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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등반
2013 타후라툼 서벽(6651m) 신루트 원정보고
서울시산악연맹 교육기술위원회 신루트등반
글 조강현(한국산업기술대 08)
(사진)
1. 원정대 소개
(1) 원정대 이름
2013 타후라툼 서벽(6651m) 신루트 개척등반대
(2) 대상지
파키스탄 카라코람 히말라야 히스파르빙하 타후라툼(6651m)
Tahu Rutum in Karakoram Himalaya, Pakistan
(3) 원정 기간
2013년 7월 3일~2013년 8월 22일(51일간)
(4) 원정대원
원정대장 : 장귀용 / 등반대장 : 심권식
대원 : 강인철, 조민수, 조강현(한국산업기술대 08), 홍승기(한국외대 10)
B.C 메니져 : 남정아
(5) 등반목적
가. 소규모/저비용/등로주의 실현
나. 6000m급 거벽 신루트 개척등반을 통한
한국산악인 위상고취
다. 히말라야 고산거벽 원정을 통한 경험 축적
라. 히말라야 히스파르빙하지역 탐사
(6) 원정성과
심권식 등반대장 낙석으로 인한 대퇴부 골절로
등반대원 전원 6000m 지점에서 철수
2. 등반일지
2013년 7월3일 (맑음)
설레는 마음을 안고 서울시산악연맹, 협찬사 내외분과 대학산악연맹의 선배, 동기들의
응원과 격려를 받으며, 인천국제공항에서 10시20분 비행기로 원정대의 첫발을 내딛었다.
장시간의 비행과 홍콩, 방콕을 경유해 저녁 9시40분(한국시간 01시40분)에 파키스탄 수도인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도착을 하였다. 도착하자마자 원정대의 대행사인 블루스카이의 굴람과 메니져를 만나 서울클럽이라는 숙소로 이동을 하였다. 처음 해외원정을 경험하게 된 나는 파키스탄의 분위기와 무질서한 도로교통이 낯설고 당황을 하였다. 첫날의 숙소는 더웠고, 늦은 시간이었지만 장시간의 피곤으로 인해 전대원들은 취침을 하였다.
7월4일 (맑음)
일찍 기상을 하고, 항공으로 보냈던 카고백과 PVC박스 체크를 하고, 환전소에 들려 원정대의 비용과, 대원 개인의 비상금을 환전하고 이슬라마바드에서 제일 높은 전망대(1110m)의
Monal's Tree House에서 각자 기호에 맞는 커피와 장위원장님이 시켜주신 피자를 맛있게 먹은 뒤 저녁에는 시장(바자르)로 이동하여, 금주국가인 파키스탄에서 무알콜 맥주와 주식인 짜파티와 치킨, 고기를 먹고 다시 숙소로 이동을 하였다. 과일을 좋아하시는 인철이형께서 망고와 메론, 사과 등을 사서 간단히 대원 미팅 때 과일을 맛보고 내일 스카르두로 떠나기 위해 일찍 짐을 꾸리고 취침을 하였다.
7월5일 (맑음)
오늘은 파키스탄 현지 분쟁과 낭가파르밧 테러사건 등으로 인해 대행사에서 차량이동을 안하고, 바로 스카르두까지 비행기로 이동을 위해 5시에 기상을 하였다. 공항에서 다시 스카르두까지 약 1시간의 비행을 하고, 스카르두 공항(2180m)에 도착을 하였다. 내가 이번 원정에서 기록을 담당해서 시간과 고도, 기온 등을 수시로 체크를 하였는데, 이슬라마바드에서는 오후 2시쯤 온도가 약 40도에 가까웠지만, 스카르두로 조금 고도가 높은 도시로 오니 시원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대행사의 차를 타고, K2호텔로 이동해서 조금 쉬다가 블루스카이 대행사로 넘어가 원정대 팀을 책임지게 된 쿡(이스마일)과 키친보이(핫산)을 만나 인사를 하고, 쿡과 키친보이가 필요한 장비들을 체크하고, 바자르로 넘어가 치킨커리와 짜파티를 먹고, 카라반과 B.C에서 먹을 야채와 김장재료를 사고, 시장구경과 한국에 보낼 엽서와 부족한 장비 스노우바2개와 지도를 구입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나는 시차와 여러 가지 피곤해서 잠이 들고, 정아누나와 나머지 형들은 김장을 하고, 7월3일이 생일이신 심권식 등반대장님을 위해 비록 몇일이 지났지만, 케익을 사고 중국음식을 하는 식당으로 가서 스파게티, 튀김 등을 먹으면서 등반대장님의 생신을 축하해드렸다. 케익이 하나였지만, 식당 사장님께서 한국에서 원정을 오고 생일이라고 말을 하니 서툰 한국 글씨를 새겨 또 하나의 케익을 만들어 주셨다. 그렇게 웃으며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잠이 들었다.
7월6일 (맑음)
4시40분에 기상해서 서양식으로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훈자라는 도시로 출발하였다.
도로 중간중간 살구를 따서 먹고, 원정대원들은 더워서 힘든데 키친보이가 감기에 걸려 긴옷을 덮어 주고, 양 옆으로 강으로 떨어지는 절벽과 도로 바로 옆의 암벽구간을 통과하는데 차량을 운전해주는 기사는 내가 본 어떠한 드라이버 보다도 더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오랜 이동에 다들 잠을 자면서 가고 있는데, 길이 막혔다. 중장비까지 와서 돌을 치우고, 다행히 1시간 정도 대기 끝에 훈자로 다시 출발하였다. 알리아바드에 4시30분쯤 도착해서 계란과 음료 등을 구입하고, 훈자뷰 호텔(2280m)에 짐을 정리하고, 다른 차편으로 온 원정대 짐을 체크하고 민수형과 정아누나, 승기와 함께 버너와 코펠로 잠들기 전 라면을 끓여먹고 각자 엽서를 쓰고 늦은 시간에 잠이 들었다.
7월7일 (맑음)
어제는 안개로 인해 보이지 않던 레이디핑거와 울타르피크 사진을 담기 위해 일찍 옥상으로 올라가 사진을 찍고, 토스트로 식사를 마치고, 짚차 4대로 히스파르 마을로 출발을 하였다.
