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기초 교리 33ㅡ윤회ㅢ
윤회(輪廻)
윤회의 원어는 산스크리트어 상사라(samsara)이며 <대승보살장정법경>에 많이 표현되어 불교의 업인과보에 의하여 여섯 가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태어남과 죽음을 반복한다고 하며 이를 육도윤회(六道輪廻)라고 한다.
윤회란 크게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인간 세계를 포함한 여섯 개의 세계[육도(六道)], 즉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의 세계를 끝없이 죽고 태어나면서 돌고 도는 것을 말한다.
둘째는 세 가지의 세계[삼계(三界)], 즉 욕계(欲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로 나누어진 선정의 단계를 말한다.
그러나 이 윤회의 여섯 세상에는 절대적인 영원이란 없다. 수명이 다하고 업이 다하면 지옥에서 다시 인간도로, 천국에서 아귀도로 몸을 바꾸어서 태어난다. 곧 육도의 세계에서 유한의 생을 번갈아 유지한다는 것이 불교의 윤회관이다. 이 윤회는 철저하게 자기가 스스로 지은 대로 받는다는 자업자득에 기초를 두고 있다. 스스로 착한 일을 하였으면 착한 결과를 받고, 악한 일을 하였으면 악한 결과를 받는(선인선과 악인악과善因善果 惡因惡果) 자기책임적인 것이다.
자기가 지은 바를 회피할 수도 없고 누가 대신 받을 수도 없다. 오직 자기가 지은 업의 결과에 따라서 다른 세계로의 상향(上向)과 하향(下向)이 가능할 뿐이므로, 언제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자율적인 의지와 실천이 강조되는 것이다.
이러한 윤회는 윤리도덕의 측면, 즉 권선징악적인 차원에서 특히 강조되어 왔으며, 불교에서는 권선징악을 넘어선 해탈의 차원에서 이 윤회설이 강조되었다. 윤회한다는 것은 결국 괴로움이며 영원히 윤회에서 벗어나는 열반이나 극락의 왕생 등을 보다 중요시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이 한 생에서 다음 생이 어떻게 전개되는가 하는 데 대한 관심보다, 현실의 삶에서 한 생각 한 생각을 깊이 다스려서 언제나 고요한 열반의 세계나 불국토(佛國土)에 있는 것과 같은 상태를 유지하고 점검하도록 하는 데 치중하였다.
그리고 현재의 번뇌로 가득 차 있는 마음이 곧 지옥이고, 탐욕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 아귀이며, 어리석음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 축생이라고 보는 등, 이 순간의 마음가짐에 따라서 끊임없이 육도를 윤회한다고 보았다.
특히, 신라의 원효(元曉)는 윤회의 원인을 일심(一心)에 대한 미혹이라고 보았다. 그는 <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에서, “일심 외에 다시 별다른 법이 없으나 다만 무명(無明)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일심을 알지 못하고 갖가지 파도를 일으켜서 육도를 윤회한다.”고 하였다. 곧 일심을 깨달을 때 윤회를 면하여 해탈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첫 번째 육도 윤회는 현생에서 우리가 짓는 업에 따라 내생의 세계가 정해지는 것으로 선업을 쌓고 바른 수행을 통해 다음에 보다 나은 세계에 태어날 수 있으며 그와 반대로 악업으로 인해 더 고통스러운 세계에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업이야말로 윤회의 원동력인 것이다.
한편 어떤 종교에서는 천상의 세계에는 신과 같은 존재들이 머무는 곳으로 내생에 그곳에 태어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는다. 그러나 불교는 천상의 세계도 윤회에 포함시키고 있는데 이것은 천상이나 극락이 도달해야 할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뛰어넘어야 할 하나의 대상일 뿐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또, 불국사를 지은 김대성(金大城)은 전생에 가난한 집에 살았던 불심이 돈독한 아이였다. 몹시 가난하였지만 어머니의 허락을 받아 내세의 행복을 기원하면서 전답을 모두 법회에 보시(布施)한 뒤에 죽었다. 이 아이가 죽은 바로 그 순간에 정승 김문량(金文亮)은 그 아이가 대성이라는 아기로 환생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는다. 그 뒤 그의 아내가 임신하여 아이를 낳았는데, 주먹 안에 ‘대성’ 두 글자가 새겨진 금간자(金簡子)를 쥐고 태어났다. 자라서 재상이 된 김대성은 현생의 부모를 위하여 불국사를 지었고, 전생의 부모를 위하여 현재의 석굴암인 석불사(石佛寺)를 지었다. 이와 같이 신라시대에는 전생과 내생이 현세와 밀접하게 연결되는 윤회사상이 토착화되어 민중의 의식구조를 형성하였다.
