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blOJ_jiiexI?si=IqAdt2VXjLa4bTH5
김민기 /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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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도
강 은교
모래들의 숨소리가 들리는 바닷가
나는 보았습니다
파도들이 달려올 때는 옆 파도와 단단히
어깨동무 한다는 것을
손에 쥔 하얀 거품이
모래밭을 덮는다는 것을
나는 알았습니다
온몸을 하얀 거품 손에
감춘다는 것을
파도들이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
정암 해변을 아시나요
사람들은 어디, 어느 바닷가의
파도가 아름답다고 합니다
많은 곳을 다녀 보지못했기에
어느 곳이 최고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바닷가인지는 모릅니다.
강원도 양양군과 속초시가
맞닿는 곳의 작은 해변 입니다
그곳을 지나치다 보면
파도가 평화롭게 밀려오는 곳이 보입니다
운전대를 돌려서 내려가려다
바쁜 마음에 지나치고 말고는
집에 와서 다시 그 파도를 그리워하며
되살아 나는 그런 바닷가이지요
얼마전 여름장마 닮은 비가 내리던 날
자동차를 몰고 그곳으로 달렸어요
장대같은 빗속을 뚫고 말이지요
봄이 다 가기전에
꼭 파도가 보고 싶었어요
작은 포구에 도착해서
그 바닷가의 파도가 잘 보일만한
방파제를 따라 갑니다
작은 우산 하나 따위는 피신처가
될 수 없었지만
몽땅 젖은들 어떻겠습니까
폭풍우 사이로 쉴 새없이
띠를 이루며 달리는
빛나는 하얀 파도를 봅니다
거센 바람을 이기고
힘차게 달려 오는 파도 앞에
가슴은 활짝 펴지고
내 안에는 벅찬 삶의 기쁨으로
가득 찹니다
만일 ,
햇살이 높이 떠오르고
바람이 잔잔한 날이었다면
아마도
어머니의 품 같은 평안함으로
넋놓고 그 파도를 바라보고 있었을테지요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없는
파도의 음성을 들으며
지금은 희미해진
사랑의 언어들을 기억해내려
골몰하는 시간입니다
🌹🌹🌹
평화가 가득찬
해변을
오늘도 가슴에서
꺼내어 봅니다
그림 / 조만호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