40분 정도 지나니 나가르(2420m) 마을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대마초를 구경하고, 더 잘보이는 레이디핑거를 보며 멋진 등반지라는 설명을 듣고, 포터들의 지체로 조금 늦게 출발을 하였다. 내가 탄 짚차는 4륜구동 기어가 잘 안되서 겁이 조금씩 나기 시작하고, 중간중간 길도 작은 돌들로 인해 포터들이 내려 치우고 다시 출발하기를 반복하면서 최종 마을로 계속 이동을 하였다. 가다가 길이 너무 좁아 내가 앉은 왼쪽편 백미러가 부러지고, 얼마전 비로 인해 도로가 끊겨 차는 이동을 못하고, 포터들이 길 건너로 짐을 옮기고, 히스파르 마을에서 트렉터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트렉터가 와서 짐을 싣고, 그 많은 인원을 태우고 가파른 언덕길을 계속 오르니 히스파르(3120m)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고, 잘 가꾸어진 논을 보면서 마을 도착. 타프를 치고, 한국에서 가져온 학용품 등을 꺼내어 마을 학교 학생들 약 200명 정도에게 연필, 노트 등을 전달했다. 문명의 혜택을 거의 못받는 아이들을 보니 많이 안타까웠다. 그렇게 학용품을 전달하고, 파키스탄으로 와서 5일이 지나고서야 흰 밥과 북어국을 먹고 카타딘 정수기로 물을 정수하고 내일 카라반을 위해 잠자리로.
7월8일 (맑음)
바람이 심하게 불어 잠을 설치고, 5시부터 개인 카라반 짐과 포터들에게 짐을 분배한 후
드디어 첫 카라반 시작. 구르분 초원을 지나 쿠냥츠시 빙하를 건너 비탄말(3815m)까지 11시간을 걸어 카라반 첫 야영지에 도착을 하였다. 첫 원정인 나에게는 하루에 고도를 많이 올린 것과 잠시 휴식을 하면서 낮잠을 30분을 자서 그런지 고소증세가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스피린과 다이아녹스를 먹고 잠이 들었다.
7월9일 (비-맑음)
8시에 기상해서 장귀용 원정대장님께서 전날 늦어지시는 바람에 계속 기다리니 10시쯤 도착을 하셨다. 심권식 등반대장님께서 하루 쉬자고 하셔서 휴식을 취하면서, 승기와 나는 흩어져있는 돌멩이들로 협찬사와 좋아하는 여자친구의 이름을 돌을 놓고 사진을 찍었다. 휴식이었지만 제일 힘들었던거는 멀리서도 사진에 나오게 하기위해 KOVEA를 약 1.5m 크기로 돌을 놓아 글자를 만들었던 것. 다행히 하루 쉬면서 고소증세는 서서히 없어지기 시작했다.
7월10일 (비-흐림)
또 먼 거리를 이동해야되서 5시부터 준비를 했다. 가다가 그나마 거리가 짧은 빙하지대? 지도상으로는 쿠냥츠시 남봉쪽 Dachigam이라는 명칭으로 되어있는 구간을 통과하고, 평소와 다르게 기온이 많이 떨어져 하루종일 기온도 8~17도 정도로 낮은 기온이었다. 6시간 정도 이동해서 쉐이캄바리스(4120m)에 도착했다. 포터들이 오늘 더 가게 되면 식수도 그렇고, 잠을 자기에는 땔감도 없고 불편한 곳이라고 하여 오늘은 여기서 야영을 하기로 했다. 너무 카라반 일정이 길어지는 것 같아 포터 대장인 “사다”후세인과 내일은 무조건 카니바사까지 가기로 결정을 하고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취침을 하였다.
7월11일 (눈-흐림)
아침에 눈을 뜨니 하얀 세상이었다. 전날 밤에 비가 오다가 기온이 떨어져 눈이내렸다.
8cm가량 쌓여있는 눈을 보면서 기상. 눈이 계속 내려 일찍 출발을 못하고 10시20분에 출발을 하였다. 출발 전까지 계속해서 민수형,승기 그리고 인철이형과 나 두팀으로 윷놀이를 하다가 출발. 기온도 낮고 하루종일 기압도 600대에서 바뀌질 않았다. 유트마르빙하 초입에서 넘어갈 때까지 약 2시간이 걸렸고, 약 8시간 이동을 해서 카니바사 하르(4316m) 야영지에 도착을 해서 타프를 치고, 민수형과 정아누나를 기다렸다. 그런데 포터들이 우리가 쓸 타포린을 가져가서 민수형이 화가나서 걷어서 가지고 오셨다. 포터들과 마찰이 있으면 좋지 않지만, 날씨로 인해 꼭 필요했던 터라 짐에 사용을 하고, 전부 피곤했는지 저녁을 먹고 취침하였다.
7월12일 (눈-맑음-눈)
아침부터 기온이 3도였다. 눈도 내리고 B.C까지 가야되는 날이라서 7시15분에 출발을 하였다. 걸어가면서 밑에서는 초원도 있었고, 꽃과 벌레들도 보였었지만 점점 고도가 높아지니 보이는 건 온통 암석뿐이고, 오른쪽은 계속 돌로 덮여있는 빙하뿐이었다. B.C가 속해있는 카니바사 빙하에서 건너지 않고, 왼쪽으로 돌아 북쪽으로 이동을 하였다. 타후라툼 서벽이 한눈에 보이는 빙하위에 B.C를 설치하기 전에 짐을 들고 오던 포터가 크레바스에 빠져 먼저 도착했던 등반대장님과 민수형, 승기가 빠진 포터를 끌어 올리고, 뜨거운 물과 약을 주면서 체온을 유지시켰다. 그 후 B.C(4660m)에 돌로 축을 쌓고, 돌들을 정리한 후 텐트를 치고, PVC박스와 카고백을 정리하고 B.C 입성을 서로 축하를 하였다.
7월13일 (맑음)
혹시나 또 고소를 먹을까봐 약을 먹고, 밥과 숭늉을 먹고 키친텐트를 정리하고, 씻지 못했던 대원들을 위해 키친보이가 물을 끓여주었다. 각자 세면과 빨래를 하고, 오후엔 다같이 낮잠. 발전기 점검과 노트북, 전자기기들을 충전하고 저녁 메뉴는 카레. 커피와 각종 차를 마시면서 승기의 노트북으로 다운받아온 산악영화 “모두의 산”을 재밌게 본 후 취침.
