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백해주신 대로, '인고'와 '인정'이라는 2가지 키워드가 모두 드러날 수 있도록 고쳐 적었습니다. 또한, 나이듦의 덕목이 후세대에 전해질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적었습니다.
고흐의 <해바라기>를 보면, 해바라기가 노란색이다 못해 황금빛으로 빛나는 느낌이 든다. 고흐는 노란색의 마술사라고 불릴 만큼, 사람들을 열광에 빠뜨릴 수 있는 진한 노란색을 구현해냈다. 그러나 정작 그의 <해바라기>를 가까이 들여다보면 붓터치가 아주 격정적이다. 덕지덕지 발라진 물감으로 어떻게 싱그러운 색을 표현했는지 의문이 들만큼 말이다. 사실 그는 죽기 직전까지도 미술계에서 주목받지 못할 만큼 암울한 인생을 살았다. 고흐의 빛나는 노란색은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황시증에서 비롯된 인고의 산물이다. 그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현실 속에 고통받아하며 "내 그림을 본 사람들이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구나라고 말해주길 바란다"는 편지를 남겼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빛나는 노란색은 사후에서야 전 세계 사람들을 열광에 빠뜨렸다. 인생사 새옹지마다.
노란색은 인류가 처음으로 사용한 색 중의 하나라고 한다. 노란색은 어린 동물과 같은 탄생의 색이기도 하면서, 시든 식물처럼 소멸의 색이기도 하다. 고흐는 해바라기를 그릴 때 짙은 노란색과 옅은 노란색을 모두 사용함으로서 자신의 인생의 희로애락을 표현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인생에서 나이가 든다는 건, 곧 빛나는 노란색(행복)을 잃어버리고 빛바랜 노란색(우울)으로만 채워가는 것과 같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국은 황금빛 인생을 위해 조금이라도 어린 나이에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을 가지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OECD는 한국의 청년들이 커다란 행복만을 꿈꾼다며 '황금티켓 증후군'이라는 개념을 언급했다.
나이가 든다는 걸 무르익는 게 아니라 저물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인생이 불행해진다. 황금티켓 증후군을 겪는 청년들은, 나이가 들면서 마땅히 겪어야할 고난을 외면하고 싶어한다. 한국의 풍조는 점차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한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전 세계 응답자들의 삶의 가치 1순위는 가족이었다. 그러나 한국만 유일하게 물질적 풍요를 삶의 가장 큰 원천으로 꼽았다. 희로애락을 겪으며 만들어질 정신적인 성숙보다는, 당장의 행복을 얻을 수 있는 돈이 더 중요한 것이다. 분명 황금색과 황토색은 모두 노란색이지만 한국인은 황금빛 인생 단 하나만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삶이 무르익는 것은 색이 조화로워지는 순간이다. 숫자가 하나 더해졌다고 나이가 든 게 아니라, 행복과 고난이 일정 수준 균형을 유지하는 순간을 나이가 들었다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유퀴즈 <나도 모르게> 편에는 "인고의 시간들이 쌓여 위기까지 다다랐고, 나도 모르게 내 가치를 알아봐 준 타인의 시선들로 절정을 맞이해 삶이 궤적에 나를 증명하는 인장이 새겨졌다"는 말이 나온다. 나의 삶이 증명되기 위해서는 나이를 먹으면서 경험해온 인정(人情)과 인고(忍苦) 모두 중요하다. 고흐가 부드러운 터치가 아닌 거친 붓놀림으로 아름다운 노란색을 표현해낼 수 있었던 이유도 이와 같을 것이다.
요즘, 청년을 주니어로 노인을 시니어로 부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노인들은 삶의 황금기와 암흑기를 모두 경험해 온 무르익은 인생 선배들이다. 청년들이 노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노인들은 자신이 겪어온 인고의 시간들을 알고, 청춘들이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가치를 알아봐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청년과 노인이 함께 살아가는 '한지붕세대공감'과 같은 사업이 주목받고 있는 듯하다. 나이 든 사람들은 더 이상 뒷방 노인네가 아니다. 청년들의 마음에 해바라기를 피워줄 수 있는 노란색의 마술사 '고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