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협회와 정부
이때 삼림 철도 광산 등을 모두 외국 사람에게 허락함에 이것을 허락한 자는 정부대관이요 이것을 반대하는 자는 협회이다. 소위 정신들은 이것을 누르기 위하여 각국 인으로 된 순사 30명을 궁중에 불러드렸다가 조금 후 해산하고 정부의 위권이 여지없이 떨어졌다.
이때에 또 조선에 험악한 공기가 있으니 정부에서 김옥균을 죽인 홍종우로 하여금 황국협회를 조직하여 독립협회를 대항하고 또 보부상(褓負商)을 모아 대항하려 하였다. 한옆으로 피가 끓은 애국지사들이 모여 나라를 바로 잡겠다고 외치는 반면에 나라를 팔아먹고 권리만 주장하는 매국노들이 밤낮으로 계획하는 것은 어쩌면 보기도 싫은 독립협회를 박멸할까 함이다.
협회원은 학교생도와 시민 각 계급과 하급 노동자와 소경 귀머거리 등 각종 인민들이 종로에 모이고 또 정부대신들과 관리와 유생 등까지 청하여 이름은 만민공동회(萬民共同會)라 칭하고 윤치호(尹致昊)가 회장이 되어 박정양이하 각 대신들을 불러놓고 조약을 정하여 실행을 청구하였다.
1. 외국을 의뢰치 말 것,
2. 광산 철도 석탄 삼림과 차관 청병외국과 조약을 각부대신과 중추원의장이 합동하여 날인(捺印)한 것 아니면 시행치 못함,
3. 전국 재정은 다 탁지부에 수입하고 예산과 결산은 인민에게 공개하며,
4. 중대범죄는 공판에 부치며 피고가 자복한 후 집행할 것,
5 법관은 황제폐하께서 정부에 물어보아 과반수의 신임이 있은 후에 임명할 것 등을 정하고 시행여부를 물어서 승인을 얻고 박정양으로 하여금 황제께 상수케 하고
그 외에도 몇 가지 조항이 있으니
1. 시론을 자유할 사,
2. 지방관의 불법을 중지할 사,
3. 어사와 관찰원들의 작폐를 금할 사,
4. 상공학교를 설립할 사,
5. 집회와 언론의 조례를 정할 사 등 다섯 가지를 첨부하여 청구하여 다 용인을 얻어 민중의 기분은 좀 늦출 뿐이요 한 가지도 실행은 없었다.
이 협회도 너무 과격하여 월권이 없다 할 수 없으나 나라에서는 용서하여 그냥 인민의 원기를 양성하여 관민합력으로 나라를 붙들어 나아갔으면 외국 사람의 손에 농락되지 않을 것이거늘 소위 황제 독재정치와 대신들의 죄악으로 나라가 없어지게 되었다. 그 후에 왕은 친노파 친일파 두 사이에 있으며 허위에 앉을 뿐이다. 그러다 친일파의 위협을 피하려고 친노파의 인도로 노국 공관에 피하여 있기로 되었다.
통곡할 일이요 한심한 일이다. 일국의 원수로서 조정의 파당을 누르지 못하고 그 손에 잡혀 농락을 당하고 외국인의 공관에 피하여 약점과 무법을 여실히 외인에게 보였으니 어찌 수치가 아닌가. 그런고로 외국인들도 군주와 나라로 볼 수 없을 만큼 멸시가 심하였으니 이것이 모두 정신들의 용서할 수 없는 죄악이다.