7월14일 (맑음)
이제부턴 카라반은 끝나고 장비와 등반식량을 전부 올려야 되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 무전기부터 점검을 하고, 오전에는 각자 장비들과 공동장비를 챙기고, 크램폰 바닥에 PVC박스를 오려 덕테이프로 고정을 해서 눈에 미끌리지 않도록 저렴하게 제작을 하고, 오후1시에 출발. 처음가는 초행길이고, 오후라서 눈이 많이 녹아 계속 빠지면서 약 6시간을 걸어 전진캠프까지는 못가고, 공동짐들을 데포 시켰다. 다시 B.C로 하산하는데 2시간 정도 걸렸고, 이중화가 다 젖어버려서 내일까지 마르길 바라면서 잠이 들었다.
7월15일 (맑음)
오늘은 휴식..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하면서 제 2차 윷놀이 대결! 10판정도 하고 내일 옮길 짐들을 정리하고, 승기와 나는 테이프 슬링을 길이별로 짤라 매듭을 지어 확보용과 각자 쓸 용도로 슬링을 만들고 쉬다가 저녁은 등반대장님의 손맛으로 만든 수제비를 쿡과 키친보이와 함께 저녁을 먹고, 노트북으로 한국의 걸그룹과 정아누나가 나왔던 요세미티 등반 영상을 보여주고 내일 눈이 잘 얼어있길 바라면서 취침.
7월16일 (눈-맑음)
계속 비와 눈이 섞여 내리는 바람에 출발은 못하고 대기를 하고 있다가 10시10분에 출발을 하였다. 다행히 기온이 낮아 그렇게 많이 빠지지는 않고, 전에 데포 시켜놓은 짐들까지 다시 들고 전진캠프까지 올라갔다. 5시40분에 도착해서 전진캠프(5125m)에 텐트를 설치하고, 장비와 식량등을 넣고 하산. 내려가니 키친보이가 타먹는 음료수를 만들어 내려온 대원들에게 한잔씩 음료수를 주었다. 목도 마르고 지친 상태에서 오렌지쥬스 맛이 나는 음료를 먹으니 힘이 났다. 내일은 하루만 고생하면 된다. 하루만 더 짐을 올리면 휴식이니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
7월17일 (맑음-흐림)
오늘은 마지막 짐수송. 5명 모두 파워워킹으로 4시간도 안걸려 데포지점 짐까지 더 챙겨 전진캠프에 도착을 하였다. 텐트 한동을 더 치고, 컵라면을 하나씩 먹고 하산. 내려오니 정아누나의 율무차와 핫산의 환타 가루쥬스를 마시고, 저녁으로는 정말 한국음식을 잘하는 이스마일표 짜장소스에 밥을 비벼먹고, 원정대 전체 미팅을 하면서 앞으로의 일정 등을 회의하고 내일의 꿀맛 같은 휴식을 위해 체력비축.
7월18일 (맑음)
맛있는 꽁치찌개로 하루를 시작. 쉬면서 밀린 빨래와 아솔로 이중화를 말리고, 대학산악연맹의 외대산악부 선배이신 정광식 선배님의 “영광의 북벽”을 전부 다 읽어버렸다.
80년대에 장비와 의류 등 힘든 조건과 힘든 날씨에서도 위험하다는 아이거 북벽을 그 시대에 오르신 등반기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었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동기들과 아니면 마음이 잘 통하는 선.후배들과 평생 기억에 남을 등반을 할 수 있을지...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나도 꼭 나중에 등반기를 한권의 책으로 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앞으로는 더 많은 등반 책들을 읽어야겠다라는 다짐을 하고, 카레와 밥을 많이 먹고 코코아 한잔을 마시고 내일 올라갈 생각을 하면서 일찍 잠이 들었다.
7월19일 (맑음)
김치찌개의 힘으로 전진캠프까지 빠르게 도착했다. 불로 비빔밥을 점심으로 먹고, 내일 짐수송을 위해 짐을 2차데포 지점을 만들어 데포를 시켜놓고, 새벽부터 출발해야되서 일찍 5명의 대원이 두 개의 텐트로 나뉘어 취침.
7월20일 (맑음)
확실히 고도도 높고 일찍 기상을 하니 기온이 영하권이다. 한국에서는 여름인데 추운곳으로 오니 약간 추위를 더 타는 느낌을 받았다. 2차 데포지점에서 짐을 정리하고, 등반대장님과 승기가 길을 내면서 올라가고, 민수형과 인철이형 나는 죽어라 홀링... 익스트림라이더를 최근에 33기로 수료하면서 배운 홀링 덕분에 그나마 힘들지만 조금 더 빨리 올리지 않았나싶다. 시간이 늦어져 3차 데포지점(5450m)을 만들어 홀링백과 장비들을 데포하고 하산.
젖은 이중화와 양말을 말리고, 힘든 하루였지만 기록으로 인해 하루일정을 쓰고 취침.
7월21일 (맑음)
라면과 호박죽 스프로 아침을 먹고, 데포지점이로 이동하여 어제와 같이 등반, 홀링조로 나뉘어 진행하였다. 오후가 되면서 기온이 많이 상승해 스노우샤워와 낙석도 많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등반팀은 베르그슈른트 지점까지 등반을 하고, 홀링팀은 한피치 밑에서 홀링을 마감하였다. 짐들을 데포 시켜놓고 스노우바로 확보지점을 만들고 하강. 또 저녁으로 불로 고소식량을 먹고, 3시 기상이라는 등반대장님의 말씀을 듣고 일찍 잠이 들었다.
7월22일 (흐림)
한시간 늦은 4시에 기상해서 스프로 간단히 몸을 녹이고, 다시 올라가서 등반과 홀링조로 하고 있었는데 대장님께서 속도가 많은 늦다고 조금 쓴소리를 하셨다. 민수형과 인철이형, 나는 홀링을 1:1 시스템으로 10~15번 정도의 횟수로 힘들어서 조금씩 올리고 있었는데 민수형이 대장님의 쓴소리를 듣고, 먼저 내려가버리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전부 분위기가 안좋아졌고, 베르그슈른트(5690m) 밑에 확보지점까지 홀링백을 데포를 시킨 후 하산을 하기 시작했다. 어제는 잘 보였던 깐주사르1,2봉과 카니바사 봉우리가 잘 보였었는데 흐린 날씨로 인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산을 하면서 전진캠프를 지나 대장님, 나, 승기 순으로 하산을 하고 있는데, 내가 크레바스에 얼굴을 빼고 몸이 전부 빠져버렸다. 다행히 가방이 조금 걸렸고, 스틱이 있어서 대장님께서 스틱을 끌어주셔서 빠져나왔다. 기온은 낮았지만 눈이 계속 많이 녹아서 빠지고, 신발도 많이 젖었다. 그렇게 B.C까지 도착을 해서 눈치를 보면서 다들 조심히 행동을 하였다. 내려와서 보니 얼굴이 바라클라바 트인 부분만 얼굴이 많이 타있었다. 그새 수염도 많이 길어져 뜨거운 물로 머리와 면도를 하고,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원정대 첫 긴급회의가 열렸다. 오전에 민수형이 홀링 도중 먼저 내려간 행동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였는데, 대장님께서는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하시는 말씀에 승기와 나는 많이 당황을 하였고, 민수형과 인철이형도 그렇게 하겠다라고 하시어 분위기가 더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좋지 않은 방향으로 회의가 끝나고, 시간이 지나고 나니 다행히 민수형이 먼저 사과를 드리고 대장님도 조금씩 화가 누그러지셔서 좋게 마무리가 되었다. 전부다 천만다행으로 좋게 끝나서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원정팀의 분위기가 다시 좋아지면서 서벽 신루트를 향한 성공의 기운이 도는 것 같았다. 전대원이 파이팅을 외치며 기분 좋게 취침을 하였다.
