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강해 제4강]
포스(Φῶς)와 포이멘(Ποιμήν): 영적 소경의 눈을 찢고 양들을 부르시는 참 목자
(본문: 요한복음 9-10장)
요한복음 9장과 10장은 분리된 사건이 아닙니다. D. A. 카슨(D. A. Carson)과 레온 모리스(Leon Morris)는 이 두 장이 유대 종교 지도자들(거짓 목자)의 철저한 영적 소경됨을 고발하고, 오직 창조주의 권능으로 눈이 열린 택함 받은 양들만이 참 목자의 음성을 듣고 나아오게 된다는 기독교 구원론의 절대적 뼈대를 구축하고 있다고 묵직하게 증언합니다.
1. 투플로스(Τυφλός)와 실로암(Σιλωάμ): 전적 타락을 찢는 창조의 빛
요한복음 9장, 날 때부터 맹인 된 사람을 두고 제자들이 묻습니다. "이 사람이 맹인으로 난 것이 누구의 죄로 인함이니이까." 인과응보라는 얄팍한 종교적 틀에 갇힌 질문입니다. 주님은 인간의 그 알량한 이성을 단숨에 산산조각 내십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이 사람이나 그 부모의 죄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라... 이 말씀을 하시고 땅에 침을 뱉어 진흙을 이겨 그의 눈에 바르시고 이르시되 실로암 못에 가서 씻으라 하시니 (실로암은 번역하면 보냄을 받았다는 뜻이라) 이에 가서 씻고 밝은 눈으로 왔더라" (요 9:3, 6-7)
날 때부터 맹인(투플로스, τυφλὸς) 된 자! A. W. 핑크(A. W. Pink)의 예리한 주해처럼, 이 맹인은 아담의 타락 이후 스스로의 힘으로는 빛(하나님)을 단 1밀리미터도 볼 수 없는 상태로 태어난 우리 인류 전체의 '전적 타락(Total Depravity)'을 상징합니다.
주님은 말씀 한마디로 고치실 수 있었지만, 굳이 땅의 흙에 침을 이겨 눈에 바르십니다. 이것은 창세기 2장에서 흙으로 사람을 지으셨던 창조주의 권능이 맹인의 닫힌 눈동자 위에서 새롭게 재창조(New Creation)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엄한 구속사적 행위입니다. 그리고 '보냄을 받은 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실로암)의 말씀에 순종하여 씻었을 때, 비로소 그의 눈이 찢어지듯 열리며 빛(포스)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구원은 인간의 도덕적 개선이 아니라, 외부(위)로부터 뚫고 들어오는 절대적인 재창조의 역사임을 묵직하게 찔러 넣습니다.
2. 에고 에이미 호 포이멘 호 칼로스(Ἐγώ εἰμι ὁ ποιμὴν ὁ καλός): 거짓 목자의 심판과 참 목자의 희생
맹인의 눈이 열렸지만, 율법의 잣대에 갇힌 바리새인들은 안식일에 병을 고쳤다는 이유로 예수를 정죄하고 그 맹인 되었던 자를 회당에서 내쫓아 버립니다(출교). 이 참혹한 종교적 폭력 앞에서 예수님은 요한복음 10장의 그 유명한 '선한 목자'의 강화를 벼락같이 터뜨리십니다.
"나는 선한 목자라(에고 에이미 호 포이멘 호 칼로스) 선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거니와 삯꾼은 목자가 아니요 양도 제 양이 아니라 이리가 오는 것을 보면 양을 버리고 달아나나니... 나는 선한 목자라 나는 내 양을 알고 양도 나를 아는 것이 아버지께서 나를 아시고 내가 아버지를 아는 것 같으니 나는 양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노라" (요 10:11-15)
"나는 선한 목자라(에고 에이미 호 포이멘 호 칼로스, Ἐγώ εἰμι ὁ ποιμὴν ὁ καλός)!"
요한복음에 나타난 네 번째 '에고 에이미(I AM)' 선언입니다. 존 맥아더(John MacArthur)는 이 본문이 에스겔 34장의 예언, 즉 이스라엘의 양 떼를 잡아먹던 거짓 목자(바리새인)들을 심판하시고 여호와께서 친히 참 목자가 되어 양들을 먹이시겠다는 약속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완벽하게 성취된 사건이라고 천명합니다.
"선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거니와(텐 프쉬켄 아우투 티데신, τὴν ψυχὴν αὐτοῦ τίθησιν)!"
목자가 양을 지키다 실수로 죽는 것이 아닙니다. 안드레아스 쾨스텐베르거(Andreas J. Köstenberger)의 통찰처럼, 여기서 '목숨을 버린다(티데미)'는 단어는 제단 위에 제물을 능동적으로 '내어놓는다(lay down)'는 뜻입니다. 이것은 대속적 죽음(Substitutionary Atonement)입니다. 만왕의 왕께서 양들(택함 받은 백성)이 당해야 할 지옥의 형벌과 이리(사탄)의 이빨을 자신의 거룩한 육체로 다 받아내시고, 십자가에서 맹렬하게 찢겨 죽으심으로 양들을 살려내시는 '특정 속죄(Particular Redemption)'의 서슬 퍼런 교리가 이 말씀 속에 묵직하게 박혀 있습니다.
