉한 공간이 생존을 결정하는 냉혹한 확률 게임이 그 확실한 증거다. 아울러 최적의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온갖 수고를 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꿀벌이 오랜 논쟁 끝에 만장일치를 이룬다는 사실이 놀랍다. 인간이 당사자 민주주의를 선택하는 반면 꿀벌의 집단 결정은 ‘통합 민주주의’다. 이러한 민주주의 형태는 단일한 이익(최적의 집터 선택)과 공통의 선호(작은 입구 등)를 지닌 개체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꿀벌처럼 공통의 이익이 있을 때 집단 결정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알아보자.
첫째 현상은 최종 선택한 장소에 대한 지지가 서서히 증가해 마침내 논쟁을 장악하는 흥미로운 방식이며, 두 번째 놀라운 현상은 열등한 장소에 대한 모든 지지가 전부 사라지는 방식이다(4장과 5장의 여러 실험에서 알 수 있음). 그렇다면 논쟁 과정에서 최적 장소에 대한 정찰벌들의 지지가 증가하는 이유와 열등한 장소를 향한 지지가 감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꿀벌이 미래의 보금자리를 선택하는 민주적 과정을 보았다. 집터 후보지들을 선택하고, 각 집터 후보지를 선택한 정찰벌들이 8자춤으로 유세 경쟁을 벌여 중립적인 다른 벌들을 추가 지지자로 만들 수 있다. 또한 어떤 장소를 한번 지지했더라도 냉담한 유권자가 되어 중립적인 무리에 가담할 수도 있다(누수 과정)(143쪽 그림 6.1 참조). 정찰벌들의 논쟁을 이런 방식으로 바라볼 때, 최적의 장소를 지지하는 벌들이 마지막까지 논쟁을 성공적으로 장악하려면 지지자를 얻기 위해 그 장소를 광고하는 데 열정을 쏟아야만 한다. 이때 8자춤의 강도를 조절해 전달한다. 과연 최고의 집터 후보지를 지지하는 벌이 가장 열렬히 춤을 출까?
1953년 린다우어의 실험에서 증명되었으며, 2007년 저자의 실험을 통해서도 알려졌다. 저자의 2002년 ‘5개 중 최적’ 선택 실험을 통해 정찰벌들이 40리터나 15리터 벌통 중 하나를 향해 함께 춤을 추고, 더 좋은 집터 후보지를 보고하는 벌들이 더 격렬하게 춤을 춘다는 것을 발견했다(5장 참조).
2007년의 실험에서도 정찰벌들이 집터의 질을 춤을 통해 어떻게 암호화하는지 풍부하고 확고한 정보를 얻었다. 거의 7월 내내 일곱 번의 실험을 통해 40리터 벌통을 광고한 정찰대는 41마리, 15리터 벌통을 광고한 정찰대는 37마리임을 확인했다. 방문한 벌의 수는 서로 별 차이가 없지만 한 정찰벌이 장소를 광고하는 춤의 격렬함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벌 1마리당 총 순환 횟수는 평균 89 대 29로 40리터 벌통이 15마리 벌통에 비해 더 높았다. 이것은 정찰벌들이 첫 번째 방문을 하는 동안 그 장소가 고급인지 중급인지 알아낸 게 틀림없다. 이 사실은 정찰벌들이 돌아와서 40리터 벌통에서는 76퍼센트(41마리 중 31마리)가 춤을 추었지만, 15리터 벌통에서 돌아온 경우는 43퍼센트(37마리 중 16마리)만이 춤을 춘 것에서도 증명된다. 설득력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쉽게 결론을 낼 수 있다. 최적 집터 후보지를 지지하는 꿀벌은 누구보다도 열렬히 춤을 추므로 중립적인 정찰대를 추가로 끌어들이는 데 마리당 최고 성공률을 보인다. 더불어 이 추가 지지자들도 훨씬 많은 지지자를 끌어들이는 데 마리당 최고 성공률을 달성해 상이한 질의 여러 집터 후보지 중에서 기하급수적으로 격차를 벌린다.