7월23일 (맑음)
B.C에서 좋은 기운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햄과 계란을 먹으면서 맛있는 아침식사를 하고, 각자 휴식을 가졌다. 낮잠도 자고 얼마전 읽은 “영광의 북벽”을 다시 생각하면서 혼자서 책을 만들어 보기 위해 목차와 소제목 등을 정하면서 개인 기록수첩에 적고, 발전기를 돌려 카라반부터 찍은 사진과 영상들을 보고, 젊은 나와 승기는 미리 한국에서 다운받아놓은 예능프로를 보면서 웃고 놀다가 MBC 다큐멘터리로 나왔던 조 심슨의 아이거 빙벽 프로를 보고, 카레와 짬뽕 국물로 저녁을 먹고 침낭 속으로.
7월24일 (맑음)
오늘은 다른날과 다르게 기온이 아침 8시의 기온이 24도여서 잠에서 깼다. 각자 휴식을 가지면서 너무 지루하기 시작해서 그런지 전부 노트북 앞에 앉아 5.18 민주화운동에 관련된 영화를 보고 다시 짐을 챙겨 전진캠프로 출발했다. 그새 눈이 많이 녹아 크레바스 많이 생기고, 평소보다 시간이 더 걸려서야 도착을 하였다. 나와 승기는 도착해서 눈을 녹여 물을 만들고 저녁을 먹은 후 내일부터는 설벽구간 등반과 홀링이라 일찍 잤다.
7월25일 (맑음-눈)
어제는 더웠지만 고도가 높아지니 아침기온은 영하 6도. 날씨는 좋은데 타후라툼 벽에만 눈이 내리고 있었다. 베르그슈른트에 도착해서 승기가 약 105도, 8m 정도 되는 오버행을 등반을 하다가 추락을 하고, 기온도 낮고 눈도 내리니 손도 시리고 몸도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계속 등반을 하면서도 위, 양옆으로 스노우샤워와 낙석이 떨어져 “낙석” 소리를 계속 외치며 등반을 계속 하였다. 홀링백을 데포시키고 하강을 해서 전진캠프로 내려갔다.
7월26일 (맑음)
아침부터 바람이 심하게 분다. 전진캠프에서 3시간이 걸려 베르그슈른트에 도착해서 다시 상단 설벽구간으로 올라갔다. 등반, 홀링을 계속하면서 스노우샤워와 낙석, 낙빙으로 위험한 상황에서 대원들 모두 등반을 하고 있던 도중 저녁 6시에 등반대장님께서 낙석에 오른쪽 대퇴부가 골절되신 것 같다고 하셔서 선등이던 승기와 홀링을 하던 민수형이 대장님께 가서 응급처치를 하고, 인철이형과 나는 바로 하강을 시작해 전진캠프까지 내려가 텐트 1동과 버너, 코펠, 침낭, 식량 등을 다시 들고 베르그슈른트 밑에 평평한 지점에 텐트를 치고, 물을 끓여 다시 베르그슈른트까지 올라갔다. 많이 지친 대장님과 민수형, 승기에게 따뜻한 물을 드리고, 하강을 도우면서 텐트를 친 지점으로 내려왔다. 모든 구조가 끝난 시간은 새벽3시30분이었다.
7월27일 (맑음)
5명의 대원이 한텐트에서 전부 쪽잠을 자고, 3시간 정도 자고 다시 일어나 라면을 끓여 몸을 녹이고, 헬기가 7시에 왔지만 대원들이 있던 높이와 헬기가 착륙할 위치가 좋지 않아 픽업을 하지 못했다. 전진캠프에 헬기가 계속 있어서 인철이형이 무전기를 들고 뛰어 내려가셨다. 그러나 헬기는 떠났고, 인철이형의 무전이 왔는데 쿡(이스마일)만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장귀용대장님은 어디 계시냐고 물으니 헬기를 타고 가버렸다고... 이스마일이 헬기 조종사와 이야기를 한 내용은 “환자는 위에 있다. 이 사람은 환자가 아니고, 올라가서 부상이 심한 환자를 태워서 가라”라고 말을 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장귀용대장님이 쿡을 남겨놓고 헬기를 타고 스카루드로 가셨다고... 그래서 다시 B.C에 있는 정아누나에게 무전을 해서 오후에 헬기가 다시 오도록 연락을 해보라고 하였으나 내일 올 수 있다고 연락을 받았다. 썰매로 대장님을 다시 전진캠프로 하프클로브히치로 줄을 내리면서 하강을 했다. 전진캠프에 도착하니 12시10분. 다들 지치고 배가 고파 라면과 비빔밥을 해서 점심으로 먹고, 4시까지 쉬다가 대장님과 민수형은 전진캠프에서 주무시고, 인철형과 승기, 나는 다시 B.C로 내려왔다. 다행히 내일 헬기가 뜬다고 하여 대장님 개인짐을 가지러 와서 짐을 챙겨놓고 새벽 일찍 출발을 하기 위해서 일찍 잠을 잤다.