나아가 왜구에 시달린 문무왕은 죽어서 용이 되어 호국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수중릉(水中陵)을 만들게 하였으며, 김유신은 죽어서 삼십삼천(三十三天)의 신이 되어 신라를 돌보았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윤회사상이 호국사상에까지 결부될 수 있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윤회사상은 고려시대에도 크게 유행하였다. 고려 공양왕 때 개성에 전염병이 크게 나돌아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 중에는 겨우 다섯 살 된 눈먼 아이만을 남겨놓고 부모가 죽어버린 집도 있었다. 그 집에서는 개 한 마리를 기르고 있었는데, 부모가 죽어 아이가 굶주리게 되자, 이 개가 눈먼 아이에게 꼬리를 잡게 하여 마을의 집들을 다니면서 걸식할 수 있도록 하고, 밥을 다 먹고 나면 샘가로 데리고 가서 물을 먹여주기까지 하였다. 이 소문이 조정에 알려지자 어명으로 개에게 정3품의 벼슬을 내렸다. 또한, 마을에서는 이 개가 자비로운 보살이 윤회 환생한 것이라고 하여 개가 지나가는 것을 보면 모든 사람들이 합장하여 절을 올렸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도 서민 대중들은 신라시대 이래의 뿌리 깊은 윤회설을 깊이 신봉하였다. 특히, 윤회전생의 시간적 계기가 되는 죽음에 관한 민속에는 윤회관이 큰 영향을 미쳤다. 육체는 현세에서 사라져 없어지는 현세적 부속물이고, 윤회 전생하는 주체는 혼이다. 그러기에 숨이 끊어지면 가족들은 재빨리 망인의 저고리를 들고 지붕 위로 올라가서 그 저고리를 흔들며 육체를 떠나가는 혼, 윤회전생의 주체를 불러들여야 한다. 이를 초혼(招魂)이라 한다. 그 주체를 불러들여 보다 좋은 세상으로 전생(轉生)하게끔 공을 들일 시간을 벌기 위하여 이와 같은 초혼 습속이 생겨난 것이다.
불교의 윤회설은 고전 소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심청전」이다. 아버지 심 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하여 공양미 300석에 몸을 팔아 인당수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심청은 용궁에 윤회전생을 한다. 용궁에서 호사스럽게 3년을 보내다가 옥황상제의 명령으로 인간계로 다시 윤회전생 한다. 한 송이 연꽃으로 인당수에 떠오르자 뱃사람들이 연꽃을 건져 송나라 황제에게 바쳤고 황제는 왕비로 맞게 된다는 내용이다.
「장화홍련전」에서도 계모의 간계로 장화와 홍련이 원한을 품고 죽게 되는데, 옥황상제가 다시 인간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고 있다. 장화와 홍련의 아버지가 꿈에서 그 윤회의 계시를 받고 부인에게 두 딸이 다시 태어날 조짐이라 하였으며, 그 뒤 딸 쌍둥이를 낳게 되었다.
이와 같이 윤회전생과 관련된 설화는 수없이 많다. 불교의 대표적인 의식도 이 윤회설을 그 바탕으로 삼고 있다. 수륙재(水陸齋)는 한 맺힌 고혼들을 좋은 세상에 태어나게 하는 의식이며, 예수재(豫修齋)는 내세에 좋은 곳에 태어날 것을 살아 있을 때 미리 기원하는 의식이다. 특히, 사십구재(四十九齋)는 윤회사상에 의하여 생겨난 가장 대표적인 의식이다.
옮겨온글
동하합장()()()♡
꽃사진ㅡ송석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