그렇다면 반대 의견을 가진 정찰벌들은 어떻게 지지를 철회할까? 저자는 정찰벌들은 이전에 지지하는 장소(다른 벌의 활발한 춤을 보고 따라간)와 새로운 장소를 비교하고, 만약 그 장소가 더 좋다면 그 새롭고도 우월한 후보지를 향해 춤추는 쪽으로 ‘전환’한다. 우리 인간의 논쟁과 같다. 그런데 린다우어는 새로운 집터 후보지를 자신의 후보지와 비교하기도 전에 춤을 그만두는 사례를 목격했다. 이를테면 한 정찰벌이 어떤 장소를 향한 춤을 중단한 채 거의 두 시간 동안 무리 위에 조용히 앉아 있다가 두 번째 장소로 이끄는 다른 벌의 춤을 따라 했다는 것이다. 정찰벌들이 때때로 첫 번째 장소를 또 다른 장소와 비교하지 않고도 춤을 중단한다는 증거다. 정찰벌들이 어떻게 열세인 집터 후보지를 향한 춤을 중단하는지와 관련한 이 두 번째 가설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핵심 요소를 제시한다. 첫째, 정찰벌은 이전에 지지하던 장소와 새로 등장한 장소를 ‘비교하지 않는다’. 둘째, 더 나은 장소라도 그곳을 향해 춤추는 쪽으로 ‘전환하지 않는다’. 저자는 전자를 ‘비교-전환’ 가설, 후자를 ‘은퇴-휴식’ 가설이라고 이름 붙인다. 여기에서 저자는 이 두 가설은 정찰벌이 언제 다른 장소를 지지하는 춤을 따라 하느냐와 관련하여 열세인 장소를 지지하는 춤을 중단하는 시점에 대해 완전히 다른 예측을 한다. 비교-전환 가설에서 가장 중요한 예측은 정찰벌이 다른 장소를 알리는 춤을 따라 한(그리고 이 장소를 찾아내 자신이 발견한 장소와 비교한) ‘후에만’ 열세인 장소에 대해 춤을 멈춘다는 것이다. 반대로 은퇴-휴식 가설에서 핵심적 예측은 정찰벌이 다른 장소에 대한 춤을 따라 하기 ‘전에도’ 춤을 중단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가설 하에서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논증한다(164∼167쪽). 6개의 꿀벌 집단을 꾸준히 관찰하며 37마리의 정찰대를 목격할 때까지 총 66시간이 걸렸다. 예상대로 대다수(31마리, 84퍼센트) 정찰벌이 처음 광고한 장소는 결국 거부되었고, 소수(6마리, 16퍼센트)의 벌이 처음 광고한 장소가 미래의 보금자리로 선택되었다. 열세인 장소를 지지한 31마리 중 27마리는 집단 결정이 마무리되기 전 그 장소에 대한 광고를 중단했다. 나머지 4마리는 의사 결정이 끝날 무렵의 춤이 미약해 거의 중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27마리의 벌은 열세인 장소에 대한 지지를 어떻게 중단했을까? 26마리는 다른 장소를 지지하는 춤을 따라 추기 ‘전에’ 춤을 그만두었고, 겨우 한 마리만이 다른 장소를 지지하는 춤을 춘 ‘후에’ 춤을 그만두었다. 이 결과는 적어도 다수의 정찰벌에 비교-전환 가설은 맞지 않고, 은퇴-휴식 가설이 옳다는 것을 강력하게 말해준다. 그렇다면 춤벌이 열세인 장소를 광고하는 행위에서 은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장소를 향해 격정적으로 춤추는 벌 때문에 그렇게 하도록 자극받은 것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대부분이 다른 춤을 따라 하기도 전에 춤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 가지 유력한 가능성은 벌에게 있는 신경생리학적 프로세스가 열세인 장소를 광고하는 행위에서 은퇴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167∼168쪽 참조). 이렇듯 정찰벌의 행위는 논쟁에서 완전한 합의에 도달하려는 인간의 행위와 완전히 다르다. 꿀벌과 인간 모두 첫 번째 견해를 고집스럽게 지지하는 행동은 피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인간은 우월한 대안을 찾아야만 대부분 (그리고 의식적으로) 자기 주장을 포기하는 반면 꿀벌은 지지를 자동적으로 철회한다. 이 둘의 차이는 사람은 억지로 논쟁을 끝내는 반면에 꿀벌은 아주 자동적으로 논쟁을 끝낸다는 점이다.