7월28일 (맑음)
너무 피곤했던지 나는 일어나지 못하고, 인철형과 승기가 대장님의 개인짐을 가지고 새벽부터 출발을 해서 다시 올라갔다. 헬기는 8시45분쯤 와서 대장님을 픽업해서 스카루드로 출발을 하셨다. 사고로 인해 다치시게 되어 귀국해서 대원들 모두 병원으로 가서 인사를 드리러가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전부 B.C로 와서 구조활동으로 인한 피곤함을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면서 이스마일이 해준 “빨라타”를 설탕과 케찹에 찍어 먹고, 안먹고 놔둔 콜라를 꺼내 한잔씩 나눠 마시고, 쉬면서 또 죽음의 윷놀이. 윷놀이만 2대2로 편을 나눠 16판을 하고, 나머지 6명의 대원들은 회의를 했다. 일정표를 보면서 어떻게 진행을 할건지.. 등반을 갈거냐 아니면 휴식을 취하다가 회수를 하러 다시 가겠냐의 상황에서 전 대원이 아쉽지만 헬기도 두 번이나 뜨고, 또 사고가 나면 안되니 장비회수하고 안전하게 귀국하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그래서 몇일 쉬었다가 장비 회수하고, 내려가는 방향으로 결정이 났다.
7월29일 (맑음)
전부 아쉬운 마음을 잊어버리고, 개인 의류와 침낭 등을 햇볕에 널어놓고, 발전기를 돌려 영화를 보았다. 그런데 발전기가 계속 말썽을 부려 켰다 꺼졌다를 반복되면서 그냥 포기하고 전부 책읽기 모드로 들어갔다. 그렇게 휴식을 하다가 저녁을 먹고, 쿡 이스마일과 같이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니 결혼한지는 7년이 되었고, 원정 일정이 끝나면 와이프와 함께 라홀로 여행을 간다고 한다. 그리고 핫산은 같은 마을의 동생이고, 스카루드에서 5시간 정도 걸리는 “카네”라는 마을에서 산다고. 이런저런 개인적인 질문들을 해서 더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아름다운 히스파르 빙하 위에서 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들을 보면서 잠이 들었다.
7월30일 (맑음)
아침부터 장귀용대장님과 심대장님의 짐들을 카고에 정리하고, B.C의 텐트 밑이 많이 녹아키친텐트 바닥을 보수했다. 오늘은 홍승기 영화관 상영이 있는 날이다. 전부 자거나 책을 읽거나 하도 지루해서, 노트북으로 분노의 질주 시리즈별로 다보고, 몬텐콘스프? 맛이 좀 특이했지만 짜장소스와 밥을 비벼먹고, 아껴두었던 번데기와 골뱅이로 안주삼아 소주를 조금씩 마시고 지루한 하루 휴식을 마감하였다.
7월31일 (맑음)
몸을 움직이기 위해 아침일찍 일어나 장비회수를 위해 전진캠프로 올라갔다. 눈에 빠지지 않기 위해 눈이 없고, 단단한 곳으로 돌아서 쉬엄쉬엄 올라왔다. 그사이 지형이 바뀌어 있어서 다시 텐트주변 바닥을 정리하고, 회수를 위해 하이캠프로 올라갔다. 그러나... 급한 마음에 텐트에 스노우바로 연결을 해놓지 않아 텐트가 날아가 버렸다. 계속 찾다가 없어서 다시 허탈한 마음으로 전진캠프로 다시 내려와서 내일을 위해.
8월1일 (맑음)
4시에 일어나 간단히 개인 짐을 들고 다시 올라갔다. 총 7피치되는 구간에 홀링한 짐들과 장비들을 회수를 하면서 내려왔다. 승기가 먼저 내려가고, 두 번째는 나, 세 번째로 인철형이 내려오시고, 라스트로 민수형이 내려오는 도중 베르그슈른트에서 2피치 지점에서 장비 회수와 하강중에 민수형이 오른쪽 어깨에 낙석을 맞아 매달려서 혼자 자력으로 왼손으로 하강을 해서 내려오셨다. 민수형의 부상정도를 보니, 타박상인지 골절인지 알 수는 없고, 어깨는 점점 부어오르기 시작하고... 그나마 서로 다행이었던 것은 다리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민수형이 말씀을 하셨다. 민수형 짐을 서로 나누어 각자 배낭에 넣고, 하산을 했다. 여러번 짐수송으로 올린 짐들을 먼저 귀국하신 대장님과 다친 민수형을 제외하고, 인철형과 나 승기 세명이서 그 짐들을 전부 챙겨서 내려가는데 너무 힘이 들었다. 텐트로 도착해 물을 끓여 라면을 먹고 다들 곤히 잠에 빠졌다.
8월2일 (맑음-흐림)
또 아침부터 기온이 높아지기 시작해서 B.C로 텐트까지 전부 다 챙겨서 썰매로 내려오는데 아침이라 그래도 괜찮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여태까지 왔다갔다 하면서 제일 많이 빠진 날이었었다. 죽을 힘을 다해 썰매를 끌면서 내려가니 밑에서 이스마일과 정아누나가 올라와서 짐을 나눠 다시 내려갔다. 그리고 B.C에 도착하니 잠깐 쉬고 다시 올라갔더니 핫산이 카고를 들고 와주어서 한번 더 올라가지 않아도 되었다. 신발을 벗어보니 왼쪽 뒤꿈치가 까져서 피가나고 있었다. 내가 가져간 이중화가 다 찢어지고 그래서 대장님의 이중화를 신었는데 사이즈가 커서 계속 뒤꿈치가 쓸려 내려오니 아프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나의 뒤꿈치를 치료해주고, 승기와 짐을 정리하고, 민수형의 어깨를 치료한 뒤 저녁으로 특별메뉴인 감자튀김을 먹고, 오후에 날씨가 흐려져 솔라판 충전이 20% 밖에 되지 않아 골제로의 불이 8시가 조금 넘어서 꺼져버렸다. 다들 어두워져서 일찍 취침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오늘의 제일 큰 빅뉴스는 민수형의 어깨 문신이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해서 B.C의 큰형님으로 모셨다.
8월3일 (비-흐림)
어제 밤늦게 내린 비로 나갈 수도 없으니 계속 잠을 잤다. 일어났는데 오른쪽 가슴쪽과 등쪽이 계속 담걸린 것 처럼 아파서 약을 먹고, 정아누나는 장난으로 마음이 아프다고해서 다들 웃었다. 2시에 라면과 부침개를 먹고, 나는 또다시 아스피린과 근육진통제를 먹었다. 하도 심심해서 이스마일과 이야기를 하는 도중 지금 파키스탄은 “람산”이라는 무슬림 신자들이 한달동안 밥도 안먹는 축제 기간이라고 한다. 행사가 8월10일에 끝이 나는데, B.C 철수가 10일인데 그날이 행사의 마지막 날이라 큰파티가 열려 포터들이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고 해서 다들 조금씩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몬순기간이라고... 올해는 우리팀이 마지막 등반팀인 것 같다고 말을 해주고, 저녁 식사 후 영화를 보고 취침.