3. 에고 에이미 헤 뒤라(Ἐγώ εἰμι ἡ θύρα): 오직 유일한 구원의 문
선한 목자이신 예수님은 자신을 또한 '양의 문'이라고 선포하십니다. 인본주의와 다원주의를 완벽하게 도끼로 찍어버리는 가장 배타적이고도 확고한 진리의 선언입니다.
"그러므로 예수께서 다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하노니 나는 양의 문이라(에고 에이미 헤 뒤라)... 내가 문이니 누구든지 나로 말미암아 들어가면 구원을 받고 또 들어가며 나오며 꼴을 얻으리라 도둑이 오는 것은 도둑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는 것뿐이요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 (요 10:7, 9-10)
"나는 양의 문이라(에고 에이미 헤 뒤라, Ἐγώ εἰμι ἡ θύρα)!"
고대 근동의 양우리는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출입구에는 문짝이 없었습니다. 밤이 되면 목자가 친히 그 출입구에 가로누워 잠을 잤습니다. 목자 자신이 곧 문이 되어, 이리가 들어오려면 목자의 몸을 밟고 넘어가야만 했습니다.
R. C. 스프로울(R. C. Sproul)은 이 구절을 통해 '오직 그리스도(Solus Christus)'의 교리를 엄위하게 벼려냅니다. 인간을 구원하는 문은 철학도, 도덕도, 종교적 선행도 아닙니다. 영원한 생명의 꼴을 얻기 위해서는 오직 갈보리 십자가에서 피 흘리신 예수 그리스도라는 '유일한 문'을 통과해야만 합니다. 이 문을 통과하지 않고 담을 넘는 모든 율법주의자와 거짓 선지자들은 영혼을 노략질하는 강도요 절도일 뿐입니다.
4. 하르파조(Ἁρπάζω): 영원한 안전보장과 십자가의 불가항력적 은혜
예수님의 이 배타적인 십자가 선포 앞에서 유대인들은 또다시 분노하며 돌을 들어 치려 합니다. "당신이 그리스도면 밝히 말씀하소서." 그때 예수님은 그들이 진리를 깨닫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해부하시고, 택함 받은 자들의 절대적인 영적 안전(Eternal Security)을 우주 앞에 천명하십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가 너희에게 말하였으되 믿지 아니하는도다... 너희가 내 양이 아니므로 믿지 아니하는도다 내 양은 내 음성을 들으며 나는 그들을 알며 그들은 나를 따르느니라 내가 그들에게 영생을 주노니 영원히 멸망하지 아니할 것이요 또 그들을 내 손에서 빼앗을(하르파조) 자가 없느니라" (요 10:25-28)
"너희가 내 양이 아니므로 믿지 아니하는도다!"
이 말씀은 인간의 알량한 자유의지를 박살 내는 선언입니다. 믿어서 양이 되는 것이 아니라, 창세 전부터 아버지께서 택하신 '양'이기 때문에 목자의 음성(복음)이 선포될 때 믿게 되는 것입니다!
"그들을 내 손에서 빼앗을(하르파조, ἁρπάσει) 자가 없느니라!"
원어 '하르파조'는 폭력을 사용해 강제로 낚아채어 끌고 간다는 뜻입니다. 제임스 몽고메리 보이스(James Montgomery Boice)는 이 구절을 기독교 구원론의 가장 견고한 반석이라고 극찬합니다. 한 번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피로 구원받은 영혼은, 내 연약함이나 세상의 환난, 심지어 사탄의 그 어떤 맹렬한 공격(하르파조)으로도 성부와 성자 하나님의 그 못 박힌 손아귀에서 결단코 뜯어낼 수 없다는 완벽한 보증입니다. 우리의 구원은 내 행위의 완전함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붙들고 계신 '창조주 목자의 손의 악력(握力)'에 의해 영원히 보장됩니다.
5. 결론: [눈을 찢고 생명을 주시는 참 목자의 십자가 대속]
우리는 모두 날 때부터 영적 소경(투플로스)으로 태어나 진리의 빛을 전혀 볼 수 없는 흑암의 존재들이었으며, 이리의 공격 앞에 스스로를 방어할 능력이 전혀 없는 철저한 무능력자(양)들입니다. 율법의 돌을 던지며 우리를 정죄하고 내쫓으려는 바리새인들의 껍데기 종교는 결코 우리 영혼에 생명을 줄 수 없습니다.
오직 참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늘의 보좌를 버리고 십자가라는 사형의 제단 위로 친히 올라가셨습니다. 목자이신 주님께서 양들을 집어삼키려는 지옥의 이빨과 성부 하나님의 맹렬한 진노를 온몸으로 다 받아내시며, 당신의 거룩한 육체를 찢고 십자가에서 스스로 목숨을 버리셨습니다(티데미). 이 대속적 죽음을 통해 우리의 닫힌 눈이 열리고 생명의 빛(포스)이 쏟아져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참 목자의 찢겨진 살과 피로 세워진 유일한 문을 통과하여, 결코 빼앗기지 않는 영원한 안전망 속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의 무한한 공급과 충만을 누리게 됩니다.
강단에 선 주의 종들은 인간의 얄팍한 처세술이나 공로를 도끼로 찍어버리고, 오직 영적 소경의 눈을 찢어 여시고 당신의 피 값으로 양들을 살려내신 이 무겁고도 영광스러운 '선한 목자의 십자가 대속'만을 한 치의 타협 없이 묵직하게 선포하시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