이어서 저자는 꿀벌 집단이 새 보금자리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그것을 촉발하고 이끄는 것도 정찰벌이라는 사실을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자세히 설명한다(8장). 또한 꿀벌 집단의 의사 결정 메커니즘과 영장류의 뇌를 비교한다. 여기에서 저자는 자연 선택이 꿀벌 집단과 영장류의 뇌를 유사한 방식으로 구축했다는 사실을 살펴본다(9장). 마지막으로 10장에서는 인간들의 집단 과정과 관련해 꿀벌들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살펴본다. 꿀벌은 구성원의 지식과 지능을 효과적으로 결집해 훌륭한 집단 선택을 만들어낸다. 이는 대단히 중요하다. 인간 사회도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개인보다 집단이 한층 더 믿을 만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요한 논점이 있고, 우리가 꿀벌 사회를 더 심층적으로 분석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까?
따라서 저자는 꿀벌에게 배울 수 있는 ‘대단히 효율적인 집단의 다섯 가지 습관’을 제시하며 이 책을 마무리한다.
․첫 번째 교훈: 공동 이익과 상호 존중에 기초한 개인들로 결정 집단을 구성하라.
꿀벌 집단에서 일벌은 재생산에 기여하지 못하므로 꿀벌 집단의 번성이라는 공통된 필요를 갖고 있으며, 번성하는 집단은 완벽에 가까운 공정성에 기초해 일벌 유전자를 후대에 전한다. 이것은 집단 구성원이 서로를 충분히 존중할 때 상대방의 제안을 건설적으로 토로하고 타인의 관점을 존중할 수 있음을 말한다.
두 번째 교훈: 집단적 사고에서 지도자의 영향을 최소화하라.
세 번째 교훈: 문제에 대한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라.
우리는 꿀벌 집단의 집터 정찰 과정을 보면서 그것이 선택의 폭을 넓힘과 동시에 최적의 집터를 선택하는 확실한 출발점임을 확인했다. 특히 복잡한 문제에 맞닥뜨린 결정 집단이 선택 가능한 대안을 폭넓게 모색할 때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할까? 꿀벌들은 이 경우 네 가지 특징을 보인다. 첫째, 문제의 규모에 맞추어 집단을 넉넉하게 꾸린다. 둘째, 다양한 배경과 견해를 지닌 개체로 집단을 구성한다. 셋째, 구성원의 독립적인 탐구를 촉진한다. 넷째, 제안된 해결책에 구성원이 만족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한다.
네 번째 교훈: 논쟁을 통해 집단 지식을 종합하라.
꿀벌들의 사회적 시스템에서 대표적인 예는 열등한 선택지에서 훌륭한 선택지를 골라내는 능력일 것이다. 그것이 집단 지식을 종합하는 꿀벌 집단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교훈: 응집력, 정확도, 속도에 대한 정족수를 활용하라.
이 말은 집터 정찰대는 우리에게 결정 집단이 정확한 합의에 도달하고 시간을 절약하는 현명한 방법을 알려준다는 의미다. 비밀은 임계 수치(정족수)의 정찰벌들이 한 가지 대안을 지지할 때 정족수 반응을 형성하도록, 즉 ‘급격한’ 행동 변화를 가져오도록 하는 데 있다. 요컨대 꿀벌의 의사 결정 시스템은 정확한 결정을 보장하기에 충분한 근거가 한 집터에 축적되면 합의 형성을 가속화하는 충분한 수단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