8월4일 (흐림-비)
아침을 먹고 쉬고 있는데 계속 비가 내려 장비 정리가 불가능해서, 조금 남은 소주를 마시기위해 옥수수콘, 참치, 밀가루를 섞어 그 위에 치즈를 올려 맛있는 안주를 만들어 먹고, 덩어리로 썰어 스테이크를 하나씩 술과 함께 먹으면서 피로를 풀고, 그동안 원정기간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하고, 오후엔 잠을 자고, 저녁이 되니 하늘에 별이 보였다. 흐린 날씨로 별이 그렇게 많이 보이진 않았지만 왠지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그러다가 라면땅을 먹으면서 핫산에게 24살로 들었는데 몇 년생이냐고 물었더니 87년생이라고...
나는 여태까지 동생인줄 알고 있었는데 두 살이나 많은 형이었다니... 결혼까지 한 능력있는 파키스탄의 핫산형. 형이라 부르기로 하고 잠을 잤다.
8월5일 (맑음-흐림)
오늘까지도 여전히 오른쪽 가슴의 근육통?은 아침부터 나를 괴롭혔다. 진통제와 항생제를 먹고, 개인짐과 공동짐을 정리하고, 따뜻한 물로 머리를 두 번 감고, 면도까지 하고나니 파키스탄 훈남이 되버린 오늘의 나. 스파게티와 곡물라떼를 먹고 마시면서 간단히 정리를 하고 나니 갑자기 우박이 떨어졌다. 이곳의 날씨란... 5시에 이스마일과 하행카라반 일정과 포터의 수에 대해 회의를 하고 10일날 아침에 내려가는 걸로 결정을 하고, 이스마일이 저녁으로 계란찜을 하였는데, 새우젓을 너무 다량으로 넣어 짜게 먹을 수 밖에 없었다. 또 후식으로 은어포와 땅콩, 라면땅을 먹고 나니 전부 귀국할 때 살이 쪄서 가는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 무거운 몸을 매트리스 위에 뉘우고 잠을 잤다.
8월6일 (맑음)
날씨가 좋아 아침부터 사진 찍는다고 B.C 주변을 돌면서 사진 찍고 있는 도중에 왼쪽 뒤꿈치 까진곳이 돌에 찍혀 또다시 피가 났다. 약을 바르고 다시 치료를 한 다음 매트리스를 밖으로 들고 나가 누워서 잠깐동안의 일광욕. 그렇게 쉬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연맹에서 위성전화가 와서 들어보니 심대장님은 수술 받으시고, 누워계신다는 연락을 받고, 식량으로 남아있던 팥과 젤리, 연유를 어떻게든 먹자고 승기랑 결론을 내고, 둘이 깨끗한 얼음을 찾아 바일로 얼음을 깨서 팥빙수를 만들었다. 이스마일도 처음보는 음식에 관심을 가져서 팥빙수를 만들어 주고, 전 대원이 모두 폭풍으로 흡입을 하였다. 정말 배탈이 났어도 상관이 없을 정도의 달콤한 맛. 우모를 입고 팥빙수를 먹는 대원들. 먹고 쉬면서 나는 영어단어책을 꺼내 60개 정도 보고나서 머리가 아파 다시 책을 접고 별을 감상하면서 꿈나라로.
8월7일 (맑음)
휴식하는 기간이 길어지니 점점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의 무한 반복.
그저 다들 시간만 가기만을 바라고, 이틀이나 더 있어야 된다는 생각에 다들 말이 없고 지루한 하루였다.
8월8일 (맑음)
오늘도 여전히 움직일 상황이 없으니 계속 누워서 이것저것 생각만 하고, 손톱 등을 정리하고, 또 먹기만 하고, 지루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고등어찜은 하자고 해서 키친텐트에서 이것저것 넣어서 이스마일이 만들고, 나는 맛을 보고 괜찮아질 때까지 계속 끓였다. 고등어찜과 스테이크로 저녁을 먹고, 커피도 다 떨어지고 차도 없어서 키친텐트로 가서 짜이를 만들어서 먹었다. 다들 지루하니 잠은 일찍 잠들 수 밖에...
8월9일 (맑음)
지루한 휴식의 마지막 날. 마지막으로 카라반 짐들을 패킹하고, 카라반때 마실 물을 정수하고, 텐트 주변 정리를 한다음 쉬다가 저녁을 먹고, 내일 포터들이 올라온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도 좋아지고, 한편으로는 타후라툼 B.C에서의 생활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성공을 못해 많이 아쉽기도 하고, 빨리 내려가고 싶기도 하고, 그래도 약 30일간 있었던 타후라툼의 생활이 많이 생각이 날 것 같아 잠자리에 쉽게 들지 못했다.
8월10일 (맑음)
짐을 정리하고 있으니 포터들이 7시가 조금 넘어 올라왔다. 포터들이 하나씩 짐을 챙겨 하행 카라반을 시작했다. 내려가면서 상행 카라반때 잘 못 봤던 히스파르 패스의 엄청난 크기와 높이에 많이 놀랍고도 신기했다. 많이 녹은 빙하와 흘러내리는 물의 수량이 많아져 개울도 많이 넓어졌다. 카니바사 하르를 지나 빙하물이 흐르고, 비박을 할 수 있는 바그두르벡이라는 곳에서 하행카라반 첫 야영지로 결정했다. 확실히 고도가 낮아지고 기온도 올라가니 식물들과 벌레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후 3시쯤 도착을 해서 더운 날씨에 타프를 치고, 휴식을 취했다. 나는 내일 마실 물들을 정수하고 있는데, 갑자기 위에서 빙하물이 쏟아지면서 우면산 산사태를 보는 듯한 엄청난 소리와 갑자기 불어난 물을 보면서 자연의 무서움을 또 한번 알게 되었다.
