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옷감 /W.B. 예이츠 - 진달래꽃 / 김소월
내게 금빛 은빛으로 수놓아진
하늘의 옷감이 있다면
밤의 어두움과 낮의 밝음과 어스름한 빛으로 된
푸르고 희미하고 어두운 색의 옷감이 있다면
그 옷감을 그대 발밑에 깔아드리련만.
나는 가난하여 가진 것은 꿈밖에 없으니
그대 발밑에 내 꿈을 깔아드리오니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그대가 밟는 것은 내 꿈이기에.
ㅡ김억 번역시집,『오뇌의 무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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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 없이
고이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엔 약산
그 진달래꽃을
한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발걸음마다
뿌려놓은 그 꽃을
고이나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ㅡ1922년 『개벽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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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ㅡ1925년 첫시집 『진달래꽃』판.
예이츠의 '하늘의 옷감' 과 김소월의 '진달래꽃'입니다. 보시면서 먼저 나온 개벽판과 뒤에 나온 진달래꽃판을 같이 올린 것은 개정판에서 시의 리듬감이 훨씬 좋아진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개벽판에는 1연에 리듬이 엉키는 '고이고이'를 '고이' 로 고쳤고, 2연 2행의 군더더기 같은 [그]와 [을] 삭제했으며 3행에 [한]도 빼므로서 리듬감을 살렸습니다. 3연은 '발걸음마다'를 '걸음걸음'으로 고치며 이어지는 '뿌려놓은'을 '놓인' 으로 어감이 어색한 '고이나'는 리듬이 같으며 보다 뜻의 전달이 잘 되는 '사뿐히' 로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의 결구에 있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의 아니와 눈물 사이의 '쉼표'를 없애므로서 이별의 슬픔과 고통을 제어하는 반어적 어법을 연속성으로 이어놓았습니다.
이렇게 시의 내용(기의)은 변하지 않으나 형식[기표]을 달리 하므로서 울림이 커지고 매끄러워지고 한층 세련되어졌습니다. 그래서 시는 소설처럼 기의 문학이 아니라 기표의 문학이라 하는가 봅니다.
출처: https://cloudleisurely.tistory.com/1052 [하얀구름 따라 유유자적(시, 기사 외 펌 금지):티스토리]
첫댓글 김억은 김소월의 스승이지요...
그런데 스승인 김억은 소월의 시를 자기 시집에 실은 적도 있고...나중에 밝혀졌지만.
사뿐히 같은 구절은 소월이 스승의 번역어를 그대로 와 베낀 것인데요.
요즘 같으면 단어 표절일 거 같아요.
일반명사라서 누구나 갖다 쓸 수는 있지만 사뿐히라는 말이 워낙 시에 잘 어울려서
고유명사 같거든요.
명시 비교와 적절한 설명이 참 좋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시가 점점 어려워지는 시대에 소월의 시는 쉬운 언어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요.
어느 평론가는 소월의 시는 500단어 이내에 다 쓰여진 시라서
초등학교 5, 6학년 수준이면 소월 시를 다 읽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공부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소월 시를 참 좋아해서 다 찾아서 읽고
필사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풀따기, 임의 노래, 가는 길, 님과 벗, 나의 집 등 줄줄 외우던 기억이 납니다.
짓고 싶은 나의 집 시조도 소월 시 나의 집에서 좀 훔쳐온 것도 있고요...
@정호순(1기 서울) 소월 시 따라 쓰기
https://cloudleisurely.tistory.com/997
몇 군데 문장을 빌려 왔지만
느낌은 새롭고 전혀 다르게 다가옵니다
꿈을 깔아주는 거와 꽃을 깔아주는 방식이 비슷한 거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