8월11일 (맑음-비)
아침부터 멋진 풍경을 보면서 승기와 나는 먼저 일찍 출발했다. 둘다 컨디션이 좋아 빠른 스피드로 계속 내려갔다. 유트마르 빙하를 건서 쉐이캄바리스에 도착을 했는데 개울이 넓어져 20분정도 시간을 지체하고, 쿠냥츠시 빙하를 건너 휴식을 한 후 걷다보니 지형도 많이 바뀌었고, 처음으로 깨끗한 빙하물이 흐르는 곳에서 세수와 물도 그냥 정수를 하지않고 마시고, 마지막 야영지인 비탄말에 도착을 하였다. 비가와서 타프안에서 쉬다가 파키스탄 언어를 이스마일한테 조금씩 배웠다. 라면을 먹고, 쉬는데 고도가 낮아지니 벌레도 많이지고, 심지어 모기까지 있어 잠을 자는데 괴로웠다.
8월12일 (맑음)
아침 일찍 서둘러 출발을 하였다. 쿠냥츠시 빙하를 건너고, 내려오는 도중에 도마뱀과 당나귀를 보니 반가웠다. 구르분에 도착을 하니 마을에서 올라온 할아버지께서 금방 짠 염소젖으로 만든 우유를 먹었는데 맛은 별로였다. 한국으로 비유하면 조금 상한 요플레 맛이 났다. 다 먹지는 못하고 다시 출발. 마을 근처에 오니 히스파르 마을은 잘 정돈되고, 정말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상행 카라반때는 다리를 건너서 걸어왔는데, 빙하물로 떠내려가서 다리를 유실되었고, 대신 와이어에 도르래를 걸어 나무에 못을 밖아 만든 수단으로 빙하를 건너왔다. 히스파르 마을에 도착해서 텐트를 치고, 슈퍼로 가서 환타와 콜라, 비스켓을 사고 닭도 두 마리를 1600루피를 주고 샀다. 핫산은 아무렇지 않게 살아있는 닭을 손질하고, 인철형과 승기, 나는 쉬고 있는데 어른한명이 3살정도 되는 어린 아이를 안고 왔는데 아이가 장난을 치다가 손에 화상을 입었는데 치료를 할 방법이 있냐고 찾아왔다. 꼬마의 손을 보는데 우리가 해줄 수 있는게 없어서 매우 안타까웠다. 내일 내려갈 때 차를 타고 같이 내려가자고 말을 하고, 저녁에는 핫산이 직접 잡은 닭으로 닭도리탕과 백숙을 해서 먹었다. 포터 대장과 이스마일에게 남은 약들을 사전을 보면서 설명을 해주고, 붕대와 의료품을 나눠줬다. 그런데 갑자기 물소리가 너무 크게 나서 뭔가 했더니 마을을 연결하는 다리쪽 위의 흘러내리는 계곡에서 둑이 무너져서 물이 많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도 전부 나와 안전의 기도를 하는 것을 보고, 다시 텐트로 와서 수많은 별들과 은하수를 보면서 내일 훈자로 가는 다리가 안전하길 바라며...
8월13일 (맑음-흐림)
아침에 일어나니 다행히 다리는 아무 문제가 없었고, 지프와 트렉터에 짐을 싣고, 훈자마을로 출발을 하였다. 중간중간 낙석으로 인해 길이 많이 끊겨 동네 포터들이 차에서 내려 돌들을 정리하고 다시 출발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완전히 길이 빙하물로 인해 끊겨버렸다. 그래서 전부 내려 짐을 들고 걷기 시작. 2시간 정도 걸으니 나가르 마을에서 올라온 짚차가 기다리고 있어서 짐을 싣고, 나가르 마을로 출발했다. 1시20분에 훈자뷰 호텔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오랜만에 샤워를 한 뒤, 와이파이를 연결해 핸드폰으로 문명생활을 다시 하니 기분이 매우 좋았다. 호텔에서 나와 훈자 마을 구경을 하고, 장비점에 들려 구경을 하다가 맥주를 사서 식당에서 양고기와 치킨을 먹으면서 다시 호텔로 내려갔다. 가는 도중 슈퍼에서 비스켓과 콜라를 사고, 호텔로 돌아와 이스마일과 노트북으로 등반 영상을 보면서 자기가 지금까지 한국 원정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면서 아는 선배님 이름을 들으니 신기하고, 편안하게 침대에 누워 과자를 먹으면 이야기를 했다.
8월14일 (비-흐림)
토스트로 아침을 먹고, 카고 정리 후 장비점 메니져가 와서 장비를 전부 팔았다. 정말 말도 안되는 가격에 파니 아깝지만, 원정대 비상금이 많지가 않아 어쩔 수 없이 팔아버렸다. 남은 식량을 가지고 가든롯지로 가서 남은 식량을 전해주고 점심을 먹고 돌아왔다. 호텔에서 쉬다가 저녁에 알리아바드로 택시를 타고 넘어가 수박과 자두를 사고, 저녁으로 치킨꼬치를 먹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오늘은 파키스탄의 광복절이라고 한다. 그래서 호텔로 오니 남자들만 다 모여 춤을 추고 있었다. 그렇게 흥미롭지 않아 다시 방으로 왔다. 그런데 갑자기 핫산이 와서 내일 아침 새벽에 먼저 스카루드로 간다고 마지막 인사를 하러 왔다고 해서, 많이 아쉬웠다. 약 45일정도 같이 지내면서 정도 많이 들고, 마지막에 발목이 아파 힘들어 했었는데 빨리 낳길 바라고, 언제 다시 볼지 모른다는 생각에 티셔츠와 고글, 한국의 동전을 주면서 마지막으로 두손 꼭 잡고,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고, 아쉬운 마음으로 방으로 돌아와 내일 조심히 가기를 바라며...
8월15일 (맑음)
오늘은 마을 구경을 위해 아침부터 나와 처음으로 간 곳은 민수형의 어깨 확인을 위해서 병원으로 갔다. X-ray도 찍었는데 인대만 살짝 다쳤을 뿐 큰 문제는 없다고 해서 다행이었다.
장비점과 기념품 가게를 구경하면서 훈자성을 올라갔는데 1인당 입장료가 너무 비싸 아무도 들어가지는 못하고, 밖에서 레이디핑거와 훈자피크 등을 보고, 사진을 찍고 다시 내려왔다. 훈자마을에서는 소고기를 안팔아서 알리아바드로 넘어가 양꼬치와 치킨을 먹고, 호텔로 와서 이스마일 폰에 승기 노트북으로 등반 사진과 영상을 옮겨주고, 1시에 잠이 들었다.
8월16일 (맑음-흐림)
전날 너무 늦게 자서 승기와 아침을 먹고 오후1시까지 뻗어서 낮잠을 잤다. 가든롯지로 가서 라면을 먹고, 그렇게 먹고 싶었던 소고기 꼬치를 먹기 위해 알리아바드로 향했다. 총 6명이 길거리 꼬치집의 남은 꼬치를 다 먹어버렸다. 35개를 먹고, 전날 갔던 식당에서 포장을 한다음 호텔로 가서 또 치킨을 먹고 잤다.
8월17일 (맑음)
3시40분에 기상해서 4시10분에 비샴이라는 마을로 출발. 다행히 길이 좋아서 길기트까지 금방이었는데 전부 다 자고 있어서 칠라스까지 바로 차를 타고 왔다. 아침으로 토스트를 먹고, 경찰의 에스코드를 받으며, 여러 차량들 사이에서 가다가 점심 때 식당에 들려 치킨커리와 란을 먹고 다시 출발. 더 도시로 갈수록 나무도 많아지고, 물로 깨끗해졌다. 그렇게 차량이동을 하고 5시20분에 비샴 컨티넨탈 호텔에 도착을 하였다. 저녁을 먹고 긴 차량이동으로 다들 피곤해서 금방 잤다.
8월18일 (맑음)
아침부터 차에타서 또 7시간 이동 후 드디어 이슬라마바드 게스트하우스 도착. 시설도 좋고, 와이파이도 잘 터졌다. 샤워도 하고, TV를 보면서 쉬다가 “지나” 바자르로 걸어서 이동해서 시장을 구경하고, 피자헛으로 가서 라지 한판 1000루피인 피자와 샐러드를 먹고, 서점에 들려 등반관련 책들을 구경하고, 다들 배가 부르지 않아서 김문 차이니즈 식당으로 가서 누들과 스프 등을 먹고, 망고쥬스를 먹고 다시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왔다.
8월19일 (흐림-맑음)
와이파이가 잘 터져서 아침부터 폰으로 게임을 하고, 귀국관련해서 이스마일과 이슬라마바드 현지 메니져와 이야기를 하고, 오전은 계속 쉬었다. 점심을 먹고 또 쉬다가 지나바자르로 다시 나가서 망고쥬스와 케밥을 먹고, 스테이크 전문점으로 가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스테이크와 초코쉐이크를 시켜 먹고, 바자르 구경을 하고 호텔로 돌아오니, 여성 4인 선배님들의 트랑고 등정소식을 듣고, 페이스북으로 등정을 축하드린다는 댓글을 남기고, TV를 보다가 영어 울렁증으로 잠이 들었다.
8월20일 (맑음)
아침으로 토스트와 시리얼을 먹고, 카고 정리를 마지막으로 다 끝내고, 지나바자르에서 간단히 망고쥬스와 케밥으로 시작을 해서, 카불레스토랑으로 옮겨가 치킨로스트를 먹으면서 논알콜 맥주와 함께 저녁을 먹고, 시장 구경을 하고, 호텔에서 영어 자막으로 된 영화를 보며 복숭아를 먹고 내일 떠날 준비를 하며 잤다.
8월21일 (맑음)
오전엔 낮잠. 오후에 파키스탄 알파인 클럽으로 넘어가 원정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남은 돈은 환전을 하고, 지나바자르로 가서 제일 큰 20인치 피자한판을 시켜 먹고,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와 짐을 싸고, 쉬다가 7시에 공항으로 이동하였다. 공항에 도착해서 공항안으로 들어가는데 이스마일과 작별인사. 정말 말도 많이 하고, 정도 많이 들고, 원정이야기도 많이 했었는데... 서로 안으면서 작별인사를 하니 아쉬웠다. 항상 건강하고 빨리 2세를 낳길 바라면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방콕으로 향하는 11시 비행기에 파키스탄에 마지막 작별을 하고 탑승했다.
8월22일 (맑음)
어제 저녁 이슬라마바드를 출발해서 아침에 방콕에 도착했다. 4시간 정도 대기시간이라 면세점을 돌아다니면서 승기와 쇼핑을 했다. 한국에 사가지고 갈 앱솔루트를 사고, 커피도 마시면서 아침도 먹고, 구경을 하다가 다시 비행기에 탑승해서 홍콩으로 갔다. 여태까지 금주국가여서 못마셨던 술을 맥주로 비행을 하면서 민수형, 승기, 나는 거의 1인당 5캔씩 먹고, 자고 홍콩에 도착해서 30분정도 대기 후 바로 인천으로 향했다. 인천에 7시50분에 도착해서 개인짐들을 찾고, 나오니 트랑고 사장님과 승기아버님, 세훈이형, 일구형 등 많은 선배님들께서 마중나오셔서 이제 정말 한국에 살아서 잘 돌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늦은 시간이어서 식사는 못하고 헤어졌다. 승기와 나는 승기아버님과 함께 시흥에 고기집에 들려 못먹었던 삼겹살과 목살을 먹으며 더불어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행운까지...
느낀점
이번 원정은 나에게는 처음 원정이어서 걱정이 많았었다. 항상 국내에서 워킹과 암벽을 하면서 산에서 만난 많은 선배님들 덕분에 원정의 기회가 생기게 되었고, 나의 실력으로는 아직까진 벽등반은 힘든 상황이었지만, 익스트림라이더를 수료하고, 심대장님과 민수형, 인철형 등반을 재밌고, 못가봤던 어려운 코스등반을 하면서 선등도 서보고, 북벽 신루트에서도 3피치는 또 처음으로 리딩을 하게되는 영광을 얻게 되었고, 비록 짧은 시간에 훈련도 많이 없었지만, 실력을 많이 키워주시고, 내가 앞으로 산을 더 관심을 가지고, 모험도 하고, 원정에 대한 좋은 이미지들을 알려 주셔서 이번 원정에 참가를 하게 된 것 같다. 항상 어렸을 때부터 고산등반은 꼭 가겠다고 했었지만, 지금까지 중학교 1학년때부터 워킹만 해오던 나에게 해외원정이라는 기회가 생겨, 내심 기뻤고, 또한 겁도 났었다. 이번 원정을 통해 조금더 산에 대해 알게 된 것 같고, 힘든 것도 이겨낼 자신이 생긴 것 같다. 다음번에도 꼭 기회가 되면 원정을 떠나야겠다. 힘들고 서로의 의견차가 분명히 있었고, 안좋은 일들도 있었고, 위험한 상황도 많았지만 이때 아니면 언제 경험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같이 힘든 고산에서 서로서로 참아가며, 이해해주고, 경험담 등 많이 부족한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